[김한준 기자의 놈놈놈] 더 라스트 오브 어스 리마스터 편

비디오게임 시장에서 지난 2013년은 더 라스트 오브 어스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호러 어드벤처 게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해외의 다양한 게임 관련 언론이 수상하는 올해의 게임(Game of the year, GOTY)를 휩쓸었다.

오픈월드 형태의 게임이 선형적 진행구조를 띈 게임보다 후한 평가를 받고 있는 최근 게임 시장의 시류에서 선형적 게임진행을 택한 더 라스트 오브 어스가 이러한 성적을 거둘 수 있던 것은 PS3의 성능을 최대한 활용한 빼어난 그래픽과 깊이 있는 스토리텔링, 게이머들의 긴장을 유발하는 세련된 연출 등의 요소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라스트오브어스 리마스터
라스트오브어스 리마스터

이러한 더 라스트 오브 어스가 다시 한 번 게이머들을 찾아왔다. 작년 6월에 발매된 게임이 벌써 후속작이 나왔냐고 생각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당연하게도 후속작 출시는 아니다. PS4 버전의 성능에 맞춰 그래픽을 강화한 HD 리마스터 버전인 '더 라스트 오브 어스 리마스터'(이하 라오어 리마스터)가 출시된 것이다.

리마스터 버전이 출시된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그 게임이 게임사에 상당한 족적을 남긴 게임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흥행하지 못 한 영화가 리메이크 되는 경우가 없는 것처럼 어지간히 큰 인기를 얻지 않은 게임이 아니고서야 리마스터 버전이 출시되기 어렵다. 영국의 영화 잡지 엠파이어가 영화사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시민 케인'과 비견하기도 한 게임이니 리마스터 버전이 출시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일런지도 모르겠다.

김한준 기자(이하 까는 놈): 그래도 그렇지. 이거 너무 빨리 나온 거 아니야? 출시된지 1년 밖에 안된 게임이 벌써 리마스터 버전이 나오다니;

조영준 기자(이하 편드는 놈): 그 1년 사이에 콘솔 시장의 세대가 바뀌었잖아요. PS3로 나온 게임을 PS3로 리마스터 한 것도 아닌데 뭐 문제가 있겠습니까.

까는 놈: 그거야 그렇다지만. 왠지 작년에 히트한 노래를 다음 해에 리메이크 해서 또 팔겠다는 심보도 느껴져서 말이야. 1년만에 리마스터를 결정하고 제작해서 출시했다는 게 이상하달까 어색하달까...

편드는 놈: 뭐 삐딱하게 보자면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
까는 놈: 삐딱한 거 아니거든?

라스트오브어스 리마스터
라스트오브어스 리마스터

편드는 놈: 그건 그렇다고 쳐도 일단 출시 후의 반응이 무척 좋아요. 출시 첫 날에 1차 물량이 모두 품절됐다고 하니까요.
까는 놈: 일단 검증이 끝난 게임이고, 리마스터 버전의 이상적인 형태를 띄고 있는데다가 PS4 게임 중 이러한 장르의 게임이 없는 것도 이유겠지.

편드는 놈: 리마스터 버전의 이상적인 형태라는 말은 라오어 리마스터에 딱 맞는 말인 것 같네요. PS3보다 더욱 고성능인 PS4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더 높은 해상도에 더 부드러운 프레임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어요. 해상도가 올라간만큼 더욱 선명한 화질로 게임을 할 수 있는 게 최고의 장점입니다.

까는 놈: PS3 성능의 한계까지 활용했다는 찬사를 받은 그래픽을 자랑하던 게임이 자신의 강점을 더 강화한 셈인가. 그래픽만 놓고 보면 라오어를 비판하긴 힘들지.

게이머의 시선이 가는 쪽에만 집중해서 그래픽을 좋게 보이는 눈속임을 한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이러한 이야기는 어떻게 보면 제한된 하드웨어 스펙 안에서 '영리하게' 게임을 만들었다는 뜻도 되니까.

