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 위기보고서] 한국 게임산업, 장밋빛 시절은 지났다

[지난해에 본지에서는 50부에 이르는 장기 기획 대한민국 게임산업 위기보고서: 그래도 희망은 있다'를 통해 한국 게임산업에 대한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내용을 다뤄왔다. 이후에도 본지에서는 한국 게임사들의 위기를 타파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게임산업 위기보고서'를 비정기 연재하기로 했다]

한국 게임시장에 최근 몇 년 사이에 중국발 파도가 연이어 몰아치고 있다. 파도의 너울도 파도가 칠 때마다 커지는 형국이다.

한때 진출대상으로만 여겨졌던 중국발 파도는 갈수록 형태가 위협적으로 변하고 그 너울도 커지고 있다. 처음에는 중국에서 개발된 게임들이 한국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는 단순한 형태였고, 이후에는 중국 자본이 한국 게임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기에 이르렀다. 국내 게임업계가 위기에 직면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여기에 이어 기존과는 다른 형태의 위기감이 게임업계에 새롭게 고조되고 있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중국이 한국을 넘어섰다는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모바일게임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함에 따라 온라인게임에 비해 상대적으로 하이엔드 수준의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모바일게임 시장의 특성이 부각되면서 시장이 요구하는 게임의 품질을 중국 개발사들은 순식간에 만족시키기 시작했다.

물론 중국의 게임개발 기술이 한국 게임업계를 위협한다는 이야기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최근 대두되고 있는 중국게임의 품질 향상은 과거와는 궤를 조금은 달리 한다. 근래 중국의 모바일게임 개발사들은 기획, 서버운영, 과금 설계 등 게임 개발에 필요한 세세한 부분까지 자신들이 모두 한국 개발사들을 추월했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한다. 이런 부분들은 모두 한국이 중국보다 앞서 있다고 평가 받고 있던 부분. 일각에서는 '한국시장에서 더는 배울 것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고 하니 더욱 놀라운 일이다.

실제로 최근 출시된 중국 모바일게임의 그래픽 수준은 국산 온라인게임과는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그래픽, 타격감 등 단편적으로 게임을 평가할 수 있는 요소는 물론 게임의 UI, UX 측면에서도 세련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이 제조업 시절부터 자랑하던 인력을 활용한 막대한 생산력은 '대규모 콘텐츠'라는 형태로 모바일게임에서도 위용을 자랑한다.

오히려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모바일 네트워크 환경에서 빠르게 게임을 구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게임의 용량이 300~500MB 선을 넘지 않도록 용량 최적화를 거쳐 게임을 빠르고 편히 접할 수 있도록 애쓰고, 과금을 한 이들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만족도를 확실하게 제공하는 과금체계를 선보이는 등 국산 모바일게임들에서는 찾을 수 없던 장점이 중국 모바일게임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고민의 흔적과 발전된 기술이 어우러진 결과물이 게이머들의 스마트폰에 이미 하나씩은 자리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이미 예견된 것이라는 점에 있다. 중국의 게임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게임 개발 기술도 그에 발맞춰 성장 중이어서 이러한 점이 국내 게임산업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는 과거 온라인게임 부흥기와 그 뒤를 이은 웹게임 시장의 성장기에도 들렸던 이야기다.

온라인게임과 웹게임 시장에서 한 번씩 벌어졌던 일이 고스란히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았던 것은 국내 게임업계가 안일했으며 방심했다고 밖에는 볼 수 없는 노릇이다. 어쩌면 국내 게임업계는 중국 시장을 진출의 대상으로만 봤지 그들에게 따라 잡힐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한국이 IT 강국이라 하고, 중국에게 추월 당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시장에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솔직히 한국은 이미 중국에게 추월 당한지 오래 됐다. 이제는 추월 당해 남겨진 우리가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기다"

지난 4월 30일. 오렌지팜 출범 1주년을 맞이하는 간담회 현장에서 스마일게이트 그룹의 권혁빈 회장이 한 이야기다. 다소 충격적일 수 있는 이 발언은 중국발 파도 앞에 직면한 한국 게임산업의 입장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한 수 아래로 봤던 상대는 우리가 방심하는 사이 체질개선에 성공하며 우리를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온라인게임 종주국', '모바일게임 강국' 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에 취해 현실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 한 한국 게임업계. 이제는 다시 뛰어야 할 때다. 한국 게임산업의 장밋빛 시절은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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