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 위기보고서] 정부가 원하는 것은 국익인가? 세금인가?

[게임산업 위기보고서 3부 :불합리한 정부 규제와 영향]
4화.정부가 원하는 것은 국익인가? 세금인가?

[본지에서는, 대형 기획 '대한민국 게임산업 위기보고서 : 그래도 희망은 있다'를 통해 한국 게임산업에 대한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내용을 다룰 계획이다. 이번 기획이 한국 게임산업의 총체적 위기를 진단하고, 한국 게임사들에게 진정한 위기를 타파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정부에서는 국민들의 이익과 보호를 위해 각종 법안을 통해 이를 제제하거나 육성하는 법안을 만들어 왔다. 규칙이나 규정에 의거해 일정한 한도를 정하거나 정한 한도를 넘지 못하게 막는 제제 법안인 ‘규제’ 가 바로 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스크린쿼터제다. 1966년부터 시행된 스크린쿼터제는 모든 극장에 연중 5분의 2에 해당하는 1백46일 이상 한국 영화를 상영하도록 의무화하는 '규제' 법안으로, 그 동안 많은 위기를 겪었지만 영화업계의 강경한 대처와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현재까지 운영되는 대표적인 문화 콘텐츠 법안으로 꼽힌다.

이를 바탕으로 내실을 키운 국내 영화계는 최근 김한민 감독의 영화 '명량'이 1,500만 관객을 모집할 정도로 대중적인 관심을 확보했으며, 지난 2013년 전세계 수많은 영화들과 대결해 59.9%의 점유율을 확보할 정도로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 산업으로 성장했다. '규제' 법안이 하나의 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는 '보호막' 역할을 한 셈이다.

세금
세금

하지만 최근 게임업계에 적용되는 ‘규제’ 법안은 조금 내용이 다르다. 일반적인 ‘규제’가 하나의 산업을 육성하고 국민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면 게임업계에 적용되는 ‘규제’들은 산업의 뿌리를 흔드는 법안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게임산업은 2000년대를 거처 국내 콘텐츠 수출량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높은 성장세를 기록해 왔다. 지난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 콘텐츠 진흥원이 발행한 ‘2013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2년 국내 게임산업 규모는 전년(8조 8,047억 원) 대비 10.8% 성장한 9조 7,525억 원으로 집계됐으며, 올해 처음으로 10조 원 규모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지난 2012년 한류 관련 업체들의 지적재산권 수입액인 8억 달러(한화 약 8,900억 원) 중 80%에 해당하는 6억 8,000만 달러에 달하는 수익이 게임분야에서 발생한다고 집계되기도 했다. 메스컴에서 세계에 한국 문화를 전파한다며 홍보하는 ‘한류’의 실질적인 수익은 사실상 게임산업에서 책임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게임산업은 높은 성장세를 더불어 문화 콘텐츠 산업 부분에서 그 어떤 분야보다 많은 수출량을 기록하고 있다. 하나의 산업이 이처럼 지속적인 성장을 기록한다면 정부의 지원 정책이 있을 법도 하건만, 게임산업 ‘규제’는 세계 그 어떤 국가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경직된 법안 일색이다.

그 동안 게임산업에 대한 정부 부처의 시선은 그다지 곱지 않았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정치권이나 정부 등과 별다른 관계 없이 커온 산업군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부와 밀접한 관계가 없어 흔히 말하는 정치권과 유대 관계도 딱히 없었다. 눈 밖에 있던 자식이 갑자기 엄청난 성공을 거두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셈이다.

높은 성장을 기록하고, 많은 매출을 올리지만 정부와 정치권에 무관심한 게임산업. 이에 주목한 여러 정부 부서들은 게임산업 군에 대한‘규제’ 법안들이 연이어 내놓았으며, 해당 법안들은 줄줄이 상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손인춘 의원
손인춘 의원

이를 위한 명분도 다양하다. '셧다운제를 확대 시행'하고, '인터넷게임 아이템 거래 금지', '매출 1% 기금 강제 징수' 등을 골자로 하는 ‘인터넷게임중독 치유지원에 관한 법률안' 이른바 ‘손인춘 법’을 비롯해 게임을 알코올, 마약, 도박과 함께 4대 중독물질로 규정하고 이를 관리할 중독관리센터를 설치하겠다는 '중독 예방ㆍ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 이른바 ‘신의진 법’이 그 대표적인 예다.