편드는 놈: PS3 버전보다 그래픽이 뛰어난 것은 당연한 이야기고, PS4 게임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그래픽을 보여준다니까요.
까는 놈: 그런데 애초에 PS4에 스포츠게임 제외하면 출시된 게임이 그렇게 많기는 한가? 냉정히 말하면 차세대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게임은 있지만 대작이라고 할 수 있는 게임은 손에 꼽을 수도 있는데 -_-

라스트오브어스 리마스터
라스트오브어스 리마스터

편드는 놈: 상대적인 비교 말고 절대적인 면에서도 그래픽은 좋은 편이니 문제될 거 없죠.
까는 놈: 나는 오히려 비주얼적인 측면에서는 조금 실망했어. 기대가 너무 컸던 거 같아. 720p에서 1080p로 해상도가 높아졌기에 깔끔한 느낌이 들기는 하는데 해상도가 향상된 것이지 모델링이 완전히 새롭게 된 것은 아니거든.

원작이 워낙에 그래픽이 좋았기 때문에 생기는 아쉬움이지. 오히려 플3 버전에서는 리소스의 한계 때문에 시선이 잘 안 가는 곳은 대충 처리하고 시선이 머무는 곳에 몰두하는 식으로 오브젝트를 배치해서 시각적인 효과를 극대화했는데, 해상도가 올라가니까 대충 처리했던 부분이 더 어색하게 드러나는 경우도 있더라고. 마치 방송이 HD 시대에 접어든 이후에 배우들 피부 안 좋은게 들통나던 것과 같은 이치랄까? 원래 소스의 한계를 뛰어넘는 그래픽은 아니야.

편드는 놈: 해상도만 좋아진 건 아니에요. 사실 그래픽적인 측면보다 프레임 레이트가 더 월등해졌다는 것에 의의가 있는 작품이라고 보는 게 맞아요.

원작이 30프레임으로 구동됐던 것과는 달리 이번 작품은 60프레임을 지원하거든요. 고종 60프레임이 아니라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상황에서 60프레임을 유지하고, 프레임이 하락하더라도 40프레임 이상은 유지 된다는 정보도 나오고 있구요.

라스트오브어스 리마스터
라스트오브어스 리마스터

까는 놈: 프레임이 높다는 건 큰 장점인 게 사실이긴 하지. 일단 움직임이 부드럽잖아. 세상은 부드럽게 살아야 돼.
편드는 놈: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프레임 레이트가 변하는 가변 60프레임보다는 고정 30프레임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긴 합니다만, 60프레임으로 게임을 즐기는 게 더 좋더라구요. 프레임 변동폭이 크다면 모르겠지만 라오어 리마스터 버전은 프레임 변동이 심하지도 않거든요.

단순히 움직임만 부드러운 게 장점이 아니에요. 조작도 더 편해졌습니다. 프레임이 올라갈 수록 컨트롤러 입력과 캐릭터의 동작 사이의 갭이 줄어들거든요. 좀 더 즉각적인 반응을 할 수 있고, 적을 조준하기도 더 쉬워요. 눈도 편안하고 조작도 편안한... 쾌적함이 무엇인가를 알 수 있게 해줍니다.

까는 놈: 나도 30프레임 모드로는 게임하기 힘들더라. 그림자 묘사가 좀 더 세밀해진다고는 하는데 워낙 몰입도가 높은 게임이라 그림자 보다는 캐릭터에 시선이 집중되거든. 60프레임 모드의 그림자 묘사가 나쁜 것도 아니고 말이야.

편드는 놈: 리마스터 버전이라고 하면 단순히 게임 해상도만 높여서 출시하는 사례가 많아서 '성의가 없다'는 비판을 받기 쉬운데, 라오어 리마스터는 그런 사례와는 거리가 먼 게임입니다. 주는 게 많거든요.

