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계 전문가들 “WHO 게임장애, 헌법의 원칙 침해 소지도 충분”

지난 2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72차 세계보건기구(WHO) 총회에서 게임 이용 장애가 포함된 ICD-11(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판)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는 소식에 게임산업 전체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번 개정안에 대해 게임 산업을 주관하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보건복지부의 대립이 심화되는 것을 비롯해 사회 각계 각층의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

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긴급 토론회
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긴급 토론회

이에 금일(28일)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의실에서는 이번 게임이용장애 질병 코드 도입에 대한 각계 의견을 청취하는 '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따른 긴급토론회'가 개최됐다.

한국게임산업협회(협회장 강신철)와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회장 임상혁)가 함께 개최한 이번 토론회에서는 박승범 게임콘텐츠산업과장(문화체육관광부), 김성회 유튜브 크리에이터(G식백과), 전영순 게임과몰입힐링센터 팀장(건국대학교 충주병원), 최승우 정책국장(한국게임산업협회)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심도 깊은 논의가 진행됐다.

특히, 더불어 헌법상 명확성과 원칙 침해 가능성. 그리고 헌법상 과잉금지원칙 침해 가능성, 헌법상 경제적 자유 침해 가능성 등도 거론되며, WHO가 내세운 게임장애 질병코드 기준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과 국민 절반을 규제 대상으로 삼는 과잉 입법이라는 의견이 이어지기도 했다.

먼저 국게임법과정책학회의 임상혁 회장은 WHO의 이번 결정이 헌법이 기반을 두고 있는 문화국가의 원리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일반 국민이 자신의 의사에 따라 어떤 게임을 선택할지, 자신이 선택한 게임을 얼마나 즐길 것인지 등의 문제에 있어서 게임 과몰입 현상을 중독이라는 질병의 틀에 넣고 국가의 보호대상이나 후견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개인의 자유 이념에도 배치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그는 “WHO가 게임장애를 질병코드로 의결한 것은 단순히 통계나 건강 상태를 보고하기 위한 목적으로 한정되어야 하며, 국가가 이를 질병으로 진단하거나 증세를 확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임 회장은 WHO의 게임에 대한 질병분류는 자칫 특정 인터넷 게임이나 비디오 게임에 한정적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 국내 게임사업자와 해외사업자 간의 차별 문제도 발생할 수 있으며, 국내에 제도를 도입하기 전에 규제가 꼭 필요한 것인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긴급 토론회
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긴급 토론회

문화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게임을 의료적 이슈로 해결하는 의료 관점에서 접근할 일이 아니라는 의견도 나왔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강경석 본부장은 게임을 마약이나 도박과 유사하다고 접근하는데 소금이나 설탕이 많이 먹으면 유해하지만 적당히 먹으면 문제가 없는 물질인 것처럼 게임은 중립적 물질이라고 설명했다.

강 본부장은 과몰입으로 진단되는 청소년은 1차적으로 가정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두번째는 학교에서 해결하는 것이며, 그렇게 해도 안된다면 각종 청소년 상담 클래스를 이용해 해결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친구들은 게임과몰입힐링센터에서 예술치료나 체육치료를 통해 문제 해결을 하고 있기에 추가적으로 질병으로 등재해 의료적 접근을 하는 것은 과잉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번 게임이용장애 질병 코드 등재의 가장 큰 문제는 교육적인 낙인 효과로, 10대 청소년이 정신질환자로 낙인찍히면 대학교 진학이나 사회 취업 시에 문제가 될 소지가 있어 학부모 단체가 지금은 찬성을 하지만 자기 자녀가 정신질환자로 판정받으면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국게임산업협회 최승우 정책국장 역시 이번 게임이용장애 질병 코드 등재는 여러 부분에서 성급한 면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첫번째로 게임이 정신질환을 유발한다는 결론이 여전히 없는 상황에서 코드를 등재한 것은 과학적 자료가 배제되었고, WHO가 제시하는 진단기준은 게임 아닌 무엇을 넣어도 이용장애에 해당하며, 우울증이나 정신장애가 게임이용장애로 판단될 수 있는 등 다른 정신 장애와 구분이 어렵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존 우울증 환자가 게임을 하고 있으면 우울증이 마치 게임이용장애처럼 비춰질 수 있지만, 이에 대한 판단이 현재 불가능한 상황에서 명백히 문체부와 의견차이가 있음에도 보건복지부가 일방적으로 게임장애에 찬성하고 지지하는 것은 게임이용장애는 추가적 연구가 필요한 분야라고 발언한 미국과 큰 차이를 보인다고 강조했다.

또한, 충분한 협의나 공감대 없이 게임이용장애가 질병코드로 등재될 경우 477만명의 청소년이 게임이용장애로 진단받을 잠재적 가능성이 있어 본인의 자녀가 게임이용장애로 진단받는다는 것에 찬성할 부모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며, 병적 이득을 노린 범죄도 생겨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긴급 토론회
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긴급 토론회

특히, 보건복지부가 협의체 구성을 이미 해놓고 게임업계가 들러리로 참석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뻔하며, 객관적이고 공정한 협의체가 구성되려면 범부처적인 협의가 가능한 국무조정실에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건국대학교 충주병원 게임과몰입 힐링센터 전영순 팀장은 게임중독은 치료가 아닌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팀장은 게임과몰입 힐링센터로 오는 대부분의 아이가 핸드폰을 지나치게 사용하며, 게임을 과하게 한다는 이유로 아이를 데려오는 부모에게 아이가 게임중독이라고 단순하게 말하기 곤란하다고 전했다.

전 팀장은 “콘텐츠진흥원에서도 연구한 결과에서 인터넷 중독이나 스마트폰 중독으로 분리하는 집단 중 상당 수가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거나 가족 사이의 친밀감이 낮은 경우가 많으며, 게임이 문제라기보다는 심리 사회적 측면을 함께 고려해서 접근해야 하기 때문에 게임중독 문제는 치료가 아닌 관리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기에 이들의 보호자가 가장 우려하는 것이 ‘통제가능성’인데, 게임이 문제와 관련이 될 수는 있지만 게임이 문제의 원인이라고 보는 것은 잘못된 것이며, 공존질환이 많아 우울해서 게임을 하지 게임을 해서 우울하다고 말하기는 무리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유명 유투버 김성회 씨는 10년전 아침마당에서 임요환이 엉뚱한 질문을 받던 수준에서 지금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디바이스가 발전하면서 문화가 발전하고 이에 따라 게임이 등장한 것이고, 이는 어려서 하던 놀이가 형태가 바뀐 것이 게임일 뿐 어른이 겪어보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자녀를 갖고 있고 그 중에서도 학업성적에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서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성회 씨는 이번 사안을 통해 경제적인 이득을 보려 하는 이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한의학으로 게임중독을 치료하자는 광고부터 경기도청 유튜버에서 한 시민단체가 게임을 하다가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강연을 하는 영상이 올라올 정도로 게임산업에 빨대를 꼽는 이들도 많으며, 게임을 마약을 빼서라도 중독물질에 넣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의식을 부채질하는 이들의 의도가 의심스러울 정도”라고 수위 높게 비판했다.

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긴급
토론회
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긴급 토론회

또한 “게임이 정부의 비호를 받아서 성장했으면 이제 사회적 활동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이도 있는데, 게임 하나 등록하는게 총포관리법에 의거해 총기를 등록하는 것보다 많은 돈을 내야하는 환경에서 어떤 비호를 받았는지 의문이며, 만만한 게임이 이슈의 쓰레기통이 되는 게 걱정된다”는 우려를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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