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전4 박민수 개발자, "창세기전 시리즈 열혈 팬에서 개발자로 변신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을 만드는 회사에 입사해 그 게임 개발에 참여한다? 게이머들에게는 꿈과 같은 일을 실제로 성공시킨 개발자가 있어 화제다.

그 주인공은 올해 최고 기대작으로 꼽히고 있는 창세기전4를 개발 중인 소프트맥스 기획팀의 박민수 개발자. 그는 소프트맥스 관련 팬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창세기전 시리즈 팬들 사이에서 백과사전이라고 불릴 정도로 유명한 열혈 팬이었다가, 지난 2008년 소프트맥스에 입사해 지금은 창세기전4의 설정과 스토리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이에 게임동아에서는 박민수 개발자를 만나 창세기전4 개발에 참여하게 된 소감을 들어봤다.

창세기전4 인터뷰
창세기전4 인터뷰

Q :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현재 창세기전4 개발에서 맡은 역할은?
A : 기획팀에서 설정과 스토리를 맡고 있는 박민수입니다.

Q : 창세기전 열혈 팬이었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소프트맥스에 입사하게 됐나요?
A : 소프트맥스 관련 팬 블로그를 운영했었는데, 소프트맥스 측에서 연락을 주셔서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그때가 2008년 11월이었는데요. 당시 저는 공대생이었기 때문에 사회 생활은 아직이었지만, 게임 개발에 대해 흥미가 있었고 무엇보다 제가 좋아하는 회사이기에 망설임은 없었습니다.

창세기전4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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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및 단체에 사용된 엠블렘 정리

Q : 창세기전의 어떤 부분이 그렇게 매력적이었나요?
A : 소프트맥스라는 회사와의 인연은 옛날 KBS 게임천국이라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스카이와 리카라는 게임을 본 것이 처음이었고요. 창세기전 시리즈의 경우는 학창시절에 게임 잡지를 사보곤 했는데 잡지 앞쪽에 있는 지면 광고를 통해서입니다. 창세기전2 회색의 잔영이 40,000 copy를 팔았다느니, 창세기전 외전 서풍의 광시곡이 80,000 copy를 팔았다느니 하는 문구를 보면서, 그리고 이 게임이 국산게임이라는 것을 알게되면서 국산인데도 인기 많은가보다라고 생각했었죠.

이후 템페스트라는 속편이 나온다는 정보를 보고 구매 예약을 했는데,, 그게 처음으로 플레이 한 창세기전이 되었습니다. 플레이 중 특정 시점에서 더 이상 진행이 안 되는 문제가 있어서 곤란해 하던 중이었는데, 우편으로 패치CD가 와서 엔딩까지 무사히 볼 수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이후로 소프트맥스에서 나오는 게임은 다 구입하게 되었고, 과거 작품들도 찾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창세기전4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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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낡아버린 창세기외전2 템페스트 사용자설명서

그렇게 몇 년이 지나고 인터넷을 통해 관련 정보도 찾아보고, 팬 사이트 등을 돌아보면서 든 생각은, 사람들은 창세기전 시리즈 이야기만 하고 다른 작품에 대한 이야기는 잘 안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예를 들면 리크니스나 스카이와 리카 같은 작품들… 큰 규모의 팬 사이트에서도 게임의 존재를 모르거나 이름만 들어본 정도로만 알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정보를 모아보자고 생각하고 소프트맥스 팬 블로그를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창세기전 시리즈 중에서도 1편은 사람들이 별로 신경을 안 쓴다는 것도 깨달았고, 무작정 1편을 플레이하며 대사 하나하나를 찍고 블로그에 올렸어요. 엔딩까지 본 다음 느낀 건 1편도 나름의 가치가 있다는 것. 창세기전2 회색의 잔영만으로는 의문이었던 부분이 1편을 통해 해결되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그리고 미묘하게 다른 차이를 찾아보는 재미도 있었고요.

창세기전의 재미요소는 역시 하나의 거대한 역사를 이루는 스토리와 설정이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과거와 미래의 이야기일 뿐 아니라 동 시기의 다른 장소를 무대로 하는 외전들도 나와서 서로 짜맞춰보는 재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또한 많은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그들 나름의 이야기가 존재하고, 전작에 나왔던 인물이 나이를 먹고 다시 등장을 한다거나, 전작에서 봤던 지명이 속편에서도 이어지고, 전작에서 도움을 줬던 나라를 속편에서는 역으로 침공하기도 하고요.

창세기전4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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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에 등장했던 마법 및 필살기는 게임을 직접 돌려 영상으로 만들었다.

