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지레이싱 카트라이더 지난 10년의 발자취

국내 온라인 레이싱 게임의 새 지평을 연 넥슨의 '크레이지레이싱 카트라이더(이하 카트라이더)'가 8월 서비스 10주년을 맞았다. 2004년 혜성처럼 등장한 '카트라이더'는 깜찍한 SD 캐릭터가 소형 카트를 타고 경주를 벌이는 아기자기한 비주얼과 폭넓은 연령대를 아우를 수 있는 쉬운 게임성으로, 동시접속자수 22만 명을 기록하고, 삼성경제연구소 선정 10대 히트 상품에 꼽히는 등 2000년대 중반 최고의 인기로 온라인 게임의 대중화를 이끈 장본인이다. 또, 10년간 식품,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과의 접점을 통한 각종 부가가치 생산, 활발한 대회 유치를 통한 건전한 'e스포츠' 문화조성 등 선제적이고 과감한 시도로 국내 온라인 게임의 위상을 제고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RPG, RTS 게임 속에서 핀 '캐주얼게임 붐'

카트라이터 10주년 이미지
카트라이터 10주년 이미지

2004년 12월 첫째 주 게임업계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난공불락의 성으로 여겨졌던 '스타크래프트'를 밀어내고 카트라이더가 PC방 점유율 주간순위 1위를 차지한 것. 1030세대의 열렬한 지지를 받던 스타크래프트는 카트라이더의 거센 돌풍에 오랜 시간 지킨 1위 자리를 처음으로 내줘야 했다. 이처럼 카트라이더는 2000년대 게임산업의 큰 흐름 중 하나였던 '캐주얼게임 열풍'의 선두주자로, 당시 넘쳐난 RPG, RTS게임의 틈바구니 속에서 캐주얼 레이싱이라는 장르로 대중에 어필하며 공고하던 게임시장을 흔들었다.

카트라이더의 등장과 인기는 게임업계에 많은 시사점을 줬고, 시장에 '캐주얼게임 붐'이 다시 이는 계기가 됐다. 2000년대 초 출시된 '포트리스', '비엔비' 이후 국내 캐주얼 게임시장은 잠시 정체돼있었으나, 2000년대 중반 카트라이더가 장르의 벽을 허물고 최고 동시접속자수 22만 명 등 공전의 히트를 기록, 시장의 가능성을 다시 한 번 입증한 것이다. 이후 다년간 다양한 장르의 캐주얼게임의 출시가 이어졌고, 온라인게임이라는 문화 역시 대중에게 조금 더 친숙하게 다가갔다.

■ 한국을 넘어 전세계 3억 8천 명의 회원 보유

카트라이더는 국내 총 인구 절반에 달하는 2천 4백만 명의 회원수를 보유한 명실상부한 국민 게임이다. 아울러, 전세계로 뻗어나가 두터운 글로벌 팬층도 쌓았다.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 중국, 대만 등 해외 서비스국가 회원수를 합산하면 무려 3억 8천만 명, 이처럼 카트라이더가 국내와 해외에서 많은 이용자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급변하는 이용자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지속적인 콘텐츠 업데이트와 국내를 넘어 세계의 눈높이와 문화에 적극적으로 다가서는 '로컬라이제이션(localization)', 즉 현지화 작업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매 분기, 매 년 단위로 카트라이더에서는 게임 내 '카트 바디', '트랙' 등 다채로운 신규 콘텐츠를 추가해왔다. 특히 2010년부터 매 년 굵직한 개발 방향성을 공개, '레볼루션' 업데이트를 시작으로 '카트라이더 2.0', '카트라이더 2014' 등 꾸준한 시도로 이용자의 관심을 끌었다. 또, 해외 서비스의 경우, 중국의 만리장성을 본 딴 트랙과 일본의 '헬로키티' IP를 활용한 아이템 등 각국 지역색깔에 맞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추가, 현지 이용자의 공감을 끌어내는 데 주력했다. 이에 힘입어, 중국에서는 2007년 동시접속자수 80만 명을 돌파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카트라이터 10주년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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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숫자로 보는 카트라이더 10년

