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 위기보고서] 소통 거부. 규제만 외치면 올바른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

[게임산업 위기보고서 3부 :불합리한 정부 규제와 영향]
3화. 소통 거부. 규제만 외치면 올바른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

[본지에서는, 대형 기획 '대한민국 게임산업 위기보고서 : 그래도 희망은 있다'를 통해 한국 게임산업에 대한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내용을 다룰 계획이다. 이번 기획이 한국 게임산업의 총체적 위기를 진단하고, 한국 게임사들에게 진정한 위기를 타파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청소년 보호를 위해 게임산업을 규제를 해야 한다고 한다. 마약보다 더 안 좋은 존재라고 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콘텐츠 수출 산업, 특히 핵심이 되는 게임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했었다. 웃기는 일이지만 모두 한 정부가 한 말이다.

한국 게임산업이 시름시름 앓고 있다. 국가적인 지원을 받으며 무럭무럭 성장한 외국 게임사들의 강력한 공세도 버거운 판에, 지원은 커녕 각종 규제로 손발을 얽어 매고 있는 정부 때문에 이미 자리잡은 대형 게임사들도 휘청거릴 만큼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대통령의 이름을 걸고 대한민국 최고의 게임을 뽑아 표창하고, 해외에 한국을 널리 알린 공로를 인정해 문화콘텐츠 수출대상을 줄 때는 언제고, 이제는 게임업계 종사자들을 전부 마약상 취급하는 상황이다.

더욱 황당한 것은 게임 과몰입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규제라고 하면서, 정작 가장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는 관련업계 종사자들의 말은 전부 무시하고 일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함께 토론하며 최선의 해결책을 찾아도 모자랄 판에, 아예 귀를 닫고 그들만의 논리만 주장하고 있으니, 해결책은 찾을 기미가 안보이고 게임업계의 피해만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셧다운제 이미지
셧다운제 이미지

현재 게임업계에 대한 규제를 대표하는 셧다운제는 소통 없는 일반적인 규제로 인한 폐해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현재 여성가족부의 주도하에 만들어진 강제적 셧다운제와 게임산업 주관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주도한 선택적 셧다운제가 있다. 이 두 법안은 모두 청소년들의 수면권을 보호한다는 명분하에 만들어진 것으로, 같은 목적을 가진 법안임에도 불구하고 여성가족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합의를 하지 못해 비슷한 시기에 별개의 법안으로 시행됐다.

이 두 법안은 당사자인 게임업계와 아무런 논의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돼 게임업계는 두 가지 법안에 대응하는 두 가지 시스템을 모두 만들어내느라 막대한 비용부담을 감수해야 했다.

그나마 청소년들의 과몰입 방지 효과가 있었다면 가치 있는 희생이었겠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여성가족부는 강제적 셧다운제 발표 이후 청소년들의 심야시간 게임이용률이 감소했다면서 성과를 포장하려 했으나,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발표된 바와 같이 청소년 심야 게임 이용 감소율은 0.3%에 불과했으며, 대신 부모 및 타인의 명의를 도용하는 사례는 40%나 증가했다. 실제로 해외에서도 베트남, 중국 등 몇몇 국가들이 셧다운제를 시행했던 적이 있었으나, 효과는 없고 부작용만 늘어 1년만에 폐지한 바 있다.

문화부 여가부 이미지
문화부 여가부 이미지

여성가족부는 이런 실패를 보완하기 위해 이번에는 부모님의 동의하면 셧다운제를 해제할 수 있는 새로운 셧다운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했지만, 이 역시 업계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일방적인 생색내기로 인식되고 있다. 게임업계 입장에서는 또 다시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비용을 투입해야 하며, 만든다 하더라도 국내 정서상 일부러 복잡한 과정을 거쳐가면서까지 자녀의 셧다운제를 해제할 부모가 많지 않을 것이라 예상되는 만큼, 아무런 가치없이 비용만 낭비되는 상황이 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요즘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게임중독법 관련해서도 정부의 답답한 행태는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 게임중독법 선두에 서 있는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은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즐기는 놀이문화인 게임을 마약, 도박, 음주과 동일시 하겠다는 말도 안되는 일을 추진하면서도, 명확한 근거도 없고, 업계 관계자들과의 객관적인 토론도 없이, 감정에 치우친 비상식적인 논리만 펼치는 중이다.

신의진 의원은 게임산업 자체를 부정하겠다는 엄청난 법안을 추진중임에도 불구하고, 종교단체 및 정신과협회 등 자신의 의견에 지지를 보내는 사람들로만 구성된 일방적인 토론회를 개최하고 있을 뿐,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의 심도 있는 대화를 일체 거부하고 있다.

지금까지 신의진 의원이 주도한 토론회에서는 게임중독법 찬성측 인원들로만 자리를 채워 반대 의견을 가진 업계인들이 토론회에 들어가지도 못한 경우도 있었으며, 공정하게 양쪽 의견을 듣고 토론회를 진행해야 할 사회자를 신의진 의원 측인 기선완 인천성모병원 정신과 교수로 선정해 사회자가 토론자를 대신해 “말꼬리 잡지 말라”며 게임업계인의 발언을 묵살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도 있었다.

신의진 의원 홈페이지
신의진 의원 홈페이지
▲신의진 의원 홈페이지 캡처

또한, 규제가 아닌 게임으로 피해를 입는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한 법안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지만, 실제로 발의한 법안에는 광고 및 판촉을 제한해야 하며, 생산, 유통 및 판매를 관리해야 한다는 등 규제일변도의 내용을 담고 있으며, 게임 중독으로 인한 피해에 대한 데이터라면서 근거도 미약한 인터넷 콘텐츠 전체로 인한 중독 피해 데이터를 혼용하는 등 논리적이지 못한 모습만 보이고 있다.

신의진 의원은 이번에 열릴 국정감사에서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7개 회사의 대표의 증인 출석을 요구한 상태다. 그러나 게임업체 대표들의 거센 반발이 있자 지난달 25일 업체 대표들과 비공식 회담을 나누고, 지난 2일 개최된 제10회 전국장애학생 e스포츠 대회에 참석해 CJ넷마블 권영식 대표와 대화를 나누는 등 다소 변화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다만 기존에도 중독법에서 게임을 뺄 수도 있다는 말을 했다가 다시 말을 바꾼 선례가 있어 게임업계들의 기대는 그리 크지 않은 상황이다.

사고가 터지면 규제부터 서두르는 우리 정부와 다르게 총기사고 사건이 발생했을 때 폭력게임과 총기사건의 연관성을 분석하기 위해 예산 1000만 달러를 투입한 오바마 정부의 모습을 우리나라에서도 기대하는 것은 무리겠지만, 적어도 진정 보호를 위한다면 논리적인 근거와 업계와의 진정성 있는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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