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기자의 놈놈놈] 2014 대한민국 게임대상 예측하기 편

시상식에 사람들의 관심이 몰리는 것은 일반적이다. 하물며 그 시상식에 '대상'이라는 이름이 붙는다면 이런 관심이 더욱 커지고는 한다. 모름지기 대상이라는 이름이 붙는다는 것은 그 상이 해당 분야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한다는 것을 의미하니까.

대한민국 게임대상. 이름만 보더라도 '아! 이 시상식이 한국 최고의 게임을 선정하는 시상식이구나'하는 감이 온다. 1996년부터 시작된 이 시상식은 오랜 시간에 걸쳐 다양한 화제를 나으며 진행됐다. 때로는 수상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이는 어떻게 보면 그만큼 이 시상식에 대한 업계와 게이머들의 관심이 그만큼 집중됐다는 쪽으로도 해석할 여지가 있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대한민국 게임대상이 올해도 부산에서 개최된다. 19회를 맞이하는 이번 2014 대한민국 게임대상에는 예년보다 유난히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상식이라면 당연히 생길 수 밖에 없는 '어떤 작품이 대상을 탈 것인가'와 같은 호기심은 물론이고, 모바일게임이 온라인게임을 제치고 대상을 수상하며 게임 시장의 흐름이 바뀌었다는 것이 공식적으로 인정되는 순간이 올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도 가득하다.

김한준 기자(이하 까는 놈): 게임대상이 올해도 열리는구만. 시상식이 열리고 나면 왠지 한 해가 마무리되는 느낌이라서 기분이 묘하단 말이야.

조영준 기자(이하 편드는 놈): 2014 대한민국 게임대상은 오는 11월 19일, 부산 영화의 전당 하늘연극장에서 열립니다. 이번 시상식에서는 대상, 최우수상 등의 본상을 비롯해 인기게임상 등 총 13개 부문 20개 분야에 대한 시상이 진행되구요. 올해는 ‘스타트업 기업상’ 및 ‘굿 게임상’, ‘인디게임상’ 등 3개 부문이 신설됐습니다.

까는 놈: …교육방송 보는 줄 알았네. 너무 자세히 설명하니까 오히려 어색하다.

조광민 기자(이하 말리는 놈): 축하공연 가수는 누가 오나요?
편드는 놈: 모르겠는데요.

까는 놈: 제일 중요한 걸 왜 몰라!
말리는 놈: 아니. 제일 중요한 건 가수가 누가 오느냐가 아니라 어떤 게임이 상을 받느냐 아닙니까?

까는 놈: 뭐 영웅의 군단이 받지 않겠어?
편드는 놈: 아닌데요. 이카루스가 받을 거 같은데요.
말리는 놈: 저는 세븐나이츠가 받지 않겠나 싶은데요.

까는 놈: …뭐 각각의 게임들이 다들 올해 한가락했으니 의견이 갈리는 것도 이상하지는 않지만 말이야. 어째 우리들은 의견이 일치되는 법이 한 번도 없을까… 그래. 다들 자기가 왜 그 게임의 수상을 예상하는지 이유나 말해보자.

**< 인상적인 광고만큼이나 인상적인 흥행. 세븐나이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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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마블 세븐나이츠 광고 이미지
넷마블 세븐나이츠 광고 이미지

말리는 놈: ‘쎄븐나이츠!’ 광고도 안 봤습니까? 이거 들고 다니면 군인, 여자 할 것 없이 다들 난리납니다. 이 정도로 난리가 나는데 게임대상 줘야죠!

편드는 놈: 그건 광고잖아요!!

까는 놈: 게임을 전혀 안 하는 우리 마누라도 알 정도이긴 하지. 게임 이름은 모르고 ‘그 콧수염 난 아저씨가 휴대전화 들어올리고 뭐라 하면 군인들이 소리지르는 게임’이라고 한다는 점이 좀 미묘하긴 하다만. 그런데 그 광고에 나오는 아저씨. 넷마블 직원이라며?;;

말리는 놈: 넷마블에서 디자이너로 근무 중인 고봉준씨라고 합니다. 넷마블 관계자는 고봉준씨가 탁월한 업무 능력에 유머 감각까지 겸비해…

까는 놈: 얘는 게임을 홍보 하랬더니 고봉준씨를 홍보하고 있네 -_-

말리는 놈: 일단 광고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는 것이 황금시간대에 광고를 송출하는 것은 게임 광고치고는 상당히 공격적인 행보에요. 그리고 이렇게 광고를 통해 인지도를 높인 덕분인지 흥행성적도 상당하구요.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 1위를 기록하기도 했으니까요.

