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스토리] 엔씨소프트 연대기 11화 : 다각도로 공략했던 북미 시장, '리니지'부터 '길드워'까지

[게임동아에서는 2015년을 맞이하여 게임 기업의 탄생부터 성숙기까지 더한 연대기형 특집 '기업스토리'를 진행합니다. 첫 번째로 선정된 회사는 엔씨소프트로, 엔씨소프트의 과거와 현재를 비롯하여 정치, 인사, 경제 등 가능한 폭넓은 분야를 토대로 다루어볼 계획입니다. - 기사 내 대화는 당시의 상황을 유추해 각색한 것으로 현실과 다소 다른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

처음 '리니지'의 서비스를 시작할때부터 김택진 대표는 늘 국내 시장에 이어 글로벌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그중에서도 엔씨소프트가 가장 비중을 둔 곳이 바로 북미 시장이었는데, 김택진 대표는 국내에서 '리니지'가 성과를 내자 마자 바로 북미 시장으로의 개척에 상당한 힘을 쏟았을 정도로 북미 시장을 중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처음 엔씨소프트가 북미 시장에 대해 구체적인 의지를 밝힌 것은 지난 2000년 12월13일.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향후 전략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여기에서 김택진 대표는 기자들을 모아놓고 '북미 지역에 조인트 벤처'를 설립한다고 공표했다. 지난 2000년 7월에 '리니지'가 대만 현지업체와 서비스를 시작하여 상용화 4달 만에 동시접속자가 4만 명을 넘는 등 분위기도 무르익은 상황이었다.

리니지
리니지

이후 엔씨소프트는 2001년이 되면서 북미 진출을 위해 사활을 건 행보를 시작했다. 5월14일에 미국의 온라인 게임 개발업체 아티팩트 엔터테인먼트와 '호라이즌' 게임의 제휴를 진행했는가 하면, 5월18일에는 세계적인 게임 전문가로 칭송받던 리차드 게리엇 형제를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당시 엔씨소프트는 국내에서라면 모를까 해외에서는 소위 '듣보잡' 취급을 받던 게임 개발사였는데, 리차드 게리엇을 미국 현지 법인인 엔씨 인터렉티브의 개발 총괄로 임명하고 형인 로버트 게리엇을 상근이사로 임명하게 되면서 북미 시장에서 상당한 인지도의 상승을 경험하게 된다.

울티마와 리차드 개리엇
울티마와 리차드 개리엇

이후 엔씨소프트는 또다시 2가지 큰 경험을 하게 되는데, 그중 하나는 북미시장에서의 '리니지' 실패와 '아레나넷'의 인수였다.

엔씨소프트는 북미 시장에서 '리니지'의 성공을 위해 과감한 시도를 계속해갔다. 미국지사 엔씨오스틴(NC Austin)을 통해 '리니지' CD를 일렉트로닉스부티크의 600여개 체인점을 통해 판매하기 시작했고, 북미지역의 광대역 통신관련 개발업체 브로드점프와 제휴해서 고속 인터넷 사용자를 위한 '리니지' 서비스를 천명하기도 했다. 심지어 북미지역을 위해 매킨토시PC 버전을 개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1년 여가 지난 2002년 7월, 엔씨소프트는 북미 시장에서 냉담한 '리니지'의 반응에 낙심할 수 밖에 없었다.

당시 북미 시장은 '에버퀘스트'의 열풍으로 3D 온라인게임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던 시기였고, 한국 정서에 맞게 전투와 경쟁이 주가 되었던 '리니지'는 미국에서 큰 반향을 불러오지 못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 개인적인 성향이 강한 북미 게이머들에게 혈맹 등 거대 커뮤니티 위주로 흘러가는 '리니지'는 생소하다는 평가를 더 많이 받아야 했던 것이다.

아레나넷
아레나넷

또 하나의 건인 아레나넷 인수는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의 핵심 개발자로 구성되어 있는 미국의 주요 회사를 인수했다는 점에서 사건이었다. 이 회사의 인수로 엔씨소프트는 장기적인 해외사업 레이스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게 되며, 이는 향후 '길드워'로 이어지는 북미 시장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

실제로 엔씨소프트는 2003년 5월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개막된 게임전시회 E3에서 '길드워'를 처음 발표하게 되는데, 당시 '길드워'는 '리니지2'와 함께 각종 매체로부터 뜨거운 관심과 찬사를 받은 바 있다.

2004년으로 넘어와 '리니지'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엔씨소프트는 '시티오브히어로'와 '리니지2'로 북미 시장에 개척을 다시 한 번 시도하게 된다. 미국과 캐나다 전역의 컴퓨터 게임 소매점에 '리니지2'와 '시티오브히어로'의 특별 패키지가 배치되었고, 2004년 4월28일에 상용화되면서 판매도 순조롭게 이뤄졌다.

시티오브히어로
시티오브히어로

보름 뒤인 5월13일에 '시티오브히어로'가 유료 가입자수 10만 명, '리니지2'가 6만 명을 기록하면서 기대감이 상승되었으며 14일 E3 게임쇼에서 3일간 일반 게이머들이 직접 플레이할 수 있도록 깜짝 공개된 '길드워'가 하루만에 회원 수가 13만 명에 달하는 등 분위기도 무르익었다. 6월11일에는 '마이트 앤 매직'의 아버지 '존 뱀 케니햄'을 엔씨 오스틴의 개발이사로 영입하면서 북미 게임업계에 또 다른 충격을 주기도 했다.

