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준의 게임 히스토리] 영광과 굴곡의 역사 지스타 연대기,

국내 최대의 종합 게임쇼이자 세계 4대 게임쇼 ‘지스타’가 지난 11월 말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게임은 끝나지 않는다’(Game is not over)라는 슬로건을 필두로 11월 20일부터 23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진행된 ‘지스타 2014’는 20만 509명에 달하는 관람객이 방문한 것은 물론, 엔씨소프트, 스마일게이트, 액토즈소프트, 넥슨 등 국내의 내로라하는 업체들의 신작이 대거 공개되어 풍성한 볼거리를 선보였다.

더욱이 올해로 부산에서의 계약이 종료되는 만큼 '차후 지스타 개최지가 어디가 될 것인가?' 도마 위에 올랐다. 영구 개최 의사를 피력한 서병수 부산시장과 지난 해부터 지스타 개최 의사를 강력하게 피력한 성남시, 초창기부터 지스타 개최지 선정에 뛰어들었던 대구광역시가 다시 물망에 오르는 등 지스타 개최를 놓고 지자체들이 뜨거운 경쟁을 벌여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

역대 지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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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일산 킨텍스에서 시작되어 10년간 한국 게임산업의 굴곡을 함께 겪으며, 이제는 세계 유수의 게임쇼 중 하나로 자리잡은 지스타.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지스타의 발자취를 지금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지스타의 역사는 전신인 대한민국게임대전(KAMEX / 이하 카멕스)으로부터 시작된다. 1994년부터 그 역사가 시작된 카멕스는 PC, 아케이드, 콘솔 게임 전시회 중심의 게임쇼로 진행됐으나, 급격하게 성장하던 한국 게임시장에 온라인 및 비즈니스 매칭 중심의 종합 게임쇼를 필요로 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이에 2004년을 마지막으로 카멕스는 한국국제엔터테인먼트전시회(KOPA) 등과 함께 '지스타'로 흡수된다. 중소 게임쇼들을 통합해 거대 게임쇼로 발족한 지스타가 첫 걸음을 뗀 것이다.

< 2005년~2008년 - 일산 킨텍스 / 첫 걸음마 뗀 지스타, 냉엄한 현실에 마주하다>

- '지스타 2005'
개최: 2005년 11월 10일 ~ 13일
슬로건: 오라! 게임의 신천지가 열린다.

- '지스타 2006'
개최: 2006년 11월 9일 ~ 12일
슬로건: '게임으로 시작되는 세상'(Let the games begin)

- '지스타 2007'
개최: 2007년 11월 8일 ~ 11일
슬로건: ‘게임을 즐겨라, 비즈니스를 즐겨라’(Exciting games, growing business)

- '지스타 2008'
개최: 2008년 11월 13일 ~ 16일
슬로건: ‘게임으로 여는 즐거운 세상!’(Log in your dream)

'한국 게임산업의 미래를 창조하는 세계 3대 게임전시회로 성장시킬 것'이라는 야심찬 포부를 반영하듯 ‘오라! 게임의 신천지가 열린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첫 발을 디딘 지스타였지만 시작은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불편한 교통과 부족한 숙박시설, 저조한 해외 게임사들의 참여 등 시작부터 많은 단점들이 부각된 것이다.

역대 지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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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수 많은 교통편으로 서울에서 가깝게 드나들 수 있는 일산이지만, 당시만 해도 버스, 지하철 노선이 아직 완공되지 않은 상태였다. 더군다나 지스타가 열리는 일산 킨텍스는 일산 교외지역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가용이 아니면 방문하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었다. 또한 당시 최신 시설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은 킨텍스였지만 시설 이용료가 매우 높게 책정되어 있어 게임사들이 불만을 호소하기도 했던 것이 사실.

해외 게임사들이 참가하지 않아 미국의 ‘E3’나 일본의 ‘동경게임쇼’ 같은 인기 게임사들이 총 결집한 게임쇼를 기대한 게이머들의 눈높이를 충족시켜 주지 못한 것도 초창기 지스타의 문제점 중 하나였다. 더욱이 방문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각 부스에서 고용한 부스걸들이 오히려 게임보다 주목을 받는 일도 비일비재해 ‘걸스타’라는 별명 아닌 별명이 생긴 것과 지금도 지스타 연관검색어로 오르는 지스타 부스걸 노출 사건이 발생한 것도 이 시기였다.

설상가상 ‘바다이야기’로 대표되는 사행성 아케이드 게임의 폐해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면서 지스타의 부스 중 상당수를 차지하던 아케이드 게임사들이 ‘지스타 2006’부터 대거 불참하면서 게임 부스를 채우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하기도 했다.( ‘바다이야기’ 사건을 시작으로 이후 진행된 지스타와 사행성 게임이 완전히 선을 긋게 되는 긍정적인 결과로 나타나기도 했다.)

