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에서 최신게임 사면 호갱님? '오픈마켓보다 비싸'

[게임동아 조광민/조영준 기자] 30대 직장인 K모씨는 최근 게임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속상한 일을 겪었다. K씨는 아내몰래 용돈을 차곡차곡 모아 스팀에서 전략시뮬레이션게임 ‘삼국지13’을 정가 63,800원에 환전수수료 포함 65,000여 원에 구입했다. 환전수수료가 포함되지 않은 금액을 정가로 인식하고 구매한 것도 속이 상했지만, 진짜 K의 마음을 상하게 한 일은 게임이 공략을 위해 포털사이트를 검색한 뒤였다.

K가 65,000여 원에 구입한 ‘삼국지13’이 국내 오픈마켓을 통해 50,000원 전후의 가격에 정도에 판매되고 있던 것. 게다가 K는 해당 오픈마켓의 제휴 신용카드를 사용 중이었기 때문에 추가로 10%할인을 받을 수 있었다. 오픈마켓에의 배송비를 포함해도 15,000원 이상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었던 셈이다. 게다가 오픈마켓을 통해 구매하면 큰 의미는 없지만, 패키지까지 손에 쥘 수 있었다.

K씨와 비슷한 경험을 한 게이머들도 많다. FPS 마니아인 H씨는 지난달 ‘둠(DOOM)’의 최신작을 스팀에서 59,000원의 정가를 주고 구매했으나. H의 직장 동료는 오픈마켓에서 H씨보다 5,000원 이상 되는 저렴한 가격에 게임을 구매했다. 오픈 마켓에서 구매해도 똑같이 스팀에서 등록하는 키를 제공받기 때문에 K씨와 H씨는 똑같은 게임을 더욱 많은 돈을 주고 구매한 셈이다. 이른바 호갱님이 된 것.

물론 스팀은 '연쇄할인마'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시간이 지나거나, 인기가 떨어진 게임, 이미 큰 성공을 거둔 게임 등을 파격적인 할인 혜택을 제공하여 게이머들 사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K씨와 H씨의 사례처럼 최신 게임에서는 오히려 가격이 비싼 경우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유통사에 근무하는 한 관계자는 이런 현상에 대해 "PC게임을 선보이는 유통사들은 스팀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스팀에서 진행되는 막강한 할인을 소화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이런 이유로 PC 게임을 출시할 때는 마진을 낮추더라도 스팀 초기 출시 가격보다 낮게 책정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현재 대다수의 국내 유통사들이 불법복제가 심한 PC 시장보다 콘솔 게임 시장에 주력하는 것도 마진을 낮게 가져가는 이유 중 하나"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사례는 스팀 플랫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게이머들 사이에서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비디오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4의 경우에도 오프라인 유통 제품이 PSN을 통해 다운로드로 구매하는 제품보다 대략 2~3,000원 정도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스크 한 장 손에 쥐지 못하는 다운로드 제품이 오히려 각종 유통비와 제작비가 포함되는 패키지 버전보다 비싸게 판매되고 있는 것.

이처럼 다운로드 제품의 가격이 국내 오픈마켓이나 소매점 등을 통해 유통되는 제품보다 비싼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 것은 게임 유통의 특수성 때문이다. 국내 패키지 유통의 경우 국내 유통사가 담당하지만 다운로드 제공 게임의 경우 글로벌 판권을 쥔 유통사가 본사가 직접 게임을 제공하기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패키지의 경우 유통 도매상들이 제품 소진을 위해 가격을 낮추는 등 탄력적 가격을 조정할 수 있는 반면, 디지털 다운로드는 글로벌 시장을 고려해 가격을 변동하기 어려운 것도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게임 유통업계의 관계자는 “국내에 패키지 형태로 유통하는 게임은 판매가 되지 않으면 고스란히 재고로 쌓이기 때문에 유통 도매상들이 가격을 낮추는 경우가 많으며, 소매점이나 오픈마켓에서도 마진을 줄여 판매하기 때문에 다운로드로 제공되는 게임보다 저렴한 경우가 있다”라며, "최근 패키지 시장은 소량만 생산하고 완판을 시키는 등 최대한 손실을 적게 가져가는 시장으로 변하고 있다. 현재는 플랫폼의 다각화로 게임의 가격이 조금씩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이를 잘 확인하고 구매하는 것이 현명한 게임 구매 방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