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스토리] 엔씨소프트 연대기 14화 : 시대의 변화에 민감하게, 발 빠른 변화의 장으로

[게임동아에서는 2015년을 맞이하여 게임 기업의 탄생부터 성숙기까지 더한 연대기형 특집 '기업스토리'를 진행합니다. 첫 번째로 선정된 회사는 엔씨소프트로, 엔씨소프트의 과거와 현재를 비롯하여 정치, 인사, 경제 등 가능한 폭넓은 분야를 토대로 다루어볼 계획입니다. - 기사 내 대화는 당시의 상황을 유추해 각색한 것으로 현실과 다소 다른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

게임 개발만 진행하는 것은 아니었다. 국내 게임업계의 터줏대감인 만큼 엔씨소프트는 사회적인 활동도 많이 진행했는데, 그 중 가장 눈여겨볼만한 행보는 야구단 설립과 엔씨소프트 문화재단의 운영이었다.

먼저 야구단 설립은 국내 게임업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를 뒤흔드는 엄청난 사건이었다. 2010년 12월22일, 엔씨소프트는 한국야구위원회(KBO)에 프로야구단 창단의향서를 제출하고 통합 창원시(옛 마산 창원 진해)를 연고로 하는 제9구단 창단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는 뜻을 밝히게 된다.

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

당시 프로야구단은 SK, 두산, 한화 등 대기업들의 전유물이라고 할 수 있었고, 엔씨소프트는 IT업계 중에서도 게임산업에 속하는, 기존 대기업들 입장에서는 지극히 이질적인 존재였다. 당연히 갑론을박 토론이 벌어졌고 반대의 분위기도 만만치 않았지만 김택진 대표는 이를 정면 돌파하는 모습을 보였다.

평소 야구를 좋아하던 김택진 대표는 2009년 가을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한국 시리즈를 보고 야구단 창단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2011년 1월에 엔씨소프트의 프로야구단 창단은 승인 보류 판정이 났으나 2월8일에 유영구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를 비롯한 프로야구 8개 구단 사장단이 이사회를 열고 엔씨소프트를 프로야구 제9구단 우선협상자로 지정하면서 사실상 창단이 확정됐다.

가입금 50억 원, 재정능력에 대한 담보 100억 원을 포함해 창단에만 150억 원 이상의 목돈이 들어갔지만 야구단 창단이라는 소식 하나만으로도 그 가치의 몇 배나 되는 마케팅 효과가 발생했으며 우수한 선수와 감독을 영입하고 한 해 한 해가 지나면서 엔씨 다이노스 구단은 새로운 명문 야구단으로써 한국 프로야구계에 새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특히 올해에는 한국시리즈 직전까지 가는 등 실력 또한 맹위를 떨치고 있으며, 새로운 우승후보로 발돋움하고 있다.

야구단 창단에 비견되는 엔씨소프트 문화재단 활동도 김택진 대표의 강력한 의지가 뒷받침된 사회활동중 하나다. 2012년 엔씨소프트 창립 15주년을 맞아 설립된 이 재단은 과거보다 더욱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사회적 책임 활동을 위해 설립한 공익 목적의 비영리 재단으로 김택진 대표의 부인인 윤송이 씨가 직접 이사장직을 맡았다.

엔씨소프트 문화재단
엔씨소프트 문화재단

문화재단의 활동은 매년 꾸준하게 진행되었는데, 그중에서도 게임 내 퀴즈를 풀면 풀수록 기아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식량을 기부할 수 있는 '모바일 프리라이스', 지적 장애인들의 의사소통을 돕는 '나의 첫 AAC', 서울 아산병원, 양현재단과 함께 4연여 동안 개발한 장애아동 특수 교육 교제 '인지니' 등이 크게 주목을 받았다.

이외에도 엔씨소프트 문화재단은 한국형 스토리텔링 저작 지원 소프트웨어 '스토리헬퍼', 빈민국 아동 학교 급식지원, 취약계층 아동 스포츠 꿈나무 장학금 지원 등 다방면적인 활동을 해나가고 있으며, 엔씨소프트 문화재단을 통해 엔씨소프트가 사회공헌에 앞장섬으로써 게임업계의 귀감이 되고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러한 활동 외에도 엔씨소프트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기 위해 전략적으로 타 회사와 지분을 섞는 전략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지난 2012년 6월8일, 넥슨의 일본법인이 엔씨소프트의 설립자이자 CEO인 김택진 NC다이노스 구단주로부터 엔씨소프트 주식 321만 8091주를 주당 25만 원, 총 8045억 원에 취득했다고 공식 발표한 사건은 2012년 게임업계 최대의 이슈로 손꼽힌다.

