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게임은 어떻게 PC방에서 집계될까?

PC방 순위는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의 인기 척도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수치 중 하나로 손꼽힌다. 구체적인 매출이나 월별 데이터를 별도로 공개하지 않는 온라인게임의 특성상 PC방에서 게임을 즐기는 시간과 장르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PC방 순위는 해당 게임의 인기 척도이기도 하며, 실제 많은 게이머들이 게임의 인기를 논할 때 참고하는 데이터이기도 하다.

스팀 로
고
스팀 로 고

이러한 PC방 순위에 최근 부쩍 해외 서비스 중인 게임들이 대거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바로 스팀에서 서비스하는 게임이다. PC방 온라인 게임 순위, 통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더로그'의 지표를 살펴보면, 금일(5월 3일) 현재 사용량 상위 50개 게임 중에서 유통사가 스팀으로 분류된 게임은 '도타2', '레인보우식스: 시즈', 'GTA5', '몬스헌터월드' 등 무려 6개의 게임이 순위에 오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국내 PC방 서비스는 카카오게임즈가 전담하고 있지만, 스팀으로 즐기는 게이머의 수도 상당한 '배틀그라운드'까지 합치면 스팀게임은 무시 못 할 수준으로 상승 중인 것이 사실. 이처럼 대중적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사실 스팀은 아직 많은 문제를 지닌 플랫폼이다.

국내에 상업적 목적으로 서비스하고자 하는 국내 사업자는 등급분류 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러한 과정은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가 전담하며, ‘게임물 등급분류’ 신청 시 게임 제작·배급업자 등록증 등의 서류제출이 필요하다.

하지만 스팀의 경우 게임을 서비스를 지원하는 플랫폼 형태로 서비스가 진행 중이며, 국내에서 심의를 받지 않은 게임이 유통되기 때문에 문제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로, 지난 1월 게임위 측에서 스팀 게임 중 등급분류 받지 않은 해외 게임물을 이용해 제공하는 행위가 법에 위반되어 처벌될 수 있다는 경고를 전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스팀 서비스 게임이 어떻게 PC방 순위에서 집계될 수 있는 것일까? 이를 위해서는 먼저 PC방 순위의 집계 방식부터 살펴봐야 한다.

넥슨 PC방 정액
넥슨 PC방 정액

PC방 순위는 PC방에서 사용하는 관리프로그램을 통해 집계된 데이터를 통해 반영된다. 이 데이터에는 전체 매장의 게임 사용시간과 지역, 연령, 성별 등 다양한 정보가 담겨 있으며, 이 수집된 정보를 전국 PC방 분포수에 맞춘 표본 데이터 혹은 실제 데이터로 환산해 제공하는 형식이다.

더욱이 정식서비스든, 정식서비스가 아니든 집계 대상 게임으로 등록된 게임이 PC방에서 플레이 된 시간만큼 집계하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스팀게임 순위는, 전체 게임의 표본데이터를 기반으로 스팀을 통해서만 서비스되는 게임들만 따로 필터링하는 방식으로 순위가 집계된다. 만약 한 명의 게이머가 게임을 즐길 경우 관리프로그램에서 해당 게임이 스팀에서만 서비스 중인 것이 확인되면, 스팀게임의 점유율이 PC방 순위에 반영되는 셈이다.

아울러 스팀 게임은 유료게임(PC방 상용화 게임)의 목록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 PC방에서 서비스되는 게임은 대부분 별도의 PC방 상품을 지니고 있다.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는 모든 챔피언을 사용하는 특전이 제공되고, 넥슨에서 서비스 중인 게임들의 경우 경험치 및 아이템이 추가되는 등의 PC방 특전은 모두 해당 PC방이 정량제과금 상품에 가입할 경우 사용할 수 있는 혜택이다.

때문에 보편적인 정량제과금은 업주가 각 게임사 PC방 홈페이지에서 정량상품 구매하거나 유저가 해당 PC방에서 게임을 플레이 할 경우 구매한 정량상품 시간이 차감되는 구조로 진행되는데, 스팀은 '정량제과금'이 없어 별도 과금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PC방 업주들 역시 스팀게임에 대해 호의적이기도 하다.

배틀그라운드 PC방 배틀
배틀그라운드 PC방 배틀

실제로 한 PC방 전문가에 따르면, 스팀 게임은 과금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 업주 입장에서는 스팀게임 플레이는 게임사에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라 고객이 유료게임을 플레이하는 것보다 스팀게임을 플레이하는 게 더 좋은 수익구조인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국내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스팀 게임들의 경우 용량이 최소 15GB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게이머가 직접 게임을 다운받으면 해당 PC방 매장에 트래픽이 급격히 증가하는 단점이 존재한다. 이러한 트래픽 급증 현상은 다른 고객들에게 ‘렉현상’을 유발할 수 있어 고용량의 스팀 게임을 유저가 직접 설치하는 건 업주들이 꺼려하는 것이 사실.

이에 하드디스크가 없이 PC방 클라이언트 서버에서 직접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노하드 PC방’의 경우 플레이가 많이 되어 순위가 높거나, 해당 지역의 고객들이 많이 찾는 스팀게임들을 미리 설치하는 경우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이 최근 PC방의 트랜드 이기도 하다.

이처럼 스팀 게임은 수요가 높아지고, 실제 PC방 순위 상위권에 집계될 만큼 대중화되고 있는 중이다. 여기에 최근 독점 게임을 내세워 국내 시장의 진출을 선언한 에픽게임즈의 에픽 스토어와 ‘에이펙스 레전드’를 앞세운 EA의 오리진, 그리고 유비소프트의 유플레이 등 다양한 게임 유통 플랫폼이 국내 PC방 시장의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상황.

스팀
스팀

더욱이 스팀의 운영사 밸브가 지난 3월 ‘GDC 2019’서 PC방을 비롯한 PC 카페에 대한 별도의 서비스에 대한 계획을 발표해 스팀 게임에 대한 기대감은 점차 커지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과연 국내 게임사의 텃밭이라 할 수 있는 PC방 시장에서 스팀을 필두로 한 이들 해외 유통 플랫폼이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앞으로의 모습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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