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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오랜만에 보니 반갑네. 일본판 코만도스 '섀도우 택틱스'

김남규

과거에 많은 인기를 얻었지만 유행의 변화로 다시 보기 힘들어진 장르들이 존재한다. 이제 조금 부활했다고는 하지만 완전히 몰락한 시기를 겪었던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 장르가 그랬고, 한 때 오락실을 장악했었던 슈팅 장르도 이제는 하는 사람들만 하는 장르가 되어 버렸다.

한때 마니아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코만도스도 그런 게임이다. 각기 다른 특기를 가진 분대원들을 조작해 미션을 클리어하는 잡입 액션 스타일의 전략 게임인 코만도스는 발각되면 죽는다는 특유의 긴장감을 무기로 인기를 끌었으며, 데스페라도, 로빈훗 : 더 레전드 오브 셔우드 같은 유사 게임이 쏟아지게 만들었다.

하지만, 지나치게 어려운 난이도 때문에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하는 사람들만 하는 게임으로 남게됐으며, FPS 장르로 잠깐 외도했던 코만도스4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모습을 볼 수 없게 돼 많은 팬들의 아쉬움을 샀다.

섀도우 택틱스

이런 코만도스가 생각나게 하는 신작이 오랜만에 등장했다. 독일의 인디 게임 개발사 미미미 프로덕션이 개발한 섀도우 택틱스 : 블레이드 오브 더 쇼군(이하 섀도우 택틱스)이다. 이 게임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일본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다양한 특기를 가진 인물들을 활용해 구출, 암살, 정보 취득 등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는 게임으로, 일본판 코만도스라는 설명이 가장 잘 어울리는 게임이다. 개발사가 일본이 아닌 독일이라는 것이 아이러니하긴 하지만.

섀도우 택틱스

섀도우 택틱스의 등장인물들을 보면 저절로 코만도스의 그들이 생각날 수 밖에 없다. 사무라이 무겐은 유일하게 시체 둘을 나를 수 있을 만큼 힘이 좋고, 전투력이 강한 적 사무라이도 칼싸움으로 이길 수 있지만, 갈고리를 타고 건물 위로 올라갈 수 없으며, 닌자 하야토는 정면 대결은 약하지만, 수리검으로 원거리 적을 조용히 처리하거나, 돌을 던져 적의 시선을 유인할 수 있다. 쿠노이치(여성 닌자) 아이코는 재채기 가루를 던져 일시적으로 적의 시야를 좁히거나, 변장을 하고 돌아다니면서 미인계로 적의 시선을 뺏을 수 있으며, 꼬마 도둑 유키는 새소리로 적을 유인하고, 적이 다니는 길목에 덫을 놓아 조용히 적을 처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노인 다쿠마는 원거리 저격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애완 너구리를 보내 적을 유인할 수도 있다. 시대가 시대인 만큼 약간씩 다르긴 하지만, 코만도스에 등장했던 그린베레, 저격수, 스파이, 도둑, 공병이 적절히 섞여 있는 느낌이다.

섀도우 택틱스

게임 플레이는 코만도스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바로 적응할 수 있는 익숙한 스타일이다. 스토리에따라 각기 다른 임무를 진행할 때가 많아 코만도스처럼 한 미션에 모든 등장인물이 등장하는 경우는 없지만, 각기 다른 능력을 조합해서 적의 시야에 걸리지 않고 미션을 클리어한다는 기본 원칙은 코만도스의 그것과 동일하다. 적을 클릭하면 현재 그들이 보고 있는 시야가 표시되는 것까지 동일하기 때문에 섀도우 택틱스를 처음 실행하고 나서 코만도스 공략을 만들다 키보드를 부술 뻔 했던 과거의 추억이 떠올랐다. 스팀에서 섀도우 택틱스를 즐긴 사람들이 대부분 압도적인 긍정이라는 평가를 남긴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섀도우 택틱스

