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기자의 놈놈놈] 토귀전 극 편

거대한 몬스터와 병장기를 들고 맞붙는 인간의 모습은 묘한 희열을 안겨준다. 일격에 나가떨어질 것 같은 압도적인 체격 차이를 날랜 몸동작과 끈질긴 공격으로 대신하고, 결국에는 쓰러트리는 모습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했다는 성취욕을 안겨주기 마련이다.

토귀전 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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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팅액션 장르는 이러한 감정을 저변에 두고, 더욱 극대화 시켜 인기를 얻는 작품이다. 스테이지를 진행하다가 스테이지의 마지막에 대형 보스와 사투를 벌이는 일반적인 액션게임과는 달리 여느 게임에서는 보스로나 등장할만한 거대한 몬스터와의 1:1 공방 (실상은 다수 vs 몬스터 하나의 공방이 대다수지만)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춘 헌팅액션은 게이머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주고 나름의 영역을 확고히 구축했다.

김한준 기자(이하 까는 놈): 토귀전 극 하느라고 오랜만에 PS비타를 매일 가지고 다닌다. 책상 위에서 먼지만 뽀얗게 쌓여가고 있었는데 말이야.
조광민 기자(이하 말리는 놈): 입버릇처럼 ‘PS비타 해야 되는데…’ 하더니 토귀전 극으로 소원성취 했나보네요.
조영준 기자(이하 편드는 놈): 전작인 토귀전의 단점을 수정하고, 새로운 몬스터를 추가해서 게임성을 일신한 게 이번 작품의 장점이에요. 토귀전의 후속작이면서 토귀전의 스토리를 전부 포함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구요. 덕분에 게임의 볼륨이 무척이나 풍성합니다. 게임 두 개를 한 번에 하는 셈이니까요. 전작이라 할 수 있는 토귀전의 스토리는 좀 밋밋한 감이 있지만 토귀전 극에 들어오게 되면 캐릭터의 개성도 더욱 부각되고 스토리도 상당히 흥미롭게 진행이 되요. 스토리가 궁금해서라도 계속해서 즐기게 되는 맛이 있습니다.

단순히 스토리만 풍성한 것이 아니라 스토리 외적인 면에서도 즐길거리가 풍부한 게임이에요. 멀티플레이를 통해 본편과 비슷한 분량의 임무를 수행할 수도 있고, 무한토벌이나 긴급임무를 통해서 본격적으로 재료 수집과 아이템 강화를 할 수도 있어요. 몬스터의 종류도 나름대로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기에 사냥하는 맛도 좋습니다.

토귀전 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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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는 놈: 그래픽도 상당히 좋아요. 휴대용 게임기로 나온 헌팅게임을 통틀어서 가장 뛰어난 그래픽이 아닐까 싶은데요. 캐릭터 그래픽은 물론이고 토벌해야 할 대상인 오니(몬스터)의 디자인과 이를 게임 속에 녹여낸 그래픽도 상당히 만족스러워요. 헌팅액션게임인지 SF액션인지 헷갈릴 정도로 특수효과도 화려하게 그려졌구요.

게다가 게이머들이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단어라 할 수 있는 ‘게임오버’에 대한 압박이 거의 없어요. 인공지능이 워낙에 뛰어난 덕분에 대부분의 오니를 어렵지 않게 토벌할 수 있고, 설령 쓰러지더라도 몇 번이고 부활할 수 있거든요. 제한시간 내에 부활을 못 하면 두 번 정도는 시작지점으로 돌아가서 재도전 할 수 있구요. 물론 오니에게 누적된 대미지는 그대로인 채로 말입니다.

까는 놈: 설명 다 했냐?
편드는 놈: 할 말은 거의 다 했습니다만?
까는 놈: 그럼 이제 슬슬 까자.

말리는 놈: 어째 아무 말 없이 영준기자의 설명을 가만히 듣고만 있다 싶더니만… 몰아서 까려고 가만히 있던 겁니까?;;
까는 놈: 만화가 김성모가 무릎을 꿇은 건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라고 한 것처럼… 내가 잠자코 있던 것은 영준이 이야기를 몰아서 반박하려고 한 것이란다. 칭찬 참 길게도 한다. 토귀전 극 홍보모델인 줄 알았네.

