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NAS마니아가 된 까닭' - 3D캐릭터 모델러 김두한

前서든어택 3D캐릭터 모델러 김두한의 NAS 예찬론

PC의 하드디스크(이하 하드)는 각종 파일과 데이터를 저장해 두는 보조저장장치다(주저장장치는 메모리(램)이다). 다른 주요 부품, CPU나 그래픽카드, 메모리 등 지난 몇 년간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하드는 그에 비해 저장공간만 커졌을 뿐 별다른 개선사항이 없다. 물론 디스크가 아닌 메모리를 내장해 파일 읽기/쓰기 속도를 대폭 강화한 SSD(Solid State Disk)가 기존 하드 시장의 대안으로 자리잡았지만, 아직까지는 가격대비 용량 측면에서 일반 하드에 미치지 못한다.

현재 일반 하드는 2TB(약 2,048GB) 이상의 제품이 10만 원 내외로 판매되고 있지만, SSD는 1TB 제품이 40~50만 원에 이른다. 일반 사용자라면 300~500GB의 SSD가 성능 개선 면에서 적합할 수 있지만, 대용량 파일 저장이 잦은 작업 환경에는 대개 일반 하드가 주로 사용된다. 여러 하드를 하나의 케이스에 넣어 네트워크를 통해 사용, 공유하는 저장장치인 NAS(Network Attached Storage)가 그에 해당된다.

NAS는 주로 그래픽 또는 동영상 편집 작업을 업으로 하는 이들이 사용한다. 작업 데이터 용량이 워낙 크기도 하거니와 이를 동료와 공유하는데 NAS만큼 편한 기기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게임 개발 분야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데, 게임 내 캐릭터나 배경, 아이템 등을 디자인하는데 요긴하게 활용되기 때문이다.

지난 2005년 8월 출시되어 10년간 '국민 총쏘기(FPS) 게임'으로 군림하고 있는 '서든어택'의 캐릭터 모델러(character modeler)였던 김두한 씨는, NAS와 하드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캐릭터 모델러는 3D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디자인하고 이를 입체적인 형상으로 만드는 역할을 담당한다. 어렸을 적부터 무언가 그리고 만드는 것을 좋아했던 그는, 대학 조형학부에 진학해 애니메이션을 전공했다. 3D 애니메이션 수업을 들으면서, 이 분야가 '그리기'와 '만들기'를 모두 할 수 있다고 판단했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모델러의 길을 차근차근 준비했다.

김두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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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캐릭터는 우선 컨셉이 담긴 스케치나 2D 원화를 토대로 3D 모델링 프로그램의 '모델링' 작업을 통해 3D조각상으로 만듭니다. 이후 매핑 작업으로 캐릭터에 색을 입혀 보다 입체적으로 보이게 하는 거죠. 이런 작업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고성능 PC가 유리하고요. 작업 데이터가 워낙 방대하다 보니 저장공간도 넉넉해야 합니다. 어쩌면 저희들에게는 고용량 하드가 고성능 CPU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대학 졸업 후 그는 서든어택의 개발사인 '게임하이'에 입사해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했다. 특히 인기 걸그룹 '에이핑크'의 '손나은' 캐릭터를 만들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회상했다. 입사 후 그의 첫 프로젝트였고, 무엇보다 손나은 씨가 정말 예뻤기 때문이라 고백했다.

"캐릭터 모델러가 이런 장점도 있구나 했죠. 결정적인 건 '미스에이'의 '수지' 씨가 참여하는 CF촬영 현장에 동참했던 경험이었습니다. 꿈에서나 볼 수 있을 그녀를 직접 눈 앞에서 볼 수 있었죠. 실존 인물을 게임 캐릭터로 만들려면 양질의 사진 데이터가 엄청 필요하거든요. 화보촬영 사진작가처럼 신나게 촬영하고 재미있게 작업했던 기업이 납니다."

김두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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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든어택 내 걸그룹 캐릭터. 에이핑크 정은지(좌), 손나은(우)>

서든어택 캐릭터를 창조한 그라지만 정작 서든어택은 그리 잘하지 못한다고 실토했다. 자신이 만든 캐릭터가 게임에서 어떻게 등장하는지 확인하려 몇 번 실행해 본 게 전부라고. 이후 그는 게임하이에서 이직해 현재 모바일 FPS 게임인 '샌드스톰'의 그래픽 품질 개선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스마트폰에서도 PC 못지 않은 우수한 품질의 그래픽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그가 캐릭터 소재를 발굴하는 주요 소스는 독특하게 인터넷 쇼핑몰이다. 아무래도 FPS 게임은 남성 사용자가 많은데, 그러다 보니 여성 캐릭터를 만들 기회가 자주 생기고, 그에 따라 여성의류 쇼핑몰 등을 자주 방문해 의상 코디나 유행 트렌드를 참고하고 있다.

"캐릭터 데이터뿐 아니라 각종 쇼핑몰 이미지나 자료 등도 보이는 족족 저장해 둡니다. 그러니 하드 용량이 받쳐주지 못하면 정말 불편합니다. 현재 사용하는 PC에는 1TB 하드가 하나 달려 있고, 500GB 외장 하드도 따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마 조만간 1TB급 하드를 추가 구매해야 할 것 같은데요."

