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기자의 놈놈놈] 마이크로소프트 키넥트 편

가장 빨리, 가장 많이 팔린 가정기기 1위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기기. 마이크로소프트의 키넥트다. 2009년 E3에서 최초로 공개된 이 기기는 게이머의 몸동작을 그대로 인식해서 게임에 적용시킨다는 과거 SF영화에서나 보던 장면을 현실로 이끌어 온 기기다.

비디오게임 시장에 동작인식 주변기기가 기존에 없던 것은 아니지만 키넥트는 그 중에서도 독보적인 성능을 자랑하며 게이머들의 주목을 받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가장 빨리, 가장 많이 팔린 가정기기라는 것은 이러한 기대가 반영된 결과였다.

Xbox360 이후 Xbox One이 출시됨에 따라 키넥트의 성능도 진화했다. 키넥트 2.0이라 명명된 이 기기는 손가락 관절의 움직임과 게이머의 얼굴근육까지 인식하는 고성능으로 무장하고 다시 한 번 시장에 충격을 줄 기세로 시장에 등장했다.

하지만 키넥트에 대한 관심은 예전만 못 한 것이 현실이다.

김한준 기자(이하 까는 놈): 키넥트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많은 사람들이 엄청난 충격을 받았지. 나도 그렇고.
조영준 기자(이하 편드는 놈): 일단 카메라가 내 동작을 완벽하게 인식한다는 것 자체가 기존에 없던 경험이니까요. 기존의 닌텐도 Wii나 비슷한 시기에 출시됐던 PS무브는 손에 컨트롤러를 쥐고 있어야 했지만, 키넥트는 카메라 앞에 서기만 하면 되는 좀 더 발전한 기기였어요.

놈놈놈
키넥트편
놈놈놈 키넥트편

조광민 기자(이하 말리는 놈): 한준 선배도 키넥트 갖고 있지 않았어요?
까는 놈: 있었지. 댄스 센트럴 하려고 별도로 구매까지 했었어.
편드는 놈: 과거형으로 말하는 거 보니까 지금은 없다는 얘기네요.

까는 놈: 없지. 두 가지 이유 때문에 팔았거든
말리는 놈: 돈이 없어서 팔았다는 게 첫 번째 이유일 것이고… 두 번째는요?
까는 놈: 댄스 센트럴만 하면 집에서 키우는 개가 와서 짖더라고… -_-; 미친 듯이 짖어서 할 수가 없었어.

편드는 놈: 도대체 춤을 얼마나 못 추면 개가 짖기까지 합니까…
말리는 놈: 개가 짖을 정도로 못 추는 춤은 어떤 춤인지 한 번 보고 싶습니다. 보여 주시죠.

까는 놈: …뭐 개를 팔 수는 없으니 결국 키넥트를 팔았지.
말리는 놈: 역시 동물을 사랑하는 남자… 개를 위해 게임을 포기하다니 굉장합니다. 게임 기자가 아니라 반려견 기자를 하는 게 어울렸을지도 모르겠네요.

까는 놈: 어차피 개가 짖는 거 때문이 아니더라도 어차피 처분하려고 했던 물건이야. 기기 성능과는 무관하게 현실적인 문제가 많았거든.
편드는 놈: 성능은 인정한다는 말이네요?
까는 놈: 키넥트 자체의 성능을 비판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은데?
말리는 놈: 키넥트 2.0에 들어서 6명을 동시에 인식하고, 사람의 표정, 근육의 움직임, 손가락 관절의 움직임은 물론 심장박동까지 인식한다고 했죠?

편드는 놈: 심장 박동은 어떻게 인식한다는 건지 모르겠네요.
말리는 놈: 움직임에 따라 혈관이 확장되고, 이로 인해 변하는 피부색 변화를 감지한다고 하더군요.
편드는 놈: 굉장하긴 한데… 보통 옷을 입고 게임을 하지 않나?;;; 한준 선배가 경험하기로는 어땠습니까?

까는 놈: 몰라. 나는 키넥트 2.0은 구매한 적이 없고… 그리고 나도 옷은 입고 게임 한다고 -_- 저런 스펙 이야기는 ‘키넥트 2.0이 이 정도로 뛰어난 기기입니다’ 정도의 홍보문구로 생각하면 돼. 하지만 이런 성능에 혹해서 키넥트를 구매하면 현실적인 벽에 부딪히게 되지…

말리는 놈: 키넥트로 할만한 게임이 없나요?
까는 놈: 그런 것도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주거환경이 키넥트를 사용하기 어렵게 만들어.
편드는 놈: 개가 짖는 게 그렇게 큰 문제인가요.
까는 놈: 아니 -_-; 개 이야기가 아니라… 키넥트를 사용하려면 키넥트 카메라와 게이머 사이의 공간이 2미터 정도는 필요한데… 그 정도의 공간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아. 말이 좋아서 2미터지. 몸을 움직이고 팔을 휘두르고 하려면 더 많은 공간이 필요하거든. 그렇게 큰 집에 사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니.

