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뜨겁지만 손은 정직하다, '한계돌파 모에로 크로니클'

휴대용 기기를 야외에서 쓰지 못한다면 그것 만큼 가치가 떨어지는 일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야외에서 플레이하지 못할 휴대용 기기의 게임이 출시됐다. 심지어 국내에 자막 한글 버전으로 들어왔다. 컴파일하트가 개발하고 사이버프론트코리아가 유통 중인 PS VITA용 롤플레잉게임 '한계돌파 모에로 크로니클'(이하 '모에로 크로니클')의 이야기다.

모에로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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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에로 크로니클'은 1인칭 시점에서 미로로 구성된 던전을 탐험하는 롤플레잉게임이다. 게이머는 주인공을 조작하면서 동료를 모으고, 전투 경험치와 보상으로 성장해 각 구역의 보스들을 물리치는 모험을 떠나야 한다. 이 과정에서 캐릭터끼리 이벤트가 발생해 스토리가 이어지고, 캐릭터의 상관관계가 발전해 게임 내 세계관이 점점 커진다.

모에로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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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보면 평범한 롤플레잉게임 같지만 여기에 '번뇌' 콘셉트가 섞이면서 본격적으로 이 게임의 특징이자 문제점이 나타난다. 세계를 구하기 위해 여성용 팬티를 모은다는 발상부터 게이머를 당황케 하기 충분하며, 모든 이벤트의 음성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정도를 넘는 성희롱 발언이 스피커를 통해 빠짐없이 재생된다. 스토리 뿐만이 아니라 모았던 '번뇌'를 동료에게 내뿜어 능력치를 올리는 전투 시스템, 세뇌당한 여성들을 구하기 위해 옷을 찢고 추행을 일삼는 '심쿵 스크래치' 등 국내 정서로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요소가 많다.

모에로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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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직접 플레이하는 게이머는 '모에로 크로니클'에 향한 시선이 억울할 수 있다. 몬스터 걸의 일러스트를 문지르거나 찌르는 '심쿵 스크래치'의 경우 구경하는 입장에선 몬스터 걸의 교성을 들으면서 성추행을 즐기는 것처럼 보이지만 플레이 중엔 이런 생각을 하기 어렵다. 기본 1분이라는 제한시간 안에 우측 아날로그 스틱으로 시점을 움직여 유효한 부위를 찾아 정확한 조작을 해내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몬스터 걸의 세미 누드 일러스트가 나타나는 '누드 플래시' 상태에서도 텐션 게이지를 올리기 위해 지문이 닳도록 화면을 위아래로 비비기 바쁘다. 특히, '심쿵 스크래치'를 실패하면 몬스터 걸을 동료로 얻지 못할뿐더러 해당 몬스터 걸과의 전투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므로 공략에 열중하면 열중했지 일러스트를 감상할 여력은 없다.

모에로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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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게임 본편의 완성도 역시 낮지 않다. 각 던전마다 난이도 차이가 뚜렷해 아무 생각 없이 플레이하다간 게임오버 당하기 쉽다. 그래서 게이머는 던전을 공략하기 위해 몬스터의 약점속성을 공략, 시너지 효과를 고려한 동료들의 스킬을 변경, 아이템 제작, 특수 공격 등 여러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이 과정이 스토리 진행과 함께 자연스럽게 이어져 게이머는 재미를 붙이기 쉽다. 그리고 컴파일하트가 획득 보상에 비례하는 난이도 조절과 자동 전투 기능을 언제나 이용할 수 있도록 준비해 게이머는 자신의 눈높이에 맞춰 플레이할 수 있다.

모에로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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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모에로 크로니클'을 모르는 사람들이 이런 특징을 알 리가 없다.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들의 눈에는 남중을 거친 남고생이 욕구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교과서에 낙서한 듯한 변태 몬스터들을 상대로 진지하게 전투 명령을 내리는 게이머와 살색이 만연한 몬스터 걸 일러스트의 남사스러운 부분까지 찾아내 터치스크린을 두드리는 게이머만 보인다. 반론하고 싶어도 팬티를 선물해 몬스터 걸에게 아이템이 들어있는 알을 낳게 하는 게임이라 변명의 여지가 없다. 게임 내 캐릭터들마저 이벤트 내내 부끄러워하기 바빠 이 화면을 지켜보는 게이머까지 같이 부끄러워질 뿐이다.

모에로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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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에로 크로니클'은 국내에 자막 한글 버전으로 정식 출시됐다. 출시 후에도 인기에 힘입어 게임매장들이 추가 주문을 넣기까지 했다. 이제 국내 게이머들도 이런 콘셉트의 게임을 찾는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겠다. 그러니 '모에로 크로니클'을 플레이하는 게이머가 발가벗은 몬스터 걸을 대동해 던전을 돌아다녀도, 동료로 삼은 몬스터 걸을 여관으로 데려가 시간제한 없는 '심쿵 스크래치' 프리 모드를 실행해 건드릴 때마다 흔들리는 가슴과 엉덩이를 감상해도 아무 말 없이 지켜보기만 하자. 이것이 게이머에게 가장 힘이 되는 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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