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게임 플랫폼 홀더들, 시장 질서유지와 육성에 관심을 가져야

[게임동아 조학동 기자] 게임업계에서 '플랫폼'이 화두가 된지 꽤 시간이 지났습니다. 길게는 하이텔이나 피처폰 시절 이동통신사가 운영하던 게임 플랫폼부터 중반기의 티스토어, 최근의 카카오톡이나 라인, 구글플레이에 이르기까지 플랫폼의 역사도 이제 20년 가까이 되어가는 모습입니다.

플랫폼의 특징은, 플랫폼 홀더가 초반에 콘텐츠를 확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매출 규모가 커질수록 막강한 권한을 가지게 되고, 시장을 제대로 이끌지 못하거나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지금껏 존재했던 많은 플랫폼들이 그런 모습을 보여왔지요.

하지만, 스마트폰 시대가 되면서 플랫폼의 형태도 다소 변한 모습입니다. 구글이나 애플이 버젓이 플랫폼 사업을 진행하는 가운데에서, 또 다시 수천만 명 이상의 이용자 DB를 확충한 하위 개념의 플랫폼이 생겨나 운영되고 있는 것이지요. 카카오톡이나 라인같은 플랫폼 홀더들을 말합니다.

이러한 하위 플랫폼의 탄생으로 2가지를 예측할 수 있는데요, 첫 번째는 구글이나 애플이 '자율'을 인정하면서 이러한 하위 플랫폼들을 인정했다는 점(예전의 다른 플랫폼 홀더들은 이런 형태를 인정하지 않았지요), 또 하나는 플랫폼이 응당 가져야 할 시장 질서 유지와 장기적 육성을 위한 노력과 책임이 분산되었다는 점입니다.

과거 피처폰 시절에 이동통신사가 운영하던 모바일 플랫폼들은, 진입 장벽이 높았던 반면 그 안에 속한 게임업체들은 윤택하게 삶을 영위해나갈 수 있었습니다. 이동통신사가 적절히 시장을 조절해 가면서 자체적인 '에코시스템'을 구축했던 것이죠.

진입을 못하고 출시 기회를 얻지 못한 업체들로부터 '슈퍼 울트라 갑'이라는 지적을 받았더라도, 피처폰 모바일 게임 시장은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까지 오랫동안 동요없이 안정적으로 운영되었었지요. 시장이 오래가야 플랫폼도 오래갈 수 있다는 나름의 플랫폼 전략이었다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까요? 누구나 게임을 내놓을 수 있는 스마트폰 시대가 되고, 또 카카오톡이나 라인처럼 하위 플랫폼 개념이 도입된 것이 과연 개발사들 입장에서 좋은 일일까, 돌이켜 생각해보게 됩니다. 과거와 많은 것이 달라졌기에 과거와 같은 에코시스템을 기대할 순 없지만, 정말 긍정적인 시장으로 볼 수 있는 것일까요?

스마트폰16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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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게임업체들이 죽어나가고, 플랫폼들의 과도한 수수료에 비명을 지르는 현재, K플랫폼 등 하위 플랫폼들의 행보를 보면 참으로 마음이 답답해집니다.

매년 2천억 원 이상을 빨아들이는 K플랫폼은, 현재 스마트폰 시장 질서 유지나 장기적 육성에 전혀 관심이 없어 하는 모습입니다. 어떻게든 게임업계로부터 매출을 발생시키려 하지만 그 어떤 게임업계를 위한 노력도 엿보이지 않습니다. 어떨 때 보면 게임업계에 기생하는 불필요 요소 같아 보이기도 하구요.

플랫폼 홀더로써 눈앞의 달콤한 열매에 취해서 장기적인 시장 유지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는 모습, 이러한 플랫폼이 과연 오래 유지될 수 있을까 씁쓸한 생각마저 드는군요.

비단 K 플랫폼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앞으로도 모바일이든 PC이든, 콘솔이든. 콘텐츠 플랫폼 홀더는 계속 태어나고, 그 중 몇 몇은 힘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MS가 밀고 있는 윈도우10 콘텐츠 플랫폼이든, 소니의 PS 스토어 든 점점 대세가 되는 플랫폼이 생기겠죠.

하지만 그렇게 힘을 갖추게 된 플랫폼 홀더들이 제대로 시장을 유지하고 장기적 육성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그 힘은 불과 몇 년 안에도 거품처럼 사그라져버릴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될까요, 중소 업체들을 육성하고, 버는 만큼 업계를 위해 환원하면 됩니다. 힘이 있으면 시장의 균형을 잡게 할 수도 있습니다. 현재의 플랫폼 홀더들과 미래의 플랫폼 홀더들 역시 이러한 점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시장을 균형있게 발전하게 하고 안정적으로 유도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플랫폼의 안정 도모도 된다는 것을, 그분들이 부디 깨달았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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