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준의 게임 히스토리] ‘가늘고 길게~’ 20년 동안 롱런을 이어온 게임사 에이도스

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게임사가 있다. 일렉트로닉 아츠(이하 EA)나 액티비전과 같이 게임의 유통과 상표권 획득 그리고 수많은 프렌차이즈게임을 통해 성장한 게임사가 있는가 하면, 블리자드와 같이 시대를 풍미한 대작들로 자신들의 가치를 높인 게임사도 존재하는 등 저마다의 특색과 전략으로 게이머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에이도스 로고
에이도스 로고

이번에 소개할 에이도스 인터렉티브(이하 에이도스)는 이들 게임사들과는 다른 행보를 걷는 회사다. 에이도스는 세계 유수의 게임회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큰 회사가 아니며, 수 백만 장의 판매고를 올린 작품을 개발한 적이 없다. 더욱이 2009년에는 일본의 스퀘어 에닉스 유럽 법인으로 통합되어 단독 회사가 아닌 산하 스튜디오로 편입되기도 했다.

어찌 보면 세상에 수 없이 존재하는 그저 그런 게임회사 중 하나로 보일 수도 있지만, 에이도스는 게임업계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1990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자신들의 색으로 가득한 게임을 선보이며, 유통사에서 개발사로 굴곡 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회사이기도 하다. 한번의 큰 성공을 거둔 뒤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거나,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사라진 회사들이 손에 꼽을 수도 없이 많은 게임시장에서 무려 20년 동안 가늘고 길게 자신들의 영역을 지키고 있는 에이도스. 과연 이 기묘한 회사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에이도스는 1990년 영국에서 설립된 회사로 ‘스티븐 버나드 스트리터’가 투자를 받아 설립해 게임업계에 첫발을 내딛었다. 창업자인 스티븐은 사업가인 동시에 새로운 컴퓨터 운영체제를 개발할 정도로 이름있는 공학 박사이기도 했는데, 이 영향으로 초창기 에이도스는 게임과는 다소 거리가 먼 운영체제나 비디오 압축 기술을 개발하여 제공하는 IT 회사로 이름을 알렸다.

에이도스 유니폼
에이도스 유니폼

이후 착실히 성장을 이어가던 에이도스는 5년 뒤인 1995년 본격적으로 게임시장에 뛰어드는데, 가장 처음 주목한 분야는 다름 아닌 축구였다. 에이도스는 분데스리가, 프리미어리그 등의 리그 사용권을 획득해 선수들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략, 전술을 펼칠 수 있는 시뮬레이션 게임을 잇따라 선보였고, 이내 악마의 게임으로 불리는 풋볼매니저(이하 FM) 시리즈의 전신인 ‘챔피언십 매니저’(이하 CM)의 소유권을 사들이며, 게임회사로 명성을 높이기 시작했다.

당시 CM의 인기는 그 어떤 축구 시뮬레이션 게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았고, 에이도스는 이 게임을 통해 큰 성공을 거두며 게임 개발과 유통을 동시에 진행하는 회사로 거듭난다. 특히, 자신들의 게임을 홍보하고자 축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는데, 1999년부터 2002년까지 프리미어리그를 호령하고 있는 맨체스터 시티의 유니폼 스폰서로 나기도 했을 정도다.(부호의 대명사 만수르가 구단주로 나서기 전의 맨시티는 프리미어리그 2부와 1부를 오르내리는 중위권 팀이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툼레이더 1
툼레이더 1

이후 에이도스는 축구를 벗어난 새로운 장르의 게임개발에 매진했고, 그 결과 등장한 작품이 바로 1996년 발매되어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것은 물론, 영화로도 제작되며 게임 역사의 큰 획을 그은 ‘툼레이더’다.

페르시아의 왕자에게서 강한 영감을 받은 ‘툼레이더’는 게임 역사상 가장 유명한 여성 캐릭터 ‘라라크로프트’를 전면에 내세우며 모험과 퍼즐 그리고 다양한 무기를 활용한 액션까지 어드벤처와 액션 장르의 장점만을 조합한 시스템을 선보여 당시 게이머들에게 큰 화제가 된 게임이었다.

또한, ‘툼레이더’는 굉장히 실험적인 게임이기도 했는데, 당시 게임으로는 드물게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으며, 풀 3D로 게임을 개발하여 보다 다양한 액션을 구사하도록 한 것은 물론, 수 많은 탈 것과 무기를 등장시켜 이전까지의 3D게임과는 다른 차별화된 콘텐츠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는 비디오 압축 기술과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였던 에이도스의 경력이 빚어낸 결과로, 이 때부터 에이도스는 자신만의 색과 색다른 콘텐츠를 선보이는 회사로 명성을 높이기 시작한다.(물론 이어지는 속편들은 재탕에 재탕을 거듭하여 실망을 안겨주기도 했지만 말이다)

데이어스 엑스
데이어스 엑스

‘툼레이더’ 이후 탄력을 받은 에이도스는 게임 유통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하여 ‘씨프’, ‘코만도스’, ‘데이어스 엑스’, ‘히트맨’ 등의 작품을 게이머들에게 선보이며 당시 내로라하는 게임사들 못지 않은 인지도를 얻게 된다. 당시 에이도스에서 선보인 게임들은 한가지 공통점이 있었는데, 바로 당시 게임과는 다른 독창적인 콘텐츠를 지니고 있는 실험적인 요소가 가득한 게임이었다는 점이다.

