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기자의 놈놈놈] 원피스 해적무쌍3 편

최근에는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본 기자는 만화 원피스를 무척 좋아한다. 1997년에 일본의 주간 만화잡지 소년 점프에 처음으로 연재를 시작한 이 작품은 지금까지 단행본만 76권, 일본 내 누적판매량 3억 부를 돌파하며 단순 판매량에선 또 다른 전설적인 만화인 드래곤볼을 제쳤다.

워낙에 인기가 많은 작품이다보니, 원피스를 소재로 한 다양한 게임이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 중에서도 진삼국무쌍의 전투 방식에 원피스의 캐릭터를 접목시킨 원피스 해적무쌍 시리즈가 원피스를 소재로 삼은 게임 중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비현실적인 능력을 지닌 주인공이 나와 다수의 적을 물리치며 활약하다가 마찬가지로 비현실적인 능력을 지닌 강적과 대립하는 흐름을 지닌 원작의 특성이 진삼국무쌍의 게임성과 잘 어우러진 것이다.

하지만 1편과 2편은 각각 다른 이유로 게이머들에게 아쉬운 평가를 받았다. 1편은 원작의 스토리는 잘 구현했지만, 버튼 액션으로 점철된 어드벤처 게임에 가까운 데다가 적이 많이 등장하지 않아서 무쌍 시리즈 특유의 호쾌함이 부족했다.

2편은 다수의 적을 쓸어버리는 무쌍 시리즈 특유의 맛은 살렸지만, 게임 시나리오를 만화 원작의 스토리가 아닌 오리지널 스토리를 사용하면서 아쉬움을 샀다. 1편은 무쌍 시리즈의 팬들에게, 2편은 원작의 팬들에게 아쉬운 반응을 산 셈이다.

원피스 해적무쌍3는 전작의 단점으로 지적된 부분을 포용해서 이를 발전시킨 게임이다. 개발사에서도 이런 점을 출시 전부터 강조를 했다. 그리고 지난 3월 26일, 플레이스테이션3(이하 플스3), 플레이스테이션4(이하 플스4), 플레이스테이션 비타(이하 PS비타) 등 3개의 기종으로 원피스 해적무쌍3가 출시됐다.

놈놈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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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준 기자(이하 까는 놈): 난 비타 버전, 플스4 버전 2개 샀지. 두 버전의 세이브파일을 네트워크로 공유할 수 있어서, 비타로 하던 걸 플스4에서 이어할 수 있거든. 주로 이동 중에 비타로 하다가 집에서 플스4로 하고 있지.

조영준 기자(이하 편드는 놈): 뭘 2개를 다 사고 그럽니까? 돈 없다고 우리 밥도 안 사주면서.
까는 놈: 너희들 밥 사줄 돈 아꼈기에 2개 살 수 있었던 거야. 내 근검절약의 결과물이란다.

편드는 놈: 그러고 보면 선배는 참 원피스 좋아해요. 노래방에서도 꼬박꼬박 ‘We Are!’(원피스 애니메이션 1기 주제가) 부르잖습니까?
조광민 기자(이하 말리는 놈): 헐. 그게 언제적 노랜데 그런 걸 부릅니까?

까는 놈: 1999년 노래. 16년 밖에 안 지났다. 그러는 넌 노래방에서 목로주점 부르잖아! 그거 1982년에 나온 곡이니까 너 태어나기도 전에 나온 노래거든?!

편드는 놈: 으으… 둘 다 노래방에서 사람들이 알만한 노래 좀 불러요…
까는 놈: …넬 노래 부르면서 신나게 춤추는 놈이 할 소리냐?

말리는 놈: 그런데 왜 우리는 매번 게임 이야기는 안 하고 다른 이야기 하다가 본론으로 넘어갑니까?
편드는 놈: 한준 선배가 애초에 원작 팬인데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겠어요? 마냥 재미있다고 할 것 같은데요.