게임 플레이에서 약간 다른 점이 있다면 여러 캐릭터를 동시 조작할 수 있는 그림자 모드가 있다는 점이다. 그림자 모드는 한 캐릭터의 행동을 미리 지정해두고, 다른 캐릭터를 조작할 때 미리 지정해둔 행동을 동시에 실행하는 것으로, 예를 들어 적 두명이 함께 있을 때는 무겐의 바람베기를 사용해서 한번에 처리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그림자 모드를 활용하면 하야토로도 한 명은 수리검, 다른 한명은 암살로 한번에 처리하는 스타일리쉬한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으며, 좀 더 응용하면 여러 캐릭터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여러 곳에 분산되어 있는 적들을 한번에 처리하는 플레이도 할 수 있다. 데스페라도에서 여러명을 미리 조준해두고 연사로 한번에 처리하는 퀵액션이 떠오르는 부분이다. 익숙해지기까지 좀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림자 모드가 게임 플레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꽤 높은 편이기 때문에 적응하면 좀 더 편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섀도우 택틱스

등장하는 적들도 흥미롭다. 일반적인 경계병들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무겐을 제외하면 암습이 불가능하고, 아이코의 변장까지 간파할 수 있는 사무라이, 움직임이 감지되기 전까지는 돌멩이나 새소리로 유인해도 자기 자리를 벗어나지 않는 경계병 등 다양한 병종이 등장하며, 모든 적들이 서로가 시야에 보이는 위치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한명만 조용히 처리하고 그 장소를 벗어나는 플레이가 쉽지 않다.

섀도우 택틱스

또한, 눈 위에 남는 발자국을 보거나, 고인 물을 밟을 때 나는 찰방거리는 소리만 들어도 비상이 걸리면서 뛰어오고, 비상시에는 덤불에 숨어있는 것까지 찾아낼 정도로 민감한 모습을 보일 때도 있지만, 시체를 발각 당해도 좀 떨어진 위치에 숨어 있으면 시체 주변을 헤매다가 다시 자기 자리로 복귀하는 허술한 모습을 보일 때도 있다.

섀도우 택틱스

전반적으로 적들이 예민하긴 하나, 발각되더라도 확실히 적이라고 인식하기까지 여유 시간을 뒀으며, 캐릭터에게 체력게이지가 있어서 한방 맞으면 바로 죽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코만도스에 비하면 플레이가 다소 여유로운 편이다. 예전에 코만도스 공략까지 했을 정도로 이 장르에 익숙한 기자도 처음에는 굉장히 어렵게 느껴졌지만, 패드를 놓고 냉정히 생각해보니 어려운 이유가 게임 난이도보다는 급격한 조작이 힘들게 된 노화된 손과 자동사냥과 친절한 가이드에 익숙해져 좀 더 깊게 생각해보는 것을 귀찮아 하게 된 머리가 더 큰 원인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PS4 버전의 경우 퀵 세이브 버튼과 퀵 로드 버튼이 옆에 붙어 있기 때문에 잘못 누르는 것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적에게 발각돼서 퀵 로드를 하려다 퀵 세이브 버튼을 잘못 눌러서 처음부터 다시 플레이하면 게임 난이도가 주는 스트레스보다 더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섀도우 택틱스

그리고, 게임 개발진도 코만도스처럼 치밀하게 한명씩 제거하면서 움직이는 완벽한 플레이보다는 다소 거칠더라도 일부러 모습을 노출하고 적을 유인해서 처리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플레이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게임 내 도전과제를 보면 스피드 런 형식으로 플레이하거나, 게임 내 지형 지물을 이용해서 동시에 여러 명의 적을 한번에 처리하게 하는 등 다양한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섀도우 택틱스

오랜만에 머리를 많이 써야 하는 게임을 하다보니 잘 안풀려서 짜증이 밀려오긴 했지만, 오랜만에 느껴지는 코만도스의 향기 때문에 게임 내내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스테이지가 적고 단지 코만도스를 그대로 계승하기만 했을 뿐이라는 평가도 있긴 하지만, 이미 명맥이 끊겼다고 생각했던 장르가 다시 부활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일본과 전혀 상관없는 독일 개발사가 이렇게 일본 문화를 충실히 표현한 게임을 만들었다는 사실에서 안타까움도 느껴진다. 우리는 일본에 대해 부정적인 면만 바라보고 있지만, 사무라이, 닌자로 대표되는 일본의 문화는 이미 전세계에 퍼져 엄청난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결과이니 말이다. 우리나라 개발사들도 우리 나라 문화를 전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는 그런 게임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코만도스 섀도우택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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