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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맥스의 야심작 창세기전4, 진화를 꿈꿨으나 추억에 갇히다

김남규

국내 패키지 게임의 전설로 불리는 소프트맥스가 오랜 침묵을 깨고 자사를 대표하는 창세기전 시리즈의 최신작 창세기전4를 선보였다.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인 창세기전3 파트2가 2001년도에 출시됐으니, 이번에 선보인 창세기전4는 무려 14년 만에 등장한 신작으로, 시리즈 최초로 온라인 게임으로 변신을 꾀한 것이 특징이다.

워낙 오랜만에 등장한 게임이다보니 이 게임의 팬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30대가 훌쩍 넘은 상황이지만, 예전의 명성 덕분인지 이번 1차 테스트에 참가 신청을 한 사람이 10만명이 넘을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소프트맥스의 1차 테스트 결과 발표에 따르면 접속할 수 있는 10시간에서 평균 플레이타임이 5시간을 넘었고, 총 3일간의 테스트에서 재 접속률 60%이상을 기록하는 등 게이머들의 매우 높은 충성도를 확인 할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1차 테스트이다보니 여러가지 문제점도 많았고, 그래픽이나 전투 시스템 등 게임성에 대한 찬반논란이 있긴 하나, 창세기전 시리즈의 브랜드가 가진 가치는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창세기전4 1차 테스트

이번 1차 테스트에서 공개된 창세기전4는 기존에 인터뷰를 통해 공개된 바와 같이 창세기전 시리즈의 방대한 스토리를 적극 활용하기 위해 온라인 게임이라기보다는 스토리 중심의 콘솔 게임에 온라인 게임의 퀘스트 요소를 도입한 형태로 등장했다. 서풍의 광시곡 첫 장면을 연상케 하는 튜토리얼 장면 등 기존 창세기전 시리즈의 명장면들이 쉴 틈 없이 이벤트 영상으로 이어지며, 중요 대화의 경우 캐릭터 일러스트를 활용한 이벤트 컷신으로 처리해 패키지 게임을 즐기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여러 명이 파티를 맺고 플레이하는 일반적인 온라인 게임에서는 이벤트 영상이나 컷신이 게임의 흐름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해 자주 쓰지 못하지만, 창세기전4는 사실상 혼자서 스토리 라인을 따라가며 플레이하는 스타일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이벤트 컷신이 스토리를 더 효과적으로 즐길 수 있는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창세기전4 1차 테스트

창세기전1, 창세기전2, 서풍의 광시곡, 템페스트, 창세기전3 파트1, 창세기전3 파트2까지 총 6편이나 되는 시리즈를 통해 중세부터 우주까지 퍼져나간 스토리는 하나로 아우르기 위해 평행 세계라는 설정을 도입했다. 게이머가 노엘 혹은 이안이라는 신규 캐릭터와 함께 과거 창세기전에서 발생한 사건들이 있었던 연도로 시간 여행을 떠나 역사와 연관된 여러가지 사건을 해결한다는 컨셉인 것. 이미 완결되어 새로운 것을 추가하기 힘든 창세기전 시리즈의 스토리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면서, 새로운 무대를 만들어내지 않아도 매번 새로운 사건(콘텐츠)을 추가할 수 있는 전략적인 선택이다. 또한, 그동안 창세기전에 등장했던 주요 캐릭터들을 그 때 그 감동 그대로 다시 만나볼 수 있다는 장점도 생겼다.

창세기전4 1차 테스트

창세기전 시리즈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시도는 전투 시스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창세기전4의 전투는 게이머의 분신만을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창세기전 시리즈에 등장했던 여러 캐릭터들로 5인 1조 팀을 이뤄 집단으로 싸우는 방식이다. 각 캐릭터들은 각각 등급으로 나뉘어져 있어 희귀 등급일수록 더 위력적이며, 특정 캐릭터 조합을 만족시키면 연환기라는 강력한 스킬과 더 위력적인 전투 진영을 고를 수 있게 된다.