역대 지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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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개최지, 행사 운영, 언론의 비판 등 이래저래 많은 문제를 보인 초창기 지스타였지만, 국내 최대의 게임쇼라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는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었다. ‘지스타 2005’에서 선보인 ‘펌프 잇 업 챔피언십’(WPF)나 게임음악 콘서트 등이 개최되는 등 의미 있는 기획들이 게이머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으며, 당시 높은 성장을 기록하고 있던 국내 게임사들의 신작 게임들이 대거 공개되며,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아울러 ‘지스타 2007’의 슬로건인 ‘게임을 즐겨라, 비즈니스를 즐겨라’에서 찾아볼 수 있듯 단순히 게임 행사가 아닌 국내외 게임사들의 비즈니스 매개체 역할을 하며, 게임의 수출입의 활성화를 유도하는 등 단순히 보여주는 것뿐만 아닌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게임산업을 대표하는 게임쇼로 서서히 성장하는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 2009~2011년 부산 벡스코 / '지스타' 한국 최대의 게임쇼로 자리잡다>

- '지스타 2009'
개최: 2009년 11월 26일 ~ 29일
슬로건: "아름다운 게임의 바다, 부산"(Beautiful Game Ocean, in Busan)

- '지스타 2010'
개최: 2010년 11월 18일 ~ 21일
슬로건: 'Game and More'

- '지스타 2011'
개최: 2011년 11월 10일 ~ 11월 13일
슬로건: 'Connect With Game!'

시작부터 온갖 잡음 속에서 시작됐지만, 여기저기 뭇매를 맞아가며 맷집을 키운 ‘지스타’는 부산 벡스코로 이전한 후 완전히 한국을 대표하는 게임쇼로 자리잡게 된다. 일산 킨텍스에서의 부진과 부산시의 적극적인 개최 노력으로 부산 벡스코로 자리를 옮긴 지스타였지만, 수도권을 벗어난 지방에서 진행되는 행사인 만큼 많은 우려를 산 것이 사실.

역대 지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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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부산 벡스코에서 진행된 첫 해인 ‘지스타 2009’부터 관람객 24만명을 기록하며 이러한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부산시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블리자드, EA 등의 해외 거대 게임사들의 신작 공개, 관람객들을 위한 다양한 체험존을 선보였으며, 레트로 게임이 전시회 및 보드게임 박람회 등 온라인, 콘솔을 넘어 다양한 게임 장르를 주제로 한 기획전이 마련되는 등 지스타는 드디어 게이머들이 바라던 게임쇼의 모습을 갖춰나가기 시작했다.

여기에 ‘지스타 2010’을 지나서는 아키에이지, 블레이드 앤 소울, 테라 등의 대형 MMORPG부터 스타크래프트2, 디아블로3 등의 인기 게임들은 물론, SCEK, EA,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유명 게임사들의 작품들이 공개 및 체험존이 마련되어 해외 게임쇼 못지않은 라인업을 갖췄으며, 별도로 마련된 BTB관에서는 매년 최고 수출액을 경신하는 등 외형과 내면에서 급격히 성장해 명실공히 한국 최대 규모의 게임쇼로 인정받아 나갔다.

일산에서 개최될 때만해도 ‘줘도 갈까 말까’한 취급을 받던 지스타 입장권의 가치 역시 덩달아 상승해, 사전등록에 참여할 경우 할인을 지원하는 ‘사전등록 할인제’가 ‘지스타 2010’때부터 폐지된 것은 물론, ‘지스타 2011’에 이르러서는 최초로 인터넷 예매가 지원되어 여느 인기 연극 및 콘서트에 맞먹는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물론, 부산 이전 초창기 지적된 높은 비용의 부스 설치 및 부가 서비스 이용료와 11월 비 성수기에도 불구하고 성수기 가격을 책정한 몇몇 숙박업소 및 음식점들로 인해 불만이 생기기는 했지만, 부산시와 연계한 많은 단체들의 적극적인 개선으로 해결되어 나갔다. 2005년 출범 당시 세계 3대 게임쇼 중 하나로 발돋움 하겠다는 포부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 2012년 ~ 2014년 부산 벡스코 / 정부가 아닌 민간으로 이양된 지스타>

- '지스타 2012'
개최: 2012년 11월 8일 ~ 11월 11일
슬로건: 'Game, touching the world'

- '지스타 2013'
개최: 2013년 11월 14일 ~ 17일
슬로건: Game Together, Dream Forever

- '지스타 2014'
개최: 2014년 11월 20일 ~ 23일
슬로건 : '게임은 끝나지 않는다'(Game is not over)

이렇듯 순항을 이어가던 지스타는 2012년 들어 정부 산하기관인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주관을 벗어나 민간단체인 한국게임산업협회가 직접 주관을 맡으며, 정부가 아닌 민간 단체에서 운영하는 본격적인 독립 게임쇼의 면모를 갖춰나가기 시작했다.

