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모바일게임 트렌드, '인디게임의 거침없는 도전'

모바일 게임을 즐겨하는 이용자라면 한 번쯤 힙스터웨일의 '길건너 친구들'이나 셀렉트버튼의 '살아남아라! 개복치' 등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들 게임은 간단한 조작과 톡톡튀는 아이디어로 무장해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었으며, '성공한 인디 게임의 대명사'로 불리우고 있다. 당연히 해외에서도 이러한 성공사례를 바탕으로 인디게임 바람이 불었다.

국내 시장도 분위기는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해에 '무한의 계단'이나 '거지키우기' 등의 게임들이 소정의 성과를 이뤄낸 후 올해는 부쩍 시장에서 인디 게임 얘기가 많이 들리고 있다. 연초부터 퀄리티를 높인 인디 게임들이 대거 출시를 준비 중이며, 이들이 대형 롤플레잉게임의 틈새에서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간단해도 통한다, 인디게임 100만 다운로드 시대>

엔플라이스튜디오가 개발한 액션 모바일게임 '무한의 계단'은 지난 2015년 2월에 출시된 후 약 10개월 만에 5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면서 국내 인디게임 돌풍의 주역으로 자리 잡았다.

무한의계단16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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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을 좌 또는 우로 터치해 계단을 한 칸씩 올라가는 간단한 방식과 다양한 캐릭터, 터치 한 번의 차이로 게임오버 당하는 긴장감, 높이 올라갈수록 게이머에게 요구되는 반사신경 및 빨라지는 속도감 등이 게이머들에게 큰 호평을 받았다. 광고 수익을 기본으로 하여 한창 인기가 많았던 시절에는 하루 800만 원의 수익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2015년 9월 출시된 마나바바의 시뮬레이션 모바일게임 '거지키우기'도 단기간에 1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화제의 인디게임 중 하나로 꼽힌다.

거지키우기16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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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화면을 일일이 터치해야 돈이 모이지만 '구걸 알바'를 고용한 후 기기를 방치하면 여타 게임의 자동전투 기능처럼 게이머가 조작하지 않아도 재산이 축적된다. 이렇게 모은 재산을 '구걸 알바' 육성, 기업 및 도시 인수 등에 투자해 더욱 큰 재산을 모으는 것이 이 게임의 주요 목적이다. 이 밖에 업적과 관련된 플레이를 즐길 때마다 나타나는 카드 일러스트의 내용 역시 깨알 같은 재미를 더한다.

중년기사김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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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는타이밍15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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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 지난 2015년 5월 출시돼 방치형 롤플레잉 모바일 게임의 가능성을 증명한 마프스튜디오의 '중년기사 김봉식', 0.1초의 타이밍 싸움을 통해 회피와 공격을 반복하는 버프스튜디오의 액션 모바일게임 '용사는 타이밍' 등도 수십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유망주다. 이 두 작품은 '구글플레이 2015 올해의 게임' 인디게임 부문에 선정돼 가능성을 검증받았다.

<두려울 것 없는 인디게임, 거침없이 현실을 녹이다>

인디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다른 누구의 간섭 없이 구현된, 개발자의 '독립된'(indie) 게임 콘텐츠에서 찾을 수 있다. 이로 인해 상용게임에서 접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표현이 인디게임의 장점으로 주목받는 중이다.

퀵터틀스튜디오에서 개발 및 서비스 중인 시뮬레이션 모바일게임 '내꿈은 정규직'은 성역없는 패러디를 적극 활용한 점이 특징이다. '3포세대', '5포세대' 등으로 불리며 어려움을 겪은 사회초년생들의 고충, 부조리를 적절한 패러디로 실감 나게 표현해 많은 게이머의 공감을 샀다. 이 중에는 '땅콩 회항', '비타500', '질소과자' 등 인디게임이기에 시도할 수 있는 '대담한' 풍자도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내꿈은정규직16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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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에서 공개된 페이크다이스의 보드게임 '다이스티니' 역시 각종 패러디 연출이 주목을 받았다. '다이스티니'에서는 플레이 중 발동시킬 수 있는 카드가 존재하며, 카드의 그림과 발동 연출에는 유명 영화, 드라마를 본뜬 장면부터 인터넷에서 널리 퍼진 콘셉트 사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면의 패러디가 수록됐다. '다이스티니'의 개발자는 개그를 활용해 게이머들이 오래 기억할 수 있는 게임을 추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블리엔에서 개발 및 서비스 중인 시뮬레이션 모바일게임 '만수르 게임'은 금전적 여유가 적은 사회인들이 공감할 만한 인디게임으로 꼽힌다. 게임 이름부터 세계적인 석유 부자로 유명한 셰이크 만수르를 꿈꾸는 주인공 및 게이머들의 소망이 투영됐으며, 게임 내 주인공이 거치는 업종 중에는 모조품 판매, 자해공갈, 가짜 휘발유, 작전주 등 불법 소지가 다분한 직업도 상당수 존재한다. 이를 통해 돈을 위해서라면 일을 가리지 않는 현재의 사회 풍조가 잘 드러난다.

