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차세대기 데뷔, '신차원게임 넵튠 빅토리2'

현실의 비디오게임 기기 및 게임회사를 여성 캐릭터로 의인화한 콘셉트, 가상 설정과 현실 사이를 오가며 위험한 발언까지 서슴지 않는 개그코드, 아는 만큼 보이는 각종 패러디 연출 등을 내세워 지난 2010년 '초차원게임 넵튠'부터 명맥을 이어온 '초차원게임 넵튠 시리즈'.

첫 작품이 출시로부터 약 5년이 지난 지금, 세대가 교체되는 비디오게임 업계의 전환기가 찾아오면서 게임업계를 소재로 한 '초차원게임 넵튠 시리즈'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사이버프론트코리아가 유통 중인 PS4용 롤플레잉게임 '신차원게임 넵튠 빅토리2'(이하 '넵튠V2')가 그 결과물로, 개발사 컴파일하트가 차세대기를 대비해 준비한 야심작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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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넵튠V2'의 가장 큰 특징 역시 비디오게임 기기의 세대교체를 소재로 한 메인 스토리에서 나타난다. 이를 통해 게이머는 과거 PS2와의 경쟁에서 밀려 대부분 게이머의 기억 속에 잊혀진 세가의 비디오게임용 기기 '드림캐스트'를 소재로 한 '영차원', 2015년 현재 게임업계의 경쟁이 '초차원게임 넵튠 시리즈'에 맞춰 재해석된 '초차원', '영차원'과 '초차원'의 스토리를 바탕으로 대단원을 장식하는 '심차원' 등 총 세 챕터를 플레이할 수 있다.

메인 스토리가 세 단계로 나뉘어 집중하기 어려울 것 같지만 하나의 타이틀로 세 편의 게임을 즐기는 구성에 가까워 실제 플레이하는 동안 문제가 되진 않는다. 오히려 챕터마다 주연으로 나서는 캐릭터가 구분됐기 때문에 기존 시리즈에서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캐릭터들이 활약해 해당 캐릭터의 팬이라면 더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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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비디오게임 기기 '드림캐스트'를 의인화 한 수호여신 '텐노보시 우즈메'와 일본 유명 게임사 캡콤, 스퀘어에닉스, 반다이남코게임즈, 코나미를 의인화 한 '골드 서드' 4인방 등 '넵튠V2'의 신규 캐릭터들도 기존 캐릭터 못지않은 활약을 선보인다. 이 중 '텐노보시 우즈메'는 시리즈의 주인공 '넵튠'과 호흡을 맞춰 개그에는 개그로 맞받아치고, 진지한 국면에선 무게감 있는 활약을 펼쳐 성공적인 데뷔를 마쳤다.

성격, 전투 연출이 모티브가 된 게임사를 바탕으로 재해석된 '골드 서드' 캐릭터들도 현실의 게임사와 비교할수록 숨겨진 매력이 드러나게 된다. 그리고 비디오게임용 기기를 의인화 한 '수호여신' 캐릭터와 주역과 라이벌로 대립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미워할 수 만은 없는 개성적인 캐릭터로 자리 잡아 간다. 다만, 주역 캐릭터가 변경되는 과정에서 기존의 수집 아이템, 일부 재화가 바로 계승되지 않는 점이나 변경된 파티 구성원에 적응하기까지의 시행착오를 게이머가 감수해야 하는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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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의 몰입도 향상과 함께 그래픽 부분의 발전도 눈여겨볼 만하다. 비록 선명하지 않은 3D 캐릭터 모델링, 부자연스러운 움직임 등은 이번 작에서도 여전하지만 로딩, 느려짐 현상 등 시리즈 고질적인 단점이었던 최적화 문제의 경우에는 체감하기 어렵다. 그리고 PS4의 성능에 힘입어 1080p 풀HD 해상도로 출력되는 고화질 일러스트가 더해져 시리즈 팬들이 바랐던 개선 사항이 '넵튠V2'에 이르러서 대부분 실현됐다. 이 밖에 핑크빛 향연의 일러스트 콘셉트, 더 화려해진 전투 연출도 게이머의 눈을 즐겁게 한다.