편드는 놈: …하루 했잖아요 -_-

말리는 놈: 그래도 계속해서 매출순위 5위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건 인정해야죠.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즐기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가치가 있어요. 그리고 게임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게임 중에 출시 당시에 흥행성적이 나쁜 게임이 없다는 것을 보면, 흥행이라는 것이 게임대상에서 어느 정도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구요.

까는 놈: 네 말이 맞기는 한데. 세븐나이츠가 독창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거든.

말리는 놈: 무조건 시장에 새로운 기능을 선보이고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해야지만 좋은 게임인 것은 아니잖아요? 해외의 경우에는 언차티드나 라스트오브어스 같은 게임들이 새로운 시도를 했다기 보다는 기존의 요소를 적절히 잘 배합해서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구조를 견고하게 갖췄더니 좋은 평가를 받은 것처럼요. 사실 이런 부분은 매우 중요하지만 ‘혁신’이라는 요소에 가려져서 이상하게 저평가 받는 요소에요.

까는 놈: 확실히 기존의 요소를 제대로 배합하는 것도 상당한 노하우가 필요한 작업이기는 해.

말리는 놈: 아! 그렇다고 해서 세븐나이츠가 라스트오브어스 같은 게임이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편드는 놈: 그런 생각은 아무도 안 할 겁니다...;

까는 놈: 저거 지금 욕 먹을까봐 미리 방지하는 거야.
말리는 놈: 역시 욕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고… 제 심정을 바로 알아채시는군요.

< 그래도 아직은 온라인게임! MMORPG 자존심 이어가는 이카루스>

편드는 놈: 제가 광민 기자에게 할 말은 하나 밖에 없네요. ‘이게 온라인게임도 아닌 게 까불어!!’
말리는 놈: 세븐나이츠 돈 많이 벌었어! 곧 매출순위 1위 찍을 거라구!
편드는 놈: 뭐? 바보야! 매출순위 1위래봐야 모바일게임 순위겠지!

까는 놈: …온라인게임 대세론을 주장하고 싶은 게로구만.

이카루스 공개서비스
시작
이카루스 공개서비스 시작

편드는 놈: 그렇죠. 아직은 온라인게임입니다! 모바일게임이 많이 발전하기는 했지만 아직 온라인게임의 수준에 근접하지는 못 했어요. 휴대용게임이 아무리 발전해도 하드웨어 성능 한계 때문에 거치형 비디오게임의 완성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는 것처럼 모바일게임이 온라인게임과 비교되는 것은 힘들다고 봅니다.

말리는 놈: 이건 인종차별 만큼 무섭다는 기종차별입니다!

까는 놈: 그런데 저런 주장이 실제로 많이 나오고 있어. 모바일게임과 온라인게임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하나의 기준에 넣고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면 그래픽이나 스케일, 서버관련 기술 등에서 온라인게임에 좀 더 많은 기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지.

편드는 놈: 온라인게임이 아직은 메인스트림이고, 그 온라인게임 중에서도 가장 많은 기술이 집약되는 장르가 MMORPG라고 생각하거든요.

까는 놈: 그런데 정말 MMORPG가 온라인게임의 핵심 장르일까? 온라인게임이라는 개념이 가장 먼저 구체화 된 것이 MMORPG 장르이다보니 자연스럽게 ‘온라인게임 = MMORPG’라는 공식이 사람들의 의식에 자리잡은 것 같기도 한데.

편드는 놈: 뭐 그런 태클을 하셔도 얼마든지 피할 수 있습니다. 올해 나온 온라인게임 중에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둔 게임이 이카루스 이외에는 크게 눈에 띄지 않거든요. 아까 광민 기자가 말한 ‘흥행’이라는 측면에도 부합한다고 할 수 있죠.

말리는 놈: 흥행 성적이 엄청나게 좋았다고 보기는 힘들지 않아요?
까는 놈: 어떤 게임과 경쟁을 했냐는 게 중요하죠. 이카루스는 아이온, 블레이드&소울 같은 MMORPG는 물론이고 온라인게임 전체로 보면 리그오브레전드, 서든어택 같은 게임들과도 경쟁을 했어야 했어요. 이들 게임이 시장에 완전히 자리 잡은 상황에서도 악전고투 했다는 건 인정해야 하지 않겠어요?

그렇다고 마냥 ‘고생했으니 알아주세요. 상처를 안아주세요’라고 말하는 게 아니에요. 몬스터를 길들여서 이를 전투에 활용할 수 있는 펠로우 시스템과 공중전에 ‘고도’ 개념을 넣어서 좀 더 입체적인 공중전을 할 수 있도록 한 점도 인상적이었죠. 기존의 공중전이 땅바닥만 없을 뿐이지 평지에서 펼쳐지는 전투와 이펙트만 제외하면 다를 것이 없었다는 걸 보면 상당히 획기적인 부분이에요.

