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기자의 놈놈놈] 길티기어 Xrd –SIGN- 편

1998년에 플레이스테이션으로 길티기어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하더라도 이렇게 장수하는 게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얼마나 있었을까? 단순히 대전격투게임 붐을 타고 출시된 수많은 게임 중 하나라고 생각됐던 이 게임은 후속작인 길티기어X부터 고해상도 그래픽과 여타 게임보다 속도감 있는 게임진행을 선보이며 자신만의 영역을 단단히 구축했다.

길티기어 Xrd –SIGN- (이하 길티기어 Xrd)는 한동안 본편 울궈먹기가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개발사인 아크시스템웍스가 의식이라도 한 것처럼 오랜만에 등장한 본편에 이어지는 후속작이다. 2D 대전격투 게임에서 보여줄 수 있는 비주얼의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를 받는 길티기어 시리즈지만, 길티기어 Xrd는 그런 시리즈의 특징을 감안해도 놀라울 정도의 비주얼을 선보이며 출시 이후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길티기어 이그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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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 기자(이하 말리는 놈): 이번 길티기어는 그래픽이 장난이 아니던데요. 정확히는 연출이 엄청나던데… 과장 조금 보태면 애니메이션 액션씬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에요.

김한준 기자(이하 까는 놈): 실제로 ‘그거 지금 애니메이션 보는 거야?’라고 물어보는 사람이 있을 정도니까. 과장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게 느끼는 이도 있어. 게임을 거의 안 하는 사람들이라면 더더욱 그렇게 보일 걸?
조영준 기자(이하 편드는 놈): 음… 그래도 체력 게이지도 있고 한데… 애니메이션으로 착각했다는 건 좀 이해가 안 가는데요.

까는 놈: 내 마누라의 안목을 무시하지마!
편드는 놈: 아. 형수님 이야기였습니까;;; 그런데 이번 길티기어 Xrd는 PS4용 스틱이 없어서 안 하고 넘어가겠다고 하더니만, 결국 게임 하고 계신가보네요?
말리는 놈: 대전격투게임 팬이라면 외면하고 넘어갈 수 있는 게임이 아니긴 해요.

까는 놈: 아니. 마누라가 PS4용 스틱을 사줬어. 그 덕분에 틈틈히 하고 있지.
말리는 놈: 그래서 아까 마누라 안목 무시하지 말라고 형수님 편을 들었군요.
편드는 놈: 그럼 그렇지…

까는 놈: 그런 식으로 날 몰아가지마. 우리 마누라가 이 글을 보게 된다면 얼마나 속상하겠어. 부부싸움을 유발할 셈이냐?

그런데 이번 작품의 그래픽은 정말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훌륭한 수준이야. 2D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연출을 보여주는데 정말 놀라운 건 이 그래픽을 3D 게임에 특화된 엔진이라는 인식이 강한 언리얼엔진3로 만들었다는 거야. 언리얼엔진3로 이런 그래픽도 구현할 수 있구나…라는 점에서 놀란 게이머들이 제법 많아.

애니메이션 같은 그래픽으로 대전격투게임을 하고 싶다는 게 내 초등학교 때 꿈이었는데... 그런 점에서 이 게임은 내 꿈을 이뤄준 게임이야.

편드는 놈: 2D로 보이지만 사실상은 3D로 개발된 게임이다보니, 3D 게임에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이 게임에도 녹아들었어요. 가장 단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은 대전 중에 카메라 시점이 변하면서 연출을 극대화한다는 점이구요. 데드오어얼라이브 같은 게임에선 흔히 볼 수 있던 장면이긴 하지만, 2D 격투게임에선 일일이 도트를 새로 찍어야 하는 점 때문에 볼 수 없었거든요.

길티기어 이그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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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는 놈: 똑 같은 행동을 해도 어떤 구도로 화면에 그리느냐에 따라 느낌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걸 보면 보는 맛이 한결 살아나긴 하겠어요.