역대 지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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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민간주도로 진행된 ‘지스타 2012’은 비록 관람객 수는 19만 명으로 예년만 못했지만, ‘카운터 스트라이크 온라인2’, ‘워페이스’, ‘아스타’, ‘스타크래프트2: 군단의 심장’, ‘마비노기2’ 등의 게임들이 공개되어 예년보다 뜨거운 열기에서 진행됐으며, 당시 폭발적인 성장을 이어가던 모바일게임이 대거 전면에 나서는 등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전환되는 시장의 흐름이 또렷이 보인 게임쇼이기도 했다.

또한, 게임사 간의 합의로 부스의 불필요한 공간을 줄이고 통로를 넓히는 대신 관람객들을 부스 안쪽으로 유도하는 등의 보다 원활해진 운영으로 관람객을 위한 보다 쾌적한 행사를 운영하기 위한 노력이 엿보이기도 했다.

역대 지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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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을 무사히 넘긴 지스타였지만, 2013 지스타는 전년과는 또 다른 상황에 처한다. 당시 날이 갈 수록 심해지는 정부의 게임규제법들로 인해 게임시장의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차갑게 내려 앉은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지스타에 참가하는 업체들 대다수가 숙소지역으로 사용하고 있던 해운대구의 서병수 의원(현 부산시장)이 게임중독법안의 공동 발의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며, ‘지스타 2012’의 메인스폰서를 맡았던 위메이드의 남궁훈 전 대표가 부산에서 열리는 ‘지스타 보이콧’을 선언하는 등 개최 전부터 정상적인 개최가 우려될 정도로 삐걱 거리기도 했다.

‘중독법 반대를 위한 온라인 서명운동’ 에 무려 1만 3천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가 할 만큼 무분별한 게임 때리기 식의 보도와 법안으로 불만에 차있던 게이머들이 직접적인 행동을 보인 것도 바로 이때였다.

여기에 모바일게임이 게임시장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지스타의 메인 부스 곳곳에는 모바일게임들이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했지만, 화려한 볼거리와 이슈를 몰고 다니는 온라인 및 콘솔게임에 비해 큰 이슈거리가 없는 모바일게임들에 게이머들이 호응을 보이지 않으면서 지스타 자체에 대한 이슈도 전년도에 비해 매우 하락하기 시작했다.

지스타 2013
지스타 2013

이렇듯 예년에 비해 큰 이슈가 되지 못한 BTC에 비해 게임업체들의 비즈니스가 진행되는 BTB 관은 그 어느 때 보다 활발히 움직였다. 연이은 게임규제에 시달리는 실력 있는 국내 게임사들을 대상으로 캐나다, 영국, 독일 등의 주 정부에서 세금 감면 및 지원을 약속하며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으며, 국내 최대의 로펌인 김앤장이 게임쇼에 참가해 게이머들에게 충격을 주기도 했다. 지스타가 단순한 게임쇼가 아닌 아시아 최대의 게임 비즈니스 박람회로 거듭나기 시작한 것이다.

< 10살 된 지스타. 앞으로의 10년은 과연?>

이렇듯 첫 시작은 비록 미비했지만, 이제는 아시아 최대의 게임쇼로 올라선 지스타는 올해를 마지막으로 부산과의 계약이 마무리된다. 킨텍스에서 벡스코로 장소를 옮긴 뒤 승승장구를 이어간 지스타 지만 부산과의 인연을 계속해서 이어나가기에는 아직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많다.

수 많은 게임사들이 이주한 경기도 판교를 중심으로 성남시가 지스타 유치 의사를 여러 차례 피력하기도 했으며, 게임중독법안을 공동 발의했던 인물인 서병수 부산시장이 있는 한 ‘이제는 부산을 떠나야 할 때’라며 부정적인 의견을 보이는 게이머들과 업계의 관계자들이 상당수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첫 걸음을 시작한 ‘지스타 2005’부터 이제 아시아의 최고 게임쇼로 자리매김한 ‘지스타 2014’까지 10년의 세월을 겪은 지스타는 이제 다시 변화를 준비해야 할 시기가 다가왔다. 비록 많은 사건 사고가 있었지만, 이전까지의 10년보다 앞으로 10년이 궁금해지는 지스타. 과연 2015년 지스타는 어떤 행보를 걸을 것인지 앞으로의 모습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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