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소닉포시즈, 확연히 업그레이드 됐지만 ‘마리오’와의 라이벌로는 부족하다

레트로 게임을 좋아하는 성향을 가진 필자는 '소닉'을 볼 때 애틋함이 먼저 묻어나옵니다.

25년전 '소닉'을 처음 접했을 때 환희에 가까운 감동을 느끼며 게임을 즐겼던 추억때문일 수도 있고, 메가드라이브에서 메가CD로, 게임기어로, 드림캐스트로 하드웨어가 변화하는 가운데 기쁘게 '소닉'의 변화 과정을 지켜봐왔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왜 이런 얘기를 먼저 하느냐, 필자가 '소닉'에 꽤나 큰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해서 입니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리뷰를 쓰려고 하지만 은연중에 다소 편항적인 리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소닉포시즈
소닉포시즈

(소닉과 클래식 소닉. 그리고 친구들. 위쪽에 새로운적 인피니티도 보인다)

처음 '소닉포시즈'에 대한 얘기를 들은 것은 세가의 관계자분에게서 였습니다. '소닉매니아'로 한참 얘기를 주고 받던 가운데, 담당자분이 '소닉포시즈'에 대해 언급을 하시더군요. '소닉매니아'에 대해 충분한 호감을 가지고 있던 필자에게 '소닉포시즈'란 그야말로 본편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소닉매니아'가 25주년 소닉의 기념작이자 과거의 향수를 대거 불러오는 작품이었다면, '소닉포시즈'는 '소닉'의 새로운 미래적 지향점을 보여주는 게임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압도적인 연출과 그래픽, BGM은 차세대 소닉의 느낌을 담았다]

개인적으로 90년대에 3D로 개발된 '소닉'의 첫 인상은 그다지 좋지 않았습니다. 세가새턴으로 출시된 ‘소닉R’ 등의 게임들은 열악한 3D 능력으로 실망감을 줄 뿐이었고, 이럴 것이면 '2D로 출시되는 게 좋지 않았나..' 한동안 그렇게 생각했었더랬죠.

그런 생각을 없애준 것은 비로소 드림캐스트 시절로 넘어와서 입니다. ‘소닉 어드벤처’를 하면서 초반 범고래 씬을 보면서 ‘이런 연출이 가능하구나’ 하고 놀랐었고, 3D 조작에 애를 먹으면서도 시원시원한 연출로 충분한 매력을 느꼈었지요. 친구들을 집에 데리고 오면 꼭 범고래 연출을 한 번씩 보여줬던 기억이 나기도 하네요.

소닉포시즈
소닉포시즈

(거대한 범고래가 쫓아오는 드림캐스트의 ‘소닉 어드벤처’)

그런 3D 세계의 소닉이 차세대기(PS4, 엑스박스원, 스위치)의 하드웨어 능력과 만나면 어떻게 바뀔 것인가..하고 무척 기대가 되었었는데요. 아니나 다를까, '소닉포시즈'는 연출과 카메라앵글, 그래픽, 그리고 가슴을 요동치게 하는 사운드 등 외관적인 면에서 급격한 발전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스크린샷으로 추출된 사진들은 향상된 기술력을 확연히 느낄만큼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세밀한 디테일의 배경, 당장 피규어로 만들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 같은 매끈한 캐릭터들, 적어도 20가지는 되어 보이는 역동적인 카메라 연출, 매일 들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은 BGM 등 외관상으로 ‘소닉 포시즈’는 A+ 점을 줘도 무방한 모습이었습니다.

소닉포시즈
소닉포시즈

(우주로 나간 소닉. 우주전함들의 모습을 보라)

소닉포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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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스크롤로 전환되기도 하고 클래식 스테이지가 고품질 3D로도 등장)

소닉포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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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2용으로 출시된 ‘소닉 라이더스’를 생각나게 하는 물 이동 씬)

특히나 배경이 변화무쌍한 점과 이동 시의 시점이 다채로운 점도 점수를 높여줘야 할 부분이 될 것 같습니다. 이번 작의 소닉은 우주를 횡단하기도 하고 거대한 물줄기를 타기도 하며 어쩔 때는 과거의 스테이지를 종횡무진 달려나가기도 합니다. 모든 것이 차세대기에 걸맞는 그래픽으로 되어 있어서 일단 눈이 즐겁습니다.

