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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라노벨류 게임에 입문작이 등장했다? '칭송받는자'

조영준

본 기자는 라노벨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이제는 "크큭 선이 보인다"라는 중2병의 원조로 기억되는 '공의 경계'나 '스즈미아 하루미의 우울' 등의 초창기 작품은 당시 시류에 휩쓸려 보곤 했지만, "제목이 엄청나게 길어 표지만 봐도 무슨 내용인지 대충 짐작이 가는 이세계에서 시작하는 판타지" 등의 작품이 등장하며 관심을 완전히 끊어 버렸으니 말이다.

칭송받는자 스크린샷

이 때문에 이런 라노벨의 향기를 듬뿍 담고 있는 '칭송받는자: 흩어져 가는 자들을 위한 자장가'(이하 칭송받는자) 역시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실제로 플레이를 해본 이후에는 의외의 몰입을 선사하는 다소 반전적인 매력을 지닌 게임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02년 발매된 PC용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을 SRPG로 재탄생 시킨 원작에 이어 이번에 발매된 PS4 버전은 게임의 분위기를 잡아 주는 BGM이 새롭게 등장하고, 그래픽과 일러스트 역시 고퀄리티로 리메이크되어 원작 팬이라면 감동할 만한 콘텐츠가 군데 군데 보이는 것이 사실.

칭송받는자 스크린샷

게임의 스토리는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친숙하고, 또 어디선가 봤을 법한 흐름으로 진행된다. 마을에 갑자기 쓰러진 채로 발견된 주인공과 그를 구해준 할머니와 두 여인(누가 봐도 히로인과 귀여움 담당이다). 그리고 가면이 벗겨지지 않는 주인공은 '하쿠오로'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태어나 마을을 재건하는데 힘쓰지만, 부패한 왕과 그 수하로 인해 반란을 일으키게 되고 걷잡을 수 없는 역사의 흐름에 몸을 맡기게 된다.

이러한 기본 스토리로 진행되는 '칭송받는자'는 기억을 잃어 버린 주인공과 그를 헌신적으로 보살피는 자매, 열혈, 냉철, 츤데레 등등 1차원적인 성격을 지닌 캐릭터들이 다수 등장해 일본 애니메이션에 익숙한 게이머라면 쉽게 몰입할 수 있는 정도다.

이 모든 상황이 퀄리티 있는 일러스트와 함께 곁들어지는 일본 유명 성우들의 풀보이스(모든 대사와 감탄사, 콧노래까지 들을 수 있다)로 진행되어 게임의 몰입을 더하는데, 성우의 인기가 워낙 높은 일본 답게 유명 성우진으로 구성되어 있는 점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칭송받는자 스크린샷

물론, 풀보이스로 진행되는 만큼 게임 진행은 정말 느리게 흘러간다. "주인공이 다른 여성과 사고에 휘말림 -> 그걸 본 다른 인물들이 오해함", "주인공에게 슬며시 마음을 고백함 -> 응? 무슨 말 했어?" 같은 식의 일본 애니메이션의 클리셰 같은 이벤트가 게임 곳곳에서 펼쳐진다.

이 이벤트 모두 성우들의 열연 속에 진행되는 만큼 대사가 많으면 많을수록 게임 진행은 더욱 느려지게 된다. 원작 자체가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이었고, 이러한 이벤트가 게임의 핵심 콘텐츠인 만큼 공을 들인 것은 이해하겠으나 계속되는 이벤트를 보고 있자면, 내가 애니를 보는 것인지, 게임을 하는 것인지 헷갈릴 수준이었다.

물론, 이 대사들은 옵션에서 '대사 스킵 기능'을 활성화하면 그냥 넘길 수 있다. 하지만, 스킵 속도가 워낙 빨라 대사 전체와 이벤트를 완전히 놓치게 되므로 그다지 추천하지는 않는다.

칭송받는자 스크린샷

게임의 흐름은 크게 이벤트-> 스토리-> 전투로 이루어져 있다. 이벤트는 여러 장소 중 하나를 선택해 볼 수 있으며, 스토리와 전투는 필수로 진행되는데, 스토리에 따라 전투가 연속되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생하며, 전투 이후에는 캐릭터의 능력치를 상승시키는 BP나, 아이템, 장비 등을 배분할 수 있다.

