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 위기보고서] 게임에 열광하는 새로운 블루오션 '남미 대륙'

[게임산업 위기보고서 4부: 세계가 바라보는 게임]

14화. 게임에 열광하는 새로운 블루오션 '남미 대륙'

[본지에서는, 대형 기획 '대한민국 게임산업 위기보고서 : 그래도 희망은 있다'를 통해 한국 게임산업에 대한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내용을 다룰 계획이다. 이번 기획이 한국 게임산업의 총체적 위기를 진단하고, 한국 게임사들에게 진정한 위기를 타파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전 세계를 e스포츠의 열기로 후끈 달아오르게 하며 지난 10월 19일 화려한 막을 내린 ‘2014 리그오브레전드 월드챔피언십’(이하 2014 롤드컵). 전세계의 내로라하는 팀들이 각축전을 벌인 이 대회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팀은 우승을 차지한 한국의 ‘삼성 화이트’도, 중국 최강팀으로 떠오른 ‘스타혼 로얄클럽’도 아닌 와일드카드로 진출한 브라질의 ‘카붐(KaBum)’이었다.

위기보고서
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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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별예선 결과 1승 5패의 초라한 성적을 거두며 예선탈락한 카붐이었지만, 바로 그 1승을 유럽 대표로 출전한 LOL 전통의 강호 ‘얼라이언스’를 상대로 기록하며 전세계 LOL 팬들을 경악시켰다. 더욱이 이 승리가 ’ 얼라이언스’의 조별예선 탈락이라는 이변을 연출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 의미가 남달랐다.

실제로 라이엇게임즈의 더스틴 벡 부사장이 직접 ‘2014 롤드컵’ 최고의 경기로 카붐과 얼라이언스의 경기를 지목할 만큼 카붐의 승리가 미친 파장은 엄청났다. 최약체로 꼽히던 남미의 무명 팀이 전세계 게이머들에게 자신들의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킨 셈이다.

이처럼 세계 최대 규모의 e스포츠 대회에 브라질의 팀이 참가할 정도로, 남미 대륙의 게임 시장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그 동안 바로 윗동네인 북미 시장에 눌려 베일에 싸여 있던 남미의 게임 시장이 서서히 전세계 게임시장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위기보고서 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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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콘텐츠진흥원의 자료에 따르면 남미 게임시장의 규모는 지난 2013년 16억 5천 만달러(한화 1조 7천억 원)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아시아, 북미, 유럽 등의 대륙에 비해 규모는 다소 작은 편이나 매년 10%가 넘는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어, 전세계에서 가장 게임시장의 발전이 빠른 대륙으로 꼽힌다. 때문에 남미시장은 오는 2017년 20억 달러가 넘는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는 등 중국과 함께 전세계 게임사들이 노리는 ‘블루오션’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남미에서 가장 IT 인프라가 잘 구축된 브라질과 멕시코가 시장의 50%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뒤를 아르헨티나, 칠레 등이 뒤따르고 있는 모습이다. 플랫폼 분포도 역시 흥미롭다. 콘솔이 강세인 북미 대륙과 인접해 있지만, 엄청난 세금 등을 통해 콘솔기기 가격이 상승해 있어 콘솔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는 전체의 30%에 육박하지만 매출은 모든 플랫폼과 비교해 봤을 때 6%에 불과하다.

위기보고서 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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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남미의 게임시장에서 가장 높은 매출을 차지한 플랫폼은 모바일로, 약 43%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소셜게임이 27%, 부분유료화 방식의 온라인게임이 17%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아시아나 북미의 인터넷 환경에 비해 열악한 인프라로 알려진 남미였지만, 이미 게이머들은 모바일, 온라인 게임 등 인터넷 플레이를 필요로 하는 게임을 주로 즐길 만큼 시장의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 남미 게임시장의 분위기는 어떨까? 올해 롤플레잉 온라인게임 ‘로한’을 브라질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플레이위드는 남미 시장에 대해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말했다.