까는 놈: 그런데 이러한 시도가 처음이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는데, 카메라 앵글이 다양하진 않아. 구도도 제한적인 편이고. 시험적인 요소를 도입한 건 좋은데, 시험만 하고 제대로 적용은 안 된 것 같아서 조금 아쉬워. 다음 작품이 나온다면 연출이나 시점 전환이 좀 더 많이 활용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 만든 것에 의의가 있다고 본다.

편드는 놈: 그런 면이 없지 않아 있기는 합니다. 그래도 대전격투게임의 본질은 캐릭터를 움직이면서 실력을 겨루는 것이고, 그런 점에서 이번 작품은 높게 평가할 수 있어요. 언뜻 보기에는 캐릭터들이 2단점프하고 공중에서 대쉬하고 번쩍번쩍 하면서 콤보를 이어가는 게임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그 속내를 파고들면 다양한 캔슬 방법과 가드 시스템을 통해 심리전을 펼쳐야 하는 게임이거든요.

말리는 놈: 대전격투게임의 팬들이 심리전이나 콤보를 이어가는 재미를 원하는데 이에 적합한 게임인 듯 하네요. 저야 대전격투게임을 잘 못 하긴 하는데, 영상만 봐도 흥미가 생기긴 해요. ‘오오 화려하다’ 이러면서 말이죠.

까는 놈: 그런데 게임이 무척 어려워. 대전격투게임이란 것이 상대와의 심리전을 해야 하고, 타이밍이 왔을 때 최대한의 피해를 줄 수 있도록 콤보도 익혀야 하는 게임이어서 많은 연습이 필요한 장르이긴 하다만… 그걸 감안해도 길티기어 시리즈는 어려운 편이야.

우선 게임의 템포가 무척 빨라. 눈으로 보기에도 화려할 정도인데 그걸 내 손으로 움직이는 건 결코 쉽지 않아. 3가지로 나뉘어진 로망 캔슬, 더스트 어택에서 이어지는 콤보와 점프 캔슬 등을 대전 중에 습관적으로 써야 하거든. 실제로 화려한 그래픽에 이끌려서 이 게임을 접한 이들 중에는 ‘너무 어려워서 못 하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이들이 많아.

길티기어 이그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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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드는 놈: 사실 그런 부분이야 적응의 문제 아닌가요. 연습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구요.
까는 놈: 맞는 말이야. 그런데 대전격투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모두 진지하게 모든 캐릭터의 특성을 파악하고 시스템을 파악해서 게임을 하는 것은 아니거든. 적당히 투닥거리면서 치고 받는 재미를 찾고 싶은 것인데… 치는 건 못 하고 받기만 하는 데 흥미가 생길 리가 있나.

말리는 놈: 하긴… 경기가 일방적으로 흘러가면 재미가 없기는 해요. 실력이 비슷한 사람이랑 해야 재미있는 게 대전격투게임이죠.
까는 놈: 그런 이들에게 이 게임은 굉장히 허들이 높은 게임이야. 이 허들을 넘으면 그때부터 정말 재미가 있기는 한데, 그 허들을 넘으라고 강제할 수도 없고, 할 게임이 넘쳐 흐르는 요즘 세상에 그 허들을 굳이 넘으려는 마음을 먹는 이들도 많지는 않아.

사실 이런 부분은 대전격투게임이 갈수록 마니아 장르로 국한되는 이유가 단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해. 시스템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신규 이용자 유입은 없이 기존 팬들만 계속 하다보니 기존 이용자와 신규 이용자의 실력차이는 계속 벌어지고… 결국 그 차이에 정이 떨어져서 신규 이용자는 이탈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거든.

말리는 놈: 길티기어 시리즈는 갈수록 지지층이 탄탄해지고 있는 기분인데요. ‘꿋꿋하게 남아서 시리즈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초점을 맞춘 것 같네요.

편드는 놈: 그런데 대전 난이도에 대해서 유독 불만이 많은 것 같은데… 혹시 온라인 멀티플레이 하면서 두들겨 맞았습니까?

