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 위기보고서] 한국게임 독무대는 '옛말', 중국 게임시장 진출 점점 어려워진다

[게임산업 위기보고서 1부 : 점점 어려워지는 한국 게임 시장]
6화. 한국게임 독무대는 '옛말', 중국 게임시장 진출 점점 어려워진다

[본지에서는, 대형 기획 '대한민국 게임산업 위기보고서 : 그래도 희망은 있다'를 통해 한국 게임산업에 대한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내용을 다룰 계획이다. 이번 기획이 한국 게임산업의 총체적 위기를 진단하고, 한국 게임사들에게 진정한 위기를 타파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국내의 게임사들은 거대 자본을 보유한 중국의 텐센트를 등에 업은 '리그오브레전드'와 같은 해외 온라인게임의 강세, 청소년의 심야시간 게임 이용을 법적으로 제한하는 셧다운제의 합헌 판정, 사회적인 문제를 게임으로 엮으려는 부정적인 시선 등으로 어려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여기에 신의진 의원이 대표 발의한 '중독 예방ㆍ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에 의한 게임의 중독 물질 취급, 손인춘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게임업체 매출의 1%를 중독치유기금으로 걷는 법안으로 인한 해외 게임사와의 역차별 요소 등 게임사업을 뿌리부터 흔들 수도 있는 시한폭탄까지 지니고 있는 상황이다.

2013년 문화콘텐츠 수출 규모
2013년 문화콘텐츠 수출 규모

정부의 규제와 해외 게임사 러시로 매년 쉽지 않은 상황을 보내고 있는 국내 게임사들은 위기 속에서도 게임 콘텐츠의 수출을 활로로 삼아 꾸준한 성장을 일궈왔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발표에따르면 지난해에는 한류 열풍의 주역이라며 요란하게 떠들어댔던 K-POP 등 음악 분야의 수출액 2,718억 원의 10배를 가뿐히 넘는 규모인 3조 2,209억 원의 수출액을 기록했다.

이 같은 게임 수출액은 국내 콘텐츠 수출액 전체 중 절반 이상인 58%를 차지하는 규모다. 올해는 3조 7,000억 원 대의 수출액을 달성하며 전체 콘텐츠 수출액 6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게임 수출액이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중국에서 벌어들이는 국산 온라인게임의 수익이 큰 몫을 하고 있다. 2001년 위메이드의 '미르의 전설'을 시작으로 중국 진출의 포문을 연 한국 게임은 중국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올랐으며, 2002년에는 중국 내 한국산 게임 점유율이 70%에 육박했다.

현재도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인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는 전세계 420만 동시접속자수를 돌파하고 중국에서만 연매출 1조원을 기록하고 있으며, 네오플의 '던전앤파이터'도 중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국산 게임을 이야기 할 때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중이다.

중국 게임 온라인게임 순위
중국 게임 온라인게임 순위

그러나 국산 온라인게임 흥행작 대부분은 오래 전 중국에 진출해 해당 장르를 선점해 인기를 끌고 있는 작품들에 그친다. 최근 중국에 진출한 국산 온라인게임 신작 중에서는 성공한 게임을 쉽게 찾아볼 수가 없다. 그나마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앤소울'과 자회사 아레나넷의 '길드워2' 정도가 온라인게임 인기 순위 차트 상위권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론칭 초반 국내에서 폭발적인 흥행을 기록한 개발비만 400억 원의 대작 '테라'도 어렵게 20위 내에 걸쳐있다.

반면 현재 중국의 온라인게임 차트 상위권에서 살펴볼 수 있는 신작 온라인게임은 대부분 중국산이다. 중국산이 아닌 게임을 찾아보자면 중국에서도 어마어마한 팬층을 보유한 블리자드의 '하스스톤' 밖에 없다. 한국 게임이라면 중국 게이머 모두가 주목할 정도로 독보적인 인기와 위상을 누렸던 일이 언제 과거의 영광으로 치부될지 모르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중국자료
중국자료

실제로 중국 게임출판물공작위원회(GPC)에서 발표한 '2014 1~6월 중국 게임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클라이언트, 웹, 모바일, 소셜 게임을 포함한 올해 상반기 중국 내 자체개발 게임 매출액은 343억 9,000만 위안(한화 약 5조 5,34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3% 성장했다. 2014년 상반기 중국 게임시장 총액이 496억 2,000만 위안(한화 약 8조 1,997억)임을 감안하면 50%를 가뿐히 넘어서는 수치다.

보고서의 내용처럼 중국 내 자체개발 게임 매출 비중이 매년 늘어가고 있기 때문에 국산 온라인게임의 중국 진출의 문은 더욱 좁아질 수 밖에 없다. 국내 콘텐츠 수출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대(對) 중국 게임 수출이 점점 힘들어진다면 전체 콘텐츠 수출액 중 절반 이상을 담당하는 국산 게임 수출에 언제 빨간 불이 켜져도 이상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국내 게임사업의 발전과 국내 문화 콘텐츠 수출이라는 양쪽 모두의 측면에서 적극적인 중국 공략이 필요한 시점이 분명하지만, 점점 좁아만 지고 있는 중국 진출의 문은 넓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중국은 자국의 게임산업 보호와 외국 업체의 시장 장악 방지를 위해 실시 중인 판호제를 실시 중이다. 판호는 일종의 서비스 허가권으로 중국에 진출하고자 하는 게임사들은 직접 현지 법인을 설립해 게임을 서비스할 수 없고, 대리인을 거쳐서만 중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그간 국내 게임사들은 중국 내 퍼블리셔에게 판권을 넘겨 중국의 문화부의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어렵게 판호를 발급받아 게임의 중국 진출을 추진해 왔다. 판호의 발급은 짧으면 2개월에서 길면 6개월 정도 걸리는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최근에는 해외 게임에 내주는 판호도 2~3개 수준으로 대폭 감소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쉽지 않은 중국 진출은 온라인게임의 문제만은 아니다. 모바일게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중국 모바일게임자료
중국 모바일게임자료

