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 위기보고서] 게임 문제, 그들은 규제가 아닌 원인분석에 나섰다

[게임산업 위기보고서 4부 : 세계가 바라보는 게임]
2화. 게임 문제, 그들은 규제가 아닌 원인분석에 나섰다

[본지에서는, 대형 기획 '대한민국 게임산업 위기보고서 : 그래도 희망은 있다'를 통해 한국 게임산업에 대한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내용을 다룰 계획이다. 이번 기획이 한국 게임산업의 총체적 위기를 진단하고, 한국 게임사들에게 진정한 위기를 타파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전세계적으로 게임산업은 이미 영화, 음악 등과 함께 문화 콘텐츠 산업의 중추로 자리 잡았다. 글로벌 시장 리서치 기관인 뉴주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세계 게임 시장은 2014년 750억 달러(한화 약 78조 300억 원)을 기록할 전망이며, 2015년 800억 달러를 돌파한 것에 이어 2016년 86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계 영화 시장의 76%를 차지하는 미국, 캐나다, 중국, 일본, 영국, 인도 등 11개 국가의 박스오피스 규모가 2012년에 28조원의 규모를 보인 것을 감안하면 게임이 보여주는 시장의 규모는 실로 엄청나다.

실제로 세계에서 가장 큰 게임 시장을 자랑하는 미국에서는 제작에만 수천억의 비용이 투입되는 '스타워즈 구공화국 온라인', '엘더스크롤온라인', '데스티니' 등의 게임이 등장했으며, 락스타게임즈의 대표 프랜차이즈 게임 '그랜드테프트오토5'는(이하 GTA5)는 전세계 발매 하루 만에 8억달러(한화 약 8,686억 원)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였다.

이러한 게임의 거대한 시장 규모와 성장세는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로 올해는 우리나라 게임시장이 1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며, 제작비에만 수백억이 투입되는 게임들이 줄줄이 등장하며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국내의 경우 문화 콘텐츠 수출액의 절반 이상을 게임이 담당하며 콘텐츠 수출의 일등 공신의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하지만, 게임산업이 보여주는 산업적인 가치나 각종 긍정적인 효과에도 불구하고, 게임에 대한 논란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전세계에서 끊이질 않고 있다. 게임 반대론자들은 폭력적인 게임을 과도하게 즐기면 폭력적인 성향을 띈다거나 인터넷게임에 과도하게 몰입해 현실 생활이 피폐해지는 등의 문제를 예로 들며 게임을 법적인 차원에서 규제하고자 나섰다.

둠2 이미지
둠2 이미지
▲총기 사건 이후 원흉이라고 지목된 FPS 게임 '둠' 시리즈 한 작품인 '둠2'

이러한 문제는 게임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로, 1999년 한 고등학교에서 재학생들이 총기 사건을 일으켜 범인을 포함한 14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자 일부 심리학자와 게임 반대론자들은 그 원인으로 FPS 게임 '둠(DOOM)'을 지목했다. 당시 범인들이 '둠'시리즈의 한 작품을 즐겨 플레이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인데 이를 통해 폭력게임이 폭력적인 성향을 유발한다는 주장들이 힘을 얻었다.

여기에 2007년 32명의 목숨을 빼앗고, 23명의 부상자를 낳은 미국 최악의 총기난사 사건 중 하나인 버지니아텍 총기난사 사건의 용의자인 한국계 미국인 조승희가 평소 카운터스트라이크를 통해 살인을 연습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물론 이는 추후 법정에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이 뿐만이 아니다. 폭력게임이 폭력성을 불러일으킨다는 주장이 힘을 얻자 심리학자나 과학자들은 게임과 폭력의 연관성을 찾아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발표했다. 심지어는 폭력이 난무하는 SF 영화 '터미네이터'로 잘 알려진 아놀드 슈워제네거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도 2005년 주지사 역임 당시 아이들에게 폭력게임을 판매 금지한다는 법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폭력 게임
폭력 게임

하지만 이러한 게임에 대한 주장은 결국 정부 차원의 규제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게임과 폭력이 연관 있다고 주장하는 연구들은 다른 심리학자들을 통해 해당 연구들이 잘못된 연구 방법 등으로 연구 됐다고 비판 받았으며, 당시 효과가 없다는 것으로 밝혀졌기에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은 게임과 폭력간의 인과관계가 없음을 증명한 수많은 연구 논문의 결과까지 더해지자 게임과 폭력의 관계는 더욱 흐릿해져만 갔다.

