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맥스의 신작 트레인크래셔, 현실과 타협한 장인의 고집

오랜 기간 준비해온 야심작 창세기전4의 실체를 공개하며 날아오르는 듯 했으나, SD건담 캡슐파이터 등 기존 서비스작들의 종료로 인한 매출 하락으로 주식거래 정지의 위기까지 경험한 소프트맥스가 신작 모바일 게임 트레인크래셔를 선보였다.

지난해 말 테스트를 진행했던 게임인 만큼 지금 이 시기에 출시되는 것이 그리 이상한 것은 아니지만, 공교롭게도 주식 거래 정지 사태 이후이기 때문인지 이 게임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급하게 등 떠밀려 나온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표하는 사람들이 많은 상황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작년 말에 이미 완성단계였던 게임인 만큼 다소 억울할 수도 있으나, 시기가 시기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트레인크래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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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나카르타2, 던전앤파이터 라이브 개발진이 만든 이 게임은 과거 오락실에서 많이 즐겼던 파이널 파이트나 캐딜락 & 다이너소어 같은 횡스크롤 액션 게임을 모바일로 옮긴 것이다(너무 오래된 게임이라 잘 모르겠다는 사람이라면 그냥 모바일로 즐기는 던전앤파이터라고 생각하면 된다).

'대사변'으로 세계가 멸망한 후, 4명의 레지스탕스가 기득권 세력 '에이토스'의 상징인 열차를 파괴한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으며, 장검을 쓰는 론과 거대 도끼를 사용하는 메이, 근접전의 달인 제트, 각종 총기를 사용하는 원거리 캐릭터 하운드, 이렇게 4인의 캐릭터 중 한명을 골라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개발진은 절대 아니라고 하지만, 묘하게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가 떠오르는 설정이다.

트레인크래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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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플레이 흐름은 여타 다른 모바일RPG와 크게 다르지 않다. 본인이 플레이 할 캐릭터를 고르고, 미션을 클리어하면서 얻은 아이템과 돈으로, 아이템과 스킬을 업그레이드해 더욱 강한 캐릭터로 만드는 것이 게임의 목표. 아이템의 등급이 세분화되어 있고, 상위 등급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많은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 반복 플레이가 요구된다.

트레인크래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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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유행하고 있는 대부분의 게임들이 비슷한 흐름을 가지고 있는 만큼, 후발주자인 트레인크래셔 입장에서는 당연히 차별화 포인트가 필요했고, 개발진은 이것을 과거 오락실의 추억이 떠오르는 손맛에서 찾았다.

트레인크래셔는 스마트폰의 터치 인터페이스의 한계 때문에 조작을 최대한 단순화시키는데 노력하고 있는 다른 모바일RPG와 달리 두 개의 공격버튼을 삽입해 콘솔 게임에서나 볼 수 있을 듯한 복잡한 콤보를 그대로 넣었다. 처음에야 버튼 한 개만 연타해도 나가는 기술들이 있으니 초보자들도 그리 어렵지 않게 적응할 수 있지만, 일시정지를 시키고 기술표를 살펴보면 대전 격투 게임의 기술표를 연상케 하는 복잡한 콤보 기술들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모든 기술들이 익혀야만 게임을 정상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오락실에서 좀 놀아봤다면 이 정도는 할 수 있겠지?”라고 묻는 듯한 느낌이다.

