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스스톤과 마비노기 듀얼로 알아보는 TCG 성공방식

마비노기 듀얼과 하스스톤, 두 카드배틀 모바일게임의 경쟁구도가 게이머들 사이에서 화제다. 같은 장르의 모바일게임인 이상 두 게임의 경쟁은 불가피하지만 마비노기 듀얼이 지난 6월 9일 출시 후 약 1주일 만에 매출 순위 20위 권에 정착하면서 대부분 게이머의 예상보다 대결 양상이 빨리 나타났다.

마비노기 듀얼 이미지
마비노기 듀얼 이미지

지금까지 카드배틀 모바일게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트레이딩카드게임(TCG)처럼 턴을 상대와 주고받으며 게이머가 카드의 공격과 방어, 지원을 직접 지시하는 카드배틀 모바일게임 중 국내 시장에 정착한 건 2015년 6월 현재 하스스톤과 마비노기 듀얼 뿐이다. 특히, 하스스톤이 카드배틀 장르를 선점한 상황에서 후발주자인 마비노기 듀얼이 뒤쫓아온 비결에 게이머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게임에 어울리는 게이머를 찾아라

하스스톤의 경우 덱(카드 뭉치)에서 무작위로 카드를 뽑는 '드로우' 행동을 제외하면 플레이 과정과 규칙 모두 다른 트레이딩카드게임보다 단순하고 빨리 끝난다. 또한, 카드의 능력들도 정해진 몇 가지 패턴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드물어 카드배틀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게이머들도 쉽게 적응할 수 있다. 치열한 수 싸움이 어렵단 단점이 있지만 하스스톤의 개발사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게임의 진입장벽만 낮다면 바로 대전 모드에 뛰어들 수 있는 게이머를 노렸기에 문제가 없었다.

하스스톤15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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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마비노기 듀얼은 카드배틀 게임에 익숙한 게이머가 진입 장벽을 느낄 정도로 적응하기 쉽지 않다. 각기 다른 카드의 능력, 숙지해야 할 플레이 과정 및 규칙 등 모든 면에서 하스스톤보다 복잡하다. 동시에 턴이 지나면서 발동되는 레벨업 기능, 썼던 카드의 재활용 등 다른 트레이딩카드게임에서 찾기 어려운 특징까지 있다. 마비노기 듀얼을 개발한 데브캣 스튜디오는 이 진입 장벽을 낮추는 대신 플레이에 필요한 사전지식과 보상 카드를 스토리 모드를 준비했다. 여기서 더 간단한 게임을 바라는 게이머와 어렵더라도 전략적인 플레이를 바라는 게이머가 구분됐고, 후자에 속한 게이머들이 마비노기 듀얼의 흥행을 이끌었다.

마비노기듀얼15063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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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배틀 게임의 진입장벽은 대부분 플레이에 필요한 사전지식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플레이 중 알아야 할 지식이 많을 수록 해당 지식을 활용한 전략도 같이 늘어난다. 하스스톤은 단순해도 쉽게 재미를 느끼고 싶은 게이머, 마비노기 듀얼은 적응은 어렵더라도 여러 전략을 시험하고 싶은 게이머에게 매력적인 게임으로 자리 잡았다. 장르가 겹치는 두 게임이 같이 흥행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서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덱의 완성에는 게이머의 노력이 포함돼야

두 게임 모두 플레이에 필요한 하나의 덱을 만들려면 카드가 들어있는 부스터 팩을 사야 한다. 그리고 과금만으로 덱을 꾸리기 어려운 점 역시 같다. 하스스톤의 카드는 다른 카드를 재료로 삼아 직접 만들 수 있다. 카드 한 장을 만들 때 필요한 재료가 같은 등급의 카드 몇 장 분량을 차지하지만 사용하지 않는 카드를 재료로 삼으면 큰 손해는 아니다. 퀘스트, 투기장 보상을 통해서도 매일 1개 이상의 부스터 팩을 살 수 있으므로 과금 부담은 더 줄어든다. 이 밖에 모험 모드 '낙스라마스의 저주', '검은 바위 산'처럼 입장료를 내고 플레이과정까지 거쳐야 획득할 수 있는 카드도 있어 결과적으로 플레이에 따른 보상이 덱 구성 과정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단순한 플레이 과정, 빠른 승패 결정이 특징인 하스스톤과 궁합이 좋은 조건이다.