그가 NAS를 사용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모델러 선배의 강력한 권유에 반신반의하며 접했는데, 이제는 NAS가 없으면 작업이 곤란할 정도라 한다. 하드를 여러 개 장착해 저장공간을 좀더 확보할 수 있다는 이유도 있지만, 그가 NAS를 애용하는 건 역시 '유연한 공유 기능' 때문이다.

김두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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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하나를 만드는 데는 저와 같은 캐릭터 모델러를 비롯해, 기획자, 캐릭터 애니메이터, (서버 및 클라이언트) 프로그래머, 데이터베이스 프로그래머 등 수십 명의 전문가들이 달라 붙어야 합니다. 그러니 데이터 공유는 필수 중에 필수죠. NAS를 사용하기 전에는 수십, 수백 MB에 달하는 캐릭터 데이터를 외장 하드에 복사해서 이 자리 저 자리를 돌아다니며 공유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NAS가 있으니 그럴 필요가 없어졌어요. 결정적으로 작업 능률이 높아지더라고요."

그는 이제 팀용 NAS 외 개인용 NAS도 장만해 사용하고 있다. 중요한 데이터를 PC에만 저장해 둘 게 아니라 백업용 공간으로도 활용하기 위함이다. NAS에 대해 공부하다 보니 이제는 NAS 마니아가 다 됐다고. 그는 나름대로의 NAS 및 하드 선택 기준을 따르고 있다.

"NAS에 들어가는 하드는 일반 PC용 하드와는 다릅니다. NAS의 특성 상 1년 365일, 하루 24시간 늘 동작하기 때문에 안정성과 신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거든요. '데이터가 곧 밥줄'인 저희들에게는 더욱 그렇습니다. 적어도 NAS용 하드는 무조건 싼 제품이 아닌, 반드시 안정성/신뢰성이 검증된 제품을 써야 합니다."

그는 자신의 책상 한 켠에 놓여있는 개인용 NAS를 보여줬다. 글로벌 NAS 전문업체인 시놀로지(Synology)의 'DS-414' 기기에, WD(웨스턴디지털)의 NAS 전용 하드인 'RED 6TB' 3개를 사용하고 있다. 저장용량은 무려 25TB에 달한다.

"저희들에게 1TB는 사실 그리 여유로운 공간이 아닙니다. 그러니 하드 하나 당 용량이 큰 게 가장 좋죠. 그런 면에서 RED 6TB는 정말이지 제 작업에 딱 맞는 하드라 할 만합니다. 한 프로젝트와 관련된 모든 파일을 몽땅 한 곳에 저장할 수 있으니 편합니다. 안정성 면에서도 시놀로지 NAS 기기와 WD RED 시리즈는 이미 정평이 나 있더군요. NAS 사용자들의 의견을 들어 보면, NAS 기기는 각각 달라도 거의 대부분 WD RED 시리즈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NAS 전용 하드니 그렇겠죠."

시놀로지 NAS인 DS-414는 4개의 3.5인치 하드를 장착할 수 있는 가정용/소호(SOHO)용 NAS 기기다. NAS 시장 세계점유율 1위를 유지할 만큼 시놀로지는 안정성과 성능 면에서 인정 받고 있는 브랜드다. 한편 WD RED 시리즈 하드는 NAS 기기에 최적화한 전문가용 하드다. 이를 위해 WD는 안정성과 내구성, 대용량 공간, 그리고 NAS 운영에 꼭 필요한 펌웨어 등을 가미했다. RED 시리즈는 내부 디스크의 분당 회전수(RPM)가 5,400인 'RED'와 7,200인 'RED Pro'로 나뉜다. 분당 회전수가 높으면 파일 읽기/쓰기 성능도 좋다. (WD RED Pro 리뷰 참고 - http://it.donga.com/18980/)

김두한5
김두한5

"NAS를 사용하면서 얻는 가장 큰 혜택은, 여유로운 저장공간과 NAS 자체의 파일 버전(versioning) 관리 기능 덕택에 작업 효율성이 높아졌다는 점입니다. 팀원끼리 혹은 팀간 협업을 하는데 있어 작업 결과를 신속하게 한데 모으고 버전 별로 관리할 수 있으니 이중작업을 하지 않아도 되고, 자리 왔다 갔다 할 일 없으니 좋더라고요. 여담이지만, 듣자 하니 WD가 하드 특성 별로 색상 이미지를 넣어 제품 라인업을 구성했다 하던데요. RED 시리즈가 '고성능', '고신뢰성' 모델이라 합니다. 제가 만들고 있는 게임 캐릭터도 이처럼 색상으로 그 특성을 구분할 수 있으면, 게임 사용자가 간편하게 식별할 수 있을 거 같네요. 아이디어 좀 빌려야겠습니다."

그는 앞으로 캐릭터 모델러 단계에서 한발 더 나아가, 영상 제작 및 편집 분야에도 진출할 생각이다. 이전부터 벼르고 있던 터라 영상 관련 정보와 지식을 틈틈이 습득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금은 게임 일러스트와 원화 작화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3D 모델링의 기본은 어쨌든 2D 원화이기 때문이다. 그의 25TB NAS가 꽉꽉 채워질 만한 왕성한 활동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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