일단 이번 작품은 전작의 단점을 개선하고, 1편과 2편의 장점을 한 곳에 모은 작품이라 하 수 있어요. 무쌍 시리즈는 3편이 진리라는 말이 있는데, 원피스 해적무쌍3는 이런 주장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게임입니다.

플스4를 플랫폼으로 활용한 덕분인지 ‘일기당천’으로 표현되는 무쌍 시리즈 특유의 대규모 전투가 더욱 빛을 발해요. 적이 굉장히 많이 나오거든요.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첫 스테이지에서도 1,000명 이상의 적을 쓰러트릴 수 있습니다. 그만큼 호쾌해요.

까는 놈: 하지만 그 덕분에 비타버전은 퀄리티 하락이 눈에 띄지. 비타의 성능이 플스4보다 훨씬낮아서 한 화면에 그려낼 수 있는 캐릭터의 수가 적다보니 스텔스 현상이 심하게 드러나. 맵에는 적이 존재하는데 정작 내 눈에는 적이 안 보이거든.

실제로 게임을 해보면 플스4 버전에서는 무쌍 한 번에 적을 100명 이상 날려버릴 수 있는데, 비타 버전에서는 50명 이상을 날리기도 힘들지. 무쌍을 써서 적을 날려버렸는데 그 자리에 적이 멀쩡하게 서 있을 때는 좀 짜증이 날 때도 있어.

놈놈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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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는 놈: 프레임 하락은 없습니까?
편드는 놈: 플스4 버전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해요. 애초에 가변 60프레임이라 걱정을 조금 하기도 했는데, 플레이에 지장을 줄 정도로 하락하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까는 놈: 이것도 비타 버전에서 좀 심하게 드러나. 원작 스토리를 따라가는 레전드로그 모드에서는 크게 불편한 게 없는데, 드림로그나 프리로그에서는 불편할 정도로 프레임이 떨어져. 특히 자연계 능력자로 게임을 할 때 심해. 캐릭터들이 사용하는 스킬이 화려하고, 맵의 전체를 뒤덮는 공격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경우에는 하드웨어가 고생하는 느낌이야.

말리는 놈: 뭐 새롭게 추가된 시스템은 없습니까? 무쌍 시리즈가 별로 달라지는 게 없는 것 같아도, 매 시리즈마다 조금씩 다른 시스템을 추가하면서 전투에서 새로운 느낌을 주려고 노력하는 편이잖아요.

편드는 놈: 키즈나 어택이라는 개념이 새롭게 추가됐어요. 전작에 있던 서포터 개념이 좀 더 강화된 건데요. 우측 상단에 자신이 활용할 수 있는 서포터가 표시가 되고, 게이지가 가득차면 이를 발동해서 각 콤보의 마지막에 서포터를 불러내서 강력한 공격을 할 수가 있어요. 그 상태에서 무쌍을 발동하면 합동 무쌍난무가 펼쳐집니다. 연출도 볼만하고, 위력도 좋은 편이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게 좋아요.

까는 놈: 그런데 이 키즈나 어택을 자랑하고 싶었던 것인지 게임 플레이가 이를 너무 강제하는 모습이야. 이번 작품은 각 스테이지마다 S랭크를 얻는 조건이 전작과는 조금 달라. 피격 대미지가 빠지고 각 스테이지에서 느낌표를 얼마나 획득하냐에 따라 랭크가 결정되는데, 키즈나 어택을 사용해서 적을 쓰러트려야만 느낌표를 얻을 수 있어. 안 쓰면 손해기 때문에 무조건 써야 해. 성능이 좋기는 하지만 서포터 지원 없이 혼자 막 쓸어 담고 싶은 사람에겐 군더더기로 느껴질 걸?

거기다가 비타 버전에선 서포터를 불러내면 화면에 표시되는 이펙트가 더 늘어나기 때문에 프레임이 더 떨어져. 플스4로 할 때는 불편한 게 사실 없었는데, 비타로 할 때는 제법 거슬리더라.

