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 위기보고서] 과도한 노동, 모바일 게임 개발자들의 생명력이 깎여간다

[게임동아 조학동 기자] 지난 2012년 7월, 카카오톡 게임하기 서비스가 시작된 후 국내 모바일 게임시장은 활황을 맞이했다.

'애니팡'의 메가 히트와 함께 넥스트플로어의 '드래곤플라이트', 위메이드의 '윈드러너' 등 캐주얼 게임들이 엄청난 성과를 기록했고, 일본의 '확산성 밀리언아서' 등이 연이어 터지면서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은 소위 대박 시장으로 발돋움했다.

특히 시장을 바라보기만하던 PC 온라인 게임사들까지 대거 모바일 게임 시장에 참여하면서 국내 스마트폰 게임시장은 전례 없는 경쟁의 장으로 변모해갔다.

사실 이렇게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이야 늘 있었던 일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그 템포였다. PC온라인 게임과 달리 모바일 게임은 굉장히 템포가 빨랐다.

PC 온라인 게임은 직장인이나 학생들 모두 자신의 일과가 끝난 후 책상에 앉거나 PC방에 앉아야 할 수 있었고, 하루종일 한다고 해도 주말이 고작이었던 환경이었지만, 모바일은 달랐다.

모바일게임플레이중16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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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손에 쥐고 있는 모바일 게임은 일상생활 중에서도 틈틈이 사람들의 손 안에서 진행되었고 버스나 지하철에서도 늘 즐길 수 있었다. 그뿐이랴, 날마다 수십 수백 개의 새로운 게임들이 쏟아지면서 기존 개발업체들의 발걸음 역시 엄청나게 빨라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일주일 단위로 잘게 업데이트를 진행하고, 또 한 달이나 두 달 내에 큰 업데이트를 해주는 격한 일정이 다반사가 되었다. 그런 식으로 즐길 거리를 제공해주지 않으면 순위가 한 주가 다르게 훅훅 떨어지는 모습이 그 사실을 증명했다. 가혹한 발걸음이 시작된 것이다.

때문에 게임업체가 몰려있는 판교의 큰 회사들에서는 새벽까지 불이 꺼지는 법이 없었다. 아예 밤새 불이 들어와 있는가 하면, 새벽 3시가 넘어서는 회사 앞에 택시들이 줄지어 대기하는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판교로 몰린 개발사들과 모바일 게임업계가 만들어낸 진풍경이 아닐 수 없다.

단순히 빠른 업데이트와 하드코어한 일정만 문제는 아니었다. 게임시장의 성숙도도 지나치게 농도가 짙어져 갔다. PC온라인 게임 시장이 MMORPG부터 캐주얼로 넘어갔다가 최종적으로 수백억 원을 쓴 블록버스터 게임 시장으로 넘어가고 마케팅 시장으로 변모하는데 10년 넘게 걸렸다면, 모바일 게임 시장은 단 3년 안에 그 모든 단계를 밟아나가고 있었다.

이렇게 급하게 변해가는 모습은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한 모습이었고, 전문가 중에서는 '갈라파고스 설'을 제시하며 기형적인 모습이라 칭하기도 했다. 실제로 미국은 아직도 한국의 초창기 게임시장처럼 캐주얼 게임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고 RPG는 많이 보이지 않고 있다. 해외 대다수 국가가 아직 RPG로의 진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한국 시장을 따라가는 것은 동남아 일부 국가와 중국 뿐이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 보면 한국의 모바일 게임 시장은 유독 '시간을 압축'을 해놓은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 모든 것을 압축하려다보니 결과적으로 인력이 자신의 일을 두 배 세 배로 해내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고 이는 피로의 누적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개발뿐만 아니라 사업부 또한 매일 이용자들의 반응을 보면서 그때그때 맞춤형으로 진행해야했고, 티비 광고나 영상 등도 그주의 순위를 보고 바로 바로 투입되어야 하다보니 가혹하긴 마찬가지였다.

모바일게임개발피로16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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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당사자들에게 모든 것이 가혹한 시장.. 시간은 금이었는데, 그냥 금이 아니라 다이아몬드보다 가치있는 금이 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장이 되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글로벌 원빌드가 대세가 된 이후에는 해외 시장까지 신경써야 했고, 해외 사업까지 다루자니 보통 일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3년이 지난 현재.. 최근의 모습을 보면 모바일 게임업계 사람들의 모습에서 생기를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여가 시간 등은 꿈도 못 꾸고, 가족과의 불화도 많아진 그 모습들. 너무나 치열한 경쟁과 너무나 빠른 템포가 사람을 잡아먹는 형국에까지 이른 것이다.

생명 에너지를 단축해가면서 진행되는 현재의 상황이 위태롭다고 생각하는 건 순전히 개인적인 감상일 뿐일까.

회사의 노동력 착취원이 되기 싫다며, 창업을 하고.. 2년만 죽도록 고생해서 성공한 다음에 속 시원히 이 업계를 떠나겠다는 업계의 지인들. 그들과 술 한 잔하고 나오면서, 게임산업의 위기는 오래 전부터 이미 시작된 것이 아닌가 하며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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