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게임즈의 신영진 아트디렉터 “모바일의 하루는 MMORPG의 일주일”

넥슨의 하반기 최대 기대작 ‘HIT’가 승승장구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6일 진행된 프리미어테스트를 당일 애플 스토어 매출 순위 1위를 달성한 것에 이어 이틀 뒤인 18일 런칭 후 구글 플레이 스토어 매출 1위를 기록하여 유난히 대작들이 즐비한 하반기 모바일게임 시장의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

넷게임즈에서 개발한 ‘HIT’는 리니지2, 테라 등의 굵직굵직한 대형 MMORPG를 개발한 넷게임즈의 박용현 대표가 선보인 게임. 특히, 최신 모바일게임 엔진인 언리얼엔진4을 통해 뛰어난 ‘타격감’과 함께 수려한 그래픽을 선보여 게이머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여기에 모바일 ‘엘린’이라고 불릴 정도로 차세대 ‘귀요미’ 캐릭터로 떠오르고 있는 마법사 클래스의 ‘키키’ 역시 큰 화제에 오르며, 모바일게임으로는 드물게 캐릭터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중이다.

창세기전의 동영상 작업부터 리니지2, 테라 등의 내로라하는 대형 게임 개발에 참여하며, 업계 최고의 아트 전문가로 불리는 넷게임즈 신영진 아트 디렉터에게 HIT의 개발과정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넷게임즈 신영진 디렉터
넷게임즈 신영진 디렉터

Q: 이전까지 주류 엔진이었던 '유니티'가 아닌 '언리얼엔진4'로 게임을 개발한 이유가 궁금하다.
A: 모바일게임은 개발 기간이 짧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가장 최소화 할 수 있는 엔진을 찾았다. 팀원들과 함께 개발한 게임인 리니지2, 테라 모두 언리얼로 개발을 하다 보니 가장 손이 익은 엔진인 언리얼엔진을 선택했다. 여기에 에픽게임즈 쪽에서도 지속적으로 언리얼엔진4에 대한 장점을 어필했고, 우리가 생각하는 퀄리티를 뽑아낼 수 있으면서도 신뢰도가 높은 것도 언리얼엔진4로 HIT를 개발한 이유 중 하나였다.

Q: 리니지2, 테라 등 굵직한 MMORPG의 개발에 참여하다 처음 모바일게임을 개발했다. 힘들진 않았나?
A: 우선 제한되는 부분이 너무 많더라. 아트 팀에 일하는 직원 상당수가 '내가 생각하는 것을 구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지원한 경우가 많은데, 그것을 제한해야 한다는 것에 어떤 '괴리감' 같은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내 모바일게임 개발을 한번 해보자 하는 의견이 모아졌고, 개발을 시작하게 되었다.

또 MMORPG때는 준비하는 과정이 길었지만, 모바일게임은 호흡이 굉장히 짧다. . MMORPG를 개발하던 친구들은 특유의 호흡이 있는데, 모바일게임은 4년~5년 개발할 게임이 아니다 보니 오래 고민할 시간이 없다. 때문에 내부적으로 “모바일의 하루는 MMORPG의 일주일이다”라는 구호로 이를 다잡았다. 실제로 처음 ‘HIT’를 개발할 때부터 지금까지도 매일 아침마다 회의를 하고 있고 어지간한 사항은 바로 현장에서 결정하고 있다.

히트 스크린샷
히트 스크린샷

Q: 각 캐릭터의 설계 과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달라.
A: 처음 설계한 캐릭터는 쌍검을 휘두르는 캐릭터인 ‘루카스’였다. '루카스'로 테스트를 시작하면서 모바일에서 구현할 수 있는 시스템과 어떤 상황에서 게이머가 게임을 즐기는 지, 전투의 속도는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등의 게임의 '템포'를 잡아나갈 수 있었다. 어찌 보면 창립공신 같은 캐릭터인데 개인적으로 애정이 높아 지금까지도 '루카스'로 게임을 즐기고 있다.(웃음) 루카스로 게임의 기틀을 잡은 다음에는 조금 더 부드럽게 전투를 구현할 수 있도록 캐릭터를 다듬었고, 그 결과가 첫 번째 여성 캐릭터인 '아니카'였다.

