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데스티니 차일드의 이미지 삭제 '메갈리아 스스로 자초했다'

[게임동아 조영준 기자] 이쯤 되면 게이머들 사이에서 "도대체 이들이 왜 이러나"하는 의문이 생길 법하다. 현재 인터넷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데스티니 차일드'의 메갈리아(이하 메갈) 논란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 10월 27일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데스티니 차일드'는 출시 후 앱스토어 및 구글 플레이 마켓 매출 상위권에 오르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지난 11월 1일 게임 속 등장하는 이미지를 제작한 일러스트레이터가 메갈 관련 논쟁을 일으키며, 게이머들 사이에서 문제가 불거졌고, 이내 게임을 서비스하는 넥스트플로어 측에서 해당 일러스트레이터의 작업물을 삭제할 것임을 공식적으로 밝혀 사태는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다음날인 2일 '데스티니 차일드'의 개발사 시프트업에서 2년간 근무했다고 주장한 또 다른 일러스트레이터가 자신 역시 '메갈'임을 주장하며, "문제가 된 이미지를 삭제하려면 자신이 제작한 작품 모두를 삭제하라"는 식의 SNS 글을 올려 다시 논란에 불을 붙였다.

데스티니차일드 이미지
데스티니차일드 이미지

이에 넥스트플로어는 해당 일러스트레이터의 작품 역시 모두 삭제할 것이며, 향후 "논란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이미지는 원활한 게임 플레이 및 운영을 위해 교체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전했고, 이 공식 발표에 대다수의 게이머들은 지지를 표명했다. 이것이 현재까지 진행된 '데스티니 차일드 논란'의 흐름이다.

현재 메갈리아와 그 파생사이트를 옹호하는 이들은 이번 논란에 대해 '반 페미니즘'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여기에 '데스티니 차일드'의 불매 운동을 트위터를 통해 진행 중이다.

이들 메갈리아가 게임업계에서 논란을 일으킨 것은 지난 7월 넥슨의 '클로저스 성우' 논란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로, 해당 사건과 메갈이 어떤 사이트인지는 지난 7월에 작성한 "메갈리아의 넥슨 시위? '번지수 잘못 짚었다"(http://game.donga.com/84711/) 칼럼 기사를 통해 설명한 바 있다.

현재 발생하고 있는 논란 역시 메갈리아 지지를 표명한 이후 게임 내 콘텐츠가 삭제되고 이에 메갈리아와 파생 사이트의 사용자들이 반발하는 등 흐름도 거의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온갖 해석과 논란 그리고 연이은 찬반여론으로 뜨거웠던 이전과 달리 이번 '데스티니 차일드' 사태는 다소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

데스티니 차일드 메갈 논란
데스티니 차일드 메갈 논란

사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이미지 삭제를 당한 일러스트레이터들 스스로 자초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1월 1일 '데스티니 차일드'의 이미지 작업을 맡은 한 일러스트레이터는 트위터로 메갈리아에서 사용하는 단어를 사용하며 논쟁을 일으켰고, 이내 이 소식은 게이머들에게 일파만파 커지며 '데스티니 차일드'의 메갈리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만약 해당 일러스트레이터가 조금만 점잖고 침착한 대응을 했더라면 조용히 넘어갈 수도 있었던 부분이다. 하지만 이미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이는 넥스트플로어가 게이머들의 요청에 따라 이미지를 삭제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이처럼 사태는 여기서 끝날 수 있었다. 하지만 또 다른 일러스트레이터가 '본인은 메갈'이라고 주장하며, 올린 글이 또 다시 논란을 야기시켰다. '해당 일러스트레이터의 작업 이미지를 복구하던지, 본인이 작업한 이미지를 모두 삭제하라'는 것이었다.

