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유치 2번 성공한 바이너리, 그들이 말하는 스타트업 생존법

온라인 게임 시절보다 적은 인원으로도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모바일 게임 시대에 돌입하면서 성공을 꿈꾸며 창업에 도전한 스타트업이 많이 늘어났다.

하지만, 모바일 게임 시장 역시 대형 퍼블리셔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인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패기와 열정만 있을 뿐 모든 부분이 부족한 스타트업들의 생존이 날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는 상태다.

반짝 아이디어만으로는 앞선 기술력과 자금력을 바탕으로 만든 대형 퍼블리셔들의 대작들과 경쟁하기 쉽지 않으며, 잘 만든 게임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대규모 마케팅 공세에 밀려 조용히 묻혀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VC(벤처 캐피탈)들도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외면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자금 부족으로 게임을 완성하지도 못하고 문을 닫게 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이런 상황에서 한번도 어려운 투자 유치를 두번이나 성공시킨 스타트업이 등장해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앵그리버드로 유명한 로비오 출신으로 유명한 김경헌 대표가 설립한 바이너리가 그 주인공이다.

바이너리
바이너리

지난 2015년 설립된 이 회사는 잽 좀비, 페일 랜드 등 모바일 게임을 주로 선보인 회사로 설립 초기 엔씨소프트로부터 20억을 투자 받았으며, 최근 코그니티브 인베스트먼트로부터 또 한번 투자를 받아 화제가 되고 있다.

“처음 투자 받은 것은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두번째는 여러 VC를 만나보고 철저히 준비했기 때문에 투자 유치를 할 수 있었습니다”

바이너리 김경헌 대표의 말에 따르면 처음에 엔씨소프트로부터 투자를 유치했을 때는 로비오 출신이었다는 것이 큰 영향을 줬다. 당시 엔씨소프트가 인디 게임사 적극적으로 투자를 진행하던 시기였고,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가 평소에 로비오의 사례에 대해 자주 언급했기 때문에 이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또한, 김대표가 로비오 입사 이전에도 4년동안 스타트업을 하면서 많은 경험을 했다는 점도 엔씨소프트가 투자를 결심하는데 많은 영향을 줬다고 한다.

하지만, 두번째 투자 유치는 만만치 않았다. 여러 VC에게 메일을 보냈지만 답장조차 하지 않는 곳이 많았으며, 직접 만난 곳들도 당연히 쉽게 투자를 결정하지 않았다. 이번에 투자한 코그니티브 인베스트먼트도 바이너리가 일년이 넘게 만나면서 자신들의 장점을 꾸준히 알렸기 때문에 투자를 결정하게 됐다. VC들은 단지 콘텐츠만 보는게 아니라 회사의 목표와 문화, 팀 구성원들의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코그니티브 인베스트먼트 박수용 이사가 바이너리에 투자하는 것을 확정한 이유도 지금 서비스하고 있는 게임이 엄청 매력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니라, 이 팀이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다고 한다.

실제로, 바이너리는 김경헌 대표 외에도 라인 출신의 VR/AR 전문가 김호규 이사, 해외 사업 경험이 풍부한 컴투스 출신의 구준우 이사가 새롭게 합류하는 등 화려한 구성원을 자랑한다. 또한, 직원 절반이 외국인일 정도로 자유로운 분위기를 자랑하며, 김호규 이사의 합류로 인해 모바일 외에도 VR/AR까지 개발 영역을 넓힌 상태다. 김대표의 말에 따르면 현재 서비스 중인 모바일 전략 게임 페일 랜드 외에 추가로 신작 모바일 게임을 개발 중이며, 페일 랜드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VR 게임도 준비 중이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시장에 도전하는 것은 김대표가 선호하지 않는 일이지만, 최고 전문가들이 있으니 시장 선점을 노릴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금 VR로 대박을 낼 수 있다고 하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은 시간이 좀 더 필요한 시장이고, 많은 부분이 부족한 스타트업은 더욱 성공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대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하드웨어 문제를 해결하는 중인 만큼, VR에 특화된 콘텐츠를 만들 수만 있다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VR/AR 전문가인 김호규 이사는 VR시장에 대해 아직은 스타트업이 도전하기에는 힘든 시장이라고 진단했다. 수준 높은 VR 게임을 만들기에는 스타트업들의 실력이 부족하고, VR 기기의 대중화도 아직은 좀 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MS와 애플이 적극적으로 VR과 AR에 투자하고 있는 만큼 하드웨어 문제가 빠른 시일 내에 해결될 것이며, 나중에는 오히려 콘텐츠가 부족한 시기가 오게 될 것이니, 지금부터 VR의 문법에 맞게 만들어진 특화 콘텐츠를 준비해야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렸을 때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평범한 퍼즐 장르였던 3매치가 스마트폰 터치 스크린을 만나 대박 장르가 된 것처럼, VR의 특성을 잘 살린 콘텐츠를 찾아낸다면 대박을 노릴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본격적인 콘텐츠 경쟁이 시작되면 다른 플랫폼이 그랬던 것처럼 IP 싸움이 되기 마련이라며, 유명 IP를 확보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규모가 커진 모바일에서는 IP를 확보하는게 어렵지만, 아직 시장이 본격화되지 않은 VR에서는 챌린지 개념이 통하기 때문이다.

김이사는 바이너리의 경우 구성원 대부분이 오랜 해외 근무 경험을 통해 다양한 인맥을 쌓았기 때문에 IP 확보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VR/AR을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바이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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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대기업들과 같은 방식으로 싸워서는 안됩니다. 스타트업만이 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바이너리의 주력 사업인 모바일 게임도 철저히 준비 중이다. 경쟁이 치열한 국내 시장보다는 글로벌 시장을 우선적으로 노리고 있으며, 개발과 서비스 등 모든 부분을 직접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김대표는 게임을 출시하면 끝나는게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으로 이용자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개선하는게 중요하다며, 이런 측면에서는 대형 퍼블리셔보다는 스타트업이 더 유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단기간 내에 반드시 성과를 내지 못하면 바로 포기하는 대형 퍼블리셔와 달리, 스타트업은 몸집이 작은 만큼 더 장기적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으며, 조직이 작은 만큼 더 빠르게 의사 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위에서 결정한 것을 아래로 내려보내는 것보다는 개개인이 자신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결정하는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스타트업이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로비오나 슈퍼셀 같은 해외 유명 게임사들도 개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자유로운 회사 분위기가 만들어져 있어, 누구나 임원들과도 자유롭게 토론을 할 수 있으며, 새로운 사람이 합류해도 금방 적응할 수 있다고 한다.

김대표는 바이너리 역시 그런 회사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게임 개발 역시 시장 트렌드에 따라 특정 장르를 노리기 보다는 스스로 좋아하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들 스스로가 재미있어 하는 게임을 선보이는 것이 세계적인 개발사로 성장하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과언 바이너리가 스타트업의 모법 답안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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