넥슨
엔씨소프트
넥슨 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대표와 넥슨의 김정주 대표는 같은 업계에서 건전한 경쟁을 하는 관계이자 서울대학교 선후배 사이로 평소에도 두터운 신뢰를 보여왔고, 규모의 경제로 흘러가는 글로벌 게임업계에 대응하기 위해 함께 해내갈 것을 결의하며 같은 돛을 올리게 되었다.

실제로 엔씨소프트와 넥슨 두 회사는 서로 힘을 합쳐 EA 인수를 시도하기도 하고 '마비노기2' 공동 개발 등의 활동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자 했으나, 개발 장인을 표방하는 엔씨소프트와 비즈니스에 능한 넥슨은 사실상 좀처럼 융화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계속되는 삐걱거림과 함께 의견 충돌이 잦아지면서 두 회사는 수년에 걸쳐 시너지가 날 수 없음을 확인해야했고 결국 2015년 10월23일에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지분 전량을 매각함으로써 두 회사의 지분 관계는 깨끗하게 정리가 됐다.

다만 엔씨소프트는 2015년 2월17일에 넥슨이 아닌 넷마블을 파트너 사로 지분을 맞교환하는 행보로 또 다시 업계를 발칵 뒤집었다.

넷마블은 올해 매출 순위 10위권 내에 자사 게임 5개를 몰아넣으며 최고의 모바일 게임사로 발돋움 했고, 엔씨소프트는 '리니지''아이온''블레이드앤소울' 등 MMORPG를 기반으로 탄탄한 매출을 자랑했던 만큼 두 회사의 주식 맞교환은 업계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엔씨소프트 넷마블게임즈 로고
엔씨소프트 넷마블게임즈 로고

엔씨소프트는 2월16일 공시를 통해 넷마블의 주식 2만9천214주를 3천802억 6천490만 7천420원에 취득키로 했으며, 이튿날에는 반대로 넷마블이 엔씨소프트의 지분 8.9%(195만 주)를 비슷한 가격에 사들였다. 두 회사는 주식 맞교환을 통해 향후 모바일 게임 비즈니스에서 굉장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그 시작은 '리니지2'의 IP를 넷마블의 모바일 게임에 적용시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난 화에서 엔씨소프트의 차세대 신작인 '리니지 이터널'과 'MXM'을 잠시 언급했었지만, 엔씨소프트의 진정한 미래는 이들 차기작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시장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는 모습에서 온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리니지 17주년
리니지 17주년

지난 2015년 12월10일에 발표한 17주년 기념 기자 간담회 '비욘드 리니지(BEYOND LINEAGE)'를 보면 엔씨소프트가 얼마나 미래에 대해 연구하고 사용자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는지 알 수 있다.

이날 발표에서도 밝혔지만 실제로 '리니지'는 웹툰을 비롯해 애니메이션, 영화, 토이 등 다른 문화 콘텐츠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으며, 지난 22일에는 '리니지' 속 캐릭터인 '마법인형 피규어(Figure, 모형 장난감)'의 판매가 시작되기도 했다.

"새로운 여정의 시작입니다. '리니지'가 어떤 콘텐츠인지 한 장르로 정의내리지 못하는 시대로 도약할 것입니다."

엔씨 리니지 17주년
엔씨 리니지 17주년

당시 행사장에서 울려퍼진 김택진 대표의 나직하면서도 강인한 한마디. 새로운 여행을 시작한다는 그말은 그 자체로 엔씨소프트의 모든 것을 담고 있었다.

엔씨소프트는 이처럼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숱한 변화를 겪으면서, 고뇌를 이겨내면서, 또 환경에 순응하면서 묵묵하게 게임 개발 한 길을 걷고 있으며, 계속적으로 한 걸음 씩 앞으로 내딛어가고 있다. 이러한 엔씨소프트의 새로운 변화를 다루는 것을 끝으로, 올해 3월부터 시작된 엔씨소프트 연대기도 긴 여정을 마치고 마무리에 접어들게 되었다.

앞으로도 엔씨소프트의 행보는 계속될 것이며, '리니지'를 비롯해 '아이온', '블레이드앤소울', 그리고 향후 나올 모든 게임들 역시 대한민국 게임산업의 역사를 담당하는 소중한 문화 콘텐츠가 될 것이다. 담당 기자로서, 업계의 한 사람으로서, 또 한사람의 게이머로서 필자 역시 엔씨소프트의 발전 과정을 앞으로도 계속 지켜보며 응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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