편드는 놈: 하지만 너무 혼자서만 날뛰면 그건 그거대로 전투가 되게 심심하게 보일 거 같네요.
까는 놈: 그렇긴 하다만… 조금 부자연스러워. 내 근처가 아니라 맵의 다른 지역에서 싸우고 있는 캐릭터를 서포터로 활용하다가 키즈나 어택을 발동하면 갑자기 어디선가 그 캐릭터가 나타나서 키즈나 어택을 날리고 사라진다? 이건 뭐 소환수도 아니고 포켓몬도 아니고 말이지. 캐릭터가 어느 정도 주변에 있을 때 발동되는 식이었으면 ‘뜬금없다’는 느낌은 없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각 스테이지마다 서포터가 거의 정해져 있는 편인데 원작 시나리오를 따라가는 레전드로그에서는 모르겠지만,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드림로그나 프리로그에서는 서포터를 내가 골라서 들어갈 수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아. 원작에서도 파트너로 활동하는 캐릭터들을 활용하는 것도 좋지만, 라이벌 혹은 원수 관계인 캐릭터들이 동시에 합동 필살기를 날리는 모습을 보고 싶기도 하거든.

말리는 놈: 칠무해에 속한 캐릭터들을 싹 들고 들어가서 ‘칠무해 무쌍’을 날려도 재미있긴 하겠네요.

편드는 놈: 캐릭터 개성이 잘 살아있는 점도 좋습니다. R1 버튼을 누르면 특수공격이 나가는데, 이게 각 캐릭터가 원작에서 보여줬던 모습을 잘 반영하고 있어요. 사실 이 시리즈는 무쌍 시리즈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캐릭터 게임이기도 한데, 원작 캐릭터의 개성을 얼마나 잘 살렸는지도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까는 놈: 하지만 그 덕분인지 캐릭터 밸런스가 너무 심하게 안 맞아. 기본적으로 무쌍 시리즈가 캐릭터 사이의 성능 차이가 심하다고는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너무 심해. 넓은 범위를 공격할 수 있고, 이동 속도가 빠른 캐릭터가 최고거든.

와… 후지토라 골라서 게임을 해봤는데 성능이 지나칠 정도로 좋아서 ‘와… 이러다가 게임 질려서 접게 생겼다’는 마음까지 들더라니까? 뭐 샹크스, 에넬, 삼대장들, 흰수염 정도가 이런 부류의 캐릭터랄까? 뭐 원작에서도 강한 캐릭터들이니 어떻게 생각하면 원작 고증에 충실했다는 생각도 들지만…

놈놈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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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는 놈: 샹크스도 나옵니까? 걔가 원작에서 한 거라곤 루피에게 밀짚모자 주고, 눈에 힘 줘서 물고기 쫓아내고 일반병사들 기절시킨 거 말고는 없는데… 어떻게 구현했데요?
까는 놈: 나도 얘가 왜 나왔는지는 모르겠어. 얘를 넣느니 개성 있는 주연급 조연들을 좀 더 넣는 게 어땠을까 싶은데 말이야. 원피스의 주연급, 그리고 두목급들 말고도 중간보스 정도에 해당하는 캐릭터들이 많은 인기를 얻는 편인데, 그런 캐릭터들이 대부분 나오지를 않아. 바로크워크스 멤버들이나 호디존스 패거리 같은 애들 말이지.

말리는 놈: 드래곤볼에 재배맨 안 나오는 그런 느낌입니까?
까는 놈: …재배맨이 인기 캐릭터였냐?

편드는 놈: 서포터 캐릭터들까지 합하면 캐릭터 수는 충분히 많은 편 아닙니까? 그런 애들이 나오지 않는 건 아쉬울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캐릭터 볼륨이 부족하다고는 느껴지지 않아요.
까는 놈: 나도 볼륨이 적다고는 안 했다. 다만 그런 캐릭터들이 빠져 있는 게 원작재현 측면에 있어서 아쉽다는 이야기지. 애초에 이번 작품의 원작재현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아.

