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앨범을 기대했지만, 미니앨범으로 돌아온 '삼국지13'

[게임동아 조광민 기자] 지난 2006년 '삼국지11'의 출시 이후로 10년만에 '삼국지13'이 국내에 정식으로 발매됐다. 앞서 출시된 일본보다는 출시가 늦었지만, 유통사가 직접 한국어화를 발표한 만큼 게이머들은 삼국지 시리즈 30주년을 기념하는 '삼국지13'의 출시를 손꼽아 기다렸다. 국내에 정식 발매조차 이뤄지지 않은 '삼국지12'마저 게이머들이 한국어 패치를 만들어 즐길 만큼 대단한 열정을 보여준 게이머들이기에 '삼국지13'에 대한 높은 관심은 어쩌면 당연한 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삼국지13리뷰01
삼국지13리뷰01

시리즈의 30주년을 맞아 출시된 '삼국지13'은 700여 명에 달하는 장수 중 하나를 선택해 플레이하는 장수제를 도입했으며, 각 장수 간의 관계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관계도와 인연 시스템을 도입해 장수제의 장점을 더욱 살렸다. 아울러 중국 전역을 풀3D로 구성해 전투가 펼쳐지는 전장의 웅장함을 그대로 만끽할 수 있도록 했으며, 삼국지의 스토리를 따라 튜토리얼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영걸전을 마련해 삼국지 시리즈를 처음 즐기는 게이머들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다.

삼국지13리뷰04
삼국지13리뷰04

하지만 이처럼 다양한 시스템이 더해진 '삼국지13'이 정식으로 모습을 드러내자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는 동시에 다른 한쪽에서는 아쉬움을 표현하는 게이머들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시대에 뒤떨어지는 그래픽은 물론 충분히 완성도 높고 풍부한 즐길 거리를 마련할 수 있었음에도 앞선 시리즈에서 있었던 다양한 콘텐츠마저 '삼국지13'에서 만나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마치 좋아하는 가수의 정규 앨범을 기대했으나 음원 선공개 혹은 미니앨범 수준으로 출시된 게임의 모습 때문이었을 것이다. 물론 팬의 입장에서는 음원 선공개든 앨범의 발매 등 다 좋은 이야기지만 말이다.

삼국지13리뷰02
삼국지13리뷰02

'삼국지13'은 관계도 시스템과 인연을 전면에 내세워 게이머가 한 명의 장수가 돼 전란 속에서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그려갈 수 있도록 준비했다. 다른 장수와의 관계는 관계도를 통해 한눈에 확인할 수 있으며, 다양한 장수와 인연을 쌓아가는 중에 진정한 친구 한 명 만드는 것은 실제 우리의 삶처럼 절대 쉽지 않다. 때로는 누군가의 소개가 필요하고 도움이 필요할 때는 도와줘야 한다. 더는 얼굴을 비추는 것 만으로는 과거의 장수제 삼국지 시리즈처럼 쉽게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가 힘들다.

삼국지13리뷰07
삼국지13리뷰07

'삼국지13'에는 이처럼 매력적인 시스템이 갖춰졌음에도 오히려 기존의 장수제 삼국지보다 한 명의장수 입장에서 즐길 거리가 줄어든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임관을 하지 않은 재야 상태에서는 실행할 수 있는 명령이 거의 없으며, 결혼 이후에도 육아 이벤트도 없다. 앞선 시리즈에서도 있었던 즐길거리들이 빠진 모습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공적을 쌓아 올라가며 군주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위치인 군단을 관리하는 도독에 올랐을 때는 차라리 애초에 군주로 플레이할 것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다. 도독의 자리에서 불철주야 매진하고 있는 게이머의 모습과 놀고 먹고 있으며 공은 모두 군주가 가져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허무함에 빠져든다.

삼국지13리뷰03
삼국지13리뷰03

여기에 천하통일을 꿈꾸는 게이머들을 쉴 틈 없이 괴롭히는 이민족의 등장도 없다. 가뜩이나 하북과 중원에 도시가 밀집된 상황이기 때문에 하북 지역을 평정한 군주들이 시나리오에서 강력함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 외에도 일기토와 설전 시스템은 5합 대결에 그치며, 특히 능력치 차이를 극복하는 것이 너무나 어려워 승패가 뻔히 보이는 싸움을 보는 것 같아 맥이 빠진다. 그래픽은 게이머들이 나서 그래픽 개선 작업을 진행하는 등 최신 게임이라고 보기가 민망한 정도의 수준이다.

