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 위기보고서] 치열한 모바일 마케팅 전쟁, 아이디어만 믿다가는 그냥 사라진다

[게임산업 위기보고서 1부 : 점점 어려워지는 한국 게임 시장]
8화. 치열한 모바일 마케팅 전쟁, 아이디어만 믿다가는 그냥 사라진다

[본지에서는, 대형 기획 '대한민국 게임산업 위기보고서 : 그래도 희망은 있다'를 통해 한국 게임산업에 대한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내용을 다룰 계획이다. 이번 기획이 한국 게임산업의 총체적 위기를 진단하고, 한국 게임사들에게 진정한 위기를 타파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서비스 게임 549개, 누적 가입자 5억 2천만 명, 월평균 순이용자 2천만 명. 얼마전 발표된 카카오 게임센터 2주년 동안 기록한 수치다.

카카오 게임센터로 대표되는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이 정말 폭발하고 있다. 카카오 게임센터 1주년 때에만 해도 서비스되던 게임이 100개 정도였지만, 불과 1년만에 5배로 늘어났으며, 이 외에 카카오 게임센터로 출시되지 않고, 직접 구글플레이 스토어나 티스토어 등 국내 마켓으로 출시되는 게임까지 따지면 일주일에도 수십개의 게임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카카오 게임센터
카카오 게임센터

하지만, 문제는 눈 깜짝할 사이에 폭발적으로 늘어난 게임 수와 달리 모바일 게임을 즐기는 인구 자체는 그다지 큰 변화를 보이고 있지 않은 점이다. 때문에 필연적으로 한정된 게이머들의 스마트폰 메모리 안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존 게임들과 새롭게 출시되는 게임들의 피 튀기는 생존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온라인 게임의 경우 한번 성공을 거두면 적어도 2년 이상 꾸준한 모습을 보이지만, 모바일 게임의 경우 100만 이상 다운로드를 기록한 게임도 몇 달 뒤면 순위권에서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심지어는 모두의 게임으로 1400만 다운로드라는 엄청난 수치를 기록한 핫독스튜디오가 최근 실적 부진으로 청산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과거 온라인 게임이 그랬듯이 모바일 게임 역시 게임이 별로 없었던 카카오 초창기 시절에는 게이머들의 입소문만으로도 어느 정도 마케팅 효과를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워낙 많은 게임이 쏟아지고 있어 자금을 투입한 마케팅이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아무리 좋은 게임이라고 하더라도 제대로 알리지 못한다면 게이머들은 출시됐는지도 모르고 그냥 다른 게임을 즐기기 마련이다.

카카오 게임센터 초창기처럼 카카오 게임센터로 어떤 게임이 출시됐는지가 화제가 되던 그런 시기는 이미 지났다. 아이디어만 믿고 아무런 마케팅을 하지 않는다면 그냥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는게 현실이다. 열심히 노력해서 카카오 게임센터에 입점하고도 소리소문 없이 서비스를 종료한 게임이 벌써 60여개가 넘는다. 작은 회사만 그런 것도 아니고 넷마블의 런닝몬, NHN엔터테인먼트의 펀치버스터 등 대형 퍼블리셔들도 마찬가지이며, 다음은 아예 모바일 플랫폼인 다음모바게 서비스를 종료하기도 했다.

그럼, 모바일 게임을 널리 알리기 위한 마케팅을 위해서는 얼마큼의 비용이 필요할까? 얼마만큼 예산을 확보했는가, 그리고 어떤 방식을 택할 것인가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아무리 아낀다고 하더라도 1억은 정말 우습게 날아가는게 현실이다.

사전예약 서비스
사전예약 서비스

일단, 요즘 가장 각광받고 있는 사전 등록 이벤트 비용은 요청 인원수, 대행 업체에 따라 약간씩 다르긴 하지만 대략 1인당 1000원 정도의 예산이 투입된다. 즉, 1만명이라면 1000만원. 회사 자체적으로 사전 예약 이벤트를 진행하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웬만큼 인지도가 높은 회사가 아니고서는 대행 업체를 쓰는 것이 안전하다.