까는 놈: …이놈들이 나한텐 한 대도 안 맞아주고 때리기만 하잖아. 얼마나 분하고 서러운지 아냐.
말리는 놈: 비판의 원인이 여기 있었구만…
까는 놈: 그리고 하필이면 그 모습을 마누라가 보고 있었다니까? 나보고 막 “오빠는 왜 한 판도 못 이겨?” 라더니 한숨 쉬고 방으로 들어가더라니까?

“아니야! 마누라! 나는 잘났는데 저놈들이 나쁜 놈들이라 나를 막 때리는 거야!!” 라고 외쳐봤지만 들어주지 않더라.

길티기어 이그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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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드는 놈: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니까 안 들어주죠!!!
까는 놈: 아악! 몰라. 이 나쁜 인간들이 마누라 보는 앞에서 나를 때리다니!!
말리는 놈: 형수님 앞에서 게임을 하지 않으면 될 일이잖습니까 -_-

편드는 놈: 대전이 어렵다고 하는데, 혼자 즐길만한 부분도 제법 많아요. 게임의 시스템을 설명해주는 튜토리얼 모드나 여기서 익힌 시스템을 손에 익힐 수 있는 각종 챌린지 모드를 통해 게임의 숙련도를 자연스럽게 늘릴 수 있죠.

게다가 대전을 잘 못하는 이들이라면 스토리모드를 통해 애니메이션을 감상하는 것처럼 게임의 스토리를 파악할 수 있어요. 장면을 넘기지 않고 보면 거의 다섯 시간 정도를 감상할 수 있으니 분량도 충분합니다.

까는 놈: 그런데… 명색이 격투게임인데 캐릭터들의 전투 장면도 그냥 쳐다보고만 있어야 하는 건 좀 아니지 않나 싶던데. 격투 파트는 게이머가 직접 조작할 수 있도록 하고 조건이 만족되면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는 식으로 구성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게임을 하고 싶은 것이지, 구경만 하고 싶은 건 아니잖아.

말리는 놈: 그래도 게임의 세계관이 상당히 방대한 편인데 이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는 요소에요. 글로 줄줄 읽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게 말이죠.
편드는 놈: 확실히 길티기어 세계관은 제법 복잡하게 얽혀있죠. 이거를 알아가는 재미도 있는 게임이에요.

까는 놈: 그렇게 복잡한 세계관의 이해를 돕기 위해 길티기어 Xrd의 해외판에는 라이브러리가 수록되어 있어. 각종 설정을 찾아서 볼 수 있는 요소지. 그런데 한국 버전에는 이 요소가 없더라고. 한글화 작업 중에 빠진 것 같은데, 게임 플레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요소라고 할 수는 없지만 너희들 말마따나 게임 세계관 이해에 도움을 주는 요소가 빠진 것은 많이 아쉽다.

말리는 놈: 전체적으로 재미있게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아쉬운 점도 많은 것 같네요.
까는 놈: 실험작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 연출을 더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점 이외에도 이런 기분이 들게 되는 것은 캐릭터의 수 때문에 그래. 작업 시기가 촉박했던 건지, 아니면 후속작 떡밥을 던지기 위함인지 모르겠는데 기존 캐릭터들이 대거 삭제됐어. 캐릭터 볼륨이 풍성해야 이것 저것 고르면서 게임을 하는 맛도 있고, 상성도 더욱 복잡하게 드러나기 마련인데 캐릭터 수가 적으니까 이런 점이 부각이 덜 되더라고.

게다가 하필이면 내가 사용하던 쿠라도베리 잼, 바이켄, 미토 안지 같은 애들만 골라서 삭제됐어 -_- 게임을 할래야 할 수가 없잖아! 내가 걔들로 했으면 마누라 앞에서 그렇게 두들겨 맞지는 않았을 건데!!

편드는 놈: 형수님은 신경도 안 쓰고 있을 것 같은데 왜 이래요. 그리고 그렇게 말하면 단지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가 안 나와서 짜증나’ 정도로 발언의 의미가 퇴색되잖아요!
말리는 놈: 참… 한준 선배는 ‘속이 좁아 보이게 말하는 법’을 너무 잘 알고 있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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