현재 중국 모바일게임 시장 매출은 2014년 상반에만 125억 2,000만 위안(한화 약 2조 689억 원)에 달한다. 무려 전년동기에 비해 394% 성장한 수치다. 상반기 시장 규모가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 1년 매출과 맞먹고 올해 스마트기기로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가 4억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 모바일게임 시장은 우리나라 게임사들에게 너무나도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처럼 매력적인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서 국내 게임사들이 넘어야 할 벽이 너무나도 많다. 온라인게임이 판호라는 큰 벽을 넘는 것으로 중국 진출을 시작한다면, 모바일게임은 다양하게 존재하는 걸림돌이 문제다.

일단 모바일게임의 중국 진출의 가장 큰 걸림돌은 정확한 시장 파악이 어렵다는데 있다. 현재 중국에는 구글이 진출해있기 않기 때문에 정식 구글 플레이 마켓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300개 이상의 3자 마켓이 존재하고, 주요마켓을 추려봐도 20~30여개에 달한다. 주요 마켓에만 진출하려고 해도 각 마켓 별로 다른 결제 모듈과 입점 심사과정 등에 게임을 맞추려면 게임사에 걸리는 과부하가 어마어마하다.

이처럼 너무나도 많은 마켓이 존재해 직접 진출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대부분 다양한 마켓 진출 노하우와 라인을 가진 중국 내 퍼블리셔를 통해 중국에 진출하는 방법은 선택하는데 이 또한 만만치 않다. 일단 계약을 체결해 큰 고민을 덜었다고 해도 UI버튼 하나하나부터 까다롭게 살펴보는 중국 퍼블리셔의 요청에 맞추기도 결코 쉽지 않은 것이다. 자금 흐름에 여유가 없는 개발사라면 이러한 과정에서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위챗대쉬 이미지
위챗대쉬 이미지

▲텐센트의 '위챗 대쉬'. 머플러의 흔들림이나 각종 구성이 '윈드러너'에 스킨을 입힌 듯 흡사하다.

계약이 완료된 이후의 고민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아이디어형 게임의 경우 아예 중국 진출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다. 아이디어 게임의 경우 게임 소개서와 APK 파일만 몇 번 왔다갔다하면 버젓이 복제게임이 중국에서 서비스 된다. 심지어는 중국 최대의 게임사 텐센트마저도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캐주얼게임은 유사 복제게임을 만들어 서비스 하는 등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1년 미국을 제치고 지적재산권 출원 1위를 기록 중인 중국 이지만, 빡빡한 자국 내 지적재산권의 재산 인정 여부와 달리 여전히 해외 회사에 대한 지적재산권 인정은 널널한 편이다. 해외에 진출한 게임이나 콘텐츠 등 수출 상품이 복제로 위협을 받으면 적극적으로 보호에 열을 올리는 유럽의 경우처럼 우리정부도 복제게임으로 중국진출을 포기하는 기업이 생기지 않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연구하고 도입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이 외에도 다양한 걸림돌이 존재한다. 외국 업체의 자국 시장 장악을 극도로 꺼리는 중국 정부가 현재 온라인게임에 도입해 운영 중인 판호제를 모바일게임에도 도입한다는 소식 전해지고 있으며, 모바일게임도 온라인게임이 보여준 것처럼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우리나라 게임이 언제까지 중국 게임에 비해 더 나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실제로 최근 중국에는 최근 많은 인력이 투입되면 유리할 수 밖에 없는 찍어내기 식 중국 스타일 RPG를 벗어나 게임의 밸런스 조정 작업과 서버간 동기화 작업 등으로 개발에 많은 노하우와 기술력이 필요한 전략 장르의 출시도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유명 일러스터를 영입해 게임의 퀄리티를 더욱 높이고 있는 것은 기본이며, 만화와의 콜라보레이션, 영화와의 콜라보레이션 등 국내에서도 보기 힘든 다양한 시도가 진행 중이다.

중국 자료
중국 자료

​더불어 올해 상반기 중국 게임 수출액 8억 달러(한화 약 8,134억 원) 중 상당 부분을 모바일게임이 차지할 정도로 이미 자국 내에서 검증이 완료된 게임도 수두룩하다. 실제로 중국 내 차트는 '클래시오브클랜', '붐비치', '모두의마블' 등을 제외하면 대다수가 검증된 중국 게임의 차지다. 오히려 비집고 들어갈 틈이 온라인게임보다 적어 보일 정도다.

아직은 우리나라의 게임사들이 더 나은 기술력과 기획력으로 많은 수출을 일궈내고 있지만, 곧 온라인게임 시장이 보여준 것처럼 '테라', '블레이드앤소울', '길드워2', '아키에이지' 등의 제작비만 수백억에 달하는 대작 게임이 아니라면 중국 시장에 명함도 못 내미는 시대가 빠르게 다가올 수 있다.

이처럼 중국 정부의 비호책 아래 양과 질적인 부분에서 크게 성장한 중국시장에 우리나라 게임사들의 진출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내 콘텐츠 수출 1위인 게임 중에서도 그 규모가 가장 큰 중국 수출에 적신호가 켜질 위기에 처했다며, 이제는 우리 정부도 규제 일색의 정책에서 벗어나 게임에 대한 정확한 연구를 통해 다양한 진흥책과 수출 기업에 대한 지원 등을 추진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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