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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산업 위기보고서] 검증된 외산 게임의 침공. 게이머들 눈만 높아졌다

조영준

[게임산업 위기보고서 2부 : 안방 내준 게임 한류]
4화. 검증된 외산 게임의 침공. 게이머들 눈만 높아졌다

[본지에서는, 대형 기획 '대한민국 게임산업 위기보고서 : 그래도 희망은 있다'를 통해 한국 게임산업에 대한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내용을 다룰 계획이다. 이번 기획이 한국 게임산업의 총체적 위기를 진단하고, 한국 게임사들에게 진정한 위기를 타파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요즘 할 만한 게임이 없다…”

국내 게이머들에게 심심찮게 들려오는 말이다. 한 달에도 온라인, 모바일을 가리지 않고, 수십 수백 개의 게임이 출시되고 있지만, 게이머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게임의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모양새다.

온라인게임의 인기 순위를 엿볼 수 있는 PC방 순위를 살펴보면 라이엇게임즈의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가 무려 109주,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연속으로 1위를 기록하고 있고, 2위~5위 순위 역시 넥슨의 피파온라인3, 서든어택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아이온, 블레이드&소울 등이 자리 바꾸기 식으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이미 후속작이 나왔음에도 여전한 인기를 자랑하는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나 워크래프트3의 경우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현역’으로 게이머들의 선택을 받고 있는 모습. ‘할 게임이 없다’는 게이머들이 수 많은 신작들을 마다하고 10년 동안 같은 게임을 반복해서 플레이 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무엇 때문에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 메가 히트를 기록하며 게이머들을 열광케 했던 해외게임들의 향수를 게이머들이 잊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지적하고 있다. 혁신적인 콘텐츠로 게이머들의 눈과 귀를 번쩍 뜨이게 한 해외게임들의 ‘재미’를 지금의 신작 게임들이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디아블로2

이런 해외게임들의 침공은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됐다. 지난 2000년 등장한 디아블로2는 개성 넘치는 7개 명의 캐릭터를 통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스킬 시스템과 ‘핵&슬래쉬’ 스타일을 완성한 전투 시스템 등 지금의 액션 온라인게임의 기틀을 세웠다고 무방할 정도의 완성도를 선보여 높은 인기를 얻었다.

이중에서도 국내 게이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요소는 바로 캐릭터의 능력치를 상승시키기 위해 반복적인 사냥으로 아이템을 모으는 이른바 ‘아이템 파밍’ 시스템이었다. 기존의 온라인게임의 경우 아이템을 얻고 이를 강화하는 식으로 캐릭터의 능력치를 상승시켰다면, 디아블로2는 같은 아이템이더라도 등급과 능력치가 모두 다르게 구성되어 있어 게이머들의 수집욕을 자극했다.

더욱이 최고레벨을 달성해도 계속 캐릭터의 능력치를 높일 수 있는 아이템이 등장해 지속적으로 게임에 몰입하게 한 것은 물론, 직업별 아이템을 다르게 등장시켜 자연스럽게 다른 캐릭터를 육성하도록 유도했다.

더욱이 같은 직업의 캐릭터라도 아이템의 구성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사냥 혹은 PvP를 진행할 수 있어 각종 스킬 조합 및 아이템의 구성으로 여러 갈래의 육성방식이 등장하는 등 단순히 아이템을 모으는 것을 넘어 게임의 플레이를 풍성하게 해주는 요소로 자리잡기도 했다. 실제로 고 레벨을 달성할 경우 오로지 아이템을 얻기 위해 게임을 접속하는 지금의 ‘아이템 파밍’ 풍토가 바로 디아블로2를 즐기던 게이머들로부터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디아블로2

이처럼 디아블로2가 선보인 ‘아이템 파밍 시스템’이 국내 게임에 미친 영향은 엄청났다. 현재 인기를 얻고 있는 MMORPG, 액션 온라인게임 중 고 레벨 게이머들을 위해 등장하는 콘텐츠 상당수가 이 같은 모습을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 바로 그 증거다.

