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 위기보고서] 영화산업과 게임산업의 종사자 현황 비교

[게임산업 위기보고서 3부: 불합리한 정부 규제와 영향]
2화. 영화산업과 게임산업의 종사자 현황 비교

[본지에서는, 대형 기획 '대한민국 게임산업 위기보고서 : 그래도 희망은 있다'를 통해 한국 게임산업에 대한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내용을 다룰 계획이다. 이번 기획이 한국 게임산업의 총체적 위기를 진단하고, 한국 게임사들에게 진정한 위기를 타파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직원들이 ‘나 게임회사 다닌다’고 주변에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기업 문화를 만들고 싶다”
중소 게임사 대표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다 보면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는 이야기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두 가지 감정이 교차한다. 하나는 ‘이 사람은 자신의 회사에 애착이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점과 ‘아직까지 게임업계에 대한 세간의 인식이 좋지 못 하구나’라는 점이다.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이 성장을 거듭하며 국내 게임산업은 양적, 질적인 면에서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성장을 거뒀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3 콘텐츠산업백서’에 따르면 국내 콘텐츠산업에서 게임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9.9%에 달할 정도다. 대표적인 콘텐츠 산업으로 손꼽히는 방송과 영화, 출판의 비중이 5.2%, 0.8%, 5.8%에 그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게임산업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다.

위기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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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가 커진 만큼이나 게임산업 종사자 수도 만만치 않게 많은 수를 자랑한다. 2012년 기준 국내 게임산업 종사자 수는 95,051명으로 콘텐츠산업군에서 출판산업(198,262명)의 뒤를 이어 2번째로 많은 종사자가 게임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콘텐츠 산업군 전체에서 게임 산업이 차지하는 수출액 비중이 절반이 넘는 것을 감안하면 국내에서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산업으로 인정받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게임=마약’이라는 기조 하에 만들어진 각종 규제의 올가미에 얽혀 있는 작금의 현실에서 알 수 있듯이 게임에 대한 인식은 매우 부정적이다. 산업군에 대한 인식이 이렇다 보니 게임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에 대한 인식 역시 좋은 편이 아니다. 특히, 게임을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이들에 대한 인식은 여타 콘텐츠산업군 종사자에 비해서도 좋지 않다.

이러한 인식은 산업 종사자 현황의 증감률에서도 드러난다. 국내 콘텐츠산업 종사자 현황을 살펴보면 출판과 만화를 제외한 모든 산업군 종사자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음악산업 종사자는 연평균 4.2% 증가하고 있으며,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애니메이션산업 종사자도 연평균 3.5% 증가하는 모습이다. 영화산업 종사자는 무려 11.6%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게임산업 종사자는 연평균 -0.1% 증가율을 보였다. 인원이 늘어나기는커녕 미미하게 감소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게임산업이 인력집약적 산업이라기 보다는 기술집약적 산업이기 때문에 타 산업에 비해 머릿수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시장 규모가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에 비하면 산업종사자의 증가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은 부정적으로 판단될 수 있는 현상이다. 새로운 인력이 수급되지 않는다고 해석되기도 하고, 새로운 인력이 수급되는 것만큼 많은 수의 인원이 게임산업군에서 이탈하고 있다고 풀이할 수도 있다.

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앞서 말한 것처럼 게임산업이 여타 산업군에 비해 기술집약적인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인력이 크게 증가하지 않는 것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콘텐츠산업 전반에 해당되는 이야기이기에 이를 게임산업군에만 적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로 게임업계에 대한 국내 대중들의 뿌리 깊은 편견이 한몫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과거에는 ‘게임은 애들이나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고, 성인이 된 후에도 게임을 즐기는 이들은 ‘철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던 시절도 있었다. 또한 청소년들의 학업을 방해하는 대표적인 콘텐츠로 인식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게임을 하는 이들은 공부와는 손을 땐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80, 90년대에는 자리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러한 선입견이 2000년대에 접어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아니. 어쩌면 그 당시보다 냉혹한 시선을 감내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국내 게임산업이다. 과거에는 단순히 학업에 방해가 되는 요소 정도로 게임을 치부했지만 지금은 마약, 도박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는 중독물질로 게임을 분류하려는 움직임까지 일어나고 있으니 말이다. 관련 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해당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위기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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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인 인식으로 인한 산업군의 위축은 60년대부터 90년대 초반까지의 연예계의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과거엔 연예인들을 딴따라라고 부르며 비하하기도 했지만 최근엔 이런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방송, 연예산업은 대중으로부터 선망 받는 산업이 됐다. 빛과 그림자가 존재한다고는 하지만 인기 연예인들의 고소득이 알려지고, 미디어를 통해 지속적인 이미지 개선 작업이 이뤄지면서 업계에 대한 인식 자체가 바뀌어버린 것이다. 방송산업 진출을 희망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실제로 산업 종사자의 수도 매년 4.3%씩 증가하고 있는 것이 이러한 인식 개선의 결과물이다.

이와 함께 게임산업 종사자들에 대한 처우가 좋지 못 하다는 인식도 게임에 대한 이미지가 재고되는 것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국내에서 IT 관련 직종은 유난히 ‘과도한 업무에 비해 휴식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몇 년 사이에 게임산업이 발전하면서 대형 개발사들이 직원들의 복지에도 많은 신경을 기울이기 시작했지만, 모든 개발사가 이러한 풍토를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다. ‘게임은 밤샘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인식은 게임산업에 대한 세간의 평가를 ‘힘들고 견디기 힘든 직종’으로 고착시킬 수도 있다.

열악한 제작 여건이 종종 문제가 되기도 하는 영화산업에 비해 더 많은 경제적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근무환경도 안정적인 게임산업이 오히려 더 가치가 떨어지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종사자들에 대한 이미지 역시 마찬가지다. 영화산업 종사자들은 예술계에 종사한다고 받아들여지는 반면에 마찬가지로 같은 콘텐츠산업군으로 분류되는 게임산업 종사자들에게는 유난히 혹독하고 냉정한 대중의 시선이 날아든다.

‘직원들이 게임회사에 다니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게임사 관계자들의 이야기는 이러한 풍토를 스스로 바꾸고 싶다는 의지와 바람의 표명일 것이다. 어쩌면 수백억의 개발비를 들인 대작 온라인게임의 등장보다 게임산업을 자랑스러워하는 풍토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국내 게임산업 발전을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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