만수르게임16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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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공감 요소에 힘입어 '만수르 게임'은 지난 2014년 11월 출시 후 구글플레이에서 약 9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으며, '만수르 게임'에서 모은 돈을 마음껏 소비하는 '만수르 가족', 직업 및 애완동물 업그레이드 등 육성 콘텐츠가 추가된 '만수르 게임2: 금수저' 등의 후속작 출시로 이어졌다. 특히, '만수르 게임2: 금수저'의 경우에는 태어난 가정의 재력에 따라 사회에서의 격차가 결정된다는 이른바 ‘수저론’을 기반으로 개발돼 게이머들의 시선을 끌었다.

<크라우드 펀딩부터 전문 퍼블리셔까지, 생존전략의 다각화>

지난해와 올해 출시될 인디 게임 중에 가장 큰 차이점은 생존 전략의 차이라 할 수 있다. 우선 인디게임이 광고 수익에만 의존한다는 인식이 바뀌고 있다. '거지키우기'처럼 영상, 타 업체 앱 설치 등 광고의 노출 창구를 늘리는 경우부터 '중년기사 김봉식'의 광고 수익과 부분 유료화 정책 병행, 추가 결재한 게이머에게 광고제거, 게임 내 재화 습득량을 향상 등의 혜택이 주어지는 '내꿈은 정규직'까지 게임 시스템에 적합한 과금 모델을 찾기 위해 계속 연구가 이뤄지는 중이다.

스타신디지스타2015
스타신디지스타2015

게이머들에게 게임 개발의 방향성을 밝히고, 이를 통해 투자금을 모으는 크라우드 펀딩 방식의 인디게임도 늘어나는 추세다. 국내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텀블벅'의 경우 '스타신디'에 약 860만 원의 모금을, 카드배틀 모바일게임 '세계의 파편'에 약 500만 원의 모금을, 액션 모바일 게임 'REDDEN'에 약 4백만 원의 모금을 성공시킨 바 있다.

스매싱 더 배틀 한대훈
스매싱 더 배틀 한대훈

글로벌 출시를 염두에 둔 인디게임의 행보도 주목할 부분이다. 1인 인디게임 개발팀 스튜디오HG는 '스팀 그린라이트'를 통해 '스매싱 더 배틀'의 '스팀' 버전을 출시할 예정이며, 매직큐브를 통해 북미 시장을 노크한다. 또한, 가상현실(VR)기기 '오큘려스 리프트'용, 플레이스테이션4 등 콘텐츠의 플랫폼을 다양화하는 것으로 생존전략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인디게임퍼블15120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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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인디 게임이 붐을 이루다 보니 인디 게임을 대상으로 하는 맞춤형 퍼블리셔들도 생겨나고 있다. 북미 지역에 특화된 인디게임 퍼블리셔 매직큐브는 '스매싱 더 배틀', 액션 모바일게임 '콜 오브 커맨더' 등의 퍼블리싱 계약을 맺었다. 이 밖에 일본 전문 퍼블리싱팀 나야나, '용사는 진행중'와 '용사는 타이밍'의 퍼블리싱을 맡은 버프 스튜디오 등도 국내 인디게임 퍼블리셔로, 이들은 지난 2015년 12월 '스마트콘텐츠 인디 개발자 서밋 2015'에서 참관객, 인디게임 개발자에게 인디게임 퍼블리싱 및 글로벌 진출에 대해 조언을 건낸 바 있다.

카카오 게임하기 간담회 현장 사진
카카오 게임하기 간담회 현장 사진

마지막으로 카카오톡 역시 1억 미만의 매출을 내는 모바일 게임 개발사들의 수수료를 대폭 인하해주기로 발표하는 등 인디 게임에 대한 문을 넓히고 있는 상황으로, 전문가들은 "2016년 한해에 두각을 나타내는 인디 게임들이 대거 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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