아울러 사법부의 판단으로 까지 넘어간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폭력게임 판매 금지 법안은 2007년 캘리포니아 지방법원에서 폭력게임과 청소년들의 육체적, 심리적 상태는 연결관계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위헌 판결을 받았다. 이에 항소한 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지사는 이를 고등법원과 대법원까지 끌고 갔으나 증거 불충분 등의 이유로 결국 소송해서 패하며 2011년 이 문제는 일단락 됐다.

이미 실패한 중국과 태국의 셧다운제를 그대로 반영하고, 청소년에 대한 연구한 자료도 불충분 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 '강제적 셧다운제'가 2011년 11월 청소년보호법에 적용돼 강력한 규제를 가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르다. 당시 '강제적 셧다운제'의 명분이 2004년 청소년보호위원회,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청소년마을 등의 단체가 처음 '강제적 셧다운제'를 제안하며 내세운 청소년의 수면권 보장 등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너무나도 아쉬울 수 밖에 없다.

오바마 대통령의 당시 연설 장면
캡춰
오바마 대통령의 당시 연설 장면 캡춰
▲ 오바마 대통령이 게임과 총기에 대한 TV 연설을 하는 모습 (사진 美 백악관 홈페이지 영상 캡춰)

실질적인 규제를 바로 진행하는 것보다 명확한 증거를 확보하려는 미국의 노력은 오바마 대통령에 의해서 더욱 급 물살을 탔다. 그는 총기사건과 폭력게임간의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어오고, 2012년 12월 어린 아이의 목숨을 앗아간 코네티컷 총기 사건이 벌어진 이후 정부차원에서 폭력게임과 총기사건에 대해 객관적으로 연구를 진행해 부작용 문제를 확인하겠다는 내용을 2013년 1월 TV 연설을 통해서 밝혔다.

미국 정부는 폭력게임과 총기사건의 연관성을 조사하기 위해 1,000만 달러(한화 약 104억 원)의 예산을 지원하기로 했으며, 오바마 대통령은 당시 연설을 통해 총기 규제 대책, 학교 안전 대첵 등 다양한 부분에서 원인 규명을 주문했다. 연구 지시에 포함된 총기 규제 대책 때문에 미국총기협회가 강력하게 반발했으나 폭력 게임과 총기사건의 원인을 명확하게 파악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또한, 연구를 진행 하는 것에 앞서 바이든 부통령이 게임업계 주요 관계자들과 전문가를 만나 의견을 수렴하고 게임업계의 사회적 책임과 한계 등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를 나누며 업계와 소통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미국에서는 폭력게임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이며, 최근에는 빌라노바 대학과 럿거스 대학 등에서 게임과 실제적인 폭력사건 발생률에 관한 연구 결과 발표를 통해 폭력적인 게임이 출시된 이후 오히려 범죄율이 낮아지는 결과가 나타났음이 밝혀지기도 했다.

셧다운제 이미지
셧다운제 이미지

이처럼 규제를 가하기에 앞서 정확한 문제 파악을 위해 국가 차원에서 예산을 투입해 객관적인 연구결과 자료를 확보하려고 하는 미국의 모습은 '중독 문제의 치료 및 예방'이라는 명목아래 명확한 관계도 입증하지 못하고 과학적이지 못한 증거들을 예로 들어 게임업체의 매출을 강제 징수하는 법안을 먼저 상정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앞서 우리와 같이 명확한 원인에 대한 연구 없이 강제적 셧다운제를 도입한 태국, 중국, 베트남 등이 청소년의 성인 명의 도용, 실효성 없음 등을 이유로 업계의 자율 규제로 선회하고, 객관적인 원인 분석을 위해 국가가 직접 나서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교훈을 얻어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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