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 2019] 과거가 없는 한국 게임, 미래를 위해 기억해야 할 때

"한국 게임산업은 과거를 잊고 있습니다. 점같이 산개한 한국 게임의 과거를 미래로 향하는 선으로 연결하다 보면 한국 게임산업 역시 더욱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입니다"

금일(24일) 2019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이하 NDC 2019)의 키노트(기조 강연)를 맡은 넥슨 데브캣 스튜디오의 김동건 PD는 넥슨의 2세대 온라인게임 중 대표적인 작품으로 손꼽히는 마비노기의 개발 비화와 과정을 통해 새로운 미래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NDC 2019 기조연설
NDC 2019 기조연설

키노트 제목을 ‘할머니가 들려주신 마비노기 개발 전설’로 정한 이유는 마비노기의 스토리 중 할머니가 전달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라는 단순한 이유였다고 말문을 연 김동건 PD는 "최근에도 옛날 게임을 수집할 정도로 과거 게임에 관심이 많지만, 한국 패키지 게임은 구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며, 온라인게임, 모바일 게임 역시 서비스가 종료되면 찾아볼 수 없는 것이 한국 게임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오랜 시간 서비스를 이어온 게임이자, 마비노기의 개발 과정과 서비스를 진행하면서 겪었던 다양한 이슈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 등 과거의 사례를 참고한다면 단순해지고 있는 한국 게임에 다양성을 조금이라도 더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강연을 진행하게 되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마비노기의 개발 과정도 흥미로웠다. 고등학교때부터 게임을 만들어 3천 장 이상의 게임을 판매했지만, 결국 적자를 봤다는 김 PD는 내성적이지만, 친구를 사귀고 싶었던 본인의 경험을 담아 사람들과 친해고 싶은 내성적인 사람을 위한 게임을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NDC 2019 기조연설
NDC 2019 기조연설

이후 당시 바람의 나라 등을 서비스하던 초창기 넥슨에 입사하게 된 김 PD는 슈퍼로봇대전 온라인, 대항해시대 온라인 등의 기획서를 기획서를 냈지만, 프로젝트를 시켜주지는 않았고, 때문에 독특한 폰트와 듣도 보도 못한 제목인 ‘마비노기’를 기획하고, 이를 제출해 처음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3D 온라인이 드물었던 당시의 기술 환경은 가혹했다. 3D 기반의 프로그램을 제작하기도 어려웠고, DB(데이터 베이스)를 만드는 기술도 없었다고 회상한 김 PD는 친구에게 3D 엔진을 구매해 프로그램의 기본을 잡았고, 마비노기의 상징인 카툰렌더링은 세가의 명작 ‘젯셋 라디오’를 참고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를 구현했다고 말했다.

더욱이 단조로운 색상이 되기 쉬운 카툰렌더링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셀 애니메이션의 기법을 많이 참고하는 등 마비노기는 자신만의 독특한 질감과 그래픽으로 오랜 시간 서비스를 이어갔지만, 최신 기술의 도입이 어렵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고 말해 새로운 시도가 시간이 지나 발목을 잡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NDC 2019 기조연설
NDC 2019 기조연설

아울러 스토리, 전투, 게임의 구성 등 게임의 세부 콘텐츠 역시 울티마 온라인과 기존 애니메이션 및 콘솔 게임을 참고했지만, 이를 완전히 이식하지는 않고, 마비노기 만의 스타일로 풀어냈으며, 이는 곧 게임의 다양성을 더하는 요소로 작용하게 되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게이머들이 직접 연주하는 콘텐츠와 게임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던 일종의 일간지 스타일의 ‘에린 워커’ 등의 독특한 시도는 모두 단순한 생각에서부터 시작되었으며, 이중 에린 워커는 마비소식이라는 메일을 전 회사에 뿌리는 내부 홍보 역할이었으나 발전하게 된 것이라고 비화를 밝혔다.

NDC 2019 기조연설
NDC 2019 기조연설

마지막으로 김동건 PD는 마비노기는 그래픽, 콘텐츠, 서비스 일정, 이슈 등의 모든 기록이 남아있는 ‘개발 완수 보고서’ 존재하는 넥슨의 유일무의 한 게임이며, 이를 남긴 이유는 과거의 데이터가 거의 남지 않은 한국 게임 시장에 무언가를 남기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화제가 되었던 ‘한국 게임의 역사를 팝니다’라는 개시물을 공개하며, "수 많은 패키지 한국 게임이 있었지만, 이 게임들은 누가 만들었고, 어디가 재미있었으며, 누가 만들었고, 어떻게 성공했고, 실패했는가를 아무도 모르는 점으로 남아 있다"라며, "과거의 한국 게임은 점인 상태로 사라져 가고 있지만, 우리는 이 점들을 선으로 이어 더욱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하며, 과거라는 하나의 점에서 열심히 미래를 위해 선을 이어가다 보면 앞으로 개발을 꿈꾸는 모든 이들이 더 나은 게임을 만들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하며, 강연을 끝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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