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 위기보고서] 핀란드는 이렇게 모바일게임 강국이 됐다

[게임산업 위기보고서 4부: 세계가 바라보는 게임]
10화. 핀란드는 이렇게 모바일게임 강국이 됐다

[본지에서는, 대형 기획 '대한민국 게임산업 위기보고서 : 그래도 희망은 있다'를 통해 한국 게임산업에 대한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내용을 다룰 계획이다. 이번 기획이 한국 게임산업의 총체적 위기를 진단하고, 한국 게임사들에게 진정한 위기를 타파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북유럽 발트해에 위치한 국가. 숲과 수자원이 풍부한 인구 450만 명의 국가. 한국에서는 자일리톨 때문에 유난히 잘 알려진 국가. 그리고 한때 세계 휴대전화 시장을 지배했던 노키아로 대변되는 제조업을 기반으로 부를 축적한 국가.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노키아의 몰락으로 인해 경제 전망이 어두워졌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아 다시 주목 받고 있는 국가.

이러한 핀란드가 게임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물론 핀란드가 게임업계의 주목을 받는 것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홍콩 느와르 스타일의 시나리오 진행과 영화 매트릭스를 연상케 하는 ‘불릿타임’ 시스템으로 잘 알려진 TPS 게임 맥스페인 시리즈와 어둠과 빛을 활용한 연출로 호평을 받았던 호러 어드벤처 게임 앨런 웨이크를 개발한 레메디 엔터테인먼트(Remedy Entertainment)가 바로 핀란드에 자리한 게임 개발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바일게임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함에 따라 핀란드의 모바일 게임업계가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핀란드의 모바일게임 때문에 모바일게임 시장이 새롭게 조명받게 됐다고 말하는 이도 있을 정도로 핀란드의 모바일게임 시장은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위기보고서
위기보고서

스마트폰 이용자라면 누구나 이름 정도는 한 번쯤은 들어봤을 앵그리버드의 개발사인 로비오. 유럽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모바일게임 클래시 오브 클랜, 헤이데이, 붐비치 등을 개발한 슈퍼셀은 핀란드를 대표하는 모바일게임 기업이다.

물론, 핀란드의 모바일게임 기업이 이들 둘만 있는 것은 아니다. 2013년 9월. 핀란드를 대표하는 기업 노키아가 마이크로소프트에 인수합병 된 이후 핀란드는 경제적, 정서적으로 큰 충격에 휩싸였다. 핀란드 수출의 20%를 책임지는 기업이 무너졌으니 핀란드 경제가 휘청거리게 됐음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하지만 노키아의 몰락에서 핀란드는 새로운 기회를 찾았다. 다수의 인재들이 벤처창업을 하기 시작했으며, IT업계는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이러한 양상은 게임업계에서도 이어졌다. 2003년에 노키아를 떠난 이들이 앵그리버드로 유명한 로비오를 설립하는데 힘을 보탰던 것처럼, 적지 않은 인원들이 게임사를 설립하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기세에 힘입어 2013년에는 180여 개의 게임사가 핀란드에 자리하게 됐다. 핀란드가 자랑하는 ‘인적자원’이 게임업계에 몰리며 기존에는 없던 꽃을 새롭게 피워나가고 있는 것이다. 핀란드의 IT산업이 하드웨어 제조에서 소프트웨어 개발로 변화하고 있다는 평가도 이어지고 있다.

핀란드 모바일게임 산업의 태동에는 핀란드 정부가 오랜 기간 기반을 다진 창업 교육도 한 몫을 했다는 분석도 있다. 핀란드 정부는 대학생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지원하기 위해 매년 적지 않은 금액을 펀드로 조성해 지원하고 있다. 인적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핀란드 정부의 노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슈퍼셀
슈퍼셀

노키아가 무너진 2013년. 때마침 북유럽 게임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인다. 2012년에 비해 2013년 북유럽의 게임시장 규모가 2배 정도가 성장을 했고, 노키아의 위기 속에서 벤처 창업을 준비하던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게임산업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정부 차원에서 미리 토양을 닦아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모바일게임 산업에 인재들이 몰려들게 됐다.

노키아의 몰락과 그 사이에 일어난 모바일게임 업계의 중흥은 전통적인 제조업의 몰락이 차세대 게임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예시다. 또한 핀란드가 이런 식으로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던 것은 그동안 핀란드 정부가 선택의 폭을 지닐 수 있도록 규제와 같은 방식으로 국민들의 시야를 제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조업, 건설업이 부침에 빠짐에 따라 덩달아 불황에 고생하고 있는 한국에게 핀란드의 사례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과연 우리는 제조업이 무너졌을 때, 핀란드처럼 새로운 기회를 마주할 수 있을까? 국가적인 차원에서 산업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다양한 답안을 준비해야 할 시기다. 그리고 한국의 게임산업은 그 답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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