다양한 화면 연출은 단순히 화려하다고 표현하기에 부족할 정도로 세가의 노력이 집대성되어 있는 부분입니다. 3D라는 환경 내에서 세가는 이제 노하우를 쌓을만큼 쌓은 느낌입니다.

어떻게 하면 더 박진감 나는지, 어떻게 하면 더 스피드감을 느낄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더 멋있게 보이는지, 그러면서도 멀미가 안나게 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등.. 많은 3D 연출 효과가 이 게임에 집결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플레이 자체도 레이싱게임처럼 1인칭 시점으로 달려가는 방식 뿐만 아니라 횡스크롤 방식, 혹은 쿼터뷰로 이동하는 등 여러가지 플레이 뷰를 교차로 보여주면서 단순함을 없앴는데, 그런 부분이야 말로 이 게임의 가치를 올려주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적들의 등장과 아바타 시스템, 그리고 스토리씬]

이번 ‘소닉포시즈’의 메인 적은 역시나 ‘닥터 에그맨’입니다. 하지만 매 시리즈 마다 ‘닥터 에그맨’이 자신의 메카닉으로 공격하던 것과는 달리 이번 작에서는 ‘인피니티’라고 하는 걸출한 적을 등장시키고 카오스, 메탈소닉, 섀도우 등 기존의 메인 적들도 등장시키죠. 거기에다 세계관은 평행세계와 우주, 클래식 스테이지까지 다양하게 확장됩니다.

그야말로 짬뽕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런 광활한 영역에서 오는 어수선함을 막기 위해 세가는 스테이지 중간 중간에 스토리를 삽입시켜 각 지역으로 이동하는 당위성에 대해 설명해줍니다.

소닉포시즈
소닉포시즈

(소닉이 무찔러야 할 숙적들)

소닉포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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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지가 끝나고 나면 이런 식의 스토리가 진행된다)

소닉포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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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리즈 메인의 적 인피니티의 모습)

스토리는 지금까지의 ‘소닉’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암울하게 시작됩니다. 게임 시작부터 소닉은 인피니티에게 패배해 감옥에 갇히게 되고, 닥터 에그맨에게 지구의 99% 이상을 내준 상황에서 소닉의 동료들이 게릴라전을 펴며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주게 되는데요, 태어나서 소닉이 그렇게 무력하게 지는 것도 처음 보았고 이렇게 많은 동료들이 등장하는 것도 처음 봤습니다.

또 하나 '소닉포시즈'의 특징으로, 플레이어 아바타 시스템을 꼽을 수 있는데, 플레이어는 때로는 소닉으로 플레이하고 때로는 자신이 만든 아바타로 플레이하면서 점점 빼앗긴 지구의 점유율을 되찾아가야 합니다.

스토리는.. 글쎄요. 나이 마흔이 넘은지 좀 된 현재 입장에서 보기에는 다소 스토리가 오글거릴 수 있는데, ‘소닉’의 주 연령층을 10~20대라고 한정할 경우에는 적당한 정도의 스토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소닉포시즈
소닉포시즈

(필자가 만든 아바타. 승리포즈가 어떤 것인지 몰라서 찍어야 하는 게 단점)

소닉포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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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씬에도 플레이어가 만든 아바타가 등장해 감정이입할 수 있는 부분이다)

참, 아바타 꾸미기 시스템도 언급해야겠군요. '소닉포시즈'의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할수록 다채로운 꾸미기 물품들을 획득하게 되고 스테이지에 돌입하기 전에 자신의 아바타를 치장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치장하는 것 외에 아바타의 무기 등도 교체할 수 있으니 자신에게 맞는 무기를 선택하면 되겠습니다.

소닉포시즈
소닉포시즈

(이런 식으로 캐릭터를 꾸밀 수 있다. 모자를 쓰니 곰의 귀가 쏙 들어가서 오리처럼 보인다)

소닉포시즈
소닉포시즈

(기관총 개념의 무기. 이 무기 말고 취향껏 자신에게 맞는 무기를 골라도 좋다)

[소닉에 걸맞는 중박 이상의 게임, 볼륨 문제가 큰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여러가지 시도가 이어진 '소닉포시즈' 입니다만, 아쉬운 점도 분명히 있습니다. 가장 큰 아쉬움이라면 바로 게임의 볼륨 문제입니다. 단언하건데, '소닉포시즈'는 처음 시작부터 2시간 정도 까지는 쉴새 없이 몰입할 수 있습니다.