가끔 등장하는 이세계 라노벨스러운 다소 억지스러운 이벤트는 어색함을 넘어 거북할 정도로 옥의 티였다. 자신의 이름도 잊은 주인공이 냉병기로 싸우는 시대에 마그네슘 같은 원소 기호를 말한다거나, 농사를 지어 생업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비료라는 존재도 모르거나, 갑자기 화약을 사용하여 놀라게 하는 등 앞뒤가 안 맞는 설정을 굳이 넣었어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었다.

역량이 부족한 작가가 주인공의 뛰어남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시대나 주변 인물의 지능을 심각하게 깎아 내리는 작품이 더러 존재하기는 하지만, 게임으로 개발될 만큼 어느 정도의 인지도를 지닌 작품에서 이러한 '이세계 치트급' 능력을 굳이 넣었어야 하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칭송받는자 스크린샷

전투 시스템은 여느 서양 TRPG 뺨칠 정도로 자유로운 모습이다. 지금의 이스 시리즈나 영웅전설 같은 JRPG 들은 세이브 포인트가 따로 존재하거나 게임 오버가 될 경우 세이브 포인트로 다시 돌아가서 플레이하는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지니고 있어 시대에 뒤쳐져 있다는 느낌까지 받는 것이 사실.

하지만 칭송받는자의 전투는 전투 시작 전 세이브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게이머가 캐릭터 이동이나 공격 등을 잘못 선택했거나, 패배했을 경우에는 턴을 뒤로 돌려서 다시 플레이할 수 있는 놀라운 기능을 제공한다.

칭송받는자 스크린샷

아울러 캐릭터의 레벨이나 장비 역시 스토리 전투를 진행할수록 해금되는 '연습' 전장에서 높일 수 있어 전투에 대한 스트레스가 거의 없을 정도이며, 최대 5번까지 연격하는 등 공격력 최상의 '오보로', 혼자서 버프, 디버프와 회복까지 담당하는 '에루루' 등 캐릭터들의 특성이 뚜렷해 몇몇 부분만 주의하면 전투에서 패배하기가 오히려 힘들 정도다.

칭송받는자 스크린샷

여기에 '오보로'와 '하쿠오로'의 광역 공격, '에루루'와 '아루루'의 범위 회복 등 캐릭터 별로 함께하는 '연격' 연출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러한 낮은 난이도의 전투는 자칫 게임의 몰입을 방해할 수 있다는 수준이지만, 앞서 말했듯 이러한 장르의 게임에서 핵심 콘텐츠는 풀보이스로 제공되는 캐릭터들 간의 이벤트와 수려한 일러스트이며, 전투는 스토리를 위해 진행되는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은 것이 사실이다.

칭송받는자 스크린샷

때문에 전투의 편의성과 추가 연격 등의 시스템과 투박하지만 키울 맛이 나는 캐릭터 성장 요소를 구현했다는 부분과 전투 맵이 생각보다 많이 등장한다는 점은 같은 라노벨 류의 일본 게임과 비교했을 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만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칭송받는자 스크린샷

물론, 게임 내 3D 그래픽은 같은 PS4 게임들과 비교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처참한 수준이니 그래픽 보다는 최대한 일러스트를 보고 있는 것을 추천한다.

이처럼 '칭송받는자'는 라노벨 류의 이벤트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스토리가 풀보이스로 제공되며, 전투 역시 동종 장르에 비해 수준급의 모습을 선보여 서브컬처를 즐기는 이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요소로 가득한 다가올 만한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칭송받는자 스크린샷

여기에 한마디를 내뱉을 때 마다 "나는 어린 미소녀입니다"를 강조하는 이른바 '유아틱한' 캐릭터 역시 이 게임에서는 드물어 나오거나 비중이 적어 거부감이 덜하며, 큰 대륙을 무대로 진행되는 음모나 극적인 반전 등의 짜임새 있는 스토리가 성우들의 열연과 어우러져 게임의 맛을 더해주는 요소로 작용하는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칭송받는자 스크린샷

만약 라노벨 류의 게임이나, 평소 애니는 조금 보고 있지만, 일본 성우들의 목소리 가득한 다소 낯뜨거운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게이머라면 이 '칭송받는자'를 통해 입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 세가 퍼블리싱코리아 칭송받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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