하스스톤1506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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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비노기 듀얼의 경우 하스스톤처럼 카드를 제작하는 시스템이 없는 대신 기본 부스터 팩 외에 25종류의 카드 중에서 5장의 카드가 나오는 부스터 팩 4종이 존재한다. 해당 부스터들의 라인업은 2시간 혹은 24시간마다 바뀌므로 부스터 팩 로테이션을 자주 확인하는 게이머가 원하는 카드를 먼저 얻는다. 또한, 마비노기 듀얼의 핵심 콘텐츠 트레이드(교환) 시스템을 통해 자신의 카드를 게임 플레이 중 등장하는 고양이 상인이나 다른 게이머가 제시한 카드와 맞바꾸는 방법도 있다. 카드 1장당 최대 4회까지만 트레이드가 허용되는 점, 다른 게이머와 트레이드는 근거리 무선 통신이 연결되는 환경에서 게임 내 기준으로 가치가 비슷한 카드끼리만 성사되는 제한이 있지만 전례가 없는 게임 내 트레이드 허용이 다른 단점을 덮는다. 마비노기 듀얼의 진입 장벽을 넘은 게이머에게 정해진 시간마다 게임 화면을 확인하거나 다른 게이머와 직접 만나 트레이드하는 행동 정도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마비노기듀얼15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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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비노기 듀얼에는 드래프트, 하스스톤에는 투기장이란 이름의 게임 모드가 존재해 게이머는 자기 소유가 아닌 카드를 받아 덱을 만들고, 다른 게이머와 플레이할 수 있다. 그러나 카드배틀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라면 자신이 소지한 카드로 '나만의 덱'을 만들고 싶어한다. 무작위로 받은 카드보다 게이머가 직접 선별한 카드들의 시너지 효과가 더 크기 때문이다. 두 게임에서 알 수 있듯이 게이머에게 부담이 많을수록 오래 플레이하지 않을 것처럼 보이지만 완성된 덱의 위력이 그만한 가치를 가졌다면 게이머들은 얼마든지 대가를 치른다. 당연히 게이머들이 덱을 완성하는 과정은 흥행의 원동력으로 바뀐다.

-공평한 밸런스보다 최고의 가능성이 우선

무작위 요소가 들어간 게임에서 '운'이 승패를 가리는 건 불가피한 일이다. 그리고 하스스톤과 마비노기 듀얼 모두 운에 따른 변수를 감수하고 플레이해야 한다. 특히, 하스스톤은 30장들이 덱에 같은 카드를 최대 2장, 가장 높은 등급인 전설 카드는 1장밖에 넣을 수 없어 필요한 카드가 플레이 중에 나오리란 보장이 없다. 오로지 필요한 카드를 드로우하지 못 했단 이유 하나만으로 게임이 끝나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무작위로 목표를 정하거나 위력이 달라지는 카드도 상당수 있어 이로 인해 승패가 뒤바뀌는 사례에 이르면 게이머는 '운칠기삼'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하스스톤15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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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비노기 듀얼 역시 확률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 한다. 덱에 넣은 카드 12장을 모두 갖고 시작하기 때문에 어떤 자원을 얻든 카드를 쓰도록 덱을 꾸릴 수는 있지만 턴 시작에 무작위로 지급되는 자원에 대응하기엔 한계가 있다. 아울러 하스스톤보다 카드의 효율성 차이가 커서 특정 카드의 유무에 따라 덱 파워를 결정할 때가 많다. 매일 바뀌는 요일 효과도 게이머의 고민을 키운다.

마비노기듀얼1506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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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게이머들은 두 게임의 불공평한 부분을 인정하고 계속 플레이한다. '운칠기삼'의 가능성은 타이밍만 다를 뿐 모든 게이머에게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당장은 운에 의해 지더라도 운에 의한 승리 또한 많다는 사실을 게이머들은 알고 있다. 또한, 마비노기 듀얼만큼 게이머의 계획대로 카드를 쓸 수 있는 트레이딩 카드게임도 드물다. 필요한 카드를 얻기만 하면 게이머의 전략에 따라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다. 게이머에게 '베스트 플레이'의 가능성, 이른바 '로망'은 불공평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좋은 게임을 잘 알려야 한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014년 3월 PC 버전으로 하스스톤의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후 아이패드, 안드로이드 태블릿 버전을 차례대로 공개해 지난 2015년 4월에 이르러서 안드로이드, 아이폰 버전을 완성했다. 이 과정에서 게이머 확보, 운영 및 밸런스 조정 노하우가 쌓여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 하스스톤에 대항할 카드배틀 게임은 나오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마비노기 듀얼은 지난 2014년 7월 첫 공개 후 두 차례의 비공개 테스트만을 거쳤음에도 하스스톤과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며 뒤쫓고 있다. 지금까지 설명한 것처럼 하스스톤과 같은 목표를 다른 방법으로 접근한 덕분이겠으나 이 부분은 단순히 노린다고 될 일이 아니다. 게이머에게 다른 게임이란 점을 분명히 하면서 게이머가 같은 즐거움을 느끼게 해야 하고, 플레이 중 장애가 없어야 한다. 우리는 이런 게임을 보고 '좋은 게임'이라고 한다. 즉, 하스스톤과 마비노기 듀얼의 경쟁은 좋은 게임이 비슷한 시기에 나와 발생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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