카트라이더 인포 그래픽
카트라이더 인포 그래픽

① 10년간 출시된 모든 트랙을 이은 길이 ≫ 한국-뉴욕 비행거리
카트라이더 속 '트랙'과 얽힌 흥미로운 통계가 있다. 바로 지난 10년간 카트라이더에서 출시된 트랙을 모두 연결한 길이가 자그마치 13,260킬로미터라는 것. 이는 비행거리 기준으로, 우리나라부터 뉴욕 등 미국 동부까지의 거리(약 11,000킬로미터)와 서유럽국까지의 거리보다 긴 거리이며, 중국, 일본 등 이웃나라의 경우, 약 10번 왕복 비행거리다. 또, 영암의 F1 트랙(5.615킬로미터) 기준으로 총 2367바퀴 거리며, 마라톤 풀 코스(42.195 킬로미터) 314개를 연결한 거리다.

② 10년간 카트가 달린 총 거리 2,400억 킬로미터
지난 10년간 유저들이 카트로 트랙 위를 달린 총 주행거리는 약 2,400억 킬로미터로 집계됐다. 일반적인 승용차의 연간 평균 주행거리를 2만 킬로미터로 가정했을 때, 승용차로 1200만 년을 주행해야 도달 가능한 주행거리다. 또한 지구를 600만 번 돌 수 있는 거리이며, 지구에서 달까지 약 31만 번 이상 왕복(지구-달 평균거리 38만km)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거리다.

③ 10년간 뿌려진 바나나 261억개, 미사일은 1600억개
카트라이더하면 '바나나'와 '미사일'을 빼놓을 수 없다. '아이템전'을 한 번이라도 해본 이용자는 트랙 위 뿌려놓은 바나나에 상대의 카트가 미끄러지거나, 미사일로 앞서 달리는 카트를 정확히 명중시켰을 때 통쾌함을 백이면 백 기억할 것이다. 이처럼, 카트라이더에서 상대방의 플레이를 방해하는 단골 아이템으로 사용된 바나나껍질과 미사일의 지난 10년간 사용량 역시 어마어마하다.

먼저, 10년간 아이템전에서 사용된 바나나껍질 아이템의 개수는 총 261억개로, 현실에 빗댄다면, 바나나껍질 1개를 약 100그램으로 가정했을 시 261만톤에 달하는 양으로, 2012년 국내 바나나 소비량인 36만8000톤(출처: 관세청)의 7배에 해당하는 양이다. 미사일 아이템의 경우, 10년간의 사용량이 무려 1,600억개에 달해, 바나나보다 훨씬 많은 사용량을 보였다. 이 밖에 또 하나의 인기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는 물풍선도 총 980억개가 사용된 것으로 집계됐다.

■ 게임을 넘어 타 산업과의 활발한 제휴

남녀노소 폭넓은 이용자층을 보유한 '카트라이더'는 대중에 친숙한 이미지로 그간 각종 국내외 업체와 제휴 마케팅을 펼쳐왔다. '현대 자동차', '기아 자동차', '비엠더블유(BMW)', '푸조(PUGEOT)' 등 유수한 자동차 기업을 필두로, '코카-콜라', '맥도날드', '산리오', '해즈브로' 등 식품 및 완구업체 등의 다양한 산업분야와 접점을 넓혀왔다.

거의 대부분의 제휴가 '카트라이더'에 등장하는 '카트 바디'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진행돼 '프라이드', '투스카니', ' 미니 쿠퍼' 등 실제생활 속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익숙한 승용차가 게임 내 '카트 바디'로 등장했고, '맥도날드 카트', '헬로키티 바이크' 등 기업로고나 캐릭터의 모습이 '카트 바디'에 노출되는 경우도 있었다.

■ 국산 e스포츠 종목 중 '최장수 리그'

카트라이터 10주년 이미지
카트라이터 10주년 이미지

카트라이더는 2005년 '스타크래프트' 일색이던 국내 e스포츠시장에 첫 발을 들여 당시 국산종목의 새로운 가능성과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했다. 넥슨은 카트라이더가 한국e스포츠협회의 공인종목으로 채택된 2005년 이후 9년간 총 18회의 정규리그와 다양한 콘셉트의 이벤트 대회를 실시, 게임의 '보는 재미'를 알리고 게임이 하나의 스포츠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부단히 힘써왔다.

