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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게임 히스토리] 스팀 얼리엑세스의 명과 암

조영준

게임을 개발하는 개발사들의 가장 큰 숙제는 바로 게임을 개발할 때 투자되는 개발비를 어디서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이다. 수 백만 장 이상 판매되는 프렌차이즈 시리즈를 여럿 보유하고 있는 EA나 액티비전, 유비소프트와 같은 거대 회사들은 자금 조달에 큰 어려움이 없지만, 일반 게임사들은 자금 조달이 어려운 것이 사실.

스팀 얼리엑세스

더욱이 AA급도 아닌 A급 게임 개발에만 몇 백억의 자금이 필요로 할 만큼 게임 개발비가 폭발적으로 상승하면서 이러한 자금난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발사들은 미리 상품의 컨셉과 개발 방향을 공개하고 투자금을 모으는 ‘킥스타터’에 주목해 이 킥스타터에 게임 개발비를 충당하기도 했다.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

이 킥스타터로 개발된 게임 중 가장 유명한 게임이 바로 옵시디안에서 개발한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다. 2012년 9월 '프로젝트 이터니티'로 처음 킥스타터 자금 모집을 시작한 이 게임은 처음에는 “100만 달러 모으기도 힘들 것”이라는 냉정한 평가를 받았으나, 서양식 RPG의 진수를 보여준 발더스게이트의 개발팀이 게임을 만든다는 점에서 많은 기대를 모았고, 이내 400만 달러가 넘는 모금을 달성하며, 게임 분야 기록을 새롭게 갈아치우기도 했다.(결과 역시 만족스러워 100만 장 가까운 판매를 올리기도 했다)

이렇듯 게임 분야에서 가능성을 보여준 킥스타터의 시스템에 대해 많은 이들이 주목했고, 이 킥스타터의 진행 방식을 완전히 게임에 접목시켜 등장한 것이 바로 스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인 얼리엑세스다.

스팀에서 제공하는 얼리엑세스는 개발 중인 게임을 게이머들에게 선보이고, 게이머는 미리 그 게임을 구매함으로써 일종의 투자와 피드백을 전달하고, 개발사는 자금을 얻는 동시에 게이머들의 반응을 게임에 반영시킬 수 있는 일종의 ‘미리 구매하기’ 시스템이다.

어찌 보면 “아직 완성되지도 않는 베타 버전을 돈 주고 파는” 행위로 비쳐질 수 있으나, 게이머들은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의 게임을 미리 구매하여 자신들의 원하는 방향대로 개발에 의견을 보낼 수 있고, 개발자들 역시 자금을 얻어 여유로운 개발 환경을 만들 수 있는 동시에 게이머들의 니즈를 파악해 게임에 반영하는 장점을 지니고 있는 것이 얼리엑세스의 장점 중 하나다.

배틀그라운드 이미지

스팀 얼리엑세스로 성공을 거둔 게임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펍지주식회사에서 개발한 배틀그라운드다.

별다른 마케팅도, 홍보도 없이 이 스팀 얼리엑세스로 처음 모습을 드러낸 배틀그라운드는 시작부터 전세계 게이머들에게 엄청난 주목을 받으며, 역대급 기록을 세우는 기염을 토했다. 최대 100명의 이용자가 고립된 섬에 떨어져 각종 무기와 차량 등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최후까지 살아남는 자가 승리하는 독특한 컨셉이 이용자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선사했고, 특히 남들과 차별화된 소재가 절실한 게임 스트리머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지금까지 등장했던 그 어떤 게임보다 더 빠르게 전파되는 효과를 얻기도 했다.

특히, 트위치, 유튜브 등 유명 플랫폼에서 게임 채널을 운영하는 스트리머에게 다양한 가능성과 재미를 줄 수 있는 이 배틀그라운드는 매우 매력적인 요소로 다가와 성황을 이뤘고, 이른바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게임 마케팅에서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기록되기도 했다.