워낙 시리즈가 오랜 시간 이어오며 다양한 발전을 이뤄내고 다양한 시도를 했었던 삼국지 시리즈이기에 이번 '삼국지13'이 보여준 이러한 아쉬운 모습을 더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러한 문제들 대부분이 개선할 수 있는 문제들이며, 추가될 수 있는 것들이기 때 문에 파워업키트에서 선보이기 위해 일부러 콘텐츠를 제외하고 출시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삼국지13리뷰05
삼국지13리뷰05

물론 '삼국지13'이 단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나왔던 그 어떤 삼국지 시리즈보다 전쟁이라는 거대한 흐름을 한눈에 제대로 보여준다. 세력 대 세력이 맞붙는 전쟁의 거대함을 3D로 표현된 중국의 모습에서 그대로 감상할 수 있다. 특히 후방에서 대규모 군대가 적진을 향해 가는 모습이나 전선을 이루며 양 세력이 대치하고 있는 모습은 기존 삼국지에서 볼 수 없었던 장관을 연출한다.

특히, 모병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고 도시의 민심에 따라 병사가 모이는 시스템이 적용돼 세력이 곧 병력이 된다. 세력과 세력이 맞붙는 전쟁에서 능력치가 뛰어난 무장을 보유하면 일부 유리한 점이 있지만 세력과 세력이 맞붙는 큰 전쟁의 그림을 뒤집는 것은 힘들다. 그래서 이번 작품에서는 하북을 평정한 원소가 강력해진 느낌이며, 제갈량이 수차례 북벌을 시도했음에도 위나라를 정복할 수 없었던 이유를 몸소 체험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전투 하나하나가 아니라 전쟁의 재미를 전해준다.

삼국지13리뷰06
삼국지13리뷰06

아울러 명령서 없이는 별도의 명령을 진행할 수 없도록 시스템을 준비해 제한적인 상황에서 최고의 선택을 끌어낼 수 있도록 했다. 전투에서만이 아니라 일반 내정에서도 전략적인 재미가 배가된 셈이다. 이 외에도 유명 장수의 경우 청년기나 장년기 그리고 관직의 높고 낮음에 따라 별도의 일러스트가 마련돼 제법 보는 재미도 있으며, 30주년을 기념해 발매된 작품인 만큼 기존 삼국지 시리즈에서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유명 무장마다 달리 적용된 성우의 목소리나 배경음악 등도 게임의 몰입도를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시나리오 본편 이상의 만족감을 주는 것은 일종의 튜토리얼에 가까운 영걸전 모드다. 게이머들은 일종의 도전과제들을 달성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영걸전을 통해 성취감을 만끽할 수 있으며, 삼국지 스토리를 가로지르는 이야기를 경험하면서 삼국지의 이야기를 그대로 경험할 수 있다. 기자의 과거 경험에 비유하면 삼국지 책을 읽지 않고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삼국지 공부하고 있어요"라고 핑계를 댔던 것이 현실이 됐다.

삼국지13리뷰08
삼국지13리뷰08

시리즈 30주년을 기념해 등장한 '삼국지13'은 아쉬운 부분을 보이기는 했지만, 게임을 직접 플레이하면 역시 삼국지라는 모습을 보여준다. 장수제 삼국지 중 최고 수준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최악의 작품은 아니다. 다만 파워업키트를 통해 완성도가 높아진 모습의 전작을 즐겨온 팬들에게는 즐길거리가 부족하게 느껴지는 '삼국지13'이 아쉬울 수 있다. 게다가 매번 시리즈가 나오며 파워업키트를 통해서야 완성되는 모습이 괘씸해 오히려 더 많은 반발을 보일 수도 있다.

팬들이 원하는 것처럼 파워업키트가 나와야만 완성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 현재 꾸준히 밸런스 패치가 이뤄지고 있는 것처럼 일부 콘텐츠의 경우 빠른 추가를 진행해주는 것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든다.

만약 누군가 현재 기자에게 "'삼국지13'을 주변인에게 권하고 싶은가?"라고 묻는다면 답은 "삼국지 팬이라면 당연히 추천, 아니라면 적어도 파워업키트의 출시를 기다려보세요"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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