광민 기자가 말한 게임처럼 맨날 몬스터만 잡고, 레벨만 올리는 게임은 대상으로 인정할 수 없습니다!

말리는 놈: MMORPG도 맨날 몬스터 잡고 레벨 올리는 게 목적인데요?
편드는 놈: 아뿔싸!!!! 그래도 10년이나 개발했는데 대상 받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까는 놈: 연식 오래됐다고 상을 줘야 하는 거면… 드래곤볼에서 천하제일 무도회는 매번 무천도사가 우승해야 되거든? -_-!

< 장인이 만든 게임 맛 ‘쬐끔만’ 보시죠? 영웅의 군단>

까는 놈: 나는 영웅의 군단에 한 표! 이 게임은 아틀란티카, 삼국지를 품다 등으로 턴제RPG에 대한 노하우를 잔뜩 지니고 있는 엔도어즈가 개발했다고. 완전 노하우 덩어리라서 게임이 구조적인 면에서 굉장히 탄탄해. 애초에 온라인게임에서 즐기던 게임을 모바일로 구현하겠다는 것이 목표였으니 여타 모바일게임에 비해 완성도가 높은 것은 당연한 일이지.

영웅의 군단
영웅의 군단

편드는 놈: 완성도가 높다는 것에 비하면 버그가 좀 많지 않나요?
말리는 놈: 서버 점검도 잦아서 불편하기도 했구요.

편드는 놈: 완성도를 이야기하시다가 발목을 잡히셨군요. 후후후.

까는 놈: 무슨 기다렸다는 듯이 한 명씩 지적을 하냐. 아오. 이것들 요즘 왜 이렇게 밉상이지?!!; 그런데 너희들이 한 말은 딱히 영웅의 군단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너희들이 밀고 있는 게임에도 해당되는 거 아니냐?

말리는 놈: 그럼 하시고 싶은 이야기 계속 하시죠 선배님.

까는 놈: …할 말 없으니까 대충 넘어가는 것 봐라 -_- 아까 말한 것처럼 영웅의 군단은 완성도가 상당히 높아. 모바일게임 중에 이 정도로 배경음악에 공들인 게임은 없을 걸? 그리고 턴제RPG는 전투와 마을, 스토리 진행이 개별적으로 진행되는 느낌이 들어서 흐름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요소를 구분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가도록 구성한 것은 모바일 턴제RPG 중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점이지. 스토리도 제법 흥미로워서 이걸 읽는 재미도 좋아.

편드는 놈: 하지만 스토리에 비해 퀘스트가 좀 단조로워요. 단순한 반복 사냥 퀘스트도 많고, ‘이건 네가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NPC의 심부름도 많구요.

말리는 놈: 전체적인 스토리는 호기심을 자극하고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건 맞는데, 반대로 챕터 하나하나의 진행은 용두사미식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제법 있어서 아쉽다는 의견도 많았죠.

까는 놈: 이거 봐라. 이거 봐. 아예 스토리 없는 모바일 롤플레잉게임도 잔뜩인데 유독 영웅의 군단에만 이런 기준을 들이댄다는 것 자체가 이 게임이 다른 모바일게임과는 궤를 달리한다는 걸 증명하는 것 아니겠냐?

그래픽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야. 게임을 개발한 김태곤 PD가 애초에 “게임을 시작한 이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는 가장 쉬운 방법은 압도적인 그래픽을 보여주는 것이며, 이를 위해 ‘모바일게임에서 이렇게까지 해야하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래픽에 신경을 썼다”고 했거든.

이미 삼국지를 품다를 통해서 유니티 엔진에 적응을 마쳤고, 엔진 활용을 워낙 잘 해서 유니티 테크놀로지스가 감사패를 전할 정도였으니… 이런 개발진이 개발한 게임의 그래픽이 좋은 건 당연한 거야.

엔도어즈는 영웅의 군단을 통해서 시장에 유니티 엔진의 가능성을 다시 한 번 알렸고, 이로 인해 시장에 나비효과를 줬다고도 할 수 있지. 기획과 그래픽 기술적인 측면에서 상당히 높은 위치에 있는 게임이야.

말리는 놈: 그런데 우리가 이렇게 게임 3개에 열 올리고 힘 다 뺐는데… 다른 게임이 대상 받으면 되게 창피할 것 같아요. 그렇죠?

편드는 놈: 우린 그렇다고 쳐도 한준 선배는 자기 이름까지 걸고 기사 쓰고 있는데. 두 배는 더 창피할 듯.

까는 놈: …블레이드도 있고, 서머너즈워: 천공의 아레나도 있고… 이것 말고도 여러 게임이 있어서사실 대상을 받을 게임이 우리가 말한 셋만 있는 건 아니긴 하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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