'휴고'와 '키키'는 가장 나중에 만들어졌는데, 휴고는 묵직한 맛이 있는 마초 캐릭터를 만들자는 컨셉으로 제작했고, 키키는 '그래도 RPG인데 마법사 캐릭터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하고 생각해서 만들게 되었다. 사실 '키키'를 만들 때가 가장 힘들었다. 마법사이고 원거리 캐릭터이기 보다 다른 캐릭터보다 타격감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컷인을 극적으로 집어넣고, 몬스터가 뒤로 밀리는 등의 효과를 넣는 식으로 타격감을 보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히트 12월 업데이트
히트 12월 업데이트

Q: '키키'가 테라의 엘린과 비슷하다는 의견이 있다. 이에 대한 개발자의 생각이 궁금하다.
A: '엘린'은 기존 캐릭터의 방향성을 완전히 바꾼 캐릭터이고, 키키는 게임의 볼륨을 확장하자는 차원에서 개발된 캐릭터라는 점에서 다르다. 키키는 다른 캐릭터와 다르게 원거리를 사용하는데, 이는 아트 분야를 맡은 사람으로써 꼭 하고 싶었던 작업이었다. 실제로 액션이 특징인 다른 캐릭터에 비해 '키키'는 스킬 효과(이펙트)가 주가 되는 캐릭터다. 다른 캐릭터의 경우 애니메이션(캐릭터의 움직임)을 보고 이펙트를 설계했는데, '키키'는 이펙트를 먼저 설계하고 이에 맞춰 애니메이션을 적용시켰다. 이렇듯 아트 담당자들의 로망을 듬뿍 담은 캐릭터가 바로 '키키'다.

Q: '키키'는 귀여운 외모로 여성 게이머도 좋아할 정도로 큰 호평을 받고 있다. 그 비결을 알려줄 수 있는지?
A: 사실 아트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귀여운 게임 캐릭터를 만드는 것이다. 실제로 귀엽다는 캐릭터 대부분이 2D 캐릭터일 정도로 그만큼 사람의 등신대를 현실화 시켜야 하는 게임에 이를 적용시키는 것은 어렵다. 실제로 팔다리가 짧으면서 이상적인 비율을 유지하거나, 극단적인 S라인을 지닌 사람들은 현실에 없지 않은가? 때문에 캐릭터를 만들면서 내부에서도 '과연 이게 과연 맞는 걸까?'하는 질문과 의견이 끊임없이 오고 간다. 다행히 우리가 만든 캐릭터를 좋아해 주시니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웃음)

히트 스크린샷
히트 스크린샷

Q: 언리얼엔진의 문제점 중 하나는 최적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A: 첫 번째는 프로그램 개발팀에서 최적화를 진행하고, 그 다음으로 아트 팀에서 폴리곤의 수와 텍스쳐를 최소화하는 식으로 최적화 작업을 거쳤다. 'HIT'의 폴리곤은 MMORPG가 3만 폴리곤을 썼다면 1만 폴리곤이 적용된 1/3로 줄인 수준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텍스터를 낮추면서도 퀄리티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었다. 'HIT'는 폴리곤을 듬뿍 넣은 캐릭터를 먼저 제작하고 이를 다시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에 적용시키는 방식으로 그래픽을 제작했다. 한마디로 MMORPG에서 한 번 하는 작업을 두 번씩 하는 셈이다. 또한, 아트 기법 중에 노말맵(폴리곤 수는 정해져 있지만 음영과 굴곡을 통해 효과를 극대화 시키는 방법)이라는 방식이 있는데, 온라인게임에서 잔뼈가 굵은 팀원들이 모두 동원되어 정말 세밀하게 적용시켰다.