데스트차일드 메갈 논란
데스트차일드 메갈 논란

이 글을 확인한 기자는 아연실색 할 수 밖에 없었다. 바로 기본적인 회사와 개인의 계약조차 고려하지 않은 발언이었기 때문이었다. 계약을 맺은 회사에서 발생한 작업물의 결과와 소유권은 회사에서 가진다. 그 대가로 지급하는 것이 바로 월급이고, 이 부분은 대부분의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는 항목 중 하나다.

하지만 이 일러스트레이터는 본인이 작업한 결과물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며 이를 무기로 회사의 방침을 바꿀 것을 요구했다. 그것도 해당 회사를 퇴사한 상태에서 말이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울 수 밖에 없는 발언이었다. 바로 회사는 월급을 지급하고, 직원들은 회사의 발전을 위해 일하는 기본적인 '자본주의 시스템'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행동이기 때문.

아울러 이들의 행동은 프로답지 못한 것이었다. 본인이 어떤 사상을 가지고 어떤 생각을 하던 이들의 발언은 분명 회사에 큰 피해를 입혔다. 서비스에 돌입한지 일주일이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은 게임성보다는 다른 이슈에 집중되게 만들었고, 온갖 논란에 중심이 되었다. 더군다나 이미지가 교체되는 과정에서 업데이트가 진행되고 또 다른 이미지를 작업해야 된다는 점에서 금전적인 손해도 막심한 것이 사실이다.

과연 이들이 몇 년간 한솥밥을 먹으며 한 공간에서 일을 함께한 동료들에 대한 배려가 있기는 했는지 묻고 싶을 만한 사안이다. 특히나 개발사 시프트업의 김형태 대표는 국내 일러스트레이터의 초창기 멤버 중 하나이며, 국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어찌 보면 이들 일러스트레이터들의 대선배라고 할 수 있는 이러한 사람이 대표로 있는 회사를 상대로 '내 이미지를 지우라' 하라는 식의 협박에 가까운 글을 작성했다는 것에 대해 많은 이들이 충격을 받기도 했다.

넥스트플로어와 시프트업이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명백하다. 바로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 즉 고객들이 이들 메갈리아와 파생 사이트와 연관된 일러스트레이터들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게임사는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사기업'이다. '사기업'은 본인들의 수익을 유지해 주는 고객을 중요시할 수 밖에 없고, 이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결정할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이전부터 온갖 문제적 발언과 걸핏하면 한남충(벌레 같은 한국남자)와 같은 남성 혐오적인 표현을 일삼은 메갈리아 및 파생 사이트들에 대해 반감을 품은 게이머들의 목소리가 커지자 이들을 위한 조치를 취한 것은 어찌 보면 사기업으로써는 당연한 행동이었다.

이번 사태를 통해 게임업계서는 '메갈리아에 대한 가이드 라인'이 생겼다는 분위기다. 지난 7월 논란의 중심에 선 클로저스는 PC방 순위에 재진입하며, 다시 신규 게이머들이 대거 유입되었으며, 현재 불매 운동이 진행 중인 '데스티니 차일드'는 수 많은 대작 모바일게임도 깨지 못한 매출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중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논란이 된 콘텐츠를 빠르게 삭제하거나 대체하였고, 게이머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발 빠르게 대응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만약 게임업계에 메갈리아 또 논란이 다시 일어날 경우 게임사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가늠이 되는 부분이다.

이처럼 이번 '데스티니 차일드'의 사태는 외주 계약을 맺은 일러스트레이터들이 물의를 일으켰고, 이에 넥스트플로어가 빠르게 대처함으로써 일단락 되었다. 이들 일러스트레이터들은 지금도 끊임없이 SNS를 통해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하고 있지만, 정작 게이머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본 기자는 더 이상 게임업계에 이러한 이슈가 생기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이런 소모적인 논란은 게임사와 게이머 모두를 힘들게 하며 더 나아가 게임업계의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게이머들이 즐겁게 게임을 즐기고 게임사들이 더 양질의 게임을 개발하도록 노력하는 환경이 게임업계에 조성되기를 바라면서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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