트레인크래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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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개발진이 최선을 다해 만든 깔끔한 그래픽과 60프레임 액션 동작, 그리고 귀에 착착 감기는 수준 높은 BGM 덕분에 상당히 만족스러운 액션을 즐길 수 있다. 타이밍에 맞춰 스킬 버튼만 누르면 되는 끝나는 타 모바일 액션RPG와 달리 게이머가 직접 콤보를 완성시켜야 하니 액션의 성취감이 확실히 다르다. 캐릭터마다 액션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한 캐릭터를 다 키웠다고 해도 캐릭터를 바꾸면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아마 던전앤파이터를 모바일 게임으로 만든다면 “딱 이런 느낌일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트레인크래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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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괜찮은 느낌이 계속 이어지지는 않는다. 터치 인터페이스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 것은 사실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작의 불편함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가상 터치 패드를 사용해서 캐릭터를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세밀한 조작이 힘들며, 원하는 콤보를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두 개의 버튼을 번갈아 눌러야 하는데, 이 역시 터치 인터페이스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개발진의 발표에 따르면 적이 근처에 오면 자동으로 간격을 조정해주는 마그네틱 기능 등 조작의 불편함을 보완하기 위한 장치를 준비했다고는 하나, 그것이 확실히 느껴지지는 않는다. 아무 생각없이 A 버튼만 마구 눌러도 게임이 진행되기는 하나, 그렇게 플레이하려면 굳이 이 게임을 즐겨야 할 이유가 없다.

트레인크래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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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개발진은 지난 테스트까지도 없었던 자동 전투 기능을 정식 서비스하면서 결국 넣었다. 게임의 특성상 아이템 성장을 위한 반복 플레이가 필수이기 때문에 반복 전투의 지루함과 불편함을 자동 전투로 보완하겠다는 생각이다. 직접 조작의 묘미를 게임의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웠지만 결국 현실과 타협을 선택한 것이다. 사실, 별도의 컨트롤러를 붙이기 힘든 스마트폰의 특성상 반복 플레이의 피로도를 줄이기 위해서는 자동 전투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아무리 조작하는 재미를 즐긴다고 하더라도 똑 같은 미션에서 똑 같은 몬스터를 수백 번 잡으라고 하면 이것을 즐기면서 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트레인크래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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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처음 도전할 때는 조작의 묘미를 즐기고, 이미 클리어한 미션에서 아이템 파밍을 할 때는 자동 전투를 사용하는 것을 권장한다는 얘기인데, 게이머들이 이렇게 이상적으로 플레이를 즐긴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아직 클리어하지 못한 미션에서도 자동전투가 지원되기 때문에, 이미 자동전투에 익숙해진 대부분의 게이머들은 이 게임의 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그냥 자동 전투를 켜놓게 될 확률이 매우 높다. 그리고 이 게임을 자동전투로만 즐길 경우 위에서 언급한 모든 장점이 다 사라지고, 지극히 평범한 양산형 모바일 액션 게임만 남게 된다. 유일한 차별화 포인트가 조작의 재미인데, 그것을 포기하는 상황에서 어떤 재미를 느낄 수 있겠는가? 이미 많은 게임들이 자동 전투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이미 클리어한 맵만 자동 전투를 지원하는 것을 선택했고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데, 왜 이렇게 해뒀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트레인크래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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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인크래셔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불편한 조작 덕분에 시대착오적인 게임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테지만, 현재 대부분의 게임들이 너무 자동전투 위주로 흘러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오히려 이 점이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이후 업데이트에서의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 이 게임은 타 모바일RPG와 달리 조작의 재미에 치중한 대신 스토리 모드와 많은 코인을 획득할 수 있는 유령열차 모드만 지원할 뿐 다른 콘텐츠가 상당히 부족한 편이다. 물론, 다른 게이머들과 대결을 펼치는 아레나 모드, 더 높은 난이도의 익스트림(하드코어) 스테이지 등을 업데이트할 계획이라고 밝히고는 있으나, 이후 추가될 요소들이 그 만큼 매력적일 수 있을지는 아직 의문 부호다. 게이머들의 편의를 위해 자동 전투를 넣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만, 게임의 매력을 지울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한 결과이었듯이, 다른 콘텐츠에서도 조작의 매력과 게이머의 편의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할 것이기 때문이다. 게이머가 편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분명 중요한 일이지만, 이 게임의 최고 장점은 조작의 쾌감이고, 게이머들이 원하는 것은 편리한 게임이 아니라 재미있는 게임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업데이트의 방향성을 제대로 잡기 바란다.

트레인크래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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