문제는 이들 ‘규제’ 법안의 주요 내용이 게임산업의 통제권을 쥐고 흔들 수 있는 권한을 반 강제적으로 부여 한다는 것이다. 손인춘 법은 ‘인터넷 아이템 거래 금지’라는 게임에 대해 조금의 이해가 있다면 생각할 수도 없는 내용으로 가득한 것은 물론, '인터넷게임중독치유센터'를 설립하고 이를 관리할 여성부 장관이 업계의 매출 1%를 인터넷게임중독치유부담금으로 징수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더욱이 ‘신의진 법’의 경우 게임을 4대 중독물질로 규정한 것을 비롯해 중독 예방, 치료 및 중독폐해 방지, 완화에 관한 사항을 심의, 조정하기 위해 국무총리 소속으로 국가중독관리위원회를 만들고 중독에 대한 원인 규명과 예방, 치료 및 중독폐해 방지, 완화 정책 등의 개발을 위한 연구를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들 법안의 공통점은 하나의 ‘컨트롤 타워’를 설립하고 지속적으로 제제 혹은 규제를 가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부담금’을 해당 업종에 부담한다는 것이다.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실제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제제와 ‘부담금’ 즉 ‘징수’인 것이다.

만약 이들 법안을 통해 국민들이 보다 윤택한 삶을 누리고 게임산업이 보다 긍정적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이 법안들에 포함되어 있는 이 ‘부담금’을 아까워 하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그 동안 정부의 행보를 볼 때 이들 기금이 ‘과연 올바른 곳이 사용될 것인지 의문이 간다’고 지적하고 있다.

손인춘 법이 상정될 경우 주요 주체가 되는 여성부의 경우 그동안 방만한 운영으로 많은 질타를 받아왔다. 다수의 누리꾼들이 의견을 주고받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여성부의 만행, 세금낭비' 등으로 무수한 질타의 글이 있는 상황이며, 실제로 여성부는 예산 소비 내역을 아예 공개하지 않은 전례도 있다. 수십 수천 개의 회사의 매출의 1%를 징수하건만 그 사용처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신의진
신의진

‘신의진 법’의 경우 법안의 범위에 대한 논란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신의진 법’의 경우 규제 대상 중 ‘인터넷 콘텐츠’가 포함되어 있으며, 이는 엄청나게 광범위한 소재다. 여기에 4대 중독을 컨트롤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중독위원회의 경우 ‘중독자’들을 만드는 산업을 불법으로 규정할 수도, 제제할 수도 있는 등 엄청난 권한이 주어진다.

지난 6월 진행된 게임정책토론회에서 상명대 김인철 교수가 ‘신의진 법’에 대해 “4대 중독을 컨트롤하는 중독위원회의 권리가 국회 이상이다. 국민의 손으로 뽑은 국회의원보다 위원회에서 쑥덕쑥덕해서 뽑은 사람이 ‘중독자’로 지목한 이들을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이다”라며 우려를 표한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특히, 많은 전문가들은 중독 정신 학회와 많은 관련이 있는 신의진 의원에 주목해 이번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중독 정신 의학계의 이해관계가 얽혀있으며, 일종의 사업의 영역을 확장하기 위함일 확률이 대단히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신의진 의원은 지난 6월 직접 인터넷게임을 제외할 수 도 있다고 밝히며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지만, 아직까지 구체화된 것은 어떤 항목도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게임산업에 대한 정부 부서의 규제는 그 어느 때 보다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이들 법안이 게임산업과 정부 모두에게 좋은 방향으로 진행된다면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되겠지만, 현재 확인된 법안은 산업의 근간을 뒤흔드는 제제와 ‘추징금’ 징수 등으로 이루어져 있어 업계 관계자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나가기 힘든 상황이다.

가까운 나라 중국의 경우 게임을 ‘사이버 마약’이라며 강력한 제제를 가했지만, 이후 노선을 바꾸어 적극적인 지원정책을 펼쳐 세계 최대의 게임시장으로 거듭났다. 더욱이 이러한 강력한 내수시장의 지원을 등에 엎고 등장한 텐센트, 알리바바 등의 거대 기업은 이제는 국내 게임산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해 점차 그 영향을 넓히고 있는 상황이다.

게임산업은 이제 한국의 산업군 중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문화 콘텐츠로 성장했다. 물론 급격한 성장에 따른 성장통으로 여러가지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 사실이지만 정부와 긴밀한 협조 속에 이를 보완해 나간다면 더욱 거대한 시장으로 발돋음 할 수 있는 '성장동력'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게임 규제 법안
게임 규제 법안

하지만 지금까지의 ‘게임 규제 법안’처럼 규제 일변도의 제제가 지속적으로 가해진다면 약 8조 원이 넘는 시장으로 성장한 한국의 게임산업이 고스란히 해외 게임사들에게 넘어갈 수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당장 눈앞의 이익을 쫓아 게임산업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를 이어가는 것이 아닌 정부와 업계의 긴밀한 협조 속에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고, 높은 성장을 통해 국익에 보탬이 될 수 있는 게임산업의 미래. 이러한 희망을 꿈꾸는 것은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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