플레이위드에 따르면 브라질의 경우 남미 대륙 중 가장 IT 환경이 잘 구축됐지만 평균 인터넷 속도가 ‘5 MBPS’일 만큼 북미나 한국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느리기 때문에 MMORPG의 배포나 확산이 다른 캐주얼 게임에 비해 상당히 더딘 편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한번 인기를 얻은 후 빠르게 하락세를 보이는 북미와 아시아 게임시장과 달리 남미는 전파되는 것이 느릴 뿐 하락세 역시 완곡한 곡선을 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플레이위드의 관계자는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전세계에 열풍을 일으킨 싸이의 강남스타일 역시 북미에서 큰 인기를 얻은 후 잠잠해 질 시기에 남미에서 서서히 그 인기가 높아지기도 했다. 실제로 게임도 이와 마찬가지로 인기 상승세를 탈 경우 오랜 시간 사랑 받는 사례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위기보고서 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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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적인 문화를 지닌 남미이기에 게이머들의 성향 역시 과격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플레이위드의 관계자에 따르면 남미 게이머들의 경우 북미와 마찬가지로 게임 자체를 즐기는 데 목적을 두고 있으며, 한국의 온라인게임의 특징 중 하나인 PK / PVP 콘텐츠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해외 유명 리서치 업체에서 조사 결과 역시 이와 동일하다. 액션 게임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콘솔, 온라인게임의 비중은 플랫폼 전체의 50%에 육박할 정도이지만, 플레이 시간은 소셜네트워크게임 및 모바일게임이 오히려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 더욱이 전체 매출 역시 이 소셜게임과 모바일게임 두 플랫폼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 사실. 열정적인 문화와는 달리 캐주얼 한 게임을 선호하는 남미 게이머들의 성향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남미 현지에서 진행되는 마케팅 프로모션 역시 흥미롭다. 남미의 게임마케팅은 크게 렌파티, 전단 배포, PC방 프로모션 등으로 나뉘며, 프로모션 이후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나진 않지만, 천천히 효과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플레이위드 측은 “브라질에서 진행되는 게임 프로모션은 ‘조급함’과의 싸움이다. 즉각적인 반응에 익숙해진 해외 게임사들의 경우 급하게 프로모션을 진행하다 오히려 일을 그르치는 사례가 많으며, 천천히 인내심을 가지고 마케팅을 진행하면 확실히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렀다고 마냥 남미 시장이 희망으로 가득한 것만은 아니다. 남미에서 가장 많은 게이머가 활동 중인 브라질의 경우 회사 유지비용이 다른 국가에 비해 가장 높으며, 노동자들 역시 높은 세금과 노동법에 의해 보호를 받기 때문에 법적 분쟁 또한 잦은 것이 사실이다. 브라질에 서비스를 진행 중인 플레이위드는 ‘서버 및 IT 인프라 역시 비용대비 효율이 좋지 않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비교해 봤을 때 상당히 비싼 편’이라고 전할 정도로 아직 IT 환경에 대한 지원은 미비한 상황이다.

정부의 입맛에 따라 무분별하게 내려지는 ‘세금’ 역시 주의할 점 중 하나다. 그 예로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과중 과세를 진행하는 브라질의 경우 소니의 게임기 PS4가 무려 3,999 헤알(한화 약 180만 원)에 판매되기도 했다.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PS4 가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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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4의 기본 가격은 858헤알(한화 36만 7천 원). 하지만 상품유통세(ICMS), 공업세(IPI), 사회보장세(Confins) 등 모두 합쳐 2,524헤알(한화 약 107만 원)이 세금으로 부과됐다. 하나의 제품에 무려 3가지의 세금이 중복으로 적용된 셈이다.

남미 게임시장은 빠른 성장과 함께 전세계 게임 시장 중에서도 ‘블루오션’으로 꼽히고 있지만, 아직 성숙하지 못한 IT 인프라와 정부의 세금 과세 등 아직 불안정한 요소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2014 롤드컵’에서 인상 깊은 경기를 펼친 ‘카붐’의 사례처럼 남미 사람들의 게임에 대한 열정은 그 어떤 대륙보다 부족하지 않은 모습이다.

우려와 희망이 뒤섞인 남미 시장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발전해 나갈 것인지, 앞으로의 모습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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