말리는 놈: 원작 스토리를 재현하고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까는 놈: 스토리를 따라가기는 하는데, 단행본 76권 분량에 달하는 내용을 한 번에 담으려고 하다보니 스토리도 상당히 주마간산으로 지나가. 캐릭터만 듬성듬성 등장하는 게 아니라 스토리도 각 에피소드의 마지막 전투만 다루고 있어. 스토리의 기승전결이 느껴지는 게 아니라 ‘자! 지금까지 밀짚모자 해적단이 거쳐 온 길을 한 번 훑어봅시다’라는 느낌을 준다.

편드는 놈: 애초에 각각의 전투도 적게는 단행본 3~4권 정도의 분량을 차지하는데, 이를 20분 내외의 전투 한 번에 담으려고 하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죠. 그래도 굵직굵직한 내용은 다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까? 알라바스타를 떠날 때 팔뚝의 X표식을 보이면서 서로 동료라는 것을 보여줄 때나 정상결전에서 에이스가 죽는다거나 하는 내용들은 잘 살렸어요.

까는 놈: 원작의 명장면이 재현되는 방식도 심심해. 원작의 전투를 게임플레이로 녹여냈다기 보다는, 일정구간 무쌍을 펼치며 전투를 하고 그 전투가 끝나면 이벤트 동영상으로 원작의 장면이 재생되는 방식이야. 게임 플레이를 어떻게 하느냐가 변수로 작용을 안 하기 때문에 게이머가 원작의 전투를 재현하고 있다는 느낌은 없어.

스토리를 재현하는 방식도 그렇고, 캐릭터 선정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게임이 듬성듬성하게 재현됐다는 느낌이야. 정작 그러면서도 쓸데 없는 곳에서 고증을 철저히 한 면이 있어.
방향치라는 설정을 지닌 조로의 특성을 살린답시고 맵 여기저기를 조로가 길을 찾아 다니게 만든다거나 여자를 때리지 않는다는 상디의 특성을 살리겠다고 상디로 여자 캐릭터를 공격하면 대미지가 안 들어가게 만든다거나 하는 식인데… 게임 플레이에 방해가 안 되는 선에서 고증을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말리는 놈: 원작의 팬 입장에서 아쉬운 게 무척 많은가보네요.
편드는 놈: 기대를 과하게 한 것 아닙니까?

까는 놈: 뭐 그 말도 맞는 것 같아. 사실 잘 만든 콜라보레이션 무쌍이야. 반복플레이 요소도 많고. 원작의 내용을 간략하게나마 훑어볼 수도 있고. 특정 캐릭터의 스킬을 언락하기 위해서는 특정 조건을 만족하도록 유도하는 측면도 원작 팬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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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드는 놈: 워터세븐 시나리오를 루피로 클리어 해야만 기어 세컨드와 기어 서드가 해금되는 식이죠. 코인 시스템도 변경된 게 마음에 들어요. 전에는 수집해 놓은 코인을 갖고 카드게임처럼 덱을 만든 다음에 그 덱을 각 캐릭터에 적용시켜서 버프를 얻는 방식이었는데, 이제는 코인이 강화석처럼 소모품 개념으로 바뀌었거든요. 시스템이 변경되면서 반복플레이를 해야 하는 당위성까지 생겨났습니다.

말리는 놈: 음… 그렇군요. 그런데 아까 이야기 나온 것 중에 마음에 걸리는 게 있습니다.
까는 놈: 뭔데?
말리는 놈: 원작재현 이야기 하면서 에이스가 죽었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거 스포일링 아닙니까?

까는 놈: 지금 단행본이 77권이 나올 시점인데… 58권에 죽은 캐릭터 이야기를 하는 게 스포일링이라고 하면 무슨 말을 하냐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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