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만난 명작 롤플레잉게임, '에스카&로지의 아틀리에 PLUS'

연금술로 만든 아이템을 활용해 각종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롤플레잉게임 시리즈 '아틀리에 시리즈'. 이 중 15번째 정식 작품에 속하는 '에스카&로지의 아틀리에'의 플레이스테이션 비타용 추가 이식 버전 '에스카&로지의 아틀리에 PLUS'(이하 '에스카&로지 PLUS')가 자막 한글 버전으로 국내 출시됐다. '아틀리에 시리즈' 중 마지막 자막 한글 버전이었던 PC용 롤플레잉게임 '에리의 아틀리에'로부터 13번의 작품 발매를 거친 끝에 성사됐으며, 국내에 '아틀리에 시리즈'의 정식 발매가 다시 시작된 후 6년 만의 일이다.

에스카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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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카&로지 PLUS'의 자막 한글 버전 출시로 인해 이제 '아틀리에 시리즈'의 진입 장벽은 최저한도로 낮아졌다. '아틀리에 시리즈'의 주요 콘텐츠인 연금술은 게임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숙지해야만 제대로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재료마다 설정된 효과를 조합해 새로운 성능의 아이템을 창조하는 것이 중요한 연금술의 특성상 게임에 쓰인 언어를 모르면 재료 및 아이템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또한, 2010년 이후 출시된 '아틀리에 시리즈'는 같은 재료, 같은 효과를 조합해도 조합 순서나 스킬 사용에 따라 성능이 전혀 다른 아이템이 완성될 때가 많아 이런 연금술 응용법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언어 지식은 꼭 필요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아틀리에 시리즈를 즐긴 국내 게이머는 일어 혹은 영어 숙련자뿐이었다. 하지만 자막 한글 버전이 발매된 이상 취향에 맞게 여러 아이템을 직접 만드는 재미를 대한민국 게이머 누구나 누릴 수 있게 됐다.

에스카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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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리에 시리즈'에 속하는 이상 어떤 작품이든 연금술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에스카&로지 PLUS'의 경우 게이머가 남자 연금술사 '로직스 픽서리오' 혹은 여자 연금술사 '에스카 멜리에' 중 한 명을 선택해 '콜세이트 지부'의 개발반 소속 공무원으로서 각종 과제를 해결해야 하며, 이 과제는 연금술로 제작한 아이템 없이 달성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아이템 납품 과제부터 전투에 필요한 장비, 공격 아이템, 회복 아이템, 보조 아이템 모두 연금술로 제작해야만 원활히 플레이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성능이 안 좋은 아이템밖에 준비하지 못한 게이머는 게임 플레이가 점점 힘들어질 것이고, 앞서 설명한 연금술의 응용법을 적절하게 활용할 줄 안다면 게임의 난이도는 여타 롤플레잉게임보다 훨씬 낮아진다.

에스카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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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이템을 잘 만드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연금술을 활용하는 동안 최소 일 단위의 시간이 소비되며, 이밖에 이동, 전투, 채집 등 거점을 벗어나서 진행하는 대부분의 활동에도 시간이 흐른다. '에스카&로지 PLUS'는 게임 내 시간 기준으로 3개월마다 수행할 수 있는 과제 및 의뢰가 바뀌고, 특정 기간에만 나타나는 이벤트도 존재한다. 특히, 과제 빙고판 중 가장 중앙에 위치한 목표를 기한 안에 달성하지 못하면 그대로 게임오버다. 그러므로 게이머는 연금술에 매진하면서 어떤 행동이 얼마나 시간을 소비하는지 견적을 낼 필요가 있다. 연금술이 아이템을 창조하는 재미를 책임진다면 시간제한은 게이머가 얼마나 완벽하게 일정을 조율하는지 시험하는 시뮬레이션게임 요소로 작용해 게임의 긴장감을 유지시키는 것이다. 과제의 세부 내용 중 '에스카&로지 PLUS' 진행에 필요한 행동들이 우선적으로 배치돼 '아틀리에 시리즈'를 잘 모르는 게이머라면 과제의 우선순위에 따라 플레이하면서 게임에 적응할 수 있다.

에스카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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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의 원리와 일정 조율의 묘미를 깨우친 게이머에겐 동료와 함께하는 전투 및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전투의 기본은 연금술사만이 사용할 수 있는 공격, 회복, 보조 아이템을 활용하는 것이지만 동료의 장비를 연금술로 제작한 다음에는 이들 역시 전투에서 큰 힘을 발휘한다. 장비의 성능, 특수효과를 모두 연금술 제작에 따라 원하는 대로 적용할 수 있으며, 동료마다 특화 분야가 달라 서포트 기능의 조합에 따라선 아이템을 뛰어넘는 위력을 선보일 때도 있다. 그리고 일부 동료는 캐릭터 전용 이벤트를 거친 후 강화되기도 한다. 캐릭터 이벤트는 대부분 전투에 동행시키면 오르는 교우도 외에 특별한 발생 조건이 없고, 조건이 있는 경우에도 한글로 나오는 메모 기능을 확인하면 바로 알 수 있으니 게이머는 좋아하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에스카&로지 PLUS'를 즐기면 된다. 게임 전반에 걸쳐 전투 난이도가 낮은 덕분에 기본적인 장비와 아이템만 갖추면 어떤 동료와 함께해도 큰 문제는 없다.

