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DONGA

[조영준의 게임 히스토리] 힘쎄고 강한 검과 마법의 세계 '마이트앤매직'

조영준

울티마, 위저드리와 함께 꼽히는 세계 3대 전통 롤플레잉 게임이자, 국내에서는 "안녕하신가! 힘쎄고 강한 아침, 만일 네게 물어보면 나는 왈도"라는 희대의 발번역으로 유명한 게임. 바로 마이트앤매직 시리즈의 이야기다.

마이트앤매직

지금이야 있는 줄도 모를 정도로 낮은 인지도를 지닌 게임이지만, 90~2000년대 초 '번들 CD'를 통해 전성기를 누렸던 게임 잡지 세대에서 청춘을 보낸 게이머라면 이름을 한번 쯤 들어보았을 정도로 이때 마이트앤매직은 꽤나 인지도가 높은 게임 중 하나였다.

마이트앤매직 시리즈의 가장 독특한 점은 턴제와 리얼타임을 오가는 전투 시스템과 직업 시스템이다. 게이머의 취향과 스타일에 따라 전투를 턴제 혹은 리얼타임으로 진행할 수 있음은 물론, 하나의 직업을 성장시키기 위한 엄청난 시나리오와 콘텐츠를 만날 수 있어 RPG의 향기에 흠뻑 빠질 수 있는 게임으로 호평을 받기도 했다.

마이트앤매직

하나의 직업은 숙련자, 전문가, 대가로 나뉘는데, 직업 등급을 올리려면 직업 숙련도를 높여야 하는 것은 몰론, 등급을 높여줄 수 있는 '선생' 즉 NPC를 만나야 하는데, 이들 'NPC'는 한 군데에 몰려 있는 것이 아닌 모두 다른 마을에 위치해 있어 일일이 찾아가 기술을 배워야 다음 등급으로 오를 수 있었다. (대가의 경우 위치를 찾기도 힘들뿐더러 특별 퀘스트를 통과해야 승급시켜 주기도 해 난이도가 훨씬 높았다)

심지어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았던 당시에는 공략집이나 게임 가이드를 구입하지 않는 이상 마을에 등장하는 NPC의 위치를 모두 기록하여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는 오프라인 만남도 흔히 일어날 정도였다.

때문에 엄청난 퀘스트와 이동 거리, 그리고 어마 무시한 직업 시스템까지 제대로 게임을 플레이하여 엔딩을 보기까지 과도할 정도의 많은 콘텐츠가 준비되어 있어, RPG 팬들에게는 그야말로 '시간여행기'라고 불리는 게임으로 불리기도 했다.

마이트앤매직6

마이트앤매직의 전환기를 맞은 시리즈는 바로 6편이다. 당시 마이트앤매직을 제작하던 3DO는 마이트앤매직 시리즈를 턴제 전략시뮬레이션 '히어로즈 마이트앤매직'과 마이트앤매직으로 나누어 출시하고 있었는데, 바로 이 6편에 이르러 이들 게임의 세계관이 본격적으로 합쳐지기 시작했다.

특히, 마이트앤매직6는 국내 게이머들에게도 인지도가 높은데, 시리즈 최초로 한글화가 되었다는 점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전설과도 같이 내려오는 그 번역 '왈도체' 때문이다. 사실 90년대 당시 해외 패키지 게임 중 한글화가 된 작품은 정말 손에 꼽을 정도였기 때문에 한글화가 된다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 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 마이트앤매직의 한글 번역은 정말 심각한 수준이어서 '파워 리치'를 'Power(힘쎈)', Lich(이끼)로 해석하여 '힘쎈 이끼'로 번역하거나, 상위 마법사라는 뜻인 'Arch Mage'(아크 메이지)를 오타로 잘못 인식해 Archer(궁수) Mage(마법사)로 해석해 '궁수 마법사'로 번역하는 등 판타지 마니아라면 기가 찰만한 번역이 곳곳에서 등장한다.

이는 당시 처참한 수준이었던 번역기의 수준과 판타지 장르에 대해 문외한인 번역가, 그리고 감수 따윈 전혀하지 않은 회사가 삼위일체가 되어 벌어진 일로, 일일히 찾을 수도 없는 광범위한 오역으로 인해 가장 강력한 인상을 주었던 왈도의 대사로 인해 '왈도체'라는 하나의 문어체로 통칭되기도 했다.

이 번역과는 별개로 마이트앤매직6는 광범위한 맵과 신으로 불리며 테라포밍을 통해 식민지를 확대하려는 고대인과 외계(!)에서 넘어와 이 고대인들을 막고자 하는 외계인 세력 크리건의 암투와 음모 그리고 반전을 흥미롭게 그려내 시리즈 중 손꼽히는 명작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용과 각종 몬스터가 등장하는 전통 RPG 이야기를 하는데 왠 외계인이냐 할 수도 있지만, 사실 마이트앤매직 시리즈는 전통적으로, 후반부에 돌입하면 기계들과 우주선 그리고 우주와 차원을 넘나드는 중세 시대의 SF 판타지라는 기괴한 세계가 펼쳐지는 것이 특징이었다.

마이트앤매직X: 레거시 일러스트

더욱이 이러한 SF 요소는 8편까지 이어지면서 절정에 달했고, 9편에 이르러 이러한 SF 요소 보다는 RPG 본연에 충실하려 대대적인 스토리 수정에 나섰지만, 시대에 뒤떨어진 그래픽과 난해한 시나리오 그리고 부족한 콘텐츠 등의 이유로 참패를 면치 못했다.

이 마이트앤매직9의 실패를 시작으로 3DO의 연이은 경영 실패로 2003년 3DO는 파산에 이르게 되었고, 이 마이트앤매직과 형제 게임인 히어로즈마이트앤매직 시리즈의 판권을 유비소프트에서 가져가게 된다. 2002년 발매된 9편 이후 마이트앤매직은 무려 10년이 지나는 시간 동안 이렇다할 소식이 없어 그대로 게이머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는가 했다.

이러던 2013년 갑자기 ‘마이트앤매직10’의 홈페이지가 등장한 것에 이어 각종 게임쇼에서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 기대감을 높이기 시작하더니 이내 2014년 '마이트앤매직10: 레거시’가 정식으로 발매되어 어린 시절 게임을 즐겼지만, 이제는 어른이 되어 버린 게이머들에게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물론, 게임성이나 시스템 등 여러 부분에서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히어로즈마이트앤매직만 몇 십년 째 만지작 거리던 유비소프트에서 내놓은 첫 마이트앤매직 시리즈라는 점과 그 어떤 변화도 없는 그 때 그 시절 마이트앤매직의 모습을 그대로 선보였다는 부분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시리즈의 회생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중이다.

: 마이트앤매직 유비소프트 히스토리 3DO

이전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