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 위기보고서] 21세기 엑소더스 시작되나? 해외이전을 고민하는 게임사들

[게임산업 위기보고서 1부 : 점점 어려워지는 한국 게임 시장]
3화. 21세기 엑소더스 시작되나? 해외이전을 고민하는 게임사들

[본지에서는, 대형 기획 '대한민국 게임산업 위기보고서 : 그래도 희망은 있다'를 통해 한국 게임산업에 대한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내용을 다룰 계획이다. 이번 기획이 한국 게임산업의 총체적 위기를 진단하고, 한국 게임사들에게 진정한 위기를 타파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국내 게임사들의 엑소더스(대 탈출)가 본격화 되는 것일까? 나날이 강도를 높여가는 정부의 게임규제와 지속적인 매출 저하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해외이전을 고민하는 게임사들의 수가 점차 늘어가고 있다.

지난 6월 1일 한국무역협회가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와 함께 국내 90여개 게임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30.5%의 업체가 셧다운제 합헌 판결 이후 ‘해외로 판로를 변경했다’고 응답했다.

특히, 응답 업체 중 80.5%는 외국 정부로부터 정착금 지원, 세제 감면 등 혜택이 주어지면 해외이전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전까지 국내 게임사들의 해외이전에 대한 고민이 가능성에 그쳤다면 이제는 눈 앞의 현실로 다가온 셈이다.

해외진출
해외진출

게임사들이 해외이전을 고민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정부의 게임 규제다. 지난 2012년 발의된 셧다운제가 실시된 이후 매출의 일부를 징수하는 내용을 담은 ‘손인춘 법’, 게임을 술, 마약, 도박과 같은 중독물질로 분류해 관리하겠다는 ‘신의진 법’ 등 게임규제를 골자로 한 법안들이 줄줄이 상정을 기다리고 있다.

단순히 게임시간을 제한하는 셧다운제에 이어 매출의 1%를 ‘징수’하고, 게임을 마약과 동급으로 취급하며 별도로 ‘관리’하겠다는 더욱 강력한 규제법안들이 게임사들의 목을 더욱 거세게 죄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국내 산업사에 유례없는 규제가 이어지자 계속되자 생존을 위해 해외로 진출한 기업들도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넥슨 일본
상장
넥슨 일본 상장

적극적인 해외진출을 행동으로 옮긴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국내 최대의 게임사 넥슨이다. 지난 2011년 11월 넥슨은 시가총액 8조원을 기록하며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한국 시장은 한계가 있다.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을 기업이 되어야 한다”는 김정주 넥슨 NXC 회장의 발언에서 살펴볼 수 있듯 성장의 한계 부딪친 국내 게임 시장의 현황과 나날이 강도를 더해가는 한국의 게임규제에 대한 활로로 넥슨은 일본의 나스닥 상장을 선택하며, 본격적인 해외 시장 진출을 알렸다.

많은 우려 속에 일본 상장을 진행한 넥슨.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상장 이전보다 더욱 눈부신 성장을 기록하며 자신들의 판단이 옮았음을 증명했다. 지난 2012년 MMORPG의 명가 엔씨소프트의 전체 지분 중 14.6%를 총 투자금액 8,045억 원으로 매입한 넥슨은 엔씨소프트의 최대주주로 오르며, 상장이전보다 더욱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또한, 피파온라인3를 비롯한 신작들의 성공과 서든어택, 마비노기 영웅전,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등의 기존 온라인게임의 흥행을 이어간 것은 물론, 적극적인 해외 서비스를 통해 해외매출 비중 역시 상승하고 있는 모습이다.

더욱이 일본 상장 이후에도 국내 게이머들의 큰 반감을 사지 않은 점도 주목할 점이다. 역사적,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 얽혀있는 일본에 상장한 만큼 자칫 넥슨의 게임에 대해 게이머들이 등을 돌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사기도 했던 것이 사실. 하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등장하는 각종 게임규제 정책에 반감을 가진 국내 게이머들의 여론이 넥슨의 해외 이전을 옹호하는 흐름으로 이어져 상장 이후 넥슨의 이미지가 오히려 상승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불확실한 해외 시장에 뛰어든다는 두려움과 함께 국내 게이머들의 여론 악화와 함께 수익감소를 걱정하던 국내 게임사들에게 실리와 명분을 동시에 챙긴 넥슨의 성공은 부담 없이 해외이전을 선택할 수 있는 일종의 좋은 사례로 남은 셈이 됐다.