현재까지 리그 총 상금액만 약 7억 원에 달하며, 약 1천만 명에 달하는 인원이 리그에 참여했다. 이 과정에서 김대겸, 강진우, 문호준, 유영혁과 같은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 프로게이머들이 탄생했고, 이 중 카트라이더 리그(이하 카트 리그)에 9살에 데뷔, 슈퍼스타로 성장하며 명성을 떨친 문호준(통산 7회 우승자)은 16살의 나이로 누적상금 3억 원을 돌파해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카트 리그는 공식출범 전 높은 성공 가능성을 드러내고, 첫 회부터 이례적인 성공을 거뒀다. 정규 리그 출범 전 맛보기 차원에서 진행된 '카트라이더 학교 대항전'에서 당시 국내 전체학교 중 96%인 1만 2천 개 학교가 참여, 신드롬을 불러일으켰고, 바로 이어진 첫 정규리그 'Coke PLAY배 카트 리그' 예선전에는 총 300만 명의 인원이 참여, 대성황을 이뤘다. 지금의 e스포츠 시장에서 한 종목의 예선에 이처럼 많은 인원이 몰리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만큼, 당시 카트 리그에 관함 대중의 관심은 상상을 초월했다.

이처럼 카트 리그에 높은 관심이 쏟아지자, 넥슨은 리그를 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쾌적한 공간에서 진행하기로 결정, e스포츠 경기장을 벗어나 '해운대', '영화관' 등에 특설무대를 꾸미는 등 이색적인 재미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2005년 '올림푸스 카트 리그' 결승은 '메가박스' 영화관에서 열리며 1천 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2006년 '스프리스 카트 리그' 결승은 서울 대공원 내 '삼천리 야외극장'에서 진행돼 2천 명이 운집했다. 또, 2008년에 열린 '아프리카컵 카트라이더 리그'의 결승은 부산 해운대 '벡스코(BEXCO)' 야외무대에서 개최되며 구름관중을 기록했다.

이처럼 정규 리그의 성공적인 안착 이후, 다채로운 형태의 이벤트 대회를 개최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퀸 오브 카트(Queen Of Kart)'로 여성 참가자만을 대상으로 총 4개 시즌 대회를 운영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또, 학교, 길드 등의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대항전을 진행, 카트 리그의 향유층 저변을 확대해나갔다.

이 밖에 가족과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게임대회에 단골종목으로 참여, 건전한 e스포츠 문화 조성에 앞장섰다. 게임문화재단, 게임산업협회(現 K-IDEA)와 같은 단체가 주최해온 '1080 우린 한가족 게임한마당'에 매 년 주요종목으로 참여했고, '세계 장애인 e스포츠 대회'와 각지 재활협회, 복지관에서 열리는 장애인 대상의 e스포츠 대회에도 꾸준히 참여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카트 리그는 2011년 올해의 e스포츠 종목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한편, 카트 리그는 '올림푸스', '코카-콜라', '오리온', '나우콤' 등 다양한 기업들의 후원과 함께 성장해왔다. 특히, 7차 리그를 후원한 오리온社는 당시 자사의 특정 제품매출이 후원 전 대비 8% 상승하는 성과를 거둬 윈윈(Win-Win)효과를 거둔 모범사례로 꼽힌다.

지난 9년간의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카트 리그는 아직도 새로운 변화를 꾀하며 진화 중이다. 16차 리그부터 기존 '개인전' 방식에서 과감히 탈피해 '팀전' 룰을 도입하며, 이전에 볼 수 없던 팀들간의 치열한 눈치싸움과 유기적인 협동플레이를 보여주며 새로운 재미를 만들고 있다. 올해 3월 성황리 종료된 '카트라이더 리그 시즌 제로(18차)'에는 실제 8개 프로레이싱 팀이 함께 참여해, 카트 리그 프로게이머들과 함께 모터스포츠를 방불케 하는 긴장감 넘치는 대결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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