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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우리는 이런 슈로대를 원했다 '슈퍼로봇대전T'

조영준

가을야구는 언저리도 못 가고 매번 지기만 하는 팀을 보며 "내년은 안 봐야지, 올해는 응원 안 해야지"하면서도 한 번의 승리에 기분이 날아갈 것 같은 야구팬들이 있다. 여기에 전편에 비해 변화라곤 1도 없는 실망스런 게임이 나와도 "그래도 다른 게임보다는 낫다" 하며 장점을 기어이 찾아 다음 작품의 예약구매를 거는 게이머들도 있다.

옆에서 "그런 팀 왜 응원해요?", "그런 게임 왜 해?"라는 질문을 수도 없이 받고 본인도 매번 실망을 하지만 조그마한 장점이나 희망이 발견되면 또 다시 행복해지는 사람. 우리는 그런 이들을 팬이라 부른다.

슈퍼로봇대전 T 스크린샷

슈퍼로봇대전(이하 슈로대)의 팬들이 딱 이런 범주에 속한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게이머들에게 재미와 감동 그리고 실망과 분노를 동시에 안겨주었지만, 사는 사람은 계속하는 게임이 바로 슈로대이며, 지금도 '윙키 시절이 좋았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가 간간히 들릴 만큼 무서운 추억보정을 가진 게임이 슈로대다.

본 기자 역시 이런 팬 중 하나였다. 시리즈 최초로 정식 넘버링 한글화가 진행되어 큰 기대를 했지만, 정작 만나게 된 것은 '마징엠퍼러'와 '진마징가'를 빼면 라인업이 앙상한 가지 같은 '슈로대V'와 스토리가 "으아!! 빨려 들어간다!! 이곳은 어디지?"로 설명되는' 슈로대X'였고, 무려 5년간 이어진 졸작의 행렬에 지쳐 "다음 슈로대는 사지 말아야지"라고 단호하게 결단을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 등장한 '슈로대T'는 달랐다. 바로 수 많은 슈로대 팬들이 원했던 알찬 라인업과 깊이 있는 스토리 그리고 다양한 원작들이 한 곳에 모이는 '크로스오버 류' 게임 특유의 위트로 가득한 슈로대의 모습으로 등장한 것이다.

슈퍼로봇대전 T 스크린샷

슈로대의 가장 큰 매력은 개발사 반프레스토의 오리지널의 세계관과 사건 사고에 기존 작품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스토리라 할 수 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이러한 스토리가 역대급으로 잘 어우러 진다.

일례로 이번 작에서 처음 참전한 '카우보이 비밥'의 경우 메카(로봇)이 등장하지 않는 느와르 풍 작품이었기에 많은 이들의 우려를 삿지만, 우주 로망물의 대표적인 캐릭터 캡틴 하록이 등장하는 '내 청춘의 아르카디아 무한궤도 SSX'와 스토리가 이어지며, 아주 매끄럽게 작품 속에 녹아 들어 기대 이상의 재미를 주었다.

여기에 G건담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마무리한 주인공 '도몬 캇슈'의 사랑 고백을 만나는 이들마다 언급하거나, 무기력증의 대표 주자 GUN X SWORD의 주인공 반이 도몬, 가이, 료마 등 열혈계 인물들과 만나서 발생하는 등 원작을 알면 더욱 재미있는 이벤트가 곳곳에서 발생해 텍스트 대부분을 넘겼던 전편과 달리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슈퍼로봇대전 T 스크린샷

존재감이 0에 가까웠던 반프레스토 오리지널 캐릭터들의 개성도 확실히 살아 있다. 애니 원작들의 시나리오에 겨우 끼워 맞춘 느낌이 강했던 전편들과 달리 이번 슈로대T에서는 전투에 나서는 인물들이 군수업체의 회사원이며, 전투는 수당을 위한 비즈니스라는 설정으로 등장한다. 때문에 나데시코, 건담, 가오가이거 등의 작품에 존재하는 초월적인 영향력을 지닌 기업, 정부 기관과 군수 업체의 거래라는 관계로 어우러지며 스토리의 설득력을 더하는 작용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슈로대T의 스토리와 이벤트는 원작을 아는 팬들에게는 전투 이외에도 또 다른 재미로 다가오며, 원작을 모르는 게이머들에게도 색다른 재미로 다가온다. 실제로 본 기자는 'GUN X SWORD'를 보지 않았지만, 슈로대T에서 복수 이외에 모든 것을 귀찮아 하는 주인공 '반'과 5명의 용사 할아버지들의 투혼이 빛나는 '엘도라 식스'를 보고 원작을 찾아보게 만들 정도였다.