에스카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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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에스카&로지 PLUS'에서는 '에스카&로지의 아틀리에'보다 개선된 부분도 다수 있다. '에스카&로지의 아틀리에'의 무료, 유료 다운로드 콘텐츠로 제공됐던 추가 동료 및 던전이 수록됐고, 두 주인공 사이에서 벌어지는 로맨스 이벤트와 '에스카&로지 PLUS' 전용 동료 '니오'를 통해 '에스카&로지의 아틀리에'에서 미처 못 다룬 설정과 스토리 전개도 등장한다. 또한, '에스카&로지의 아틀리에'에서 게이머들에게 주요 단점으로 지적당한 교우도 및 100이 넘는 효력의 미표시가 정상 출력되도록 바뀐 것을 비롯해 일부 과제의 진행 상황 상세 보기, 연금술 중 완성 결과물에 적용할 수 있는 잠재력 기능을 종류별 표시 등의 개선사항도 포함됐다. 특정 이벤트나 엔딩 달성 후 획득할 수 있는 추가 복장을 이용하면 단벌 신사에 가까웠던 캐릭터들의 복장을 여러 패턴으로 바꿀 수 있어 캐릭터를 꾸미는 재미 역시 더 커졌다. 덕분에 '에스카&로지의 아틀리에'의 콘텐츠를 전부 즐긴 게이머에게도 '에스카&로지 PLUS'는 매력적인 게임이며, 지금까지 플레이스테이션 비타 버전으로 발매된 '아틀리에 시리즈'와 달리 움직임이 끊기는 부분도 적어 프레임 재생에 예민한 게이머 역시 안심해도 좋다.

에스카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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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에스카&로지 PLUS'에서 추가된 보스 몬스터들은 '에스카&로지 PLUS'의 낮은 난이도로 인해 더욱 이질적인 콘텐츠로 자리잡았다. 지난 2012년 발매된 '토토리의 아틀리에 PLUS'를 시작으로 매년 'PLUS'가 붙은 '아틀리에 시리즈' 작품마다 신규 아이템, 장비를 활용해도 쉽게 클리어하기 어려운 보스가 항상 등장했으며, 이번 '에스카&로지 PLUS'에서도 총 세 종류의 보스가 준비됐다. 특히, 이번 추가 보스들은 '아이템 1회 제한', '아이템 사용 불가', '아이템 자동 및 분할 발동 불가' 등 그전까지 보스에게 유효했던 전투 수단을 봉쇄하기 때문에 체감 난이도는 더 높아진다. 또한, 이 추가 보스들을 상대하기 위한 전용 장비, 아이템을 준비할 필요가 있어 쉬운 전투 난이도 속에서 여러 아이템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아틀리에 시리즈'의 정체성을 훼손시킨다. 다행인 점은 그 동안의 플레이스테이션 비타 이식 버전 '아틀리에 시리즈'와 달리 추가 보스들과의 전투 여부가 트로피 및 특전 획득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트로피 및 특전을 위해 고난이도 보스를 억지로 플레이해야 했던 과거와 비교했을 때 게이머에게 환영 받을 만한 변화다.

에스카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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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에스카&로지 PLUS'에 수록된 자막 한글 번역의 경우 직역보다는 국내 게이머가 이해하기 쉬운 방향으로 의역된 내용이 많다. 이 과정에서 오역의 소지가 있는 구절이 일부 등장하지만 게임의 진행이 막힐 정도로 많지는 않다. 오, 탈자도 진행에 문제는 없지만 보일 때마다 아쉬운 정도로 나타난다. 대신 연금술 재료 혹은 아이템 효과 번역 중 문구만으로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게이머는 문구만이 아니라 연금술 활용 중 소비되는 포인트, 전후 상황을 종합해서 파악해야 할 때가 있다.

에스카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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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에 발매된 '에스카&로지의 아틀리에'가 이미 게임 완성도 측면에서 '아틀리에 시리즈' 중에서 최상위에 있기 때문에 '에스카&로지 PLUS' 역시 기본적인 완성도는 여타 롤플레잉게임과 비교했을 때 절대로 모자라지 않다. 여기에 '에스카&로지 PLUS'만의 추가 요소와 개선점이 게임의 완성도를 높였고, 자막 한글 버전을 거쳐 국내에서 게이머가 만날 수 있는 최고의 '아틀리에 시리즈' 작품이 완성됐다. 지금까지는 물론, 앞으로 이런 완성도와 편의성을 동시에 갖춘 '아틀리에 시리즈'가 국내에 정식 출시될 가능성이 미지수인 만큼 기회가 찾아왔을 때 '에스카&로지 PLUS'의 플레이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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