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기적의 부활 다크사이더스3! 묵시록의 4기사는 완성될 수 있을까?

갓오브워의 크레토스가 한참 무쌍을 찍던 시절에 THQ에서도 액션과 퍼즐이 결합된 새로운 프랜차이즈를 하나 발표했다. 종말론의 근거가 되고 있는 요한계시록에서 등장하는 4명의 기수(Four Horsemen Of The Apocalypse), 우리나라 표현으로는 묵시록의 4기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다크사이더스 시리즈다.

다크사이더스3
다크사이더스3

묵시록의 4기사는, 종말론이 익숙치 않은 아시아권에서는 그리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전쟁, 죽음, 기근, 정복이라는 인상적인 캐릭터성 때문에 해외에서는 게임, 만화, 영화 등 많은 분야에서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이 시리즈에서는 4기사를 전쟁, 죽음, 분노, 갈등으로 설정하고 있다). 또한, 이 매력적인 소재에 X맨, 배틀 체이서스, 더 얼티메이츠로 유명한 만화 예술가 조 마두레이라를 더했다. 인기 시리즈로 자리잡겠다고 작정하고 나온 게임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준비에도 불구하고, 다크사이더스의 첫 작품은 너무 많은 퍼즐 파트가 지루함을 준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뒤 이어 발매된 다크사이더스2는 1편보다 퍼즐의 비중을 줄이면서 RPG 개념을 더해 1편보다는 호평받았으나, 기울어져가는 THQ를 구원하기에는 화력이 좀 부족했다.

다크사이더스3
다크사이더스3

결국 2편 이후 THQ가 파산하면서 다음 시리즈의 미래가 불투명해졌지만, 노르딕이 다크사이더스 판권을 구입하며서 극적으로 3편이 발매됐다. 게다가 THQ 파산 이후 뿔뿔이 흩어졌던 비질게임즈 개발자들이 다시 뭉친 건파이어 게임즈에서 개발을 담당했으니, 한번 죽었던 시리즈가 극적으로 부활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시리즈 팬 입장에서는 3편이 나와준 것 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상황이다.

다크사이더스3
다크사이더스3

우여곡절 끝에 등장한 다크사이더스3는 1편의 전쟁, 2편의 죽음에 이어 묵시록의 기사 중 유일한 여성으로 설정된 퓨리(분노)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다소 진중한 성격이었던 1편의 주인공 워(전쟁)와 달리 굉장히 다혈질인 퓨리는 채찍을 무기로 사용하고, 다양한 원소 마법도 사용할 수 있는 마법사로 설정되어 있다(사실 싸우는 모습을 보면 마법사라는 생각이 안 들기는 하지만…)

다크사이더스3
다크사이더스3

워(전쟁)은 잡혀 있고, 데스는 모종의 이유(2편)로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태라는 설명이 나오는 오프닝 화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번 3편 역시 같은 시간대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으며, 지상에 풀려난 7대 죄악을 모두 처단하는 것이 주된 임무다. 모든 악마들이 한 자리에 몰려 있으면 참 편한 일이겠지만, 당연하게도 사방에 흩어져 있기 때문에, 이전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퍼즐을 풀면서 길을 찾아내야 한다.

다크사이더스3
다크사이더스3

요즘은 워낙 극사실주의 그래픽이 많기 때문에 이전 시리즈가 그랬 듯이 PS3 수준에 머물러 있는 그래픽이 훌륭하다는 평가를 내릴 수는 없다. 카툰 느낌을 살린 그래픽을 실사풍의 그래픽과 비교하는 것은 미안한 일이긴 하지만, 카툰 풍이라는 것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캐릭터나 배경의 디테일이 다소 부족한 느낌이다. 다만, 7대 죄악을 상징하는 악마들의 개성 넘치는 모습들과, 그들로 인해 폐허로 변한 지구의 모습을 인상적으로 표현했기 때문에, 어떤 이들에게는 취향 저격일 수도 있겠다.

다크사이더스3
다크사이더스3

액션과 퍼즐의 비율은 이전 2편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액션은 초반에 채찍만 사용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새로운 무기를 얻어 다양한 액션을 즐길 수 있게 되는데, 채찍의 효율이 상당히 좋은 편이라, 채찍만 사용해도 큰 무리가 없다. 다만, 회피 후 반격 액션이 주된 흐름이기 때문에 타겟을 확실히 정할 수 있는 보스전보다 한꺼번에 적들이 밀려오는 경우가 더 어렵다. 이런 게임 익숙하다고 하더라도, 초반에는 난이도를 낮추고 스토리를 먼저 감상하는 것을 추천한다. 원거리 적이 많이 나오는 구간이 제법 많기 때문에 생각보다 많이 어렵다.

다크사이더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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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은 채찍을 이용한 이동과 순차적으로 얻게 되는 마법(불, 전기, 바람 등)을 활용해 가지 못하던 곳을 가는 것, 그리고 폭발하는 벌레를 던져서 막힌 길을 뚫는 스타일로 구성되어 있다. 그렇게 어려운 편은 아니지만, 굉장히 짜증나게 느껴질 수 있다. 뭔가 궁리해서 말끔한 해결책을 찾아냈다는 즐거움이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굉장히 어이없게 느껴지는 퍼즐이 꽤 있기 때문이다.

다크사이더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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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전 시리즈와 달리 다크소울 시리즈의 영향을 짙게 받아서 보스전으로 가는 지름길을 뚫는 것이 퍼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맵 전체를 뒤져서 숨겨져 있는 구멍 하나를 찾아야 하거나, 아무런 힌트가 없는 상황에서 특정 행동을 해야 풀리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해결하면 쾌감이 밀려오는게 아니라, 개발자에 대한 짜증이 밀려온다. 또한, 게임에서 맵이 아예 지원되지 않고, 방향만 알려주기 때문에 일자맵임에도 불구하고 다음 적을 찾아서 어디로 가야할지 상당히 난감하게 느껴진다. 렙업과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는 불그림을 만나면 원하는 장소로 이동하는 포털 기능을 사용할 수 있긴 하지만, 이것도 불그림이 있는 곳까지 가야 작동하기 때문에, 이동중 길을 잃거나 오브젝트에 끼면 굉장히 난감하다(보스에게 죽어도 가장 가까운 불그림에서 다시 시작한다).

다크사이더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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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까지는 퍼즐의 난이도의 변화가 있긴 했어도, 나름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지켜가고자 하는 느낌이 있었지만, 이번 작품은 너무 노골적으로 다크소울을 따라하고 있어, 정체성을 잃은 느낌이다. 이전까지는 여러 인기 게임들의 요소들을 요한 묵시록을 기반으로 한 독특한 세계관에 잘 버무려 흡입력 있는 플레이를 선보였지만, 이번 작품은 플레이하는 동안 길 찾는 것이 더 짜증나게 구성된 다크소울 아류작을 플레이하는 기분만 들었다. 극적으로 부활하긴 했지만, 개발진에게 주어진 시간이 다소 부족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특히, 이 정도 가격이면 이미 재미가 검증된 다크소울 시리즈는 물론, 올해 GOTY 싸움의 승자가 될 것이 유력한 갓오브워도 구입할 수 있다. 갓오브워와 다크사이더스3라면 비교하는 것이 미안해질 정도의 수준 차이다.

다크사이더스3
다크사이더스3

정말 기적 같은 부활을 통해 이 시리즈가 다시 나온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지만, 지금 상황을 봤을 때 마지막 기사인 스트라이프(갈등)가 나올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THQ노르딕과 건파이어 게임즈가 좀 더 힘을 내서 마지막을 멋지게 마무리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크사이더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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