다키스트 던전

아울러 최근 번역 문제로 논란이 되었지만, 꿈도 희망도 없는 저택을 배경으로 턴제 RPG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다키스트 던전’이나, 어두운 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서바이벌 게임 ‘더 롱 다크’, 그리고 중세시대 공성 무기를 개발하는 게임이나 이제는 SF를 넘어 우주로 가기 시작한 ‘비시즈’ 또한 이 스팀 얼리엑세스로 빛을 본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스팀 얼리엑세스의 영향은 다른 게임 플랫폼에게까지 미쳐, 소니의 경우 PS4 개발자를 위한 억세스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발표를 한 바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는 ‘Xbox 게임 리뷰’ 프로그램을 운영 중에 있으며, 구글 역시 안드로이드 기기용 얼리 억세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중이다.

물론, 스팀 얼리엑세스가 단순히 개발사들과 게이머 모두를 만족시키는 만능키는 아니다. 인디 게임 개발자들이나 소규모 개발 스튜디오에서 주로 참여하는 이 얼리엑세스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게임을 선보이는 만큼 게이머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기 힘들어 A급 게임을 기대한 이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 주기도 한다.

스팀 얼리엑세스

더욱이 신제품을 선보이면 끝나는 제조업과는 달리 게임은 새로운 콘텐츠 즉 업데이트를 통해 끊임없이 유지보수를 해야 하며, 기존 버전에 대한 조정도 이뤄져야 하지만, 이들 얼리엑세스 게임은 출시 이후 이렇다할 업데이트가 없거나 부실한 업데이트로 비난을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 한 것이 사실이다.

마이티 넘버 나인

실제로 스팀 얼리엑세스의 시스템과 유사한 킥스타터로 개발된 ‘마이티넘버 나인’이 대표적인 사례로, 록맨의 아버지 이나후네 케이지가 개발을 시작한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으나 정작 나온 게임은 어설픈 스테이지와 부실한 콘텐츠 그리고 록맨 겉핥기에 불과한 액션 시스템 투성이었다. 더욱이 투자 금액에 따라 제공되는 상품이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아 수 십 수개월이 걸리기도 했으며, 아직도 해당 상품을 받지 못했다는 게이머가 즐비할 정도로 무성의한 태도를 보여주었다.

여기에 미리 게임을 판매함으로써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 덕에 현재 대부분의 게임사들은 출시 전 예약 특전으로 게이머들을 유혹하며 스팀 얼리엑세스를 진행하고 있는 상태이지만, 정작 이들 게임에 대한 평가가 높은 경우는 드물다.

마이티 넘버 나인

더욱이 일단 게임을 출시한 뒤 부족한 게임 볼륨을 다운로드 콘텐츠(이하 DLC)로 충당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받고 있으며, 얼리엑세스로 게임을 구매한 이들에게 보답을 해주는 것이 아닌 ‘얼리엑세스 출시-> 정식 출시-> DLC 판매’ 순으로 게이머의 돈을 단계별로 가져가려는 수익의 일환으로 본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다.

노멘스스카이 이미지

실제로 스팀 얼리엑세스로 공개된 게임 중 ‘노 멘스 스카이’는 개발사가 ‘초공식 난수 발생’ 등의 새로운 시스템으로 무한에 가까운 행성을 만날 수 있다고 홍보했지만, 정작 게임 내 콘텐츠는 전무해 최악의 평가를 받았으며, 이는 EA, 액티비전 등의 게임도 이러한 평가에 자유롭지 못했다.

이처럼 스팀 얼리엑세스는 게이머들이 미리 게임을 구매해 조회 특전을 받고, 게임에 일환이 되었다는 성취감을 줄 수 있는 동시에 개발사들에게는 자금을 미리 확보할 수 있는 장점과 부실한 콘텐츠로 게임을 출시해도 이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명과 암이 공존하는 상황이다.

때문에 게임사들의 새로운 돈벌이 수단으로 인식해 이를 비난하는 이들과 과거 성공 사례를 들어 이 얼리엑세스의 순기능을 강조하는 이들로 나뉘어 스팀 얼리엑세스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상태다.

과연 이 새로운 시스템이 아이디어는 지녔지만 자금난에 시달리는 개발사들에게 한 줄기 희망으로 자리잡는 사례로 기록될지, 단순히 게이머들의 지갑을 털어가는 비상식적인 시스템으로 남을지 앞으로의 모습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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