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길'만 걷는 팔자 사나운 게임 캐릭터들

하는 일 마다 꼬이고, 뭘 해도 안되는 사람을 일컬어 우리는 흔히 '팔자가 사납다'라고 한다. 문제는 이 팔자가 사나운 것을 넘어 사연을 듣다 보면 불쌍해 질 정도로 험난한 인생의 굴곡을 겪는 이들이 종종 등장하는 것이 사실.

특히, 스토리와 캐릭터가 매우 중요한 게임의 경우 "아니 주인공 대접이 왜 이래?"라는 의문이 들정도로 고난과 역경을 넘어 기분이 찝찝해 질 정도로 대중의 희망을 산산이 부수어 놓는 팔자 사나운 주인공이 종종 등장해 게이머들을 착잡하게 만들기도 한다.

갓오브워
갓오브워

가장 대표적인 예가 최근 새로운 시리즈의 출시를 앞두고 있는 갓오브워의 '크레토스'다. 스파르탄의 전사인 크레토스는 전쟁의 신 아레스에게 충성을 다했지만, 아레스의 간계로, 아테네 신전을 공격하던 중 자신의 부인과 하나 밖에 없는 딸을 죽이게 된다.(크레토스의 회색 피부는 이 둘의 유골이 피부에 박제됐기 때문)

그 결과는 많은 게이머들이 알다시피 '그리스 신화 참교육'이었다. 전말을 모두 알아버린 크레토스는 아레스를 처치하는 것을 넘어 그리스 신화 속 '판테온'(모든 신에게 바치는 신전, 만신전이라고도 한다)에 있는 신들을 각양각색의 방법으로 살해하고, 자신의 아버지로도 판명된 제우스마저 꺾으며 아테네를 제외한 모든 신을 처지하고 만다. 그야말로 그리스 로마 동산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린 셈.

하지만 자신의 딸의 모습을 보게 만든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토스의 딸 판도라를 지키지 못했고, 모든 복수가 끝난 이후 희망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는 등 그의 결말도 썩 좋지 못했다. 복수는 끝났지만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는 쓸쓸한 엔딩이 남은 것.

E3 2017 소니 컨퍼런스
E3 2017 소니 컨퍼런스

다만 이번에 출시되는 새로운 '갓오브워'에서는 그리스를 넘어 북유럽으로 넘어가 또 한번의 '참교육'을 할 것이라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아들(!)과 함께 등장해 부성에 넘치는 또다른 모습을 선보일 것을 예고해 '크레토스'의 '불꽃길'이 끝날지 관심이 커지고 있는 중이다.

데드스페이스3
데드스페이스3

'우주 공돌이 삼대천왕' 중 하나로 불리는 데드스페이스 시리즈의 아이작 클라크는 세간의 명성(?)과는 달리 우연히 휘말린 사건으로 인해 인생 자체가 파탄에 이른 매우 불쌍한 캐릭터로 손꼽힌다.

일반 엔지니어였던 아이작 클라크는 자신의 연인이 파견된 우주선에서 보내온 구조신호를 받아 우주선으로 찾아가지만, 그곳에서 맞이한 것은 인간은 디멘시아 현상으로 미쳐 날뛰고, 정체불명의 괴물 네크로모프가 출몰하는 그야말로 지옥 같은 광경이었다.

이 괴물들을 뚫고, 스스로 우주복을 고치고, 무기를 강화하며, 버텨냈지만, 환각과 괴현상이 엄습하는 '디멘시아' 현상을 일으키고, 사람을 '네크로포모프'로 변화시키는 우주적인 존재 '레드 마커'를 지키려는 괴물과의 전투와 설상가상 연인의 환각 속에서 점점 피폐해져 간다. 더욱이 주인공과 극소수의 인원을 제외한 대다수의 등장인물들이 죽거나 디멘시아 현상으로 미치는 건 일상이며, 아이작이 가는 곳 마다 폭발하거나 붕괴되는 등 그야말로 인간 재난에 가까운 모습이 게임 속 내내 펼쳐진다.

데드스페이스3
데드스페이스3

단, 이 것은 스토리일 뿐 실제 게임 속 아이작은 네크로모프를 '사냥'한다는 단어가 어울릴 만큼 총, 둔기, 병기로 학살하는 엄청난 전투력을 보여주며, 무중력으로 우주선을 이동하고, 레드 마커의 설계도를 외우는 등 그야말로 우주 최강 공돌이의 모습을 유감없이 선보인다.

물론, 데드스페이스 시리즈 속 아이작 클라크는 점점 디멘시아 현상이 심해지는 폐인과 비슷한 모습으로 변해 가며, 3편 마지막에는 사람부터 혹성까지 무차별로 변화시키는 마커가 지구에까지 마수를 펼쳐 돌아갈 곳도 없어지게 만드는 꿈도 희망도 없는 미래가 펼쳐 졌지만 말이다. 여기에 현재 '데드스페이스'의 판권을 지닌 EA가 시리즈의 중단을 선언해 게임의 미래도 없어진 상황이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

아수라의 분노 주인공 아수라
아수라의 분노 주인공 아수라

아이작 클라크가 범우주적인 존재에게 피해를 입고, 크레토스가 신들을 처단했다면, 아수라의 분노의 아수라는 복수를 위해 세계의 창조주와 무려 '맞짱'을 뜨는 대범함을 보여준다. 제목 그대로 '아수라의 분노'는 게임 내내 분노를 표출하는데, 바로 자신의 옛 동료들이 음모를 꾸며 자신과 부인을 죽이고, 딸마저 납치했기 때문.

원래 신적인 존재였던 아수라는 죽었지만, 아내를 죽이고 딸을 납치해간 이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무려 1만 2천년 후 다시 부활하게 되고, 복수귀가 되어 동료들을 처단하며 결국에는 세계의 창조주인 '전륜성왕'을 물리치고 자신마저 사라지는 결말을 맞이한다.

아수라의분노
아수라의분노

딸을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진 그의 일생 이외에도 측은한 것은 아수라의 전투 방식에 있었는데, 행성보다 커진 옛 동료의 공격을 주먹 하나로 격파하는가 하면, 6개인 팔이 모두 잘려 팔도 잃지만 근성으로 극복하며, 결국 무녀로 희생된 딸을 구하기는 했지만 결국 눈을 감았기 때문.

여기까지 스토리를 본다면 명작 소리를 들을 수 도 있었겠으나, '아수라의 분노'는 게임성 이전에 대표적인 DLC 횡포 게임으로 명성을 드높이며, 스스로 좌초했다. 바로 '진 엔딩'을 DLC로 팔아 버린 것. 이 소식이 접한 전세계 게이머들은 개발사인 캡콤의 횡포에 혀를 내둘렀고, 제목 그대로 게이머들의 분노를 일으켜, 당시 횡횡하던 DLC 열풍을 돌아보게 만든 작품으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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