라스트오브어스 리마스터
라스트오브어스 리마스터

까는 놈: 뭐? 티셔츠? 나는 지금까지 예약판매로 주는 티셔츠 밖에 입고 다닌 적 한 번도 없어서 이런게 특전이 되는 줄 모르겠다. 예전에 데빌메이크라이2였나? 그때 얻은 바람막이를 어머니가 약수터 가실 때 입고 다니시긴 하던데...

편드는 놈: 어머님이 약수 한 번 스타일리쉬하게 떠오시네요. 그런데 디아블로3 후드 점퍼하고 노란색으로 빛나는 블리츠크랭크 후드 점퍼는 잘만 입고 다니시면서 게임 티셔츠는 왜 안 입고 다니십니까. 여튼... 티셔츠는 초회판 예약 구매자에게 주는 특전이구요. 제가 말하는 건 게임 내 콘텐츠 말하는 겁니다.

까는 놈: 아. 프리퀄 스토리가 추가됐고 멀티플레이용 맵도 8개 추가됐지?
편드는 놈: 엘리가 조엘을 만나기 전의 이야기를 다룬 프리퀄 스토리는 제법 매력적이에요. 특히 이 게임에서 엘리라는 캐릭터가 차지하는 비중이 굉장히 높기 때문에, 이 이야기만으로도 나름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완성도도 높은 스토리구요.

라오어는 멀티플레이가 싱글플레이만큼이나 재미있는 게임인데, 이런 모드의 맵이 8개나 주어진다는 것도 장점이구요. 구매 이유가 충분한 게임입니다.

라스트오브어스 리마스터
라스트오브어스 리마스터

까는 놈: 그런가... 나도 물론 구매를 하기는 했다만, 이 게임이 HD 리마스터의 태생적인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지는 의문이야. '한 번 한 게임을 또 할 필요가 있는가' 라는 점 말이야. 컴퓨터 업그레이드 하고 나서 예전에 했던 게임을 그래픽 옵션 올려서 다시 한 번 깨는 사람 아니고서야 다시 해볼 필요가 있을까?

너티독도 그런 점을 알고 있으니 추가 요소를 넣어서 이러한 점을 방지하려고 했겠지만... 게임의 기본적인 틀이 완전히 달라진 것은 아니거든. 게다가 원작이 나온지 오래된 것도 아니고. 물론 그럴 가치가 있다는 사람들을 비판할 생각은 없어. 하고 싶으면 하면 되는거니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PS3로 게임을 했던 사람들이 PS4를 구매하면서까지 리마스터 버전을 다시 할 정도의 메리트를 지니고 있냐는 말이야.

편드는 놈: 그거야 소비자가 알아서 판단할 문제죠. 저라면 원작을 안 해봤고, PS4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주저하지 말고 구매하라고 하고 싶네요. 게임성이야 이미 검증이 끝난 작품이고. 마침 날씨도 무더운데 호러 감성이 충만한 이 게임을 즐기며 여름을 나는 것도 피서가 될 수 있겠죠.

까는 놈: 재미야 보장된 게임이지. 호러 장르를 싫어하는 이들만 아니라면야 만족스럽게 즐길 수 있어. 사실 HD 리마스터의 사례 중에 굉장히 모범적인 사례야. 오히려 기존 HD 리마스터 게임들이 하지 못 했던 일들도 할 수 있지. 과거 팬들이 추억에 기대서 다시 한 번 즐기게 만드는 역할을 넘어서 PS4 판매를 견인할 수도 있으니까.

개인적으로는 언차티드 리마스터가 나오는 게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생각해. 오래된 게임일 수록 리마스터의 가치가 좀 더 있다고 생각하고, 언차티드 시리즈도 충분히 명작이니까. 그래픽이 더욱 발전할 여지도 남아 있고. 뭐 나중에 나오게 될 수도 있겠네.

HD 리마스터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지닌 이들이라면 이 게임도 단순한 상술로 보일 수는 있어. 하지만 확실한 건 이 게임은 그 상술 안에서 최대한의 가치를 뽑아내고 성의를 보였다는 거야. 나름의 가치는 확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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