Q : 창세기전 시리즈 열혈 팬이었으니 입사해서 최연규 이사 등 창세기전 개발진들을 직접 만났을 때 굉장히 설렜을 것 같습니다. 어떤 느낌이었나요?
A : 여러 매체를 통해 얼굴이 알려진 몇몇 분들을 실제로 만났을 때, 뭔가 모니터 안에만 살고 있는 연예인을 실제로 만나는 느낌이랑 비슷했어요. 전작 스탭롤에 나오는 이름을 떠올리며, 이 분은 아직 남아계시구나 이 분은 안계신가보네? 같은 생각도 했고요. 창세기전 시리즈의 자료 정리를 위해 관련 문서들을 받았을 때 내가 정말 소프트맥스에 들어왔구나라는 실감이 들었습니다.

창세기전4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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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에서 등장한 몬스터들을 분류한 문서

Q : 창세기전 시리즈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A : 물론 게임의 완성도를 고려한다면 창세기전2 회색의 잔영이나 창세기전3 파트2 등 골라야 하겠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템페스트를 좋아합니다. 제가 직접 접하게 된 첫번째 작품인 것도 있고, 사이드 뷰 시점으로 연극이라는 컨셉을 살린 부분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Q : 팬의 입장에서 바라본 창세기전과 개발자 입장에서 바라본 창세기전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A : 작품을 해석하는데 있어서 팬의 입장에서는 가정이라는 전제로 이야기한다면, 개발자의 입장에서는 확정정보라는 전제로 이야기 해야 한다는 게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팬의 입장이 아닌 개발자의 입장이다보니, 커뮤니티 등을 통해 창세기전과 관련된 이야기를 올릴 수 없거나 이벤트에 참석할 수 없는 건 슬프네요.

창세기전4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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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업군 복장에 대한 리스트 정리

Q : 창세기전4 개발 과정에서 인상 깊었던 일이 있었다면?
A : 가끔씩 팬 분께서 회사에 선물을 보내주시곤 합니다. 얼마 전에는 식혜를 보내주시기도 했는데,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1차 PV가 공개되었을 때 영상 마지막에 스탭 이름이 잠깐 나오는데요. 거기에 제 이름이 적혀있는 걸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제 이름은 흔한 편에 속하는데, 그 때문인지 창세기전3 파트2 스탭롤에 저와 같은 이름을 가지신 분이 올라와 있었어요. 당시 엔딩 깨고 스탭롤 보다가 그 부분 보고 크게 웃었던 기억이 있는데, 돌이켜보면 이것도 인연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아무튼 이번에는 진짜 제 이름이 들어갔습니다.

마지막으로 FGT 행사 때의 일이 있겠네요. FGT에 참석 하셨던 분 중 혹시 기억하시는 지 모르겠는데 저는 간식이 놓여진 테이블에 서있었습니다. 팬분들이 한 분 한 분 들어오시고, 지금까지의 결과물을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여전히 팬의 입장이었다면, 저 자리 어딘가에 앉아있었거나, FGT당첨 안됐다고 땅을 치고 있었겠지.'라는 생각도 하면서 말이죠. 저도 저 사이에 끼어서 플레이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Q : 개발자 입장에서 창세기전4에서 가장 자랑하고 싶은 요소는 무엇인가요?
A : 유닛의 수집 요소가 아닐까 합니다. 이는 창세기전4의 주요 콘텐츠라 할 수 있는데, 일반적인 게임의 수집/성장에 그치지 않고 아르카나 유닛의 설명이나 아르카나 퀘스트를 통해 각 캐릭터와 시대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습니다.

창세기전4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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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모은 소프트맥스 관련 제품, 소프트맥스가 제작한 것 뿐 아니라 컨버전 및 한글화 타이틀과 자회사 디지탈에이지를 통해 유통된 타이틀도 포함되어 있다

Q : 창세기전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 창세기전 시리즈는 아수라 프로젝트에 의해 반복되는 역사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창세기전4에 와서는 이미 무한대에 가까운 평행세계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해보곤 합니다. 지금까지의 유저들의 플레이 경험 그리고 창세기전 시리즈를 소재로 한 2차 창작들이 모두 아수라 프로젝트의 차수 중 일부에 속해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창세기전의 역사는 소프트맥스 뿐 아니라 팬들의 손에 의해서 계속 이어져왔고, 그런 팬들의 성원이 모아져 창세기전4가 제작될 수 있었던게 아닐까 하고요. 오랫동안 기다림 끝에 창세기전4가 이제 첫 선을 보이게 됩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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