'HIT'는 '타격감'을 더해주기 위해 부셔지고, 깨지는 등의 많은 오브젝트가 등장하는데, 당연하지만 이 오브젝트가 많으면 많을 수록 속도가 저하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각 지역 별로 구역을 묶어 CPU의 제어를 받는 '머치액터스'라는 언리얼엔진의 기능을 활용해 약 100여 종의 구역으로 분할을 하여 더욱 쾌적하게 게임을 구현할 수 있도록 했다. HIT는 단순히 그래픽 다운과 콘텐츠 삭제 등의 용량 줄이기 식이 아닌 그래픽, 오브젝트 등 게임 전반의 퀄리티를 유지하되 보다 원활히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최적화가 진행된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Q: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 이 두 가지 플랫폼의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A: PC에서 구현할 수 있는 것 대다수를 모바일에서는 포기하거나 축소시켜야 한다. 또 하나는 기종 별로 액정의 종횡비에 따라 색감도 다르고 사양도 다르다 보니 스마트폰에 따라 정말 많은 성능 차이가 있어서 신경 쓸 것이 MMORPG보다 많으면 많았지 적지는 않았다.(웃음) 또 온라인게임은 게이머들이 어떤 돌발 행동을 할지 모르다 보니 일일이 모든 것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모바일게임은 정해진 길이 있다 보니 그 부분에서 신경을 덜 쓰게 되어 시간을 많이 단축할 수 있었다.

개발기간도 모바일게임과 온라인개발기간도 차이점 중 하나다. 온라인게임의 경우 대작을 4년~5년 개발하는 경우도 많지만, 모바일게임은 최대가 1년이다. 특히, 온라인게임에서는 어떤 시대를 배경으로 잡을까?를 시작으로, 색을 입히고, 어떤 무기를 구현할 것이며, 캐릭터 간의 클래스는 어떻게 할지 고민도 많았는데, 모바일의 경우 캐릭터 하나가 클래스이며, 아이템 역시 일반화 시킬 수 있었다. 더욱이 4년 동안 만들 게임이 아니다 보니 일단 만들고 난 후 바로 회의를 열고 결정하는 부분이 많았다.

넷게임즈 신영진 디렉터
넷게임즈 신영진 디렉터

Q: 히트를 즐기는 이들이 꼽는 가장 큰 장점은 타격감이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
A: ‘타격감’은 애니메이션, 이펙트, 카메라 워크, 사운드 등의 요소가 적절히 버무러진 게임회사의 역량이 총동원 되는 굉장히 어려운 요소다. 때문에 ‘타격감’을 살리기 위해 기획, 개발, 사운드 등의 부서들과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이중 하나가 바로 ‘슬로우’ 기법으로 수박을 먹을 때 소금을 조금 쳐서 먹으면 단맛이 더 부각되듯이 스킬 이펙트가 극대화 될 때 오히려 진행이 조금 느려지는 슬로우 효과를 넣어 더욱 효과를 부각시켰다. 여기에 ‘아 내가 진짜 스킬을 쓰고 있구나’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스킬이 발동 될 때 주변에 어두워 지는 ‘컷 신’ 효과도 스킬의 적중을 정확히 보여준 것도 이런 ‘타격감’을 살리기 위한 방법이었다. ‘타격감’은 소리가 굉장히 중요한데 대부분의 게이머들이 모바일게임에서는 소리를 듣지 않지만 만약 소리를 들으면서 게임을 즐기면 더욱 짜릿한 ‘타격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이다.

Q: 과거 창세기전부터 지금 작품인 HIT까지 다양한 작품의 그래픽 개발에 참여했다. 앞으로 모바일게임 시장의 그래픽 파트는 어떻게 변화할 것 같은지?
A: 앞으로 플랫폼의 성능은 분명히 높아질 것이다. 앞으로의 게임은 히트 정도의 그래픽에 과거 MMORPG 수준의 실시간 전투가 적용될 것이다. 이 이상의 그래픽 퀄리티가 높아지는 것은 분명 더디겠지만, 더욱 다양한 즐길거리와 볼거리가 등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Q: 향후 업데이트 계획을 말해 줄 수 있는가?
A: 당분간 아트 팀의 업데이트 이슈는 없다. 왜냐하면 아직 게임의 실제 업데이트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웃음) 사실 아트는 게임 부서 중 가장 먼저 일을 끝내야 하는 부서다. 아트 파트가 먼저 끝나야 기획팀에서 업데이트 일정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12월에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도록 대기 창이 눈과 나무로 장식될 예정이며, 전용 룩 역시 마련되어 있다. 많은 기대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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