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라이언이 만능은 아니다. 캐주얼도 아니고 마니아 게임도 아닌 프렌즈대모험

국민 캐릭터로 인정받고 있는 카카오프렌즈를 앞세워 캐주얼 게임 라인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카카오게임즈가 새해 첫 카카오프렌즈 게임으로 프렌즈대모험을 선보였다.

넵튠의 자회사인 불혹 소프트가 개발한 프렌즈대모험은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캐주얼 액션 디펜스 장르로, 한달 동안 진행한 사전예약에 총 125만명이 참여할 정도로 많은 기대를 모은 게임이다.

프렌즈대모험
프렌즈대모험

판타지 세계 원더랜드로 끌려들어간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들이 드래곤이 훔친 마력의 크리스탈을 찾아 모험을 떠나는 컨셉을 담고 있으며, 개성 넘치는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들을 수집하고 육성해, 다양한 테마의 전투 모드 및 PVP 대결을 즐길 수 있다.

프렌즈대모험
프렌즈대모험

요즘 모바일 게임시장이 MMORPG 장르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다른 장르의 게임을 찾아보기 힘든상황이지만, 액션 디펜스 장르는 모바일 게임 시장 초창기부터 강세를 보이던 장르다. 과거 팔라독을 시작으로, 우파루 사가 같은 게임이 인기를 끌었으며, 지난해도 쿠키런 IP를 활용한 쿠키워즈가 주목을 받았었다. 그동안 워낙 높은 완성도를 가진 게임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아무리 카카오프렌즈를 앞세웠다고 하더라도 새로움이 없다면 외면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프렌즈대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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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즈대모험이 차별화를 위해 선택한 것은 자원 수집과 유닛 생산 과정의 전략성을 더한 것이다. 기존 액션 디펜스 게임들은 유닛 생산에 필요한 자원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동으로 차고, 이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소비하느냐로 전략성을 겨뤘는데, 프렌즈대모험은 자원의 수집에 일꾼이라는 변수를 더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자원이 보급되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전투 유닛을 생산하는 대신 일꾼을 생산하면 자원 수급 속도를 더 빠르게 할 수 있다. 스타크래프트에서 초반에 일꾼을 많이 생산해서 자원을 빨리 모으고 후반부를 준비할지, 아니면 전투 유닛을 빨리 생산해서 적을 빠르게 공격할지 선택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프렌즈대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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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판타지 용사로 변신한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들의 속성을 부여해 전략적으로 덱을 구성하는 재미를 추구했다. 라이언은 방어 캐릭터, 프로도와 무지, 제이지는 근거리, 어피치와 네오, 튜브는 원거리 공격을 하는 식이다.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들이 무한정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같은 라이언이라고 해도 빈손 낚시꾼 라이언, 도시 보완관 라이언 등 다양한 컨셉을 만들어서 이용자마다 각기 다른 형태의 팀을 구성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물론, 수집 게임인 만큼 캐릭터마다 별등급을 가지고 있으며, 재료를 모아 더 높은 등급으로 진화시킬 수 있고, 프렌즈 장난감이라고 해서 보조 장비를 장착시켜 능력치를 올릴 수도 있다.

프렌즈대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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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완성된 액션 디펜스 장르의 규칙에 인기 캐릭터를 더했으니 재미가 없으면 이상한 일이지만, 작년에 등장했던 쿠키워즈가 보여준 결과처럼 모든 일이 그렇게 순조롭게 흘러가지는 않는다. 프렌즈 대모험도 나름 색다른 재미를 추구한다고는 했지만, 여러 가지 부분에서 문제점을 노출하면서 캐주얼 게임도 아니고, 그렇다고 액션 디펜스 장르 마니아들이 만족할 수 있는 깊이 있는 게임도 아닌 어정쩡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프렌즈대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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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프렌즈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게임들이 대부분 대중적인 인기를 위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형태를 추구하지만, 이 게임을 실제로 해보면 카카오프렌즈 게임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난이도가 있는 편이다. 일반적으로 클리어한 스테이지만 자동전투를 지원하는 다른 액션 디펜스 게임들과 달리 처음부터 자동전투를 지원하면서 터치만 하면 되는 쉬운 게임인 것처럼 보이고 있지만, 기본으로 주어지는 유닛으로는 아무리 레벨업을 해봤자 15스테이지에 있는 첫번째 보스까지 가는 것도 힘겹다.

프렌즈대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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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처음에는 1성짜리 캐릭터들만 주어지기 때문에, 이들만 가지고는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게 한계가 있는데, 이들을 더 높은 등급으로 진화시킬 때 필요한 진화 재료를 획득할 수 있는 던전은 18스테이지까지 가야 열린다. 또한, 같은 등급의 만렙 캐릭터를 합쳐서 더 높은 등급 캐릭터를 획득할 수 있는 합성 개념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초반에 높은 등급 캐릭터를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뽑기 뿐이다.

물론, 게임 머니로 돌리는 뽑기에서도 3성 캐릭터들을 획득할 수 있기는 하지만, 돈이 거의 없는 초반에는 뽑기 한번 돌리는 것도 부담이 된다. 결국 험난한 초반부를 넘어가기 위해서는 현금 결제를 하거나, 사전예약을 통해 받은 캐시로 뽑기를 하는 방법 밖에 없으니, 사전예약을 해서 500 캐시를 받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엄청난 차이가 벌어질 수 밖에 없다(40명의 친구를 초대하면 4성 무지를 받을 수 있긴 하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는 극혐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한 마케팅이다).

프렌즈대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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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스테이지 도전에 소모되는 복숭아가 너무 부족해서 노가다로 초반 구간을 넘어가는 것도 어렵다. 카카오프렌즈 게임이라고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설치한 사람이라면 10 스테이지도 넘어가기 전에 포기할 확률이 대단히 높다.

액션 디펜스가 퍼즐처럼 완전 캐주얼한 장르는 아니니 초보자들이 어려움을 겪는게 당연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액션 디펜스 마니아들이 만족할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인 것도 아니다. 자원 수집에 전략성을 더한 것은 신선하지만, 전반적으로 캐릭터 액션이 밋밋해서 타격감을 느끼기 힘들며, 2배속으로 올려도 답답함이 느껴질 정도로 전투 속도가 느리다. 아직 후반부 유닛까지 획득하지 못해서 유닛간 밸런스는 확인해보지 못했지만, 초반부 밸런스를 봤을 때 유닛 밸런스에서도 문제가 노출될 확률이 매우 높아보인다.

프렌즈대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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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상당히 매력적인 조합으로 만들어진 게임인 것은 분명하지만, 밸런스, 타격감 등 많은 부분에서 보강이 필요해보인다. 쿠키워즈 이전에 나온 게임이라면 모를까, 쿠키워즈가 고전하는 것을 보고도 이런 수준으로 나왔다는 것은 개발진이 이 장르를 너무 쉽게 봤다는 생각이 든다. 라이언이 카카오를 먹여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최강의 캐릭터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문제점을 덮어줄 수 있을 만큼 만능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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