창세기전4 1차 테스트

아직 각각의 캐릭터를 얻는 방식이 명확하게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이번 테스트에서는 스토리를진행하면서 특정 퀘스트를 해결하면 획득할 수 있었으며, 특정 캐릭터 조합을 모두 모으면 획득할 수 있는 상위 캐릭터도 등장했다. 또한, 각 캐릭터별로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은 퀘스트가 있어 캐릭터 수집의 재미를 자극하고 있다. 군진 전투가 단지 전략시뮬레이션 같은 재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창세기전 시리즈의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스토리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장치임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창세기전4 1차 테스트

5명을 동시에 컨트롤해야 하는 만큼 다소 복잡해 보일 수는 있지만, 조작이 그리 어렵지는 않다. 적 타겟을 정해주면 5명이 한번에 몰려가 알아서 적을 공격하며, 각 캐릭터마다 2개의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스킬은 쿨타임마다 한번씩 사용할 수 있는 일반 스킬과 전투시 축적되는 사기 게이지를 소모하는 특수 스킬이 있으며, 전투 상황과 사기 게이지를 잘 고려해 최적의 타이밍에 스킬을 사용하는 것이 전투의 핵심이다. 과거 그라나도 에스파다나 최근 유행하는 도탑전기, 탑오브탱크 류의 게임들을 플레이 해봤다면 문제없이 적응할 수 있는 방식이다.

창세기전4 1차 테스트

이렇듯 이번 테스트에서 공개된 창세기전4는 기존 창세기전 시리즈의 강점을 온라인으로 가져와기존 팬들을 그대로 흡수하려 노력한 흔적이 보이는 게임이다.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들어진 시나리오에 불필요한 살을 붙이는 것이 아니라 평행 세계 이론을 활용해 효과적으로 정리했으며, 흑태자, 이올린, 시라노 등 창세기전 시리즈를 대표하는 캐릭터들을 아무런 이미지 손상없이 그 때 감동 그대로 옮겨놓는데 성공했다. 개발진들이 그 복잡한 스토리와 수 많은 캐릭터들을 모두 살리기 위해 얼마나 고심했는지 눈에 선하다.

다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테스트에 참여한 골수팬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오히려 안티로 돌아서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다. 고민한 흔적이 보이긴 하나 14년을 기다려온 대작이라고 보기에는 힘들다는게 그 이유다.

창세기전4 1차 테스트

테스트에 참여한 이들의 공통적인 불만 사항을 종합해보면 크게 그래픽과 전투로 정리된다. 먼저 그래픽은 캐릭터 일러스트와 실제 게임 내 모델링이 큰 차이를 보인다는게 이유다. 2012년에 처음 공개됐을 때도 훨씬 이전 세대 엔진인 게임브리오로 만들고 있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이 우려를 표했는데, 아니나다를까 최근에 언리얼엔진3나 크라이엔진2 같은 고성능 3D 엔진으로 만들어진 대작 게임들에 익숙해진 게이머들은 창세기전4 영상을 보고 모바일 게임으로 착각할 뻔 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창세기전4 1차 테스트

더구나 군진 시스템으로 인해 5명의 캐릭터를 한번에 조작하다보니 시야 확보 때문에 최대한 원거리 화면을 보면서 조작을 해야 해서 전투가 더욱 심심하게 느껴진다. 시야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확대를 하면 전혀 매끄럽지 못한 텍스처 때문에 실망하긴 마찬가지. 특정 부분이 문제라기 보다는 그래픽의 전체적인 수준이 기대에 못 미친다고 봐야 한다. 게임브리오 엔진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잘 만들었다고도 볼 수 있지만, 게이머들이 생각하는 창세기전4는 블레이드&소울 급 대작이니 기대와 현실 사이에 간격이 너무 크다.