중국, 독일, 영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앞다투어 발표한 파격적인 지원 정책 역시 게임사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지난 지스타 2013에서 에바 플라츠 독일 NRW 경제 개발공사 매니저는 “게임 규제가 없는 독일로 오면 해외 진출에 유리해 질 수 있다”라며, “독일 NRW 연방 주에 법인을 설립할 경우 최대 10만 유로(한화 약 1억 4,300만 원)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혀 국내의 게임사들에게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더불어 캐나다 퀘벡 주 정부에서는 게임 업체에게 급여로 지불되는 금액의 37.5%를 세금 환급 형식으로 지원하는 파격적인 지원 정책으로 내걸고 있는 상황이며, 중국은 상하이 자유무역지구에 본사를 이전할 경우 현지 서비스를 허락하는 것은 물론, 주해, 상주, 무안, 위해 등의 지방 도시들까지 인프라 구축, 세금 감면, 퍼블리싱 제공 등을 약속하며 국내 게임사를 유혹하고 있다.

끊임없는 성장으로 세계 게임시장의 중심으로 떠오른 중국과 북미 게임 시장 공략의 첫걸음으로 평가되는 캐나다. 그리고 유럽 게임업계의 핵심 시장으로 평가 받는 독일까지 전세계의 내로라 하는 게임 강국들이 앞다투어 한국 개발사들에게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안에서는 ‘매맞는 미운 자식’이 밖에서는 '우등생으로 동경 받는' 만화와 같은 일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꼴이다.

국내 게임사들의 해외매출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것 역시 게임사들이 해외이전을 고민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지난해 각 게임사별로 발표한 매출 현황에 따르면 네오위즈게임즈의 경우 2013년 4,429억 원의 매출의 66.2%에 해당하는 2,931억 원을 해외에서 거둔 것으로 나타났으며, 게임빌 역시 812억 원의 매출 중 459억 원을 해외 매출로 기록했다.

또한, 위메이드 역시 2,274억 원의 매출 중 40.5%에 해당하는 920억을 해외에서 벌어들였으며, 엔씨소프트, NHN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게임사들의 매출 중 3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최근 급격히 성장하고 하고 있는 모바일게임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CJ게임즈, 네시삼십삼분, 컴투스 등의 업체들 역시 현지 퍼블리셔와의 협업 및 한국 게임들의 인지도를 바탕으로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게임사들의 해외 매출 비중이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상황이다.

게임 규제
게임 규제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국내 문화 콘텐츠 산업 수출 1위를 달성하며 한국의 문화를 세계에 알린 게임산업이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심해지는 게임 규제와 게임을 ‘사회악’으로 모는 反게임 여론, 그리고 성장률 둔화에 따른 수익악화가 이어져 이제는 선택에 기로에 서 있다고 해도 무방할 만큼 그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 독일, 캐나다, 영국, 중국 등의 국가에서 국내 게임사들에게 파격적인 지원을 약속하며,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는 상황. 이미 소규모 게임사들은 해외로 법인을 옮겼다는 소식이 곳곳에서 들리고 있을 만큼 게임사들의 해외이전이 더 이상 모험이 아닌 유리한 선택으로 흐르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해외이전을 선택한 게임사들을 마냥 비난할 수 만은 없다. 이미 수년간 이어진 규제와 국내 메이저 방송들의 일방적인 게임 때리기 식의 보도가 이어지는 지금의 상황에서 해외로 게임사를 이전한다 한들 ‘애국심’ 이외에 이들을 한국에 붙잡아 놓을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서서히 게임사들의 '액소더스'가 시작되고 있는 2014년. 앞으로 얼마나 많은 게임사들이 해외로의 진출을 선언할 지 앞으로의 모습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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