문제는 이후 등장한 많은 온라인게임들이 ‘새로운 콘텐츠’를 내세우며 등장했지만 결국 오랜 시간 이어지는 반복적인 ‘아이템 파밍’ 시스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는 10년을 넘어 등장한 후속작 디아블로3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13년 전 확립된 시스템이 아직도 현역으로 등장하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아이템 파밍’ 식의 진행에 게이머들이 식상함을 느끼고 있지만, 파밍 요소가 없을 경우 고 레벨 게이머들의 입맛을 충족시킬 콘텐츠가 마땅히 없다는 것도 개발사들의 고민 중 하나다.

wow

블리자드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이하 WOW) 역시 비슷한 사례다. 지금의 퀘스트 중심의 게임진행을 확립시킨 WOW는 거대 보스를 처치하는 인스턴스 던전 및 매 주 한번 등장하는 ‘레이드 던전’에서 진행되는 이른바 ‘공격대’라는 혁신적인 콘텐츠로 게이머들에게 대규모 협력 플레이를 선사하며 ‘WOW 폐인’이라는 신조어를 만들기도 했다.

여기에 워크래프트에서부터 시작된 심도 깊은 스토리라인을 바탕으로 한 확장팩을 통해 게임의 규모를 점차 키워가는 해외 MMORPG의 업데이트 방식과 함께 다채로운 콘텐츠와 깊이 있는 스토리, 재치 있는 이벤트 등 MMORPG 패러다임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더욱이 서비스가 진행될수록 거대 길드 간의 알력 싸움이 심화되어 초보자들이 적응하기 힘들었던 기존의 온라인게임들과는 달리, ‘함께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레이드를 통한 파티 플레이를 중심으로 게이머들에게 협력 플레이를 자연스럽게 유도해 신규 게이머들의 문턱을 낮췄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WOW가 큰 성공을 거둔 이후 등장한 온라인게임들 역시 레이드 던전, 퀘스트 중심의 게임진행, 독자적인 세계관을 구축하는 등의 콘텐츠를 앞세워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 게임들은 매력적인 캐릭터를 통해 진행되는 퀘스트 시스템과 시리즈를 거듭하며 쌓인 콘텐츠의 양을 따라가지 못해 게이머들의 흥미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더욱이 WOW를 통해 이미 하나의 완성된 시스템을 본 게이머들이 이들 게임들의 콘텐츠에 만족할 리 없어 게임에 대한 끊임없는 비교를 통해 게임의 재미 자체를 부정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기도 한 것이 사실이다. 하나의 온라인게임이 이후 등장하는 작품들에게 하나의 좋은 교훈을 남기기보다는 ‘넘을 수 없는 벽’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는 MMORPG 장르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라이엇게임즈의 LOL의 경우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압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이후 등장한 히어로즈 오브 뉴어스(이하 HON)과 같은 AOS 장르의 게임들은 고전을 면치 못해 결국 국내 서비스를 종료하기도 했다.

과거 캐주얼 장르가 인기를 끌던 스마트폰 게임 시장 초창기 국내 게이머들의 눈을 사로잡은 게임 역시 로메오의 ‘앵그리버드’, 이만지 스튜디오의 ‘템플런’, 팝캠 게임즈의 ‘플랜츠 VS 좀비’ 등 이미 전세계에서 호평을 받았던 해외 게임들이었다.

클래시오브클랜

특히, 최근 100억 원에 달하는 거대 마케팅을 통해 게이머들의 눈도장을 확실히 받은 슈퍼셀의 ‘크래시오브클랜’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해외 모바일게임들이 호시탐탐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을 노리고 있는 점도 향후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주목해야 될 부분 중 하나다.

잘 만들어진 하나의 게임을 뛰어넘는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더욱이 해외에서 인정받은 게임들을 경험한 국내 게이머들에게 차별화된 요소를 선보이면서 이들 게임과 비슷한 수준의 완성도를 선보인다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국내 게임 시장은 이제 익숙함과 새로움을 동시에 갖춘 콘텐츠를 선보이는 동시에 수준 높은 완성도와 새로운 수익구조를 찾아야하는 까다로운 시장으로 변화된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해외 게임들을 통해 눈높이가 높아진 국내 게이머들의 입맛도 충족시켜야 하는 숙제도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 과연 어떤 게임들이 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앞으로의 모습이 궁금하다.

: 디아블로2 월드오브워크래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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