슈퍼로봇대전 T 스크린샷

전투는 전작들과 그다지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이번에 새롭게 생긴 서포터 시스템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었다. 사실 원작에서는 비중이 크다 하더라도 비전투 인원들은 사실상 '쩌리'로 등장했던 것이 슈로대의 특징이었다. 이번 작품의 경우 레이어스의 모코나, 아르카디아의 타다시 등의 캐릭터들이 전투 맵에 등장해 다양한 부가 효과를 제공한다.

아울러 적이나 아군을 격파할 만한 대미지를 줄 경우 전투 상태 창에 'Shoot Down'(셧다운)이 표시되어 최종보스나 중간 보스 등 강력한 적을 상대할 때 확실하게 마무리 짓거나 의외의 대미지로 파괴당하는 경우를 최대한 피할 수 있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슈퍼로봇대전 T 스크린샷

슈로대V부터 시작된 트레이닝 시스템도 변화를 겪었다. TacP, 격추수, 자금, 레벨 경험치 등을 얻을 수 있는 트레이닝은 이전까지 전투에 출격한 캐릭터는 활용할 수 없었지만, 이번작부터는 전투 후에도 활용할 수 있어, 주력 캐릭터들을 더욱 빠르게 레벨업 시키고, 에이스를 달성할 수 있다.

이는 게임의 난이도를 더욱 낮추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지만, 열혈 등의 공격형 정신기가 열리는 레벨대가 상당히 높고, 적들의 난이도도 이전보다 상승해 게임의 밸런스를 맞춘 모습이다.  

말도 많았고 탈도 많던 연출 재탕은 이번 작품에서도 여전했다. 오랜 만에 참전한 G건담의 경우 셔플동맹이나 다른 캐릭터들의 연출은 원작의 느낌을 많이 담아 노력한 흔적이 보였지만, G건담과 동방불패의 기술이 대거 삭제되어 아쉬움을 주었고, 새롭게 등장한 '마징가 인피니티'의 마징가 형제들의 연출은 필살기를 제외하면 성의가 없다고 느낄 정도였다.

슈퍼로봇대전 T 스크린샷

가장 최악은 가오가이가의 컷신으로 전투 기술 대부분이 이뤄져 땜질한 느낌이 강한 것은 물론, 움직임도 거의 없는 스크린샷 수준의 연출로 오랜 시간 기다려온 게이머들에게 실망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처음 참전한 레이어스나 'GUN X SWORD', 레이어스, 낙원 추방 등의 기체 연출은 원작 재현에 최대한 가까운 모습으로 만족감을 줬고, 무엇보다 이번에 추가된 '진겟타 드래곤'의 연출이나 마징가 형제의 후반부 기술 연출이 대단히 좋아 전반적인 전투 연출은 만족스러운 부분이었다.

이처럼 슈로대T는 기존 PS4로 등장했던 V와 X의 실망감을 말끔히 씻어주는 재미와 스토리로 무장해 슈로대 팬들에게 새로운 기대감을 심어 주었다.

슈퍼로봇대전 T 스크린샷

물론, 시대에 뒤떨어진 그래픽이나 결국은 용기로 모든 걸 극복하는 쌍팔년도 스타일의 흐름은 여전하긴 하지만, 슈로대가 서브컬쳐 색이 강한 로봇이 전면에 등장한다는 점에서 특정 계층을 노리는 게임이라는 것을 생각해 볼 때 큰 단점으로 다가오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물론 이러한 모습이 다음 작품에서도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지만, 간만의 수작으로 등장한 '슈로대T'는 최소한 앞으로 시리즈를 기대하게 만들만 한 모습으로 등장해 또 다시 희망을 가지게 만드는 작품이 된 것은 확실하다.

슈퍼로봇대전 T 스크린샷

과연 황혼기에 접어든 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슈로대T'처럼 로봇 애니메이션 시장이 이미 황혼기를 넘어 어두컴컴해진 저녁으로 접어든 지금. 오는 2020년 3월에 나올 새로운 슈로대는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오늘도 팬들은 슈로대를 플레이하며 신작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 반다이 반프레스토 슈퍼로봇대전T 슈로대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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