게임 난이도도 그다지 어렵지 않고 완성형으로 보여지는 각종 연출 등은 사람들의 시선을 쏙 빼놓기에 충분하죠. 특히나 소닉과 아바타 캐릭터의 합체 연계기, 부스트 등의 효과에 다양한 보스전을 맛보고 나면 이 게임에 A+ 점수를 주는데 주저하지 않게 됩니다.

하지만 그런 흥분과 희열은 플레이 2시간 반이 지나가면서 불안감으로 바뀌기 시작합니다. 스토리는 거의 종반전을 향해 달려가고, 지구도 거의 다 빼앗아 게임의 마감을 눈앞에 뒀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어? 설마 이대로 끝나는 거?' 이런 마음이 생기기 시작하는 것이죠.

전체 스테이지 수는 30개 정도. 숨겨진 스테이지를 포함해도 40개가 조금 넘는 수준인데, 스테이지 당 4분 안쪽인 것을 생각하면 이 게임의 볼륨이 빈약하다는 것을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하물며 그 스테이지 수에는 보스전까지 포함되기 때문에 실제 스테이지 볼륨은 체감상 더 적다고 느껴질 수 있습니다.

소닉포시즈
소닉포시즈

(초반에 마주할 수 있는 보스전)

소닉포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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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소닉의 보스 패턴을 반영하고 있는 '에그 드래곤')

소닉포시즈
소닉포시즈

(소닉CD에서 소닉과 달리기 시합을 했던 메탈소닉. 이번 편에서도 질주하면서 겨루게 된다)

또 '소닉매니아' 식의 파고들기 요소가 적은 것도 다소 아쉽고, '소닉'을 빈사상태로 몰아넣으며 최강의 적으로 인식되던 '인피니티'가 비교적 초반부터 싸움하다가 격퇴되는 등의 모습 등도 권위를 떨어뜨리는 부분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우주나 물 스테이지 같은 경우는 충분히 멋졌는데, 리소스를 좀 더 재활용 하더라도 스테이지를 2~3개로 늘려주었으면 어땠을까 싶네요.

특히나 클래식 스테이지의 경우 이미 스테이지가 기존 작에 설계가 되어 있는데다, 그래픽도 최신식으로 오브젝트들을 다 만들어 두었다면 얼마든지 늘릴 수 있는 부분 아니었나 싶어서 더욱 아쉽게 생각됩니다.

소닉포시즈
소닉포시즈

(클래식 스테이지. 볼륨을 늘릴 수 있는 하나의 방편이 아니었을까)

결론적으로 '소닉포시즈'는 아바타 시스템 등 여러가지 면에서 혁신과 변화가 있었고, 특히나 카메라 앵글과 연출적인 측면에서는 더이상 발전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까 의구심이 들 정도로 강점이 있는 게임이었습니다. 또 차세대 게임기라는 하드웨어를 통해 어린 시절에 꿈으로나 봤음직한 미려한 그래픽을 만끽할 수 있었다는 점도 좋더군요.

다만,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은 볼륨 문제 때문에 여러가지 평가에서 점수가 하락해 '갓겜 계열'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원래 '소닉'은 대표적인 '마리오'의 라이벌 캐릭터인데, 최근 등장한 스위치용 '마리오 오딧세이'에 비해 이번 '소닉포시즈'는 비등비등하다는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죠.

세가가 조금 더 노력해서, 완성도와 볼륨을 높여서 '마리오에 대응할만한 캐릭터는 소닉 밖에 없다'는 점을 입증해줬으면 했는데.. 그건 뭐 개인적인 바램에 그쳤다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여하튼, 여러 아쉬움을 뒤로 하고라도 '소닉포시즈'는 바쁜 직장인들이 틈틈이 집에서 즐기기 좋고, 또 아이들과 함께 즐기기에 좋은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닉매니아'와 '소닉포시즈'로 한동안 '소닉' 삼매경에 빠졌었는데, 막상 다 클리어하고 나니 아쉬움이 드는군요. 이후에 또 소닉 시리즈가 언제쯤 나오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내년 내 후년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시리즈가 등장했으면 바라며 리뷰를 마쳐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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