특히 '시티오브히어로'는 7개월 만에 25만 개이상의 패키지 판매를 이루면서 엔씨소프트로는 북미 시장에서 처음 '괜찮은 과실'을 맛보게 하는 역할을 했다. '리니지2' 역시 10만 개 이상의 판매로 엔씨소프트 북미 실적을 주도했다. 그런 분위기는 점점 상승 곡선을 타고 있었으며 2005년 4월28일, 엔씨소프트는 드디어 북미 시장 최대의 기대작 '길드워'의 북미와 유럽 서비스를 발표하게 된다.

길드워
길드워

'길드워'.

어느덧 '길드워'는 북미 시장에서 '에버퀘스트'의 붐 이후 최대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었다. 당시 북미 게이머들의 취향을 명확히 저격한 아레나넷은 다중접속롤플레잉온라인게임(MMORPG)보다 길드 간 대결 구도를 게임 재미의 핵심으로 잡았으며, 전략성을 강조하기 위해 'CO RPG(Competitive Online Role-Playing Game)'라는 새로운 개념을 표방했다. 다분히 전략 플레이를 통한 경쟁 관계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길드워
길드워

이를 위해 엔씨소프트(아레나넷)는 독자적인 플레이를 방해받지 않기 위해 필드 이동을 과감하게 삭제하는 모습을 보였고, 게임 클라이언트 또한 100KB로 줄여내는 등 기술력의 진수도 보여줬다. 이는 당시 게임업계 기준으로 보면 파격의 연속이었고 실험적인 부분이 많았기에 논란이 있었지만, 엔씨소프트는 과감하게 이를 밀어붙였다.

또 사운드만으로도 대단히 아름다운 경험을 줘야 한다는 신념 아래 세계적인 게임음악 작곡가인 제레미 소울(Jeremy Soule)을 통해 배경음악을 삽입하는 등 '길드워'에 대단한 공을 들였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길드워'의 전략은 대단히 주효했다. '시티오브히어로'와 '리니지2'도 성과가 있었지만, '길드워'의 시작은 이들 게임 보다도 훨씬 역동적이었고 성공적이었다. 과거 5년간 '리니지' 시절부터 쌓아온 엔씨소프트의 북미 지역 서비스 능력도 눈에 띄게 향상되어 시너지 효과가 났다.

'길드워'가 판매된지 5일 뒤, 각종 온라인 쇼핑 사이트에서 '길드워'는 판매순위 1위를 기록하며 인기 행진을 해나기 시작했다. 아마존닷컴(Amazon.com)의 PC게임 부문 판매순위 1위, 이비게임스(EBgames, ebgames.com)의 베스트셀러 순위 1위를 기록했고, 북미의 유명 게임웹진인 게임스팟(gamespot.com)에서 '오늘의 게임'을, 북미의 유명한 MMORPG 커뮤니티인 MORPG.com에서 평점 9.0으로 '최고 평점을 받은 게임'에 선정되는 등 '길드워'가 북미 게임업계를 강타했다.

길드워 아레나넷
길드워 아레나넷

서비스 2달 만에 '길드워'는 북미와 유럽에서 약 65만 개의 계정이 판매되었으며, 프랑스와 영국에서도 6주동안 PC게임 판매 차트 1위를 지키는 등 엔씨소프트의 해외 판매 기록을 갈아치웠다. 월 이용료가 없는 혁신적인 과금 방식과 새로운 전략형 게임 플레이 방식이 인기 요인으로 꼽혔다.

'길드워' 서비스 후 1년 뒤인 2006년 4월28일, '길드워'의 판매량은 130만 장 이상이 되었고 엔씨소프트는 '길드워 챕터2 : 깨어진 동맹'을 내놓았고 이는 또 다시 폭발적인 반응을 내기 시작했다.

길드워2
길드워2

2006년은 '길드워' 외에도 엔씨소프트로는 상징적인 한 해라고 할 수 있는데, MMORPG.com 사이트 회원을 대상으로 실시간 진행되는 온라인게임 평가 집계에서 엔씨소프트가 북미에서 정식 서비스하는 전체 게임 10위권 안에 '길드워', '길드워 챕터2 : 깨어진 동맹', '오토어썰트', '시티 오브 빌런', '시티 오브 히어로' 5개가 전부 들었기 때문이었다.

또 북미 최고의 온라인 게임 커뮤니티인 '스트래틱스(http://www.stratics.com)'가 수여하는 E3 2005 관련 '골든 콕스 어워드'에서도 8개 부문중 6개 상을 엔씨소프트가 차지하는 등 불과 5년전에 '듣보잡' 취급을 받던 게임 회사가 북미에서 '메이저' 회사로 발돋움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이러한 분위기에 맞게 '길드워'는 2006년 6월20일에 국산 게임 최초로 200만 장의 판매를 넘어섰으며 챕터3(나이트폴) 확장판의 인기에 힘입어 2006년 12월13일에는 300만 장을, 2007년 8월21일에는 400만 장을 돌파했다. 그야말로 '길드워'는 북미 시장의 달콤함을 엔씨소프트에게 안겨준 게임이었다고 하겠다.

- 12부에 계속 -

게임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