편드는 놈: 저는 콘셉트에 충실한 겁니다.
까는 놈: 일단 그래픽 이야기부터 해볼까. 그래픽은 상당히 뛰어나. 헌팅액션 장르를 넘어 PS비타 전체로 통틀어도 이 정도 그래픽을 자랑하는 게임은 드물어. 하지만 이펙트가 지나치게 화려한 감이 있어. 오니들은 누적된 대미지에 따라 상태가 변화하고, 그에 걸맞게 색상이 변화하는데 이것도 네온사인 보는 것처럼 반짝거리거든. 파괴된 부위는 반투명으로 처리되고 말이야. 이 상황에서 근접해서 공격을 하게 되면 ‘내가 도대체 어디를 때리고 있는 것인가’가 헷갈리기도 해.

또 하나. 수집요소가 많다고 했는데, 많기는 하지만 편하지는 않아. 무기나 방어구를 강화하려면 각종 재료를 습득해야 하는데, 이 재료들을 어디서 누굴 사냥해야 얻을 수 있는지 정보가 제공이 안돼. 인터넷을 통해 검색하면 정리된 자료가 나오긴 하지만, 이건 게이머들이 지식을 공유하는 차원에서 만들어진 백과사전과 같은 존재이지, 게임이 제공하는 자료는 아니거든. 요즘 나오는 모바일게임처럼 아이템 이름 클릭하면 사냥터로 자동으로 이동시켜주지는 않더라도, 최소한의 힌트는 줘야 사냥을 할 거 아니겠어? 가뜩이나 재료 드랍 확률이 낮은 편인데, 엉뚱한 적을 토벌하는 일은 없게 해줘야지.

말리는 놈: 그런게 헌팅게임의 재미 아닐까요? 사냥을 반복하면서 재료를 얻고, 그렇게 체득한 정보를 기반으로 진정한 ‘헌터’가 되어가는 과정을 즐기는 거죠.
까는 놈: 불편함을 ‘이 장르의 특징’이다라고 구분지어 놓으면 그건 신규 이용자들의 진입을 막는 허들을 포장하는 꼴 밖에 안되지 않겠어? 모든 사람들이 헌팅액션을 통해 ‘헌터’가 되고 싶어하지는 않아. 그냥 커다란 적을 때려잡고 싶어하는 사람도 많다니까?

물론 기본적인 스토리만 진행하는 데에는 굳이 재료를 파밍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게임을 즐기는 방식에 따라서는 ‘재료 수집이 안 되도 게임 진행에 문제될 건 없는데?’하고 불만을 갖지 않을 수 있어. 상점에서 판매하는 아이템만 갖고도 게임을 충분히 진행할 수 있거든. 하지만 무한토벌이니 긴급임무니, 멀티플레이 퀘스트 같은 것이 잔뜩 있는 것 보면 이 게임도 ‘스토리를 즐긴 이후에 몬스터 잡으면서 파밍하는 재미’에 초점을 둔 게임이란 건 알 수 있어. 그런 의도가 없으면 파밍 콘텐츠를 준비하지 않았겠지.

하지만 방어구의 경우는 상당히 수집하는 맛이 떨어져. 성능도 성능이지만 외형 때문에 방어구를 이리저리 바꾸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게임에 등장하는 방어구는 대부분의 디자인 콘셉트가 비슷해. 뭘 입혀도 비슷한 느낌이라는 것이지. 이런 요소는 수집욕을 떨어지게 만들어.

편드는 놈: 미타마 수집은 흥미롭지 않나요? 각 캐릭터의 뒷 이야기를 읽는 재미도 있고, 미타마 조합에 따라 다른 능력이 발동하기도 하구요. 어떤 식으로 장착하냐에 따라 캐릭터 특성이 완전히 달라지게 되지 않습니까?
말리는 놈: 일본의 역사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게임이기에 일본 역사 속의 인물이 잔뜩 나오기는 하지만, 위인이라면 위인이라 할 수 있는 인물들을 게임 내 콘텐츠로 이렇게 활용한다는 점은 제법 흥미로워요.