카카오 게임센터 입점 게임이라면 카카오톡 사용자들을 위한 스티콘 마케팅을 고려하게 된다. 스티콘은 카카오톡에서 사용하는 이모티콘으로, 카카오톡 사용자들이 이 이모티콘을 쓰면 쓸수록 입소문 마케팅이 되기 때문에 많은 회사들이 신청하고 있다(스티콘을 신청해야만 카카오게임센터에서 노출을 많이 시켜준다는 속설도 있다).

드래곤가드 스티콘
드래곤가드 스티콘

이 스티콘의 가격도 만만치 않다. 이전에는 최대 100만 다운로드에 6000만원이었으나, 최근 가격 정책을 변경해 건당 300원이 됐다. 이모티콘을 받기 위해서는 게임 다운로드를 받아야 하니 1만명이 다운로드 받으면 300만원이고, 이전처럼 6000만원을 내면 고작 20만 다운로드만 지급된다. 즉, 스티콘 가격만으로 보면 5배가 올랐다. 카카오 측은 100만 다운로드를 다 소진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 오히려 개발사들에게 이득이 된다는 입장이지만, 결론적으로는 가격 인상이 된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불과 몇 달 전만 하더라도 모바일 게임 마케팅의 필수요건으로 여겨졌던 CPI와 CPA도 상당한 가격을 자랑한다. CPI와 CPA는 이른바 돈 버는 앱으로 알려진 광고 앱을 활용한 마케팅으로 CPI는 게임을 설치만 해도 적립이 되는 방식이고, CPA는 일정 수준까지 플레이를 해야 적립이 되는 방식이다. 물론, 일정 기준까지 플레이를 해야 하는 CPA가 훨씬 비싸다. 요즘은 다운로드보다 잔존율을 더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좀 뜸해졌지만, 만약 CPI 마케팅을 진행한다면 사전 예약 마케팅과 비슷한 비용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 외에도 점점 사용자가 늘어나고 있는 페이스북에 광고를 한다면 최소 비용이 500만원부터 시작이며, 요즘 대기업들 중심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지하철 스크린도어 광고는 역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1개당 160만원에서 600만원 정도다. 아예 끝장을 보겠다는 생각이면 네이버 광고나 TV 광고를 생각해볼 수 있다. 이는 영화나, 스마트폰 등 타 산업과도 가격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어마어마한 단위의 금액으로 상승하게 된다. 참고로 TV 광고는 최소 억단위이며, 네이버 광고는 가장 비싼 위치인 메인 광고의 경우 1시간당 약 200만원에서 3000만원 정도이다.

모두의마블 tv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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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 모든 것을 다 하려 한다면 몇십억은 정말 우습다. 최근 엄청난 마케팅으로 단기간에 매출 순위를 상승시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슈퍼셀의 클래시 오브 클랜의 경우 100억 이상의 금액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게임이 이정도 쓰는 것은 아니지만, 지하철이나, 포털 등 주위에서 광고가 좀 보이는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게임이라면 적어도 10~30억의 금액이 투입됐다고 보면 된다. 실제로 현재 구글 플레이 스토어 매출순위를 보면 상위권에 배치된 게임들은 대부분 적지 않은 마케팅 비용을 투입했다고 알려진 게임들뿐이다. 게임 개발비로 몇억이 소요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부담을 느끼는 중소 게임사 입장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금액이다.

이렇듯 현재의 모바일 게임 시장은 아무리 뛰어난 아이디어가 있다고 하더라도 적절한 마케팅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성공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요즘 퍼블리셔 없이 단독 서비스를 노리는 개발사들이 거의 사라진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대형 퍼블리셔라고 해서 모든 게임에 이런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아니지만, 성공한 게임이 하나 있으면 크로스 프로모션 등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는 만큼, 중소 게임사의 단독 서비스보다는 대형 퍼블리셔 산하에 있는 것이 훨씬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구글과 애플의 수수료에, 카카오 수수료, 거기다 퍼블리셔 수수료까지 빼면 개발사에 남는 금액은 쥐꼬리만큼이라고 하지만, 중소 개발사 입장에서는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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