북미 지역이야 키넥트를 사용하기 쉬운 주거환경이 보편적이지만 한국에서는 그렇지가 않거든. 그러다보니 사다 놓고 쓰지를 못 하는거지. 키넥트 카메라와 내 눈이 서로 아이컨택 하는 일만 많고…

편드는 놈: 그러고보니 층간소음 문제도 있겠네요.
까는 놈: 우리 아랫집이 없다 보니 나는 마음대로 뛸 수 있었지만… 아마 아파트나 빌라에서 이걸 사용하면 아랫집에서 당장 올라올 걸? ‘댁의 애는 왜 이렇게 뜁니까!’ 라는 항의에 ‘애가 아니라 제가 뛰었습니다’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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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넥트편
놈놈놈 키넥트편

말리는 놈: 할 게임이 없다는 이야기도 지적해야 할 것 같은데요
까는 놈: 키넥트는 기본적으로 ‘내 몸동작으로 게임을 즐기고 싶다’는 이들을 위한 기기야. 음성인식도 지원하긴 하지만 몸동작에 초점이 더 맞춰진 기기지. 그런데 정작 몸을 움직여서 게임을 즐기는 게 쉽지가 않아. 특정한 행동을 수행하기 위해 팔을 특정한 자세로 계속 유지하는 것은 생각보다 무척 힘들거든.

더군다나 키넥트의 성능과는 무관하게 게임 자체에서 동작인식률이 떨어져서 몸으로 게임을 즐기는 것이 어려운 경우도 많거든. 하드웨어가 좋아도 그걸 지원하는 소프트웨어가 등장하지 않으면 하드웨어가 묻히는 사례가 제법 많은데, 키넥트가 지금 딱 그런 노선을 걷고 있어.

결국 키넥트의 성능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 기획자가 필요하단 이야기인데… 키넥트의 보급보다는 일반적인 게임패드의 보급이 훨씬 많이 된 상황에서 굳이 키넥트에 특화된 게임을 개발한 기획자가 나타날 것인지도 의문이야.

게임 패드의 모든 버튼에 할당된 동작을 몸동작으로 치환시켜서 소프트웨어가 인식하게 해야 하는데… 굳이 그렇게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 인터페이스를 개선하지 않아도 게임은 잘 팔리거든. 소프트웨어 개발사 입장에서도 굳이 모험을 할 필요는 없지.

편드는 놈: 음성인식을 기반으로 해서 게임 플레이를 좀 더 편하게 할 수는 있지 않나요? 굳이 몸을 움직이지 않더라도 말이죠. 스포츠게임에서 음성을 통해 실시간으로 작전을 변경하거나 선수를 교체하는 사례도 이미 있지 않습니까.
까는 놈: 이것도 아까 언급한 북미 지역과 한국 지역의 차이 때문에 생기는 불만인데… 맞아. 하지만 키넥트의 음성인식은 영어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한국어는 인식하지 않아. 한국에 엑스박스 원이 정식으로 출시되고 키넥트 2.0이 출시되면서 한국어 음성도 인식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기도 했지만 한국 판매량이 워낙 적은 탓인지 그런 배려는 하지 않더라고.

편드는 놈: 그래도 마이크로소프트 측은 키넥트의 보급에 적극적인 모습입니다. 최근에는 PC 버전 키넥트도 출시했구요.
까는 놈: 그거야 기업의 입장인 거고… 소비자 입장에서 ‘이 물건이 쓸모가 있나 없나’는 다른 문제라고. PC 버전 키넥트 2.0은 PC용 젠더를 따로 구입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가격이 해외보다 비싸. 엑스박스 원 출시 당시에 문제가 됐던 ‘해외보다 비싼 국내가격’이 또 불거지기 마련이야.

키넥트 2 .0의 가격만 보더라도 해외가 149.99달러로 한화로 약 16만 5천 원 수준인데, 키넥트 2.0의 국내 가격은 19만 8천 원이거든. 여기에 젠더가 6만 8천 원이니까 둘을 모두 사면 26만 6천원을 지불해야 돼.

편드는 놈: 적지 않은 가격이네요.
까는 놈: 적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비싸!!!

놈놈놈
키넥트편
놈놈놈 키넥트편

말리는 놈: 결국 기기 자체가 가진 성능보다는 이에 대한 지원과 사용하기 위환 환경적인 여건이 받혀주지 않아서 키넥트 사용을 포기하게 된다는 이야기네요
까는 놈: 제대로 써보고 싶은 기기인 것은 맞아. 이걸 좀 더 활용하면 비디오게임 시장이 더 극적으로 확대될 수 있는 기회도 생기지 않을까…하는 생각인데. 아직은 현실적인 문제가 많이 존재하네. 기기의 성능을 올리는 것보다 키넥트를 활용해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좀 더 많이 선보이는 게 우선이 아닐까 싶어.

편드는 놈: 현실적인 문제가 많다고는 하지만 기대가 되는 기기인 것도 사실이에요. 오큘러스 리프트를 머리에 쓰고, 키넥트 앞에서 몸동작으로 게임을 하게 되면 정말 영화에서나 보던 진정한 가상현실을 체험하게 되는 일이 될테니까요. 게임을 이렇게 한 번 정말로 해보고 싶네요.

까는 놈: 오. 그건 나도 정말 해보고 싶다. 하지만…

말리는 놈: 역시 공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겠죠.
까는 놈: 아니… 그거 보다도 그랬다간 또 개가 짖을 거 같아서 걱정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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