까는 놈: 헌팅액션게임에서 재료를 빨리 수집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적을 빨리 쓰러트려야 하지. 그러기 위해서는 결국 가장 효율적인 장비와 셋팅을 찾기 마련인데, 미타마가 이러한 ‘효율성’에 영향을 주는 요소이다 보니, 결국에는 쓰는 조합만 쓰게 돼. 유난히 좋은 미타마가 몇 개 있거든. 특히 근접해서 적의 공격을 받아내며 오니의 부위를 파괴해야 하는 플레이가 요구되는 게임이다보니 적의 공격을 몇 번 정도는 무시할 수 있는 ‘공선’ 스킬을 지닌 미타마가 유난히 좋은 효율을 보여. 스킬 밸런스가 좀 맞지 않는 느낌이야.

그리고 가장 큰 아쉬움은 아까 영준 기자가 말한 ‘게임오버에 대한 압박’이 거의 없다는 점이야. 헌팅액션게임은 거대한 적과 내가 사투를 벌인다는 콘셉트를 기반에 두고 있는 게임이야. 즉, ‘저 커다란 녀석이 언제 날 한 방에 쓰러트릴지 모른다’라는 긴장감을 안고 게임을 하고, 적을 쓰러트리면서 긴장감이 해소되고 성취감을 얻는 심리적인 구조를 띄고 있다는 말이지.

하지만 이 게임은 쓰러져도 NPC가 몇 번이고 부활을 시켜줘. 게다가 오니는 그런 부활 작업을 딱히 방해하지도 않아. 결국 ‘어차피 쓰러져도 부활될텐데… 그냥 계속 달라 붙어서 딜이나 넣자’는 식으로 게임을 하게 돼. 앞서 말한 것처럼 ‘빠른 토벌’과 그를 통해 ‘빠른 재료 수집’을 하기 위해서는 말이야. 이런 구조가 결국 단조로운 플레이를 하도록 유도하고 있어.

토귀전 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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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드는 놈: 무한토벌은 사망 횟수가 1회로 제한되어 있어서 그렇게 플레이 할 수 없어요.
까는 놈: 그건 그 콘텐츠만 그렇게 제한되어 있는 것이고… 그런 식이면 임무 중에 NPC와 함께 진행하지 않고 주인공 혼자 단독으로 진행하는 임무도 있다?그런 모드 하나 있다고 게임의 전체적인 게임성이 달라지는 건 아니지.
말리는 놈: 이 게임을 두고 ‘라이트’하다는 지적이 많은 편인데… 지금 말한 게 그런 지적이 나오는 이유라 할 수 있네요.

까는 놈: 이 게임을 보는 시선은 두 가지가 있을 수 있어. 하나는 헌팅액션게임이라고 하기엔 너무 가볍고 시시하다는 시선과 다른 하나는 쓸데 없는 진입장벽과 스트레스를 줄이고 액션 그 자체에 중점을 둔 게임이냐는 것이지. 나는 일단 후자로 생각하고 있어. 그런 점에 집중해서 즐기면 꽤나 재미있어. 아쉬운 점은 있지만 말이야.
말리는 놈: 하지만 ‘사냥은 사냥꾼과 사냥감이 목숨을 내걸고 벌이는 사투’라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긴장감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군요.

까는 놈: 내가 할 말 낚아채서 네가 하지 말아줄래?
편드는 놈: 광민 기자도 자기 분량은 자기가 챙겨야죠… 선배가 분량을 안 챙겨주니까요.
말리는 놈: 맞아요 선배가 안 챙겨주니까 제가 제 몫은 챙기는 거 아닙니까. 이게 다 한준 선배 탓입니다.

까는 놈: 이제는 후배들이 파티를 맺어서 나를 토벌하려고 하는구나… 나 혼자 부각되고 관심 받고 싶어서 내가 대사를 많이 하는 게 뭐 잘못이니? 이거 참 속상하구나.
편드는 놈: …딱히 잘못됐다고 하기는 어려운데… 모양새가 좀 치사해 보일 거라는 생각은 안 해봤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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