‘코만도스’는 극악의 난이도 속에서 분대원들을 움직여 잠입과 암살을 거듭하는 시뮬레이션 방식의 재미를, ‘시프’와 ‘히트맨’은 각자 ‘메탈기어 솔리드’와 함께 게임에 잠입 장르의 새로운 장을 연 작품으로 평가 받는 게임이기도 했으며, ‘데이어스 엑스’는 단순히 때리고 부수는 작품으로 가득한 FPS 장르에 세기말 적인 암울한 분위기와 온갖 음모론으로 점철된 스토리를 도입하여 FPS 장르에 새로운 영감을 준 게임이기도 했다.

이들 게임들은 엄청난 판매고를 올리지는 못했지만, 특유의 실험적인 시스템과 색다른 콘텐츠로 이후 등장하는 수 많은 프렌차이즈 게임시리즈에 게임들에 지대한 영향을 준 게임이었으며, 꾸준한 판매고를 올림과 동시에 수 많은 마니아들을 양산하며 에이도스는 평단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게임사로 이름을 알리게 된다.

90년대 에이도스 게임들
90년대 에이도스 게임들

이처럼 인기 게임의 개발사이자 인기 게임을 유통하는 유통사로 성장을 이어가던 에이도스였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이렇다 할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이내 경영난에 빠지게 된다. 막대한 수익을 거두던 CM 시리즈는 개발팀의 불화로 타이틀을 세가에게 넘겨주게 되었고, 툼레이더 역시 진부한 콘텐츠로 시리즈를 거듭하며 판매량이 떨어지고 있었으며, 당시 유통하는 게임들의 판매도 신통치 않았다.

부진을 이어가던 에이도스는 2007년 모기업인 ‘SCi 엔터테인먼트 그룹’에 의해 매각설에 올랐고, 수 많은 염문을 뿌린 끝에 2년 뒤인 2009년 일본의 게임사 스퀘어 에닉스의 유럽 지부를 통해 8,430만 파운드(한화 약 1,540억 원)에 매각되고 만다.

하지만, 에이도스는 매각의 길을 걸은 다른 게임사들과는 달리 대외적으로는 독자적인 타이틀을 유지했으며, 2010년 스퀘어 에닉스의 북미 지부 대신 ‘에이도스 몬트리올’ 스튜디오로 편입되어 이전과 같이 자신들의 색으로 가득한 게임을 연이어 선보였다.

특히, ‘에이도스 몬트리올’로 편입된 후 선보인 데이어스 엑스 시리즈의 최신작 ‘데이어스 엑스: 휴먼 레볼루션’의 경우 치밀한 시나리오, 강렬한 캐릭터 그리고 화끈한 액션으로 평단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며,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물론 짝수번에 망한다는 데이어스 엑스 시리즈의 징크스답게 후속작인 ‘데이어스 엑스: 더 폴’은 시원하게 망했다)

툼레이더
툼레이더

이후 ‘에이도스’에서 무려 15년 동안 툼레이더 시리즈를 개발하던 개발 스튜디오 ‘크리스털 다이나믹스’에서 새로운 툼레이더 리부트를 선보이니 이 게임이 바로 2013년 발매된 ‘툼레이더’였다. 무려 6년 동안 개발된 새로운 ‘툼레이더’는 완전히 달라진 액션과 ‘언차티드’ 시리즈에서 강한 영감을 받은 시스템을 통해 48시간 동안 100만 장 판매라는 시리즈 역사상 가장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특히, 이 게임은 스퀘어 에닉스의 새로운 프랜차이즈 시리즈로 거듭났으며, 2015년 말 출시 예정인 ‘라이즈 오브 툼레이더’ 역시 E3를 비롯한 각종 게임쇼에서 Xbox 및 PS 진영의 메인 타이틀로 소개되는 등 이전 작품을 다시 해석해 성공시킨 좋은 사례로 남았다.

위에서 소개한 것 처럼 에이도스는 게임업계를 주름잡은 게임사도 아니었고, 어려움을 겪으며 다른 회사로 편입된 게임사다. 하지만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색다른 게임, 새로운 콘텐츠 등 자신만의 색으로 가득한 작품을 선보이며,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회사이기도 하다. 게임사들의 수명이 짧아지고 지고 있는 것이 추세인 현재의 게임업계에서 꾸준히 그리고 차분히 자신들 만의 작품을 만들어가는 에이도스와 같은 화사가 많아지기를 바라면서 이 글을 마친다.

※중국 진출의 교두보 ACT 2015, 메이저 기업 임원진이 함께하는 수출상담회 개최 - http://game.donga.com/bbs/3809/

게임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