최적화 문제와 함께 시리즈 내내 게이머들의 호불호가 분명했던 게임 시스템에서도 발전한 흔적이 잘 드러난다. 특히, 플레이 패턴이 단순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미니게임 '네푸랑카', 일반 전투와 다른 전략이 필요한 거대 보스전, 원하는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경로를 개척하는 '루트 빌드' 등 신규 시스템을 다수 도입됐다. 아울러 게이머가 직접 아이템의 효과를 조합하는 '디스크 메이크', NPC를 파견해 확률에 따라 보상을 받는 '견문자' 시스템처럼 전작의 시스템도 존재해 결과적으로 전작보다 시스템 부분에서의 콘텐츠가 풍부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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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게임을 더 재미있게 만들어주는 시스템과 몰입을 방해하는 시스템의 괴리가 극명하게 드러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게이머가 거점을 투자해 상점을 추가시키거나 맵에 존재하는 이동 경로를 게이머가 직접 선택해 개척할 수 있는 '루트 빌드' 시스템은 시뮬레이션게임과 유사한 콘텐츠를 제공해 게임을 더 재미있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한다. 반면에, 미니게임 '네푸랑카'는 더 좋은 보상을 노릴수록 부조리한 난이도로 인해 플레이할수록 스트레스만 늘어 게임에 집중하기 어렵다. 한 번 엔딩을 본 후 2회차 연계 요소를 활용하면 부조리한 부분의 상당수가 완화된다고는 하지만 굳이 이렇게 번거로운 과정을 필요한지 의문이다.

전투 시스템에서도 게임에 대한 몰입과 흥미 저하 현상이 반복된다. 캐릭터의 일반 공격 패턴을 지정하는 '콤보 시스템'의 경우에는 효율성이 높아졌으며, 콤보 특성에 따라 다른 특수효과가 발동돼 게이머가 시도할 수 있는 전법이 늘어났다. 또한, 스킬 공격만 사용할 수 있는 거대 보스전 추가 등 하나의 전투 패턴만으로는 클리어하기 어렵도록 설계돼 게이머는 여러 전투 상황에 맞춰 파티를 운영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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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파티 구성이 자유로워지는 스토리 중후반 전까지 게임 내 난이도가 급격하게 바뀌기 때문에 게이머가 전투 시스템을 전부 활용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특히, 선공의 여부가 중요한 '넵튠V2'에서 선공을 잡기 어렵고 마법 방어력이 낮은 캐릭터로 마법 공격 중심의 적들과 싸워야 하는 '초차원' 편의 '블랑' 루트의 초반부, 전투 패턴을 조금만 수정해도 난이도가 상당 부분 개선됐을 일부 보스전 등은 쉽게 두둔하기 어렵다. 반복플레이로 레벨을 올리다 보면 어떻게든 스토리를 진행할 수 있단 점이 몇 안 되는 위안거리다.

이러한 단점이 존재하는 이상 시스템의 완성도, 게임 밸런스를 중요시하는 게이머에게 '넵튠V2'는 플레이할 가치가 떨어지는 게임처럼 보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넵튠V2'를 성공적인 차세대기 데뷔작이라 평가하고 싶은 이유는 이 게임만큼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공평하게 활약하는 작품은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넵튠V2'에서 '초차원게임 넵튠 시리즈'의 단점 중 다수가 해결된 점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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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으로 '넵튠V2'를 다른 PS4용 게임과 비교하면 그래픽 등 지적할 사항이 여러 가지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초차원게임 넵튠'이 그랬듯이 '넵튠V2'도 다른 경쟁작과 같은 평가 선상에서 경쟁하는 것이 아닌 시리즈만의 캐릭터와 콘셉트를 내세워 독자적인 지지 세력을 형성했다. 만인이 좋아할 수는 없겠으나 취향이 맞는 게이머라면 '넵튠V2' 만한 수작은 몇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도 자신만의 개성을 갖추면서 단점을 지속적으로 보완해가는 '초차원게임 넵튠 시리즈'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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