창세기전4 1차 테스트

전투의 문제는 빈약한 그래픽으로 인한 볼거리의 부재와 전략적인 재미를 추구했다고 하기에는 너무 밋밋한 조작이다. 이론상으로는 5명의 캐릭터의 스킬과 전체 군단의 사기 게이지를 고려해 전략적으로 스킬을 사용하는 재미를 추구했지만, 실제로 플레이해보면 1, 2, 3, 4, 5 스킬 버튼만 피아노 치듯 반복적으로 누르는 지루한 형태의 전투가 되어버렸다. 스킬 쿨타임이 생각보다 빨리 돌아오기 때문에 쉴 틈 없이 스킬 버튼을 연속으로 눌러야 하며, 5명을 컨트롤한다고는 하지만 게이머는 스킬을 사용하는 것 외에 다른 조작을 할 수 없어서 최근 유행하는 모바일 RPG를 즐기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습관적으로 자동전투 버튼을 찾아보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다. 물론 상위 등급의 캐릭터를 획득해서 군진을 구성하면 개발진들이 말하는 진형, 연환기로 인한 전략적인 재미를 어느 정도 느낄 수는 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초반부는 가장 낮은 등급의 캐릭터로 군진을 구성해 한참 동안 밋밋한 전투를 즐겨야 하니 게이머들이 인내심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단계까지 올라가기도 전에 실망하고 포기하게 될 확률이 대단히 높다.

창세기전4 1차 테스트

아무래도 골수팬들이 주로 참여했기 때문에 크게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스토리 부분도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너무 방대해져 정리하기 힘들었던 스토리를 평행 세계 이론을 활용해 깔끔하게 정리한 것은 칭찬할만한 일이나, 추억을 되살리는데 너무 힘을 쏟다 보니 이 시리즈를 접해보지 못한 게이머들의 배려가 너무 부족하다. 일본의 유명 게임 시리즈인 파이널 판타지13의 스토리를 요약하면 “주인공 일행이 펄스의 팔씨와 접촉하여 르씨가 되고, 그 결과 코쿤의 적대 세력이 되어 도망다니면서 세계의 진실을 찾는다”는 귀신 씨 나락 까먹는 내용이 나오게 되는데, 창세기전4의 스토리 역시 초보자들에게는 똑같이 들릴 가능성이 높다. 파이널판타지13처럼 괴상한 고유명사를 사용해 게이머들을 혼란에 빠트리는 것은 아니지만, 같은 이벤트 영상이라고 할지라도 이전 시리즈를 해본 사람들과 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대중적인 인기와 수익을 위해서는 게임을 주로 즐기는 10~20대 층을 공략해야 하는데, 그 나이에 창세기전 스토리를 제대로 아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지. 14년이면 게임을 즐겨본 팬들 조차 스토리가 가물가물해질 시간이다.

창세기전4 1차 테스트

오랜 개발 기간 만큼이나 개발진의 고생이 엿보인 결과를 보여준 테스트이지만, 이번 테스트에서 드러난 창세기전4의 실체는 반가움보다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소프트맥스가 테일즈위버, SD건담캡슐파이터 등으로 온라인 게임을 경험하긴 했지만, 대형MMORPG를 만들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니 어느 정도 이해는 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게이머들의 눈높이와 기대치를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창세기전4 1차 테스트

차라리 모바일 게임이었다면 창세기전의 방대한 스토리와 매력적인 캐릭터 일러스트, 수집욕구를 캐릭터, 간편한 조작으로 즐길 수 있는 전략적인 전투가 더욱 더 강점이 되었을 것이고, 빈약한 그래픽으로 인한 단점은 상쇄되었겠지만, 안타깝게도 창세기전4는 5년 동안 200억이 투입돼 만든 온라인 게임이고, 팬들이 14년 동안 기다려온 대작이다.

개발진 입장에서는 기대보다 못한 반응이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게이머들의 기대치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작 1차 테스트가 끝났을 뿐이고, 개발진 모두 그 누구보다 창세기전을 잘 알고, 사랑하는 사람들이니, 남은 기간 동안 팬들의 기대치에 응답할 수 있는 변화를 선보이길 기대해